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한 대표 '80분 면담' 종료..."김 여사 관련 3가지 요청"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80분간 면담했습니다. 한 대표는 나빠지고 있는 민심과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 이른바 '3대 요구' 등을 윤 대통령에게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만나는 모습부터 보겠습니다. 대통령실 앞 야외 정원인 파인그라스에서 만난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악수하고 인사를 나눈 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모두 넥타이 없이 편안한 차림으로 밝은 표정을 지으며 함께 걸어갑니다. 두 사람은 대통령실 참모들과 함께 잔디밭과 헬기장을 약 10분가량 걸었습니다. 이 자리에는 정진석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등이 함께 자리했습니다.
산책에 이후에 실내로 들어가 정진석 비서실장을 배석해 면담에 들어갔습니다. 예정된 시각보다 조금 늦은 오후 4시 50분을 넘어서 시작됐습니다. 윤 대통령은 라미 영국 외교장관 접견 등의 외교 일정 때문에 예정됐던 오후 4시 반보다 면담이 늦게 시작됐다고 직접 한 대표에게 설명했습니다. 이어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실내로 자리를 옮겨 면담을 진행했는데 정진석 실장이 배석했습니다. 윤 대통령 맞은편에 한 대표와 정 실장이 착석하는 형태로, 한 대표가 요청했던 독대 형식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은 겁니다. 대통령실은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우리 한동훈 대표"라고 말하며 대화를 이어 나갔다고 전하며, 윤 대통령이 한 대표가 좋아하는 제로 콜라를 준비하라고 직접 지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비공개였던 면담의 자세한 내용은 조금 전 국민의힘이 별도 브리핑을 통해 알렸습니다. 박정하 국민의힘 당 대표 비서실장은 한 대표가 오늘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나빠지고 있는 민심과 여러 상황 이에 따른 과감한 변화와 쇄신의 필요성에 대해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김건희 여사 이슈 해소와 관련해 앞서 밝힌 세 가지 방안, 즉 대통령실 인적 쇄신, 대외활동 중단, 의혹사항 설명 및 해소에 더해 특별감찰관 임명 진행 필요성에 대해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아울러 의정갈등과 관련해 여야의정 협의체의 조속한 출범 필요성을 말씀드렸다고 했습니다.
또 우리 정부의 개혁정책, 외교안보정책에 대해 지지하고 당이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다만 개혁의 추진동력을 위해서라도 부담되는 이슈들을 선제적으로 해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고물가·고금리 등 민생정책에 있어서 당정대 협력강화에 대해서도 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실에서는 아직 윤 대통령이 어떤 답변을 했는지 밝히지 않았습니다. 당정 간 신뢰 회복에 중요한 이번 면담의 성과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당정 관계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韓, 브리핑도 않고 귀가… “김건희 특검법 표단속 명분 사라져”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21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 뒤 곧바로 자택으로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 대표가 용산 대통령실에서 면담을 마친 뒤 국회로 돌아와 직접 브리핑을 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면담에 배석하지 않은 박정하 당 대표 비서실장이 면담 결과를 브리핑했다. 박 실장은 면담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배석하지 않아 분위기를 전할 상황이 못 된다”고 답했다. 대통령실은 서면 브리핑을 내지 않았다. 한 대표의 요구에 대한 윤 대통령의 답변이나 입장이 무엇이었는지 밝히지 않은 것. 이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 앞에서 직접 김건희 여사 관련 대통령실 인적 쇄신과 김 여사 대외 활동 중단, 김 여사 의혹 규명을 위한 관련 절차 협조 등 3대 사항에 특별감찰관 임명 등 김 여사 리스크 해결을 위한 방안을 요구했지만 윤 대통령이 수용하기 어려운 이유를 밝히면서 불쾌한 감정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얘기가 당내에서 나왔다. 친한(친한동훈)계 지도부 관계자들은 “오늘 대통령의 답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며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공을 넘긴 것”이라고 했다.
