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금을 떼다
기어 다니던 어린아이가 다리에 힘이 생기면 막 일어서려 한다. 그렇다고 곧바로 일어서지는 못한다. 일어섰다가 넘어지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하고서야 비로소 서게 된다. 어린아이가 일어서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 어른들은 ‘섬마섬마'를 연발한다.
그런데 일어섰다고 하여 바로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한 발 한 발 떼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든다.
어린아이가 발을 뗄 때 보면 ‘무릎의 구부러지는 오목한 안쪽 부분'인 '요금'을 펴고 움직인다.
오금이 붙으면 움직일 수가 없다. 그리하여
“오금을 떼다.”
‘걸음을 옮기다'
와 같은 비유적 의미가 생겨난다.
“홍이는 뭐라 말을 하려 했으나 입이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발도 붙어 버린 듯 오금을 떼어 놓을 수가 없다.”
(박경리,토지)
와 같이 쓸 수 있다.
현대 국어 ‘오금’의 옛말인 ‘오곰’은 16세기 문헌에서부터 나타난다. 19세기 문헌에는 제2음절의 ‘오’가 ‘우’로 변한 ‘오굼’도 보인다. ‘오곰’, ‘오굼’은 모두 원순 모음 ‘오’, ‘우’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에 대한 이화 작용으로 ‘오금’이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오금’이 현재까지 이어진다.
오금이 저리다_다리 혈자리 막혀 가누기 힘든 상태
우리나라에는 서울 송파구와 경기도 군포시 두곳에 오금동이라는 곳이 있다. 재밌는 것은 이 오금동이란 지명이 우리 몸의 일부인 다리를 지칭하는 ‘오금’이란 말에서 유래하였다는 사실이다. 송파구 오금동은 병자호란 때 인조가 남한산성으로 피난가는 길에 이 지역 백토고개에서 쉬면서 ‘아이고, 내 오금이야’ 하며 말에서 내렸다 해서 그 지역을 오금골이라 불렀다가 결국 오금동이 되었다. 군포시 오금동은 과거 호랑이의 출몰이 잦은 이 지역 사람들이 이곳에서 호랑이를 만나 ‘오금이 저린다’ 해서 오금절이라 했다가 일본강점기 오금동으로 바뀌어 지금에 이른 것이다. (출처 : 송파구·군포시 홈페이지)
인체에서 오금이란 부위는 원래 무릎 뒷부분의 오목한 곳을 지칭한다. 하지만 ‘오금을 걸다’ ‘오금을 박다’ ‘오금을 꺾다’ ‘오금아 나 살려라’ ‘오금을 떼다’ ‘오금에서 불이 나게’ 같은 표현들에서 보듯 대체로 다리 전체를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되어 왔다. ‘오금이 저린다’ 역시 위험한 상황에서 다리 전체를 가누기 힘든 상태를 의미한다.
그럼 오금은 왜 다리 전체를 대표하는 표현으로 사용된 것일까? 그 해답은 오금 부위에 위치한 혈자리를 살펴보면 대략 쉽게 이해될 수 있을 것 같다. 오금 부위에 위치한 혈자리가 ‘위중’인데, 이 위중은 족태양방광경의 합혈이고, 이 합혈이란 각 경락의 혈기가 가장 왕성한 혈자리를 의미한다. 각각의 경락은 우리 인체를 고루 순행하는데, 그중 족태양방광경은 우리 몸의 뒷면 전체에 걸쳐 분포되어 있으며, 특히 다리 뒷면을 지나고 있다. 따라서 오금이 넓은 의미에서 다리 전체를 대표하는 의미로 사용된 것이다. 이는 현대 해부학적 고찰로도 입증이 가능하다. 이 오금 부위에는 매우 중요한 신경(후대퇴피신경, 경골신경)과 혈관(소복재정맥, 슬와정맥, 슬와동맥 등), 림프관이 흐르는데, 이런 신경과 혈관, 림프관의 문제가 생기면 다리를 사용하지 못하는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다.
