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레_고사를 지낼 때 귀신에게 먼저 바친다
참 뜻 : 옛날 단군시대에 고시(高矢)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메테우스처럼 그 당시 사람들에게 불을 얻는 방법과 농사짓는 법을 가르쳤다고 한다. 이 때문에 후대 사람들이 농사를 지어서 음식을 해 먹을 때마다 그를 생각하고 '고시네' 를 부르며 그에게 음식을 바쳤다고 한다. 그것이 '고시레', '고수레' 등으로 널리 쓰이다가 '고수레'가 표준어로 굳어졌다.
바뀐뜻 : 음식을 먹거나 무당이 푸닥거리를 할 때, 혹은 고사를 지낼 때 귀신에게 먼저 바친다는 뜻으로 음식을 조금 떼어 던지며 외치는소리다.
예를 들어,
- 명색이 산신제를 지낸다면서 고수레를 빠드리다니 안 될 말이지.
- 고사 지낼 때 시루덕 던지면서 하는 말이 '고시레'가 맞아, '고수레'가 맞아?
고수레
고수레는 들에서 음식을 먹기 전 조금 떼어 ‘고수레’라고 말하면서 허공에 던지는 민간신앙 행위이다. 고수레의 유래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가 전승되고 있으나, 모두 고수레에 대해 부연 설명을 하기 위한 이야기들로 후대에 생겼다. 자신의 복을 위해서 음식을 조금 떼는 이 행위는 그 연원이 분명하지 않으나, 음식을 먹기 전 자신의 소망을 돌아보면서 신성한 존재에게 소망을 기원하는 의미와 함께 그 음식을 제물로 올리는 행위이다. 현재는 단절되어 더 이상 전승되지 않는다.
들에 나가 음식을 먹을 때 음식을 조금 떼어 허공에 던지는 행위를 일컫는 것으로, ‘고시래’ · ‘고시레’라고도 한다. 고수레는 음식을 던지는 행위를 가리키기도 하고, 던지는 음식 자체를 가리키기도 하며, 음식을 받는 존재를 가리키기도 한다. 그 어원과 의미는 알 수 없다. 음식을 던지면서 고수레라고 말할 때는 가급적 큰 소리로 외친다.
고수레의 기원을 알려 주는 여러 이야기가 현재 전승되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후대에 생긴 것으로 고수레를 설명하려는 민간어원(民間語源)에 가깝다. 고수레의 어원에 관한 이야기는 전국적으로 전승되고 있다. 지역에 따라 특정한 유형이 분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역과 전승 설화(說話) 간의 연관성을 찾기는 어렵다.
고수레의 기원을 알려 주는 이야기의 유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유형은 고씨 성을 가진 이가 굶주려 죽자, 마을 사람들이 이를 불쌍하게 여겨 음식을 나눠 주었다는 것으로, 전승자들은 이를 일종의 고사(告祀)로 인식한다.
둘째 유형은 자신의 복을 기원하기 위해 고수레를 시작했다는 것으로, 도선국사와 관련된다. 도선국사는 성씨가 고씨인 어머니의 무덤을 전라도 만경뜰에 만들었는데, 마을 사람들이 무덤에 묻힌 도선국사의 어머니에게 진지 잡수라고 음식을 나누자, 풍년(豐年)이 들었다. 이후 사람들은 농사가 잘되라고 음식을 던졌다고 한다. 지역에 따라서는 도선국사가 마을 사람의 꿈에 나타나, 자기 어머니의 무덤에 음식을 바치면 비를 내린다고 했고, 도선국사의 말대로 하자 실제로 비가 내려 그 후 고수레를 했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셋째 유형은 고시레라는 이름을 가진 이가 연안 벌판에서 얻어먹다 죽었고, 마을 사람들이 액(厄)을 막기 위해 밥을 한 숟가락 떠서 물리면서 고수레가 생겼다는 이야기이다.
이야기들은 모두 고씨 성을 가진 이가 죽었고, 이후에 액을 물리거나 자신의 복을 위해 밥을 떠서 던지면서 고수레가 생겨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남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과 자신의 복을 기원하는 마음이 바탕에 깔려 있는 것으로 고수레가 인간의 보편적인 심성(心性)과 연결되었음을 보여 주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모두 고씨 성을 가진 사람과 고수레를 연결하고 있어, 고수레의 기원을 알려 주기보다 고수레의 유래를 나름대로 설명하는 내용으로 보인다.
고수레의 용례는 여러 문헌에도 보인다. 19세기 말에 간행된 『무당내력(巫黨來歷)』은 서울굿의 여러 장면을 그린 것으로, 「별성거리」 설명에서 “ 단군의 신하 고시례가 백성들을 가르쳐 곡식을 심고 거두게 했고 인민(人民)들은 그 은혜를 잊지 못했다.”라고 하고 있어 고수레가 곡식 재배와 관련이 있음을 보여 준다.
