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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고추_고초(쓴 풀)

by noksan2023 2025.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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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_고초(쓴 풀)

 

 

고추

 

 

참   뜻 : 조선 중기에 들어온 고추의 본래 이름은 고초(苦草)였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자면 '쓴 풀'이라고 하겠는데, 옛날 사람들은 고추의 매운맛을 '쓰다'고 표현했다. 반면에 '맵다'는 말은 고되고 독한 것을 나타낼 때 썼다.

 

바뀐뜻 : '고초'가 후대로 내려오면서 소리의 변화를 일으켜 '고추'가 되었다. 고추의 특성인 매운맛이 다른 사물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고되고 독한 일이나 사람을 가리키는 비유로 널리 쓰이고 있다. 예를 들면 '고추같이 매운 시집살이', '고추바람' 등이 그것이다. 뿐만 아니라 길쭉하고 뾰족한 그 모양에 착안하여 그와 비슷한 모양을 한 사물에도 고추라는 이름이나 별명을 지어 불렀다. 아들을 가리키는 '고추', 끝이 뾰족한 '고추감' 등을그 예로 들 수 겠다.

 

예를 들어,

- 옛날 시집살이 노래에 보면 

 

"고초, 당초 맵다 한들 시집살이 더할쏘냐"

 

하는 노래가 있는데, 거기에 나오는 고초나 당초가 다 고추를 가리키는 말이라더군요.

 

 

고추

 

 

풋고추

 

 

 

고추는 가짓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이다. 줄기는 60㎝에 달하며 꽃은 여름에 핀다. 열매는 길이가 5㎝이며 익으면 붉은색이 된다. 중부아메리카가 원산지이며 우리나라에는 17세기 초엽에 전래되었다. 고춧가루용 고추는 3월 상순에서 하순에 걸쳐 파종하고 9월부터 3~4회 수확한다. 고추가 매운 것은 캡사이신이라는 성분 때문인데 이 성분은 기름의 산패를 막아주고 젖산균의 발육을 돕은 기능을 한다. 비타민A로 전환되는 성분이 많고 특히 비타민C의 함량이 높다. 붉은색으로 인해 벽사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매운맛시집살이를 비유하는 데 쓰이기도 했다.

 

고초(苦草 · 苦椒) · 번초(番草) · 남만초(南蠻草) · 남초(南椒) · 당초(唐草) · 왜초(倭草) 등으로 부른다. 학명은 Capsicum annuum L.이다. 줄기 높이는 60㎝에 달한다. 잎은 어긋나고 잎자루가 길고 난상피침형(卵狀披針形)이며 양끝이 좁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은 흰색으로 여름에 핀다. 열매는 장과(漿果: 살과 물이 많고 씨앗이 있는 열매)로서 길이가 5㎝ 정도이며 익으면 붉은색이 된다.

 

(1) 전래

 

중부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고추는 흔히 오랜 옛날부터 우리 겨레가 먹어온 것으로 알고 있으나, 실제로는 17세기 초엽에 전래되었다. 16세기에 중국에서 발간된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고추에 관한 언급이 없으며, 일본의 『초목육부경종법(草木六部耕種法)』에는 1542년 포르투갈 사람이 고추를 전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지봉유설(芝峯類說)』에도 고추가 일본에서 전래되어 왜겨자[倭芥子]라고 한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일본측 기록인 『대화본초(大和本草)』 · 『물류칭호(物類稱呼)』 등에는 우리나라에서 전래된 것이라고 하고, 『화한삼재도회(和漢三才圖會)』 · 『본초세사담기(本草世事談綺)』 · 『성형도설(成形圖說)』 등에는 우리나라 혹은 남만에서 온 것이라 기록되어 있다.

이러한 기록들을 종합해보면 고추가 일본에 먼저 전래되었고, 우리나라에는 일단 일본을 통하여 들어왔으나, 중국에서 들어온 새로운 품종과 일본에서 들어온 품종,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육성된 품종들이 서로 교류되어 오늘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2) 성분

 

조선시대에는 고추를 ‘고초(苦草)’라고도 표기하였다. 오늘날에는 고추의 ‘고(苦)’ 자가 쓰다는 뜻으로 쓰이나 조선시대에는 맵다는 뜻으로 쓰였기 때문에 입 속에서 타는 듯이 매운 고추의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특성은 캡사이신(capsaicin)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캡사이신은 기름의 산패를 막아주고 젖산균의 발육을 돕는 기능을 한다.

 

김치에 젓갈류를 넣게 된 것은 고추가 전래된 이후인 1700년대 말엽부터로, 캡사이신이 산패를 막아 비린내가 나지 않도록 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캡사이신의 함량은 부위에 따라 차이가 있어 종자가 붙어 있는 흰 부분인 태좌(胎座)에는 과피(果皮)보다 몇 배나 많으며, 종자에는 함유되어 있지 않다.

