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 총선 출마 전격 선언 (입장문 전문)
“두려운 마음으로 새로운 길을 가려고 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총선 출마를 시사했다. 조 전 장관은 8일 페이스북에 ‘입장문’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두려운 마음으로 새로운 길을 가려고 한다”라면서 사실상 총선에 출마하겠단 뜻을 밝혔다. 그는 글에서 “(총선일인) 오는 4월 10일은 민주주의 퇴행과 대한민국의 후진국화를 막는 시작이 돼야 한다. 그 목표에 동의하는 누구라도 나서 힘을 보태야 한다. 작지만 간절한 손들이 모여 큰 산을 옮기고 작은 물방울이 모여 큰 강을 이뤄 마침내 바다로 나아가듯이, 그 어느 때보다 지금은 작은 힘이라도 모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믿는다”라며 “저의 작은 힘도 이제 그 길에 보태려 한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저 자신의 부족함을 잘 알고 있다. 흠집 있고, 상처 많은 그 힘이라도 국민이 명령하시는 곳에 쓰겠다”라면서 “제가 무엇이 되려 하지 않겠다. 오직 국민만 보고, 국민의 목소리만 듣고, 국민이 가라 하시는 길로 가겠다”고 했다. 그는 “검찰 집단의 횡포를 누구보다 온 몸으로 겪은 사람으로, 어떤 어려움과 고난이 닥쳐 온다 해도 회피하거나 숨지 않겠다. 저를 응원해주시는 마음 뿐 아니라, 저에 대한 실망과 비판도 겸허히 듣겠다”라며 “정치가 국민에 의해 움직일수 있도록, 정부가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저의 모든 힘을 다 바치겠다”고 했다.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를 받는 조 전 장관은 항소심에서도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김우수 김진하 이인수 부장판사)는 이날 업무방해·청탁금지법 위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에게 징역 2년의 실형과 600만원 추징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조 전 장관은 "상고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이 ‘입장문’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
두려운 마음으로 새로운 길을 가려고 합니다.
모든 것이 후퇴하고 있는 윤석열 정권 아래에서 고통 받고 있는 국민의 삶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무거운 마음으로 제가 가고자 하는 길을 말씀드립니다. 지금 저는 5년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받았을 때보다 더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후보자로 지명받은 이후 저로 인해 국민들이 받은 상처에 대한 책임감만큼이나, 뭐라도 해야한다는 의무감에 다시 국민들 앞에 섰습니다. 오직 그 책임감과 의무감으로,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윤석열 정권의 일방적인 폭주와 무능, 무책임을 바로 잡는데 제 모든 힘을 보태는 것으로 국민들께 끝없는 사과를 하려 합니다. '검찰독재 시대', 우리가 살아가는 2024년 오늘을 많은 사람들이 부르는 말입니다. 군사 쿠데타로부터 40여년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 수많은 이들의 피와 눈물, 땀으로 우리는 민주주의를 이뤘습니다.
그런데 군부 독재가 물러간 그 자리를, 한 줌 검찰 집단이 다시 총성 없는 쿠데타로 장악하고 온갖 전횡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군부 독재 정권은 총과 칼, 몽둥이로 국민을 겁주고 때리고 괴롭혔다면, 검찰 독재 정권은 국민이 부여한 수사권을 가지고 자기 마음에 안 드는 모든 이들을 괴롭히는데 쓰고 있습니다. 야당 대표도, 여야 국회의원도, 언론사도, 전직 대통령 주변도, 상상을 뛰어넘는 폭력적인 수사와 불법적인 겁박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내 편은 모든 걸 눈 감아주고, 상대편은 없는 잘못도 만들어내는 것이 검찰 독재 정권의 민낯입니다.
대체 누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그런 권한까지 주었습니까?
단언컨대 국민은 아닐 것입니다.
여전히 본인이 검찰총장인 줄 아는 대통령이 정적들을 괴롭히는 데만 골몰하는 사이 국민은 외환위기보다, 코로나 팬데믹 때보다도 먹고 살기가 힘들다고 매일 한숨입니다. 한때 '자고 일어나니 선진국'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현 정권이 들어 선 이후에는 '자고 났더니 후진국'이라는 말이 유행하다 요즘은 전쟁, 위기, 명퇴, 부도, 폐업과 같은 살벌한 말들이 연일 뉴스를 도배합니다.
대체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입니까?
이 정부에게 국민은 무엇입니까?
오는 4월 10일은 민주주의 퇴행과 대한민국의 후진국화를 막는 시작이 되어야 합니다. 그 목표에 동의하는 누구라도 나서 힘을 보태야 합니다. 작지만 간절한 손들이 모여 큰 산을 옮기고 작은 물방울이 모여 큰 강을 이뤄 마침내 바다로 나아가듯이, 그 어느 때보다 지금은 작은 힘이라도 모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믿습니다. 저의 작은 힘도 이제 그 길에 보태려 합니다.