『무당내력』은 서울굿의 유래를 설명하면서 단군과 관련된 다양한 근거를 제시한다. 이것은 단군의 신하라는 고시례가 실제로 존재했느냐 아니냐의 문제와 무관하게, 고수레의 연원이 오래되었음을 보여주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이 구절은 최영년(崔永年)이 지은 「해동죽지(海東竹枝)」에 그대로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조선 숙종 때 간행된 책으로 알려진 「규원사화」에도, 고씨가 불을 가르치고 농사짓는 법을 가르쳐 후대 사람들이 감사의 표현으로 음식의 일부를 허공에 던졌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로 미루어 보아 고수레 행위는 오래 전부터 행해진 것으로 보이지만 연원은 알 수 없다. 『해동가요(海東歌謠)』에 수록된 이정보(李鼎輔)의 사설시조(辭說時調)에는 “전라도 경상도라 울산바다 나주바다 칠산바다 안흥목 손돌목 강화목 감도라들 제 평반(平盤)에 물 담드시 망견창파를 가덧 도라오게 고수레 고스레 소망 알게 오쇼셔 이어라 저어라 빼 띄여라 지국총 나무아미타불”이라는 구절이 있다. 이 시조에서는 고수레가 뱃사공이 험한 바다를 무사히 건너갈 수 있게 기원하는 주술적(呪術的)인 용어[呪言]로 나오지만, 밥을 던지는 행위는 보이지 않는다. 이로 보아 고수레는 자신의 평안과 소망을 기원하는 주언으로 존재하다가 농업의 풍년을 기원하는 말로 확장된 것으로 보인다.
고수레는 소망을 기원하는 주술 용어가 음식을 한 숟가락 던지는 행위와 연결되면서, 음식을 바치는 행위[獻食]가 소망을 기원하는 것에 대한 답례로 존재함을 보여 주었다. 나아가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음식을 혼자 먹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나누는 마음이 있어야 함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음식을 사람만 먹는 것이 아니라 귀신도 먹고 새도 먹고 풀도 먹는 것이라는 전승자의 인식 속에는 고수레가 가진 생명 사상과 나눔 의식이 보인다. 아울러 고수레의 유래를 다룬 여러 이야기에도 보이듯, 남을 위하는 마음이 결국 자신의 소망을 이루는 바탕이 된다는 인식도 내재(內在)하여 있다. 그리고 음식의 첫술을 바친다는 것은 인간을 위해 준비한 음식이지만 우선 신에게 올린다는 공경(恭敬)의 마음도 있다.
한편 고수레에는 주술 용어와 함께 밥을 던지는 행위도 포함되어 있다. 이것은 고수레가 의례(儀禮)의 흔적임을 보여 주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말과 행위가 함께 이루어지는 것은 의례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밥은 의례를 위해 신성한 존재에게 올리는 제물(祭物)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농사일을 하는 이들은 풍년을 항상 기원해야 할 필요가 있었고, 밥을 먹으면서도 풍년을 기원하는 작은 의례로 고수레를 행한 것으로 보인다.
고수레
(명) 민간 신앙에서, 산이나 들에서 음식을 먹을 때나 무당이 굿을 할 때, 귀신에게 먼저 바친다는 뜻 으로 음식을 조금 떼어 던지는 일.
★ 무당은 마지막 순서로 밥을 퍼서 강물에다 고수레를 했다. (윤흥길의 소설 『무제』에서)
술꾼들이 술병을 새로 딸 때 술을 조금 흘려 버리는 일도 고수레라고 하는데, 이건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술꾼들이란 "피같은 술"이란 말이 있을 만큼 술 한 방울도 아깝게 여기는 족속들인데, 술을 버리다니. 하기는 막걸리나 소주를 마실 때는 고수레를 하는 것을 많이 보아 왔지만, 비싼 양주를 마실 때는 한번도 그런 적이 없는 것을 보면 귀신에게는 이 정도까지만 주어야지 하는 한계랄까 선(線) 같은 것이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고수레의 기원이나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제기되고 있는데, 그 가운데 대표적인 두 가지를 소개한다.
첫 번째는 고시(高矢)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고시는 단군 때에 농사와 가축을 관장하던 신장(神將)의 이름으로, 그가 죽은 뒤에도 음식을 먹을때는 감사의 표시로 일부를 그에게 먼저 바친 뒤에 먹던 습속(習俗)이 있었는데, 이것이 지금의 고수레가 되었다는 것이다.
다음은 고씨례(高氏禮)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설이다. '전설따라 삼천리'가 늘 그렇듯이 연대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삼남 지방 어느 고을에 고씨 성을 가진 한 지주가 있었다고 한다. 그는 마음씨가 좋고 후덕하여 자기 땅을 부치는 소작인들에게 소작료를 감해 주거나 면제해 주었으며, 자기가 새로 사들인 전답을 소작인들의 사정에 따라 골고루 나눠주어 무상으로 경작하게 했다. 그래서 그 지역의 농민들은 그를 받들어 존경하게 되었으며, 그 뒤부터는 언제 어디에서든지 먹을거리가 생기면 먼저 고마운 지주인 고씨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표시로 "고씨례(高氏禮)"라고 외치면서 음식을 조금씩 사방에 뿌렸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얘기한 고수레 말고 다른 고수레가 또 있는데. 이왕 고수레로 시작을 했으니 다른 고수레도 마저 알아보자. 흰떡을 만들려고 쌀가루를 반죽할 때 끓는 물을 쌀가루에 훌훌 뿌려 섞어서 물기가 고루 퍼지게 하는 일도 고수레라고 한다.