 

우리나라의 김장용 고추는 미국의 타바스코 · 테키산스, 일본의 다카노쓰메[鷹の爪]와 같은 품종보다 캅사이신은 3분의 1, 당분은 2배 정도 들어 있어 매운맛과 단맛이 잘 조화되어 있다. 고추의 붉은색은 캅산틴 · 캅솔빈과 같은 카로티노이드계 색소 수십 종이 어울려서 나타나는 것으로, 여기에는 몸 속에서 비타민 A로 바뀌어 비타민 A의 공급원이 되는 것이 많다. 또 비타민 C의 함량이 많아서 감귤류의 2배, 사과의 50배나 된다.

 

(3) 종류

 

고추는 서로 다른 품종이 바람에 의한 수정으로 쉽게 교잡종을 만들기 때문에 전세계로 전파되는 가운데 수많은 품종이 생겨났다. 우리나라의 농가에서도 해마다 잡다한 종자를 그대로 심어왔기 때문에 지방에 따라 여러 품종이 생겨나서 약 100여 종에 이르고 있다. 이것들은 주로 산지의 명칭을 따서 영양 · 천안 · 음성 · 청송 · 임실 · 제천 · 제주 · 정선 · 장단 · 연천 · 진안 · 무주 · 금산 · 강경 · 보은 고추 등으로 불리는데 각기 특색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영양고추는 끝이 둥글며 열매에 윤기가 많고 매운맛과 단맛이 적당히 배합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껍질이 두꺼워 고춧가루가 많이 나온다.

 

잡다한 품종이 정리되지 않은 채 재배되어 오다가 1953년경부터 원예시험장에서 전국 고추품종의 계통을 세우고 우수한 품종을 선발하여 육성하는데 힘을 기울이게 되었다. 그 결과 경상남도 고성군의 재래종은 열매수확량이 많고 맵기 때문에 김장용 고추로 권장되고, 동래 서동지역의 재래종은 수확 시기가 빠르고 수확량이 많으며, 열매가 크고 병해에 잘 견딜 뿐만 아니라 매운 맛이 약하기 때문에 채소용 고추로 권장되고 있다.

 

오늘날 외국의 우수품종을 도입하여 매우 많은 일대잡종(一代雜種)을 육성하여 시판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들 개량종 고추를 통틀어 호고추라고 하는데, 이것은 생육 초기에는 매운 맛이 적어서 채소용으로 알맞고, 생육 말기에는 매운 맛이 약간 늘어나서 건과용이 된다. 또한 열매가 붉고 굵으며 껍질이 두껍고 씨가 적어서 가루가 많이 나는 이점이 있다. 이에 비하여 재래종 건고추는 과피가 얇고 매운 맛이 강하며 고유의 독특한 맛이 있는데 이를 조선고추라고도 한다. 조선고추 가운데서 무주 · 진안산은 크기나 모양이 균일한 태양초이다. 태영초는 색깔과 광택이 선명하고 건조상태가 좋으며, 표피가 매끈하고 주름이 없는 것이 좋다. 또 꼭지가 부서지거나 빠진 것이 없어야 한다.

 

(4) 생산과 유통

 

고추는 고온성 채소로 싹을 틔우는 온도는 25℃ 내외가 적당하다. 토양은 보수력이 있는 양토가 가장 좋다. 채소용 고추는 1월 하순에 씨를 뿌려 2∼3회 옮겨심고, 4월 하순에 아주심기를 한다. 아주심기를 한 다음 30∼40일이 지나 수확하기 시작하는데 촉성재배에서는 30일이면 수확한다.

 

건과용 고추는 3월 상순에서 하순에 걸쳐 씨를 뿌려 9월부터 3∼4회 수확하는데, 품종에 따라 11월에 줄기째 거둬 건조시킨 다음 열매를 따는 것도 있다. 추수 전의 맏물고추가 가장 좋아서, 빨갛게 익은 고추를 따서 말리면 껍질이 두껍고 씨가 적으며 짙은 자주빛이 나고 윤기가 돈다. 추석이 지난 이후의 끝물고추는 껍질이 얇고 분홍빛이 돌며 씨가 많다.

 

상추쌈과 함께 풋고추는 우리가 즐겨 먹는 채소용 고추로서, 최근 비닐하우스 재배를 통하여 싱싱한 야채의 하나로 많이 생산된다. 건과용 고추는 마늘과 함께 김장의 주요 양념이자 김장시장의 주요한 품목이다. 그러나 짧은 기간에 많은 양이 한꺼번에 소비되므로 수급조절이 어려워 김장철에 배추 · 마늘과 같이 고추값파동이 일어나기도 한다.

