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 어원자료
개나리라 함은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낙엽활엽관목을 말한다. 학명은 Forsythia koreana NAKAI.이다. 우리 나라의 특산종이지만 중국산 개나리와의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이의 변종으로 취급하기도 한다. 따라서 중국명칭의 연교(連翹)로 불리기도 한다. 연교는 연꽃의 연자(蓮子: 연밥)에서 유래된 것으로 개나리꽃의 열매가 연꽃의 열매처럼 생겼기 때문이다. 어떤 학자는 