저 자신의 부족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흠집 있고, 상처 많은 그 힘이라도 국민이 명령하시는 곳에 쓰겠습니다. 제가 무엇이 되려 하지 않겠습니다. 오직 국민만 보고, 국민의 목소리만 듣고, 국민이 가라 하시는 길로 가겠습니다. 큰 불을 일으키기 위한 불쏘시개가 되라 하시면 그리 하겠습니다. 퇴행하는 역사의 수레바퀴 아래 몸을 던져 막으라 하시면 그리 하겠습니다. 검찰 집단의 횡포를 누구보다 온 몸으로 겪은 사람으로, 어떤 어려움과 고난이 닥쳐 온다 해도 회피하거나 숨지 않겠습니다. 저를 응원해주시는 마음 뿐 아니라, 저에 대한 실망과 비판도 겸허히 듣겠습니다.
정치가 국민에 의해 움직일수 있도록,
정부가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저의 모든 힘을 다 바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총선 출마 시사한 조국, 연휴 뒤 구체적 입장 밝힌다
4·10 총선 출마 의지를 표명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이르면 설 연휴가 지난 후 출마 방식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힐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조 전 장관은 설 연휴 기간 동안 고민을 한 뒤 기자회견이나 입장문 배포 등을 통해 구체적인 출마 방향성을 전할 방침이다. 이번 총선이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게 된 것에 따라, 현재 조 전 장관을 주축으로 활동 중인 ‘리셋코리아 행동’의 창당 작업과 연계해 비례대표로 출마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리셋코리아 행동 핵심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조 전 장관의 출마 여부를 말하기 이전에 이미 창당 준비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2심 판결을 보고 더 구체적인 것들을 정하기로 했었기 때문에 출마 여부와 방식 등은 창당을 통해 구체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판결이 난 뒤에 배포한 입장문은 조 전 장관이 이번 총선에서 정치참여를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밝힌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조 전 장관은 지난 8일 자녀 입시비리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 받은 직후 상고 의지를 밝히며 입장문을 통해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전했다. 조 전 장관은 입장문에서 “오는 4월 10일은 민주주의 퇴행과 대한민국의 후진국화를 막는 시작이 돼야 한다”며 “저의 작은 힘도 이제 그 길에 보태려 한다”고 적었다.
조 전 장관은 해당 입장문을 재판 전에 미리 써두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조 전 장관의 한 측근은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입장문에 대해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가던 길을 계속 가보겠다고 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출마 선언으로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는 “뉘앙스가 그렇지 않느냐”고 답했다. 그는 “조 전 장관이 설 연휴 동안 깊게 고민을 한 뒤에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선 한번 더 입장문을 내거나 기자회견을 하게 될 것 같다”며 “앞서 낸 입장문의 전체적인 맥락은 검찰독재정권에 맞서는 역할을 계속 하겠다는 것이고, 구체적인 출마 여부와 방식은 연휴 후에 밝히겠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민주당이 준연동형 유지 결정에 따라 추진 중인 민주개혁진보선거연합(민주연합)에 ‘조국 신당’이 참여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민주연합 추진단장을 맡고 있는 박홍근 의원이 녹색정의당·진보당·새진보연합 등 원내에 진입해 있는 정당 외에는 논의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데다, 조 전 장관이 2심에서도 실형인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는 점도 민주당으로선 부담이다. 조 전 장관의 측근은 “이재명 대표가 연동형 유지로 가닥을 잡으면서 진보연합으로 뭉쳐서 갈 수도 있겠구나 싶었지만 민주당은 일단 조국 신당까지는 고려하지 않겠다고 했다”면서 “2심에서 징역 2년이 그대로 유지된 것을 두고 민주당에서도 정무적인 판단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심도 실형' 조국 "새로운 길 가겠다…검찰독재 횡포 막을 것"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항소심에서도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조국(58) 전 법무부 장관은 "상고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8일 업무방해·청탁금지법 위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항소심 선고 후 "재판부의 법리 적용에 동의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전 장관은 취재진 앞에서 미리 준비해온 입장문을 꺼내 약 2분간 낭독했다.
조 전 장관은 "2019년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순간부터 지금까지 5년의 시간은 저와 가족에게 무간지옥의 시간이었다"며 "저와 가족으로 인해 분열과 갈등이 일어나고, 부족하고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데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많이 부족하고 여러 흠이 있지만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걸어가겠다"며 "검찰 개혁을 추진하다가 무수히 찔리고 베였지만 그만두지 않고 검찰 독재의 횡포를 막는 일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검찰 독재의 횡포를 온몸으로 겪은 사람으로서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국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매서운 비판도 감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총선 출마 여부와 관련한 질문에는 "지금 말할 순 없지만 조만간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할 시간이 있을 것"이라며 "대법원 판결 전에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겠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조 전 장관은 2심 재판부가 '진지한 반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 데 대해서는 "15차례 이상 대국민 사과를 했다"며 "사실관계와 법리 적용에는 의견 차가 있기 때문에 대법원에서 밝힐 것"이라고 했다.