22%포인트 격차로 승리한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민심을 등에 업고 김 여사 문제 해결을 요구해 온 한 대표가 당정 지지율 동반 하락 추세를 반전시킬 해법 없는 ‘빈손’ 면담 결과를 받아 들면서 윤-한 충돌이 더욱 격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친한계 인사는 “한 대표는 용산과 선을 그으며 더 강한 발언을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 친한 “대통령이 당 대표를 인정해야”
친한계에선 이날 ‘빈손 면담’에 대해 “윤 대통령에게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날 오전 친한계인 김종혁 최고위원이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반민주 폭거에 우리 당과 지지자들이 당당하게 맞설 수 있도록 김 여사 논란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주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이 3대 요구사항을 당장은 거부했기 때문이다. 한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다음 달부터 민주당이 김건희 규탄 범국민 대회를 시작한다는데, 이 처지로 어떻게 정국을 끌고 가느냐”며 “여론 악화에 의원들이 동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면담에서 윤 대통령은 민주당의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정권의 운명이 좌우되는 일”이란 평가를 받는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에서 당내 8표 이상 이탈표로 전격 통과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민주당이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 발의로 국회 단독 통과, 윤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재표결 수순을 밟고 있기 때문. 당 지도부 관계자는 “한 대표가 김건희 특검법 이탈표를 단속할 명분과 이유가 사라졌다”며 “지난해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전격 가결된 꼴이 날 수 있다”고 했다. 한 대표가 더는 김 여사 관련 언급을 하지 않고 윤 대통령의 결자해지를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친한계에서는 그간 김건희 특검법 불가론을 고수해 온 것과 달리 “언제까지 ‘김건희 방탄’ 국회의원으로 있을 순 없다”는 반발도 나왔다. 한 친한계 의원은 “대통령이 당 대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며 “친한계에서 ‘우리가 왜 민주당에 끌려다녀야 하느냐’란 항의가 커질 것”이라고 했다.
● 친윤 “김건희 특검법 방어 단일대오 깨나”
이날 당내에선 윤-한 갈등과 맞물려 민주당의 탄핵 공세가 거세지는 데 대한 대응책을 찾는 움직임이 분주했다. 추경호 원내대표가 주재한 중진 의원 회의에서는 “민주당의 ‘기·승·전·탄핵’ 국면이 매우 매우 우려스럽다”는 취지의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민의힘 상임고문단은 이날 오찬 자리를 갖고 김 여사 문제에 대한 우려와 해법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과 친윤(친윤석열) 진영은 윤-한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으며 야당 공세에 취약해진 상황에 대해 한 대표에게 화살을 돌렸다. 한 친윤계 의원은 “당 대표나 대통령 둘 중 하나만 망하면 같이 죽는데, 한 대표가 국민 눈높이 운운하면서 혼자 살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친윤계 의원은 “한 대표가 거듭된 언론 플레이로 긁어 부스럼을 만들더니, 결국 김건희 특검법 단일대오를 깨는 데 앞장선 셈이 됐다”고 했다.
잔디밭 함께 걸은 뒤…윤 대통령·한동훈 면담, 81분간 진행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1시간 21분(81분)간 면담을 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이날 오후 4시 54분께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배석한 상태에서 면담을 시작했다. 면담은 이날 오후 6시 15분께 종료됐다.
면담에 앞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10여분 동안 파인그라스 잔디밭에서 어린이정원까지 함께 산책했으며, 정 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등 일부 참모들도 동행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찰의 날 행사에 올해의 경찰 영웅으로 현양된 고(故) 이재현 경장을 비롯한 4명의 경찰 영웅 이야기를 했다.
윤 대통령은 "경찰 영웅은 몇십 년이 지나도 잊지 않는다라는 걸 보여준 것"이라면서 과거 간첩 추적 과정에서 순직한 경찰 영웅들에 대해 설명했다.
아울러 데이비드 라미 영국 외교장관과의 접견 등으로 당초 예정된 시간 보다 늦게 시작된 것을 설명한 윤 대통령은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전화 통화 사실도 알렸다.
이후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이어 실내로 이동해 차담을 나눴다. 윤 대통령은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한 대표는 제로 콜라를 마셨다. 특히 윤 대통령은 한 대표가 좋아하는 제로 콜라 준비하라고 직접 지시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분열상만 확인한 '빈손' 윤·한 면담…'여권 위기' 봉합은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사이의 면담이 끝내 빈손으로 끝이 났다. 한 대표가 김건희 여사에 대한 각종 조치를 요청하면서 대통령실의 문을 두드렸지만, 윤 대통령으로부터 그 어떤 만족스러운 답변도 받아내지 못하면서 갈등만 더욱 증폭됐다. 이에 이번 면담을 계기로 여당의 분열상이 가라앉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21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약 1시간 20분간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만 배석한 채 면담을 가졌다. 어렵게 성사된 면담이었지만 결과는 '빈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공개된 면담 사진에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정 실장의 표정은 연신 굳어있는 모습이었다. 통상 웃거나 화기애애한 모습을 담는 것과 달리 굳어있는 윤 대통령의 표정이 '날 것 그대로' 카메라에 담겼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면담이 진행된 탓인지 본래 직접 브리핑을 계획하기도 했던 한 대표는 면담 직후 즉시 집으로 향했다. 브리핑은 면담에 배석하지도 않았던 박정하 비서실장이 대신한 관계로 극히 소략했다.
