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당대회 종료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차 정기전국당원대회에서 이재명 신임 당대표를 비롯한 신임 최고위원들이 당선을 축하하며 인사하고 있다.
[8·18전당대회] ‘어대명’으로 끝난 민주 전대…‘친명 2기’ 지도부 출범
더불어민주당 8·18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2기 지도부'가 출범을 공식화했다. 이재명 신임 민주당 대표가 18일 치러진 전당대회(서울 잠실 케이스포돔)에서 압도적인 득표율로 경쟁자인 김두관·김지수 후보를 누르며 '당대표 연임'에 성공한 것이다. 민주당에서 당대표 연임 사례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24년만의 일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이날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85.40%라는 최종 득표율을 기록하며 '당대표 연임'에 성공했다. 김두관 후보는 12.12%, 김지수 후보 2.48%에 그쳤다. 최고위원직엔 김민석(18.23%)·전현희(15.88%)·한준호(13.10%)·김병주(13.08%)·이언주(12.30%) 후보가 당선됐다. 이번 전당대회에선 △권리당원 56% △대의원 14% △일반 여론조사 30%를 반영해 차기 지도부를 최종 선출했다. 최고위원 레이스 초반 선두를 달리던 정봉주 후보는 11.70% 최종 득표율로 6위를 기록하며 고배를 마셨다.
이 대표는 이날 당대표 수락 연설에서 "여러분께서 오늘 저에게 대한민국 제1야당 대표라는 막중한 임무를 다시 주셨다"며 "민주당의 힘으로 멈춰 선 성장을 회복시키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다시 꿈꿀 수 있는 나라, 다시 뛰는 대한민국, 꼭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를 향해 '영수회담' 및 '대표회담'을 각각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민주당 신임 대표로서 대통령께 영수회담을 제안한다"며 "국민께 희망을 드릴 수 있다면 의제를 제한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어 "한 대표께도 대표회담을 제안한다"며 "시급한 현안들을 격의 없이 의논하자"고 했다. 이 대표는 '2기 지도부' 출범에 맞춰 "동지"를 외치며 당 단합을 강조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그는 정견 발표 때 "우리는 민주당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길이 없으면 함께 길을 만들고, 절망 속에도 희망을 찾아내 왔다"며 "우리는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가 '당 단합'을 강조한 또 다른 배경으로는 최근 전당대회 레이스 과정에서 불거진 '명팔이(이재명 팔이) 논란'을 수습하기 위함으로 정치권은 해석했다.
당 안팎에선 24년만에 '당대표 연임' 사례가 현실화됐지만 '사당화 이미지 타파'라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아시아투데이와 만나 "이 대표로 단합된 모습은 정말 좋은 현상"이라면서도 "단 최고위원 후보들이 저마다 '이 대표와의 시너지'를 강조한 점은 일부 매스컴에 '사당화', '일극체제' 빌미를 만든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이날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인물들은 '명심' 경쟁을 펼쳤다. 김민석 후보는 "이재명이 자기 실력을 마음껏 발휘하는 대통령이 되길 원하시나, 그럼 김민석은 모든 집권 준비를 마칠 것"이라고, 민형배 후보는 "이재명을 지켜내고 싶고 다음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다면 '민형배'를 선택해달라"고 각각 친명계(친이재명계)로부터 표심을 호소했다.
김두관 "DJ·盧 정신 살리려 출마…李엔 축하 전해"
더불어민주당 8·18 전당대회에 출마해 2위로 당권 레이스를 마친 김두관 당대표 후보는 18일 "저는 당 대표가 되기 위해 출마하지 않았다"며 "민주당의 다양성·민주성·역동성을 살리기 위해서 출마했다.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살리기 위해 출마했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이날 전당대회가 끝나자 "민주당이 '이재명 사당화'가 되어가는 모습에 양심의 눈을 감을 수 없었다"며 "저는 1%라도 다른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출마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후보는 재차 "'성을 쌓는 자 망하고, 길을 내는 자 흥한다'고 했다"며 "민주당이 문을 열고, 국민과 함께하는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서로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나와 생각이 달라도 상대를 존중하고, 대화와 토론을 통해 더불어 더 큰 하나가 되는 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김 후보는 당대표 연임에 성공한 이 대표에겐 "당 대표 연임에 성공한 이재명 대표에게도 심심한 축하의 말을 전한다"고 했다.