이날 선고 약 30분 전 같은 차량으로 함께 법원에 도착한 조 전 장관과 정 전 교수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법정에 들어섰다. 법원 앞에 모여든 조 전 장관의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은 조 전 장관을 향해 "조국 힘내세요" 또는 "조국 구속"을 외쳤다. 조 전 장관은 피고인석에 착석한 뒤 옆자리에 앉은 정 전 교수와 잠시 대화를 나누다가 방청석 앞줄에 앉은 변호인들과 눈짓으로 인사하기도 했다. 재판장이 주문을 낭독하기에 앞서 '일어나 달라'고 하자 자리에서 일어서며 잠시 천장을 응시하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은 재판장이 주문을 읽는 내내 덤덤한 얼굴로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고개를 숙인 채 선고를 들었다. 선고가 끝난 뒤 법원 밖으로 나온 조 전 장관은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의 고함으로 소란스러운 가운데 준비한 입장문을 꺼내 읽었다.
조국, 법정구속 또 면해 “이례적 일, 판사도 사람인지라…”
8일 서울고등법원 재판부(서울고법 형사13부)가 자녀 입시 비리 및 감찰 무마 혐의(업무방해‧청탁금지법 위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항소심 선고에서 지난해 2월 1심과 같은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 혐의 전부에 대해 1심과 같이 봤다. 아들·딸 입시비리 혐의 대부분과 노환중 전 부산의료원장으로부터 딸 조민 씨가 받은 장학금 600만 원에 대한 청탁금지법 위반을 유죄로 인정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무마한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아들 조모 씨와 관련된 입시비리 혐의로 함께 기소된 부인 정경심 교수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은) 원심 및 이 법원에서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거나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판결 이유를 밝혔다. 다만 “증거 인멸 및 도망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방어권을 보장하겠다”며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이로써 조 전 장관은 지난해 2월 1심 판결에 이어 다시 구속을 피하게 됐다. 1심 판결 재판부도 그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면서도 불구속 조치한 바 있다. 조 전 장관은 판결 후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가겠다”며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조 전 장관이 구속되지 않은 데에 대해 “이례적 일”이라고 평가했다. 검사 출신 변호사 A씨는 “사실상 기소한 혐의가 모두 인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2심에서까지 법정 구속이 되지 않은 것은 희한한 일”이라며 “조 전 장관이 또 항소를 하면 대법원까지 가게 된다. 상고심은 법정 출석이 필수가 아니라 불구속 할 당위성이 약하다. 결국 부담은 대법원이 지고, 조 전 장관으로선 시간을 벌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로서는 죄는 입증했지만 못한 듯한,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는’ 기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현직 판사 B씨는 “정무적 판단이 고려된 것 같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개 2심까지 유죄가 확정되면 법정 구속이 일반적이기에 이번 판결은 이례적인 게 맞다. 조 전 장관은 진보 진영에 상징적 의미가 있기도 하고, 오랫동안 재판받으며 ‘불쌍하다’는 여론도 꽤나 형성된 것 같다. 게다가 요즘엔 총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물론 판사는 법리 원칙에 따라 재판하지만 결국 사람이다. 여러 외부 영향에 부담을 아예 안 받긴 힘들다. 무엇보다 대통령 지지율이 너무 낮지 않나.”
조 전 장관은 4월 총선을 자유의 몸으로 맞이할 수 있게 됐다. 조 전 장관이 주도하는 정책 싱크탱크 리셋코리아행동을 중심으로 야권에선 이미 ‘조국 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6일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조국 신당을 거론하며 “어느 누구도 배제할 의사는 없다. 충분히 큰 텐트 안에, 또 한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고 말했다. 7일 민주당은 자당을 중심으로 하는 ‘통합형 비례정당’ 창당 작업에 착수한 바 있다. 다만 조국 신당의 동력이 더욱 약화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조 전 장관이 법정 구속을 피하긴 했지만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 받은 건 그만큼 혐의가 입증됐다는 뜻”이라며 “조 전 장관 개인은 자유로울지 몰라도 흠결은 더 발생한 셈이라 총선에 주는 영향력은 더 감소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또 위성정당 선거…조국·송영길에 금배지 달아줄까
오는 4월 10일 열리는 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결국 '위성 정당'과 함께 하는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치러지게 됐다. '떳다방' 식의 위성 정당의 출현과 함께 온갖 꼼수가 판을 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자격 미달' 인사들이 이 제도를 통해 손쉽게 금배지를 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1대 총선을 통해 확인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가장 큰 병폐는 선거 직후 합당할 비례대표용 위성 정당을 만들어 선거를 치르게 된다는 '꼼수' 그 자체다. 거대 양당의 위성 정당 창당 절차를 끝내면, 이들은 위성 정당이 앞 기호를 확보하도록 하기 위한 '꼼수'가 또 시행된다.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을 중심으로 '의원 꿔주기 탈당'을 하게 되는 것이다.