 

고추는 건조상태가 좋아야만 빛깔이 아름답고 오래 저장할 수 있다. 멍석이나 가마니 등에 널어 햇볕에 말리는 태양초는 빛깔이 골고루 붉으며 광채가 나고, 꼭지에 노란 빛이 돈다. 미처 건조되지 않은 고추는 멍석에 펴놓고 폴리에틸렌을 덮어주거나 비닐하우스 속에서 건조시킨다.

연초건조장이나 간단한 화력건조장에서 50∼60℃의 온도로서 1∼2일간 건조시키는 화건초는 제 빛깔이 아닌 검붉은 빛깔이나 검정빛을 띠게 되고 꼭지에는 검푸른 빛이 나게 된다. 또한, 온도가 60℃ 이상이 되면 빛깔이 더욱 나빠지고 매운 맛도 줄어들게 된다.

 

(5) 이용

 

잎은 어린 열매와 함께 졸이거나 데쳐서 나물로 이용되고, 열매는 날것으로 먹기도 하고, 갈아서 향신료로 쓰인다. 채소용 고추는 주로 날것으로 고추장이나 된장에 찍어 먹는다. 또 반으로 쪼개어 속에 두부 · 쇠고기 등을 버무려 넣어서 전(煎)을 만드는 데 쓰이기도 하고, 통째로 구멍을 뚫어 젓국에 절여 놓았다가 겨울철의 밑반찬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홍고추는 생것을 갈아서 나물의 조미료로 이용하며, 건고추는 가루를 내어 김치의 양념으로 쓰거나 고추장을 담그는 데 이용한다. 특히, 고추장의 등장은 우리의 식생활의 면모를 크게 바꾸어 놓았다. 고춧가루나 고추를 다져서 넣은 양념과는 달리 고추장은 나물을 무치고 국과 찌개에 넣는 좋은 조미료가 된다.

 

또한, 생야채를 찍어먹거나 우리나라에 독특하게 발달한 다양한 쌈의 중요한 조미료가 되기도 한다. 초와 어울린 초고추장은 회와 생선회의 양념장으로 중요하다. 고추장에 오이 ·  · 마늘종 등을 박아서 독특한 맛의 고추장 장아찌도 만들게 되었고, 비빔밥의 풍모도 일신하여 놓았다.

 

요즈음에는 고추가 자극성이 강하여 위염이나 위궤양의 원인이 되므로 고추를 덜 먹자는 주장이 나오기도 하였는데, 학설이 일정하지 않고 고추의 매운 맛 성분이 결코 몸속에서 흡수되지 않는 것도 확인되었다. 1800년대의 『규합총서(閨閤叢書)』에서도 고추를 김치나 그밖의 조리에 알맞게 쓰라고 기록되어 있다. 알맞은 양의 고추는 식욕을 촉진하고 소화를 돕게 되는 것이다. 다만,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서는 일본의 『화한삼재도회』를 인용하여 그 성질이 대온(大溫)하여 매우 맵고, 많이 먹으면 화(火)가 동하고 창(瘡)을 나게 하며 낙태한다고 설명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붉은색이 태양이나 불을 상징하며, 잡귀를 쫓는 색깔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고추는 벽사(辟邪)의 의미로 쓰였다. 즉, 민간에서 장을 담근 뒤에 새끼에 빨간 고추와 숯을 꿰어서 독에 둘러 놓거나 고추를 독 속에 집어넣는 것은 장맛을 나쁘게 만드는 잡귀를 막으려는 것이다. 경상북도 동해안지방의 별신굿에서 굿상에 소금 1접시, 물 3그릇에 빨간 고추와 숯을 띄워 놓는 것도 그 의미는 같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고추는 그 생김새가 남아의 생식기와 비슷하므로 태몽으로 고추를 보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신이 있다. 민간의 습속에 아들을 낳으면 왼새끼 인줄에 고추와 숯을 꿰어 대문 위에다 걸어 놓는다. 이것은 남아의 생식기가 고추와 비슷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고추의 빨간색이 가진 벽사의 기능 때문에 잡귀나 잡인의 출입을 막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기도 하다.

 

고추는 그 특유의 매운 맛 때문에 시집살이 노래의 좋은 소재가 되기도 하였다. 경상북도 경산지방의 민요 가운데 나오는 “시잡살이 개집살이/ 앞밭에는 당추심고/ 뒷밭에는 고추심어/ 고추당추 맵다해도/ 시집살이 더 맵더라.”라는 구절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한편, 민간요법으로는 감기에 걸렸을 때 고추감주라고 하여 감주고춧가루를 타서 마시기도 하며, 더러는 소주에도 고춧가루를 타서 마시기도 한다.

