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매우 놀랍고 영광…여러 작가가 내게 영감 줘”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53)은 10일 “매우 놀랍고 영광스럽다”는 수상 소감을 밝혔다. 한강은 이날 수상자 발표 후 노벨위원회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어릴 때부터 영향을 미친 여러 작가의 모든 노력과 힘이 나에게 영감을 줬다”고 말했다. 한강은 “한국 문학과 함께 성장했다”며 “이 소식이 한국 문학 독자들과 동료 소설가들에게 좋은 소식이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덧붙였다.
스웨덴 한림원 내 노벨위원회의 안데르스 올손 의장은 수상자 선정 기자회견에서 “역사의 상처를 마주보고 인간 삶의 취약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작가의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평가했다. 노벨위원회는 10일(현지시각) SNS 엑스(X, 옛 트위터) 공식 계정에 올린 글을 통해 ‘한강’을 한글로 적으며 이력을 소개했다. 노벨위원회는 한강이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나 9살 때 서울로 이주했으며, 아버지가 저명한 소설가인 문학가 집안 출신이라고 조명했다. 글쓰기와 미술, 음악에도 심취해 왔으며 이는 문학 작품 전반에 반영됐다고 거론했다.
한편, 한강은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 예상자로 거론되긴 했지만, 같은 아시아권인 중국 찬쉐와 일본 무라카미 하루키에는 순위가 뒤졌었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받는 것은 2000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화상에 이어 두 번째다.
'세계 3대 문학상 2관왕' 된 한강..."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강렬한 시적 산문 '
한국 소설가 한강(53)이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한국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사상 처음이다.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은 2000년 노벨평화상을 탄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아시아 여성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역시 최초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시간)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국의 작가 한강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림원은 한강의 작품에 대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평하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어 한림원은 "한강은 자기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지배에 정면으로 맞서며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면서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에 대해 독특한 인식을 지니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설명했다.
한강은 2016년 장편소설 '채식주의자'로 세계적 권위의 맨부커상에서 영연방 국가 이외의 지역 작가에게 주는 인터내셔널 부문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했다.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불린다.
아버지는 소설가 한승원...2대가 문인
1970년 11월 전라남도 광주에서 태어난 한강은 서울 풍문여고, 연세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계간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시를 발표하며 시인으로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붉은 닻'이 당선되며 소설가로 등단했다. 아버지는 소설가 한승원이다. 한승원은 2018년 한강이 맨부커상 후보에 올랐을 때 "강이(한강을 지칭)는 진작 나를 뛰어넘었다고 생각한다"며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뛰어넘음)야말로 가장 큰 효도"라고 말했다.
한강은 한국 현대사의 트라우마를 소설로 써냈다.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2014)와 제주 4·3 사건을 다룬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2021) 등이다.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그대의 차가운 손', '검은 사슴',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등도 썼다. 한강은 노벨상 수상자로서 상금 1천100만 크로나(약 13억4,000만 원)와 메달, 증서를 받는다. 시상식은 올해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놀랐다' 5번 되뇌인 한강…"오늘밤 아들과 차마시며 조용히 자축"
10일(현지시간)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은 이날 노벨위원회와 전화 인터뷰에서 수상 소식을 전화로 듣고 매우 놀랐다면서 "오늘밤 아들과 차를 마시면서 조용히 축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강은 이날 노벨위원회 유튜브 계정에 공개된 인터뷰에서 수상 사실이 "매우 놀랍고 영광스럽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의 자택에서 아들과 저녁을 막 마친 시점에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영어로 약 7분간 진행한 인터뷰에서 침착하고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수상 소감을 이어 나갔다.
인터뷰 동안 "놀랐다(surprised)"는 말을 다섯 번이나 반복한 그는 수상 소식을 듣기 전까지는 "책을 읽고 산책을 한 편안한 하루였다"고 회상했다. '삶의 의미를 탐구한 선배 작가들의 노력과 힘'이 자신의 영감이었다고 밝힌 한강은 자신의 수상 소식이 한국의 독자들과 동료 작가들에게도 좋은 소식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다음은 한강과 노벨위원회와의 일문일답.
현재 기분이 어떤가.
▲ 매우 놀랐고 정말 영광스럽다.
수상 소식을 어떻게 알게 됐나.