文 영상축사에 일부 당원들 불만… “조용히 하라” 고성
더불어민주당 전당원대회(전당대회)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영상 축사가 상영되는 도중에 일부 당원들이 “조용히 하라”며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문 전 대통령은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전당대회에 영상 축사를 보내 “당내 경쟁에서 어느 편에 섰는지는 우리 대업 앞에서 중요하지 않다”며 “확장을 가로막는 편협하고 배타적인 행태를 단호하게 배격하자”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이 국민과 함께 이룬 국가적 성취에 우리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며 “대한민국을 퇴행의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국민과 함께 나서는 데 관건은 지지의 확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원 동지 한 분 한 분이 확장의 주체가 돼 주시기 바란다”며 “더 열린 마음, 더 넓은 자세로 더 많은 국민과 다시 민주당 정부를 세우는 데 온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문 전 대통령이 ‘배타적 행태’을 배격하자면서 ‘지지의 확장’을 주문한 것을 두고 당대표 연임이 유력한 이재명 후보와 새 지도부를 향한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재명 일극체제’라는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친문(친문재인) 등 비명계 세력을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당부 아니냐는 것이다. 그런데 문 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이 나오자 일부 당원들 사이에서는 고성이 터져나왔다. 지난 총선 공천 과정에서 친문계 인사들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하는 이른바 ‘비명횡사’ 논란이 제기되는 등 당내에서 친문계와 친명계의 갈등이 있었다.
파란빛 축제, 열기는 후끈…"나라 구해주세요"
폭염이 연일 들끓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당원 2만5000여명이 18일 제1차 정기전국당원대회를 찾았다. 아이와 함께 주말을 즐기러 나온 가족부터 데이트 하는 커플까지, 그야말로 '당원대회'라는 이름이 어색하지 않은 현장이었다. 당원들은 대회장을 둘러싼 각종 팝업스토어와 푸드트럭에서 파란물결의 축제를 즐겼다. 민주당 굿즈샵 앞에는 티셔츠와 에코백, 당대표·최고위원 후보자 포토카드 등을 사기 위한 당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포토카드에는 후보자의 사진이 무작위로 들어있는 탓에 쉽사리 물건을 집지 못하는 당원들의 모습도 보였다. 아이돌 콘서트 현장을 연상시키는 풍경이었다.
각자가 지지하는 후보자와 사진을 찍기 위해 후보자 전신 판넬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당원들도 눈에 띄었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후보는 이재명 당 대표 후보와 민형배·한준호 최고위원 후보였다. 후보자들에 대한 뜨거운 응원 열기 속에서 '명심팔이' 발언으로 비판을 받아온 정봉주 후보에 대한 냉랭한 반응도 있었다. 전당대회를 찾은 한 남성 당원이 정 후보의 전신 판넬을 반대로 돌려놓자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파란 티셔츠를 입고 '블루페스티벌'을 즐기는 당원들은 이날 선출될 당대표·최고위원들을 향해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민주청년페스타'부스엔 "민주당, 나라를 구해주세요", "청년이 희망 되는 사회를 만들어주세요" 등 청년들이 남긴 메모가 잔뜩 붙었다. 새 지도부에 메시지를 보내고자 '100일 우체통' 앞에 줄 선 이들도 있었다.
후보들도 한얼광장에 나와 직접 당원들의 환호에 보답했다. 이날 최고위원으로 당선된 한준호 최고위원과 정청래 의원은 지지자들과 일일이 사진을 찍으며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당원들은 후보자들 주위를 둘러싸고 연신 응원의 구호를 외쳤다.