‘고수레’를 하는 마음
주로 사막이나 초원 지역에서 가축에게 먹일 물과 풀을 찾아 떠도는 유목민(노마드), 현대에 와서 이 ‘노마드’란 단어는 고정관념과 위계질서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사람들, 혹은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노트북과 스마트폰 등으로 공간 제약 없이 자유롭게 일하며 생활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데 쓰이곤 한다.
최근 개봉한 미국 영화 <노매드랜드>(클로이 자오 감독)에서는 경제위기, 특히 2007년에 촉발되어 2009년까지 이어진 세계적인 금융위기 이후 직장과 가족, 고향과 집을 잃고 밴이나 트레일러, 캠핑용 픽업트럭 같은 ‘움직이는 부동산’에서 지내며 저임금의 단기 노동을 찾아 떠도는 사람들이 새로운 개념의 유목민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이들은 홈리스가 아니다. 영화에서도 주인공 ‘펀’이 친구의 딸이자 과거의 제자에게(펀은 한때 임시 교사였다) 자신은 홈리스가 아니라 단지 집이 없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올뿐더러, 영화의 원작이 된 제시카 브루더의 동명의 책(<노마드랜드>)에도 금융위기 이후 등장한 이 노마드(노매드)들은 그 사고방식이나 외양이 중산층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하긴, 수시로 빨래방에 가서 옷을 세탁하고 피트니스 클럽에 등록하여 샤워를 하는 홈리스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노매드랜드>는 자발적으로 고정된 집을 거부한 사람들의 구도와도 같은 삶을 다룬 영화일까. 아니, 꼭 그렇지는 않다. ‘펀’뿐 아니라 펀이 길에서 만나는 모든 노마드들은 충분히 외롭고 고단하다. 나방이 창문에 가득 붙은 공중화장실에서 아무런 미적 고려 없이 머리칼을 싹둑싹둑 자른다든지, 난방이 안 되는 차 안에서 새벽 내내 자신의 입김을 보며 잠을 설치는 펀의 모습은 일반적인 홈리스들의 현실과 아주 멀어 보이지는 않았다. <노매드랜드>가 홈리스의 현실과 다른 무언가를 담았다면, 그건 제 몸 하나는 가꿀 수 있고 이동과 잠자리를 해결해주는 큰 차를 소유했다는 조금 나은 조건이 아니라 선뜻 다른 이에게 커피나 샌드위치, 담배를 나눠주는 연대의 순간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10여년 전 폴란드에서 1년 가까이 한국어 선생으로 지내던 때, 어느 날 이르게 잠에서 깨어 동틀 무렵 강사용 기숙사를 나서니 쓰레기통 밖에 걸어놓은 비닐봉지를 수거해 가는 나이 든 노숙인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제야 폴란드 사람들이 빵만큼은 깨끗한 봉지에 따로 담아 버리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훗날 조경란의 단편소설 ‘밤을 기다리는 사람에게’(<일요일의 철학>, 창비)의 한 장면을 읽으며 나는 폴란드에서 목격했던 그날의 풍경을 떠올렸는데, 일본의 식당에서 주방 보조로 일하는 한국인 남자 ‘진교씨’가 유부가 든 음식을 먹을 때마다 고수레하듯 식당 밖으로 음식의 일부를 미리 던져놓는 장면에서다. 고수레는 음식을 먹기 전에 조금 떼어내어 “고수레” 하고 외친 뒤 허공에 던지는 주술적 행위인데, 그 기원 설화를 보면 생전에 외롭고 배고팠던 사람들이 그 고수레를 받는 귀신으로 등장하곤 한다.
하반기에는 백신 접종이 마무리되어 코로나의 그늘에서 차근차근 벗어나게 될 거라고 우리는 기대했지만, 바이러스는 그 기대를 비웃듯 다시 창궐했고 사회적 거리두기는 강화됐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이 팬데믹 시대의 우리는 언제라도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일상이 무너질 위험을 안고 산다는 점에서, 또한 집이든 일자리든 보장된 것을 거의 누리지 못한다는 점에서 노마드의 운명을 공유하고 있다. 비록 대기는 어둡고 바람은 차도 전등 하나를 들고 노마드들의 땅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는 영화 속 ‘펀’의 얼굴이, 언제라도 자기 몫의 무언가를 나눌 준비가 되어 있는 고독하면서도 품위 있는 그 미소가 계속해서 떠오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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