▲ 누군가 내게 전화를 했고 그가 내게 이 소식에 대해 말을 했다. 물론 나는 놀랐다. 나는 아들과 저녁 식사를 막 끝낸 참이었다. 한국 시간으로는 저녁 8시쯤이었고, 매우 평화로운 저녁이었다. 나는 정말로 놀랐다.
현재 서울의 자택에 있는 것인가.
▲ 그렇다. 지금 서울의 집에 있다.
오늘 하루 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나.
▲ 오늘 일을 하지 않았다. 책을 조금 읽고 산책을 조금 했다. 내게 매우 편안한 하루였다.
수상 소식에 아들의 반응은 어떤가.
▲ 아들 역시 놀랐다. 하지만 아직 이에 대해 얘기할 시간이 많지는 않았다. 그저 우리는 놀랐고, 그게 다다.
노벨 문학상 수상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 영광스럽고 (노벨상 측의) 지지를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저 감사할 뿐이다.
한국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데 이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 그렇다. 알다시피 나는 어릴 때부터 번역서 뿐 아니라 한국어로 된 책들을 읽으며 자랐다. 그러니 나는 내가 매우 가깝게 느끼고 있는 한국 문학과 함께 자랐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소식이 한국 문학 독자들과 내 친구 작가들에게도 좋은 일이 되기를 바란다.
문학적 배경에서 자랐다고 했는데, 어떤 작가가 가장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었나.
▲ 내가 어릴 때 옛(old) 작가들은 집단적인(collective) 존재였고, 그들은 삶에서 의미를 찾고 때로는 길을 잃고 때로는 결연했다. 그리고 그들의 모든 노력과 힘이 나의 영감이었다. 따라서 내게 영감이 된 몇몇 이름을 고른다는 것은 내게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스웨덴의 아동문학 작가)이 영감을 준 작가 중 한 명이었다고 말한 것을 읽었는데.
▲ 어렸을 때 그의 책 '사자왕 형제의 모험'(The Brothers Lionheart)을 매우 좋아했다. 그러나 그가 내 어린 시절에 영감을 준 유일한 작가라고는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나는 그 책을 인간이나 삶, 죽음에 관한 나의 질문들과 결부 지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방금 당신에 대해 알게 된 사람에게 어떤 책부터 읽으라고 제안하고 싶나.
▲ 내 생각에 모든 작가들은 자신의 가장 최근 작품을 좋아한다. 따라서 나의 가장 최근 작품인 '작별하지 않는다'가 시작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책에는 인간의 행동이 일부 직접적으로 연결이 돼 있다.
또 내게 매우 개인적인 작품인 '흰'도 (추천한다). 왜냐하면 이 책은 꽤 자전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채식주의자'가 있다. 그러나 나는 (최근작인) '작별하지 않는다'부터 시작하기를 바란다.
국제 독자들에게는 '채식주의자'가 가장 잘 알려져 있는데, 이 작품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 나는 그 작품을 3년간 썼고, 그 3년은 내게 어떤 이유에서인지 꽤 힘든 시간이었다. 내 생각에 나는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들의 이미지를 찾고 나무 등 작품 속 이미지들을 찾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 같다.
이 상을 어떻게 축하할 계획인가.
▲ 차를 마시고 싶다. 나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그래서 아들과 차를 마시면서 오늘 밤 조용히 축하하고 싶다.
정쟁도 멈춘 '한강'의 기적 … 단숨에 베스트셀러 1~10위 휩쓸어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 사회 곳곳에선 처음 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한국 첫 노벨 문학상에 나라 전체가 '가보지 않은 길'을 목격하게 됐기 때문이다. 10일 저녁 늦게까지 국정감사를 진행 중이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선 정쟁을 접고 의원들이 함께 환호하고 박수 치는 장면이 연출됐다. 전재수 문체위원장은 "정말로 반가운 소식을 국민과 함께해야겠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이후로 한국 작가 최초이자 대한민국 문학계 쾌거"라고 언급하며 축하 박수를 제안했고, 의원들은 기쁜 마음으로 동참했다. 온라인 서점 웹사이트는 한강 소설을 검색하려는 독자들이 몰려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교보문고와 예스24 실시간 베스트셀러 1~10위는 모두 한강 작품이 '싹쓸이'했다.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등 주요 작품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한강의 전작 '희랍어 시간' '그대의 차가운 손', 그리고 한강의 유일한 시집인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도 큰 주목을 받았다.
