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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변죽을 울리다_바로 집어 말을 하지 않고 둘러서 말하다

by noksan2023 2024.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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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죽을 울리다

 

 

변죽을 울리다

 

 

 

‘변죽(邊-)'‘그릇이나 세간, 과녁 따위의 가장자리'를 가리킨다.

 

이 변죽을 쳐서 소리가 나게 하는 것이

 

“변죽을 울리다.”

 

다. 복판을 치지 않고 가장자리만 쳐도 울림이 퍼져 복판까지 가므로, 가장자리를 쳐서 복판까지 울리게 하는것이다. 가장자리를 쳐서 복판까지 울리게 하듯,

 

‘바로집어 말하지 않고 둘러서 말을 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알아차리게 하는 것'

 

을 빗대어 그렇게 표현한다.

 

“변죽을 치다.”

 

와 같은 의미다.

 

 

 

변죽

 

 

 

사회적으로 큰 화제를 모은 사건의 수사가 흐지부지 끝날 경우 신문 기사에선 "변죽만 울린 수사”와 같이 ‘변죽을 울리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간혹 “○○ 수사, 변죽만 올렸나”처럼 ‘변죽을 올린다’는 표현도 나온다.

이처럼 중심을 짚고 넘어가지 않고 그 주변만 건드렸을 때 ‘변죽을 울리다’ ‘변죽을 올리다’ 가운데 어느 것이 바른 표현일까.

정답은 ‘변죽을 울리다’. ‘변죽’ 뒤에 ‘울리다’를 써야 하는지, ‘올리다’를 써야 하는지 헷갈리는 이유는 ‘변죽’의 정확한 의미를 모르기 때문이다. 

 

‘변죽을 울리다’는 이렇듯 직접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사안에 대해 돌려 말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핵심은 찌르지 못하고 주변의 가장자리만 건드린다는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변죽을 울린 부실 수사” 등의 표현이 이런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변죽을 울리다’와 같은 의미로 쓰이는 표현으로 ‘변죽을 치다’도 있다. 변죽을 쳐서 울리게 한다고 생각하면 ‘올리다’를 쓸지 ‘울리다’를 쓸지 헷갈리지 않을 수 있다. 

 

'변죽을 울리다'는 관용구로,

 

'바로 집어 말을 하지 않고 둘러서 말을 하다'

 

의 뜻을 나타내며,

 

"부분적으로 다소 노골성을 비치는 일이 전무한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그 초점을 때리지 않고 변죽을 울려서, 은근한 가운데 함축성 있는 표현을 주로 하였다.≪이희승, 먹추의 말참견≫"

 

와 같이 쓰입니다.

 

 

 

변죽을 을리다의 영어식 표현

 

 

 

최근 학교에서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일체의 것을 금지하고, 학원에서는 선행학습을 광고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선행학습 금지법'에 대해서 '변죽만 울린 선행학습 금지법'과 같은 제목의 기사가 많다. 여기에서 '변죽을 울리다'는 말은 핵심을 바로 건드리지 못하고 주변적인 것만을 건드릴 때 주로 사용하는 표현이다. 

 

'변죽'이라는 말은 가장자리를 뜻하는 한자어 '변'(邊)목재의 끝 부분에 남아 있는 껍질이나 밥상의 가장자리 부분을 가리키는 순 우리말인 '죽'이 합쳐진 말이다. 가장자리의 의미를 가진 두 말이 합쳐져 '그릇이나 세간, 과녁 따위의 가장자리를 이르는 말'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이다.

 

'변죽'은 장구의 통을 감싸고 난 가장자리 부분을 지칭하는 데도 사용이 된다. 통을 감싼 가운데 부분을 '복판'이라고 하는데, 복판을 치면 통을 울리는 소리가 나지만 변죽은 아무리 쳐도 통을 울리는 것과 같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 '변죽을 울리다'라고 했을 때는 그릇이나 세간 따위의 가장자리를 울리는 일은 잘 없기 때문에 변죽은 장구의 변죽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런데 사전에는 '변죽을 울리다'는 것을 핵심을 바로 이야기하지 않고 우회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주변적인 일도 계속해서 하면 중심적인 것이 영향을 받게 되어 있다는 의미를 가진 '변죽을 울리면 복판이 운다'는 속담도 있다. 이것은 변죽이라는 것이 중심과 연결되어 있으며, 핵심을 바로 건드리지 못하는 경우 주변적인 부분을 건드리는 것이 효과적인 전략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로 생각한다면 선행학습 금지법이 주변적인 것일 수는 있지만 교육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으므로 '변죽만 울린'이라는 비판은 부적절한 것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속담과 달리 실제로 장구의 변죽은 아무리 쳐도 복판을 울리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신문기사들에서 사용한 '변죽만 울린'이라는 표현은 적절하다. 학교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정부의 안이 공교육을 정상화할 것이라고 하지만, 학교 선생님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법이 시행되면 교육청에서는 학원들을 단속하기는 어렵기 때문에(선행학습과 예습, 영재 수업을 어떻게 구분하나) 학교들이 선행학습을 유발하는지 감시만 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일반 학교에서는 수학에서 급격히 어려워지는 미적분을 교육과정에 따라 수능을 앞두고 가르쳐야 한다. 이것은 한마디로 학생들에게 수능을 제대로 보려면 학원에 가라고 말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선행학습을 하고, 극한 직업에 가까운 학습에 시달리면서도 재수 삼수까지 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서열화된 대학과 실력보다는 학벌에 따라 대우를 하는 사회 때문이 아닌가. 이 핵심적인 것은 건드리지 못하는 정책은 결국 변죽만 울리다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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