‘어대명’ 민주당 전당대회···흥행은 미약, ‘명심’ 논란만 남겨
더불어민주당의 8·18 정기전국당원대회(전당대회)가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으로 시작해 ‘확대명’(확실히 대표는 이재명)으로 마무리됐다. 대표 경선이 사실상 무의미해지면서 전당대회 흥행 효과는 보지 못했다. 최고위원 경선도 당 운영과 비전 경쟁보다 ‘이 대표를 누가 더 잘 뒷받침할 수 있느냐’에 치우쳤다는 평가가 많다. 전당대회는 경선의 규칙을 정하는 단계부터 이 대표를 위한 ‘연임 길 터주기’ 논란을 겪었다. 민주당은 지난해 당헌·당규를 개정해 대의원 표 비중을 낮추고 권리당원 권한을 확대했다. 대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당 대표의 사퇴 시한을 선거일 1년 전까지로 규정한 당헌·당규도 바꿨다. 당초 이 대표가 2027년 3월 대선에 출마하려면 2년 임기 만료 전인 2026년 3월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하는데, 규정 손질로 대표직 사퇴 시한을 늦출 수 있게 됐다.
지난달 10일 이 대표의 출마 기자회견은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최고위원 후보들은 너나할 것 없이 ‘이재명 호위무사’를 자처했다. “이재명 곁을 지키는 수석 변호인”(전현희 최고위원) “당대표와 협력해 집권 준비를 담당할 집권플랜본부장”(김민석 최고위원) “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 아니라 당연히 대표는 이재명”(강선우 최고위원 후보) 등 출사표부터 친명을 강조했다. 최고위원 후보들은 재명이네마을(이 대표 팬카페)에 글을 남겨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친명과 거리를 둔 인사들에게는 비판이 쏟아졌다. 김 당대표 후보는 지역순회 경선에서 다양성을 강조했으나 “그만하라”는 야유를 받았다. 이 대표의 최고위원 선거 개입을 비판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정봉주 최고위원 후보는 사퇴 압박을 받았다. 이날 전당대회 현장에서도 정 후보 연설 도중 장내에서는 “사퇴하라” “그만해” 등 야유가 쏟아졌다. 일부 당원은 ‘분열자 정봉주 민주당 탈당하라’ 등 손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경선 초반 최고위원 1위를 달리던 정 후보는 이날 최종 결과에서 탈락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20일 제주를 시작으로 지난 17일 서울까지 주말마다 지역 순회 합동연설회를 열었다. 당 대표 후보 토론회(5회)와 최고위원 후보 토론회(1회)도 개최했다. 하지만 흥행에는 역부족이었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 기준으로 7월 3~4주 민주당 지지율은 27%로 국민의힘(35%)에 2주 연속 8%포인트차로 뒤졌다. 총선 이후로도 엇비슷했던 양당 지지율이 오차범위 밖으로 벌어지며 ‘전당대회 흥행 실패’ 분석이 나왔다.
전당대회 마지막 연설"정권탈환 위해 뼈깎는 혁신해야"
정 후보는 이날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옛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정견 발표에서 최고위원 후보들 가운데 첫 번째 발언자로 나섰다.
그는 "호가호위하며 권력 놀음하는 극소수 몇몇 인사들을 그대로 두면 민주당의 미래는 없고 정권 탈환도 어렵다"며 "그래서 절박한 위기감을 느껴 문제를 끄집어낸 것이다"고 운을 뗐다.
이어 친명계 저격 및 이재명 당대표 후보 뒷담화 논란과 관련해 "솔직히 두려웠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감수해야 한다면 감수하기로 했다"며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면 그래도 한번 제대로 맞아보자 결심했다. 그래서 정면으로 부딪쳤다"고 돌이켰다.