주요 출판사들은 밀려드는 주문 때문에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 한강 소설가는 최근작인 '작별하지 않는다' '검은 사슴' '흰'을 출간한 문학동네,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를 출간한 창비, '한강 단편집'을 출간한 문학과지성사 등 국내 주요 출판사를 통해 독자와 만나왔다. 부커상 수상 직후 출간된 '흰'도 베스트셀러 최상위권에 올랐는데, 이번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출판사들은 한강의 전작(全作) 판매량이 급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외신들도 일제히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속보로 다루며 '아시아 소설의 새로운 얼굴'에 열광했다. AP통신은 이날 스웨덴 한림원이 한강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하자 이 소식을 긴급 뉴스로 전했다. AP통신은 한강이 2016년 육식을 거부하기로 한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 '채식주의자'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받은 바 있다는 소식도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노벨 평화상 다음으로 문학상이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경향이 있다. 작가들이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으며 작품 판매가 급증하게 된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채식주의자'로 잘 알려진 한국 작가 한강이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면서 "그의 수상은 놀라운 일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영국 가디언은 마츠 말름 한림원 상무이사가 노벨상 수상자 발표 이후 "한강과 전화로 얘기할 수 있었다"며 "그는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들과 막 저녁 식사를 마친 참이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말름 이사는 "그는 (수상에)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면서 한강과 오는 12월 열릴 노벨상 시상식 준비에 대해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한국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 일본 언론도 큰 관심을 보였다. 아사히신문은 "한국인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NHK는 한강의 많은 작품이 일본어로 번역돼 일본에서 인기가 높은 작가라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도 일제히 팡파르가 울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강 작가님의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대한민국 문학사상 위대한 업적이자 온 국민이 기뻐할 국가적 경사"라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한목소리로 축하 메시지를 냈다. 방탄소년단(BTS) 멤버들도 군 복무 중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축하 행렬에 합류했다. 멤버 뷔는 "작가님! '소년이 온다' 군대에서 읽었습니다. 흑, 축하드립니다"라고, 또 다른 멤버 RM은 관련 기사를 인용하며 오열하는 표정과 하트 이모티콘을 나란히 올렸다.
한강 '흰'서 예명 따온 가수 박혜원 "순수한 시선·진심, 늘 배우겠다"
소설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흰'의 작가 한강(54)이 국내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과 관련 국내 스타들도 축하하고 나섰다.
가수 흰(Hynn·박혜원)은 10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오늘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다. 진심으로 마음을 다해 축하를 전해드리고 싶다. 한국 작품으로, 작가님만의 시선과 통찰로 전 세계를 감동시켰다는 점에서 더욱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음악 팬들 사이에선 잘 알려졌지만 박혜원의 예명 흰은 한강의 소설 '흰' 속 문장 '이제 당신에게 내가 흰 것을 줄게. 더럽혀지더라도 흰 것을, 오직 흰것들을 건넬게'에서 따왔다. 이 문장을 통해 개인으로 음악인으로 살아가면서 어떤 풍파나 상처가 있더라도 진심어린, 순수한 마음을 담아 음악을 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박혜원은 이후 한강의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를 비롯해 여러 작품들을 계속해서 읽으며 시대를, 세상을 깊게 통찰하며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시는 존경스러운 작가라고 생각해왔다. 박혜원은 "작가님 작품에 영향을 받은 예명으로 활동 중인 작은 가수지만, 작가님의 작품을 향한 순수한 시선과 진심을 늘 배우며 음악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박혜원 외에도 방탄소년단(BTS) 뷔(V)·RM(김남준)과 평소 다독가로 알려진 배우 문가영 그리고 배우 옥자연·김민하 등이 한강의 수상을 축하했다.
그런데 한강은 가수 데뷔를 하지 않았지만, 싱어송라이터로 나선 적이 있다. 2007년 펴낸 산문집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비채)의 권말부록으로 실린 음반에 실린 열 곡을 직접 만들었다. 나무에 대한 경외감을 노래한 '나무는 언제나 내 곁에' 등을 작사·작곡하고 노래까지 불렀다. 객원가수를 쓰고 싶었지만, 절친한 한정림 음악감독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녹음까지 했다.
