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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두문자

씨름도_조선 후기 풍속화의 걸작

by noksan2023 2025.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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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름도_조선 후기 풍속화의 걸작

 

 

 

 

 

 

 

위 그림은 단오날, 서로 힘을 쓰고 있는 두 명의 씨름꾼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빙 둘러 앉아 이들의 시합을 흥미진진하게 구경하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 왼편의 사내는 상대를 들배지기로 번쩍 들어 올리며 넘어뜨리려 용쓰는 중이다. 그런데 잘 보면 샅바가 지금과 달리 허벅지에만 휘감겨 있다. 조선 후기 한양을 중심으로 유행했던 바씨름의 경기 방식이다. 이처럼 그림 속 인물의 모습에서 우리는 시간과 장소에 관한 정보를 찾아낼 수 있다.

 

「씨름도」는 우리에게 18세기 조선의 모습을 알 수 있는 많은 단서를 제공한다. 먼저 양반 중심의 신분제 해체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두 선수의 옷차림을 보면 소매가 짧은 왼쪽 사내는 상민이고, 단정하게 차려입은 오른쪽 사내는 양반이다. 그러니 벗어 놓은 짚신은 왼쪽 사내의 신발이고, 가죽신은 오른쪽 사내의 신발일 것이다. 구경꾼을 살펴봐도 털벙거지를 쓴 마부와 갓을 쓴 양반이 함께한다. 신분제가 엄격했다면 이런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다음으로 상품 화폐 경제가 성장하고 있었다는 점도 연관 지어 볼 수 있다. 모두가 씨름을 구경하는 상황에서도 엿장수는 엿을 팔 생각으로 웃으며 호객에 열심이다. 이 시기는 모내기법 등으로 농업 기술이 크게 발전하였다. 생산력의 향상은 곧 상공업의 발달로 이어졌다. 지방에서는 5일에 한 번 열리는 장시가 성행하였다. 한양에서는 정부가 허가한 상설 점포인 시전이 있었지만, 이현과 칠패 등 도서 밖에는 허가받지 않은 난전들이 여기저기 생겨났다. 이러한 경제적 변화가 신분제 변화를 앞당김과 동시에 서민 의식과 문화의 성장을 가져왔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 한편에서 벌어지는 판소리와 마당놀이, 그리고 상민과 양반이 함께 즐기는 씨름 대회가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아닐까?

 

사실 이 풍속화는 서민 문화가 발달했음을 보여 주는 증거이다. 「씨름도」는 서민들이 보라고 빨리 그려 낸 그림이다. 고급 화선지가 아닌 일반 장지에 그렸고, 글씨 한 자 쓰지 않았다. 그러니 서민들의 생활에서 소재를 찾았고, 결정적으로 씨름 시합도 상민이 양반을 이기는 것으로 연출되어 있다. 오른쪽 아래의 상투머리 사내의 오른손에 왼손이 붙어 있는 것도 실수가 아니라 틀린 그림 찾기에 해당하는 화가의 선물임이 분명하다. 「단원 풍속도첩」의 다른 풍속화에서도 이런 예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렇지만 남녀를 구분하는 풍습은 여전히 엄격하였다. 「씨름도」에는 온갖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지만, 여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여성들은 단오절이라고 창포물에 머리 감고 그네뛰기 널뛰기를 하러 간 걸까? 「씨름도」가 그려진 조선 후기에도 유교적 관념에 따른 여성 차별은 여전했음을 알려 준다고 생각해 본다. 

 

 

 

김홍도의 ‘씨름도’, 씨름꾼 어디로 넘어지나

 

 

 

씨름도

 

 

 

여기 단원 김홍도의 그림 ‘씨름도’가 있습니다. 두 사람 가운데 오른쪽 사람은 입을 꽉 깨물었으며, 광대뼈가 툭 튀어나왔고 두 다리를 떠억 버티고 선 모양새를 보면 이번엔 이기겠다는 단단한 각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반면에 왼쪽에 번쩍 들린 사람의 표정을 보면 눈을 똥그랗게 뜨고, 양미간 사이엔 깊은 주름이 잡혀 있으며, 눈빛은 쩔쩔매는 듯 너무나 처절합니다. 더구나 한쪽 다리는 번쩍 들려있어서 이 사람이 분명히 질 것이라고 우리는 짐작을 해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그림에서 왼쪽 사람이 넘어진다면 과연 어느 쪽으로 넘어질까요? 자세히 보면 왼쪽 사람들은 느긋하게 구경을 하고 있는데, 반해 오른쪽 아래 구경꾼들은 몸을 뒤로 젖힌 것은 물론 뒤로 손을 짚은 채 당황하는 표정을 짓고 있지요. 그래서 왼쪽 씨름꾼은 당연히 이쪽으로 넘어질 것이란 짐작을 해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잘못 그려진 부분이 한 군데 있는데 뒤로 몸을 젖힌 구경꾼의 손을 반대로 그려놓았는데 참 어색합니다. 천하의 단원이 이런 실수를 했을까요? 아니면 재미있으라고 의도적으로 그렇게 그린 것일까요? 타임머신 타고 옛날로 돌아가서 단원에게 물어볼 수도 없지만 단원은 분명히 그걸 알고 그렸을 것입니다. 옛그림의 이런 재미난 얘기들은 고 오주석 선생이 쓴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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