박 실장은 이날 저녁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가 오늘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나빠지고 있는 민심과 여론 상황 △이에 따른 과감한 변화와 쇄신의 필요성 △김건희 여사 리스크 해소를 위한 3가지 방안(대통령실 인적쇄신, 김 여사 대외활동 중단, 김 여사 의혹 상황에 대한 설명 및 해소) △특별감찰관 설치 △여야의정협의체 조속 출범 필요성을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더불어 한 대표가 윤 정부의 개혁 정책과 외교·안보 정책을 지지하고, 당이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는 점을 대통령께 말씀드렸다"며 "다만 개혁 추진 동력 확보를 위해 부담이 되는 것은 선제적으로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한 대표가 덧붙였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 대표는 고물가·고금리 등 민생 정책 관련 당정대 협력 강화에 대해서도 말씀드렸다"고 박 실장은 전했다.
다만 박 실장은 한 대표의 요구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반응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삼갔다. 사실상 '빈손'으로 돌아왔음을 시사한 것이다.
박 실장은 윤 대통령의 답변이나 반응을 묻는 말에 "내가 대통령을 답변이나 반응을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용산을 취재하는 게 맞다"고만 했다. 전반적인 면담 분위기에 대해서도 "내가 배석하지 않아 분위기를 전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통상 정치권에서 만남 이후 자신의 입장만 공개할 뿐 상대의 반응을 전하지 않고 '그쪽을 취재해서 알아보라'고 하는 것은 서로 간의 합의점을 찾지 못했을 때의 경우다.
다만 대통령실은 다소 온도차를 보였다. 대통령실은 면담과 관련해 "헌정 유린을 막아내고 정부의 성공을 위해 당정이 하나 되는 것으로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물론 김 여사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이렇게 윤·한 면담이 용산과 한 대표의 이견만 확인한 채 끝이 나면서 여권의 위기는 계속되게 됐다. 향후 용산과 여당, 또 친윤과 친한의 갈등이 봉합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야권이 재재발의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자칫 통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앞서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 이후 국회 본회의에서 재의결을 거친 김 여사 특검법과 관련, 국민의힘에서 최대 4표의 이탈표가 나왔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재의결에서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한 대표가 야당 주도 특검법에 대한 반대 입장은 확고하지만 민심 수습을 위해 전향적 조치를 취해야 하는 만큼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을 통해 독소 조항을 제거한 특검법 발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용산과 일부 친윤계 의원들의 반발 속에 당내 혼란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틈을 타서 야권은 여당의 분열을 더욱 촉발시켜 향후 정국을 돌파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심 선고가 예정된 상황에서 이는 매력적인 카드가 아닐 수 없다. 면담이 있는 날 이 대표는 한 대표에 여야 당대표 회담을 제안했고, 한 대표는 이를 흔쾌히 수용했다.
일각에서 한 대표가 윤 대통령 압박을 위한 카드로 이를 수용했다는 해석도 나오는 가운데, 향후 이 제2차 여야 당대표 회담은 정국의 핵으로 부상할 수밖에 없게 됐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재명 대표는 '차라리 여권을 흔들자. 균열을 내자'고 카드를 던졌고, 한 대표 입장에서도 받아야 하는 것이다보니 받았는데, 이렇게 될 경우 용산이 해법을 풀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대표가 만약 '우리 당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민심을 수습해야겠다'고 생각하면 친한계 의원들끼리 아주 중립적 인사로부터 특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그런 것을 발의할 수 있고, 이 경우 야당도 반대하지 않을테니 (김 여사 특검법이) 통과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그는 향후 친윤계와 친한계의 갈등 가능성에 대해 "대통령 지지율이 역대 최저치를 찍은 상황이고, 여권 지지층이 한 대표를 지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친윤계의 한 대표를 향한 비난은 계속되겠지만 이전만큼 '한 대표가 잘못했다'고 지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젠 친윤계와의 당내 갈등보다 용산과 국민의힘의 갈등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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