싱어송라이터 조동익·조동희 남매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또한 조동희 에세이 '사랑을 사랑하게 될 때까지 : 작사가 조동희의 노래가 된 순간들'(한겨레출판)의 추천사를 쓰기도 했다.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한국 문학의 경이로운 쾌거
소설가 한강이 2024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그동안 케이팝과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문화적 역량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아왔지만, 문화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문학상을 받지 못해 서운했던 게 사실이다. 오늘만은 마음껏 기뻐해도 된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 저녁 8시(한국시각)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국 작가 한강을 선정하면서 “역사적 트라우마를 직시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을 선보였다”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세계 3대 문학상의 하나인 부커상을 한국인 최초로 받았던 ‘채식주의자’부터, 5·18 광주가 우리에게 무엇이었는지를 집요하게 묻는 ‘소년이 온다’까지 한 작가가 파고들었던 문학의 본질에 합당한 심사평이다. “그러니까 광주는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된 것, 훼손되지 말아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이었다. 피폭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광주가 수없이 되태어나 살해되었다. 덧나고 폭발하며 피투성이로 재건되었다.” ‘소년이 온다’의 이 문장처럼, 여전히 5·18을 헐뜯고 비난하는 세력이 건재한 현실에서 광주는 다시 태어나 살해된다.
한 작가는 한국의 현대사가 펼쳐놓은 폭력이 개인에게 남긴 상처를 미려하고 서정적인 문체로 승화했다는 평을 받는다. 그러다 보니 역사적으로 민감한 주제를 다룰 수밖에 없었고, 박근혜 정부 문화계 탄압의 상징인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르기도 했다. 2016년 부커상 시상식에서 “깊이 잠든 한국에 감사드린다”고 한 수상 소감이 블랙리스트와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한 작가의 노벨상 수상이 일회적 영광에 그치지 않게 하려면, 우리의 문화적 역량이 더욱 고양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한다.
“이제 당신이 나를 이끌고 가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나를 밝은 쪽으로, 빛이 비치는 쪽으로, 꽃이 핀 쪽으로 끌고 가기를 바랍니다.” ‘소년이 온다’의 마지막 문장이다.
세계가 놀란 '한강의 기적'...한국인·아시아 여성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
소설가 한강(53)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유력 수상 후보로 거론되지 않던 한강의 깜짝 수상에 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 문학계가 들썩였다. 그는 아시아 여성 작가의 노벨문학상 최초 수상이라는 기록도 썼다.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은 두 번째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2000년 노벨평화상 수상 이후 24년 만이다. 2016년 장편소설 '채식주의자'(2007)로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상을 받은 한강은 세계 최고 권위 문학상인 노벨문학상까지 타면서 세계적 작가 반열에 올랐다. 펄 벅, 헤르만 헤세, 어니스트 헤밍웨이, 알베르 카뮈, 장 폴 사르트르, 파블로 네루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오에 겐자부로, 오르한 파묵 등이 이 상을 탔다.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강렬한 시적 산문"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시간)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강을 발표하면서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을 써왔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어 "한강은 자기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지배에 정면으로 맞서며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며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간의 연결에 대해 독특한 인식을 지니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덧붙였다.
한강은 노벨문학상 측과의 전화 통화에서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아들과 서울 집에서 저녁을 막 먹고 있었다"면서 "매우 놀랐고 영광스럽다. 영광이고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책만 좀 읽고 산책을 한 편안한 날이었다"며 "아들과 나는 모두 그저 놀랐다"고 했다. 한국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점에 대해 한강은 "나는 책과 함께, 한국 문학 속에서 성장했다"면서 "한국의 문학 독자들과 동료 소설가들에게 좋은 소식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감을 준 작가에 대해서는 "한 사람만 꼽는 것이 어렵다"고 답했다. 자신에 대해 처음 알게 된 독자에게 추천하는 자신의 책으로는 제주 4·3 사건을 다룬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2021)와 '채식주의자'를 꼽았다. 그는 '노벨상 수상을 어떻게 축하하겠느냐'는 질문에 "통화를 마치고 아들과 차를 한잔하고 싶다. 술을 못 마신다"고 웃으며 답했다.
1970년 11월 광주에서 태어난 한강은 1993년 시인으로, 1994년 소설가로 등단했다. 그를 세계에 알린 작품은 '채식주의자'(2007)다. 이 소설로 노벨문학상,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불리는 부커상을 한국 작가 최초로 받았다. 그는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2014)도 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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