정 후보는 "저를 여기 세워준 선배 대의원 동지들이 정봉주에 원하는 게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할 말은 해라' 대의원들 대변하라는 거 아닌가"라며 "민주당은 계파가 갈라져 자기들끼리 권력 놀음하며 분열에서 얻은 치명적 피해와 패배의 역사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런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 정권탈환을 위해선 우리끼리 잘하고 있다는 자화자찬을 버리고 뼈를 깎는 아픔으로 혁신해야 한다"며 "눈치 보지 말고 할 말은 거침없이 해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정봉주 같은 최고위원 한 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정 후보가 발언하는 동안 관중석에서는 욕설과 함께 사퇴와 탈당을 요구하는 야유와 고성이 쏟아졌다.
정 후보는 최근 '이재명 팔이 척결'을 언급했다가 이재명 전 대표 강성 지지자에게 공격받고 있다. 최고위원 후보 8명 중 유일한 원외 인사지만 전당대회 초반에 1위를 달리다 이 전 대표가 김민석 후보를 지지하며 2위로 밀렸고, 전날 서울 경선 6위에 그치며 누적 득표율 3위로 내려앉았다.
이재명 “윤 대통령 단독회담 화답 기대”
18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85.40%의 지지로 다시 2년간 민주당을 이끌게 된 이재명 대표가 당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 각각 회담을 제안했다. 특히 ‘채 상병 특검법’에 열린 입장을 보여온 한 대표에겐 “채 해병 특검법에 대해 허심탄회한 논의를 하자”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당선 뒤 수락연설에서 “지난 4월 총선 직후 영수회담을 국민께서 기대를 갖고 지켜보셨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해 아쉬웠다”며 윤 대통령에게 단독회담을 요청했다. 그는 “가장 시급한 일은 민생경제 회복이지만, 국민께 희망을 드릴 수 있다면 의제를 제한할 필요가 없다”며 “지난 회담에서 언제든 다시 만나 국정에 대해 소통하고 의논하자는 데 뜻을 같이한 만큼, 대통령의 화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그가 지난 6월 연임 도전을 위해 대표직에서 사퇴한 이후 여당 대표에 선출된 한동훈 대표에게도 “시급한 현안들을 격의 없이 의논하자”며 대표 회담을 제안했다. 그는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한동훈 대표님도 진상규명을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 발의 특검안이 최선이라 생각하지만, 한 대표님도 제3자 특검추천안을 제안한 바 있으니, 특검 도입을 전제로 실체 규명을 위한 더 좋은 안이 있는지 열린 논의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또 “극한적 대결 정치를 종식하고, 망국적 지역주의를 완화할 민주정치 발전 방안에 대해 의논하자”고 했다. 그는 한 대표 쪽이 총선 당시 공약했던 “지구당 부활 문제라도 우선 논의하자”고 했다. 아울러 민주당이 주장해온 전국민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서도 논의하자며 “서민경제를 지원하고, 경제회복에 도움 될 방안이 있다면 얼마든지 협의하고 수용하겠다”고 했다.
‘유능한 민생 정당’을 강조한 이 대표는 “이제 대전환의 시대가 시작됐다”며 “어디서나 바람농사, 햇빛농사로 전기를 만들어 팔 수 있도록, 지능형 송배전망, 즉 에너지고속도로를 전국에 깔자”고 제안했다. “수출기업들이 돌아오고 외국인투자가 늘어나며, 재생에너지산업 토대의 강화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얻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또 “탈락자가 구제되는 보편적 복지국가를 넘어, 국민의 기본적 삶이 보장되는 보편적 기본사회를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 내부를 향해선 ‘단일 대오’를 강조했다. 그는 “지금부터 우리 민주당은 더 강하고 더 튼튼한 하나”라며 “우리가 직면한 거대한 불의와 국민의 삶을 짓누르는 저 큰 민생 고통 앞에서, 우리 안의 작은 차이는 천지간의 먼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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