 

 

후추와 고추

 

 

후추와 고추

 

 

 

지금까지의 연구들은 한결같이 이 ‘果綽’을 ‘고쵸’로 읽고, 아무 설명도 없이, 현대국어의 ‘고추’와 일치하는 것으로 보았다. 아마도 중세국어의 ‘고쵸’에서 근대국어의 ‘고쵸’를 거쳐 현대국어의 ‘고추’에 이르는 과정이 너무나 분명하여 아무런 의문도 느끼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한다.

 

중세국어의 ‘고쵸’를 현대국어의 ‘고추’와 같은 것으로 본 지금까지의 해석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이것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실수였다.

 

첫째, 고추는 15 16세기의 우리나라에 있지도 않았다. 고추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은 임진왜란 때였다.

 

둘째, ‘胡椒’는 고추가 아니라 ‘후추’를 가리킨 말이었다. 본초강목을 비롯한 중국 책들을 들출 것도 없이, 이것이 후추(piper nigrum)을 가리킴은 한 점의 의문도 있을 수 없다. ‘胡椒’의 ‘胡’는 이것이 중국 원산이 아니요 세외에서 온 것임을 말해 준다. ‘胡’는 진한 이전에는 흉노를 가리켰으나 뒤에는 塞外民族의 범칭으로 쓰였던 것이다. 후추의 원산지는 印度 남부로서 아라비아 상인들을 통하여 紀元前에 유럽에 들어갔고 중국에 들어온 것은 이 보다 뒤의 일이었다고 한다. 東西를 莫論하고 후추는 貴族만이 즐긴 매우 진귀한 香辛料(향신료)였다. 이것이 언제쯤 우리나라에 들어왔는지 확실한 기록이 없어 알 길이 없다. 麗末에 사신이 바친 ‘ ‘胡椒’를 諸宮에 나누어 준 기록이 있고(「高麗史」 권137. 列傳 권50) 朝蘇朝에 들어와서는 일본이나 琉球 사신의 方物 중에 ‘胡椒’가 들어 있는 기록(「成宗實錄」 권189. 17년 3월 甲寅) 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후추가 매우 진귀한 물건이었음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셋째, 平安 方言에서는 후추를 ‘고추’라 하고 고추는 ‘탱가지, 당추, 댕추’ 라 한다. ‘고추’가 본래 후추를 가리킨 중세국어의 遺影이 거기에 보존되어 있는 것이다. ‘댕가지’와 ‘당추, 댕추’는 이 방언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러 방언 조사를 종합해 보면 ‘댕가지’는 江原 방언에서도 들을 수 있으며 ‘당추, 댕추’는 위의 두 방언과 黃海, 京幾 방언에서도 들을 수 있을 만큼 그 分布가 자못 넓다. 忠淸 이남의 방언에서는 '당추’가 쓰이지 않는 듯하나, 옛날에는 어떠했는지 궁금하다.

 

이로써 중세국어 문헌의 ‘고쵸’가 후추를 가리킨 말이었음이 밝혀진 것으로 믿는다. 여기서 중세국어 문헌에서 언해문에 ‘ 胡椒’가 쓰인 예가 있음을 지적해 둔다. 이들은 이 漢字語도 그 때에 사용되었음을 보여주는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고쵸'가 언제 어떻게 해서 고추를 가리키게 되었을까. 여기서 우선 고추에 관한 역사적 사실을 분명히 알아 둘 필요가 있다. 고추의 원산지는 南아메리카라고 하며 이것이 西洋을 통하여 日本으로 온 것이 16세기 후반이었고 우리나라로 들어온 것은 임진왜란 전후의 일이었다.

 

16 17세기의 일본에서는 이것으로 주로 남양제도를 거쳐 들어온 포르투갈, 에스파냐 사람을 가리켰던 것이다. 고추가 이들을 통하여 들어왔으므로 일본에서는 이것을 nanban karasi 또는 다만 nanban이라 일컬었다. 현대 일본어로는 고추를 togarasi라 하며 '당신자, 당겨자' 등으로 표기된다. '당'은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중국을 가리켰지만, 일본에서는 모든 외래품에 '당'을 붙이는 관습이 있었던 것이다. 국어의 일부 방언에 '댕가지, 당추, 댕추' 등이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들도 일본어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중세국어의 ‘고쵸’의 자리를 ‘호쵸’가 차지하고 ‘고쵸’는 새로 들어온 고추에 그 몸을 의탁하였음은 매우 흥미 깊은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이 변화가 고추의 새로운 등장으로 일어난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인바 고추를 ‘예고쵸’라 부르는 일이 널리 퍼지면서 후추를 ‘고쵸’라 부르기 보디는, 중세국어 말기에 이미 쓰이기 시작한 ‘胡椒’의 字音 ‘호쵸’를 쓰는 일이 잦게 된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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