오금이 저리거나 쑤시거나 하는 증상이 나타나면 여러 가지 질환을 의심할 수 있으나 디스크로 알려진 추간판 탈출증이나, 척추관 협착증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질환들을 다스리는 데 오금 부위의 혈, 즉 위중혈과 아울러 방광경락의 혈자리를 고루 사용한다. 실제로 위중 부위의 자침이나 사혈(해당 부위에 피를 배출시키는 것)은 고대로부터 사용되어 왔다. 다만 이곳은 여러 신경과 혈관들이 얽혀 있는 곳이므로 전문적인 의료기관에서 시술을 받아야 한다. 아울러 방광경의 정혈로 방광경에 강한 자극을 줄 수 있는, 새끼발가락 발톱 옆에 있는 지음이란 혈자리를 지압하면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편 ‘오금을 펴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마음을 놓고 여유있게 지내다’라는 뜻이다. 걱정거리가 없고, 심신이 안정되면 여유를 찾게 되어 다리를 쭉 펴고 편안함을 찾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하루빨리 국민 모두가 오금을 마음껏 펴는 세상이 되길 기대해본다.
때다? 떼다?
‘불을 때다’와 ‘불을 떼다’ 중 어떤 것이 바른 문장일까요? 힌트를 하나 드리겠습니다. 불을 지필 때 ‘땔감’과 ‘뗄감’ 중 어떤 것이 필요한지 생각해 보세요. 바로 이 땔감 속에 정답이 숨어 있습니다. 땔감은 ‘때다’와 ‘감’(대상이 되는 재료)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말이거든요. 이제 정답을 맞힐 수 있겠죠? ‘불을 때다’가 바른 문장입니다.
하지만 보일러를 사용하는 우리가, 아파트에 사는 우리가, 웬만해서는 무인도에 표류할 일도 없는 우리가, 어디 불을 땔 일이 있기나 하겠습니까. 물론, 애인과 근사한 펜션에 놀러가 벽난로에 불을 때면서 로맨틱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겠습니다만, 아시잖아요. 안 생겨요. 짐작건대 여러분은 ‘때다’라는 말을 쓸 일이 거의 없을 것입니다.
‘때다’는 오로지 불을 지필 때만 쓰이는 반면, ‘떼다’는 그 쓰임이 무궁무진합니다. 뗄 수 있는 게 무엇이 있는지 살펴볼까요? 대자보, 상표, 손, 정, 눈, 물건, 발걸음, 입, 수학의 정석, 이유식, 영수증, 주민등록등본, 진단서, 딱지 등등! 지면이 부족한 관계로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여러분에게 바른 맞춤법을 설명해드리는 사람으로서 이런 말씀을 드려서는 안 되겠지만, 두 단어를 적재적소에 쓸 자신이 없다면 그냥 ‘떼다’라고 쓰기를 권하는 바입니다. 보시다시피 땔 일보다는 뗄 일이 훨씬 많으니 어지간해서는 틀리지 않을 거예요.
때다
아궁이 따위에 불을 지피어 타게 하다.
- 아비야, 아랫목이 차니 아궁이에 불 좀 때거라. 에헴.
떼다
1. 붙어 있거나 잇닿은 것을 떨어지게 하다.
2. 전체에서 한 부분을 덜어 내다.
3. 어떤 것에서 마음이 돌아서다.
4. 수표나 어음, 증명서 따위의 문서를 만들어 주거나 받다
- 1. 지각하기 일보 직전이니 얼른 침대에서 등 떼고 일어나.
- 2. 알바비에서 식비 떼고 나면 남는 것도 없겠다.
- 3. 이제 구 여친에게 정 뗄 때도 되지 않았니?
- 4. 병가를 쓴 후엔 병원 진단서를 떼어 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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