지역구 의원을 배출하지 않을수록 비례 정당에는 유리한 이 제도는 '후보 난립'도 부른다. 지난 총선 때는 정당 35곳에서 312명이 비례 후보로 등록했다. 비례 경쟁률이 20대 총선 3.4대 1에서 21대 총선은 6.6대 1로 뛰게 된 이유다. 비례 투표용지는 50cm에 육박해 '코미디'와 같은 광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너무나 복잡한 제도에 '정치 고관여층'조차 비례 대표 산출식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7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여기 계신 분들 정치부 기자들도 계시고, 다 원로들이시고, 정말 대한민국 0.01%의 정치 고관여층인데, 산식 아시는 분 계시냐"고 물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로 의원들조차 해당 산식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거대 양당은 이러한 '위성정당' 선거의 책임을 서로에게 미뤘다. '위성정당'은 4년 전 선거에서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선거법으로 시작됐는데, 이번 선거를 앞두고서는 민주당이 선거제와 관련한 입장 표명을 차일피일 미루는 사이 국민의힘이 먼저 위성정당 창당 작업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번 선거 제도를 결정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당 방위'라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위성 정당 금지' 약속을 파기하면서,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만들었기에 민주당이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당은 이미 위성 정당을 창당하고 총선 승리를 탈취하려고 한다. 칼을 들고 덤비는데 맨주먹으로 상대할 수 없다"며 "같이 칼을 들 수는 없지만, 방패라도 들어야 하는 이 불가피함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반박에 나섰다. 그는 "저희는 집권당이고 지지층이 있다. 180석 가진 당이 야합해서 이런 제도를 만들려고 하는데 대비책이 없어야 하나"며 "저희가 위성정당 안 만들고 최강욱, 조국, 윤미향 이런 사람이 모이는 정당이 (의석을) 다 가져가게 둬야 하나"라고 했다. 서로가 상대를 '범인'으로 지목한 셈이다.
정치권의 '내로남불'과 '네 탓 공방'도 지치지만, 진짜 문제는 제대로 검증을 거치지 않은 인물들이 이 제도로 쉽게 '금배지'를 달게 될 수도 있다는 데 있다. 민주당 안에서 각종 논란을 일으킨 김홍걸, 신현영, 양이원영, 양정숙, 윤미향, 이수진 의원이 민주당의 위성 정당 출신이고, 김진애·최강욱·김의겸 전 의원이 '열린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특히 정봉주 전 의원이 주도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최강욱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활동서를 발급한 혐의로 집역형 집행유예 선고받아 의원직을 상실해 논란이 됐다. 김진애 전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의원직에서 사퇴하면서 '흑석동 상가주택' 매입으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물러났던 김의겸 의원이 의원직을 승계받아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번 선거 '제2의 최강욱'이나 '제2의 김의겸'으로 지목된 이들은 바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송영길 전 의원이다. 조 전 장관은 자녀 입시 비리 및 감찰 무마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8일 2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송 전 의원은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정상적인 제도에서라면, 이들이 '소수 정당'을 창당해 의석을 얻을 확률은 극히 미미하다. 그런데 위성 위성 정당을 통해서라면 얘기가 다르다. 축적된 검증 시스템이 없고, 감시의 칼이 무뎌지면서 '부실 검증'의 위험이 높아진 상황에서 거대 야당의 위성 정당에 올라타는 것이 가능해지면, 충분히 금배지를 손에 쥘 수도 있다. 이들은 총선에 출마해 당선되는 것으로 '비사법적 명예 회복'을 노리고 있다. 송 전 의원은 정치검찰해체당 창당위원회를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민주당의 충실한 우당(友黨)으로 '통합형 비례 정당' 취지에 적극 부응할 수 있도록 충심의 노력 다할 것을 공개 선언한다"는 입장이다. 조 전 장관이 주도하는 신당도 '연합 비례 정당'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민주당은 지난 8일 총선용 비례정당 창당을 위한 공식 절차에 착수했다.
민주당은 녹색정의당과 진보당, 새진보연합 등 원내 의석을 가진 정당과 먼저 논의에 착수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조국 신당'이나 '송영길 신당' 등과도 연합하게 될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도 않았다. '반(反)윤석열' 기조에 맞기만 한다면 어떤 정치 세력에도 문호가 열려 있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이들의 합류가 의석에 도움이 될지, 부담이 될지를 두고 전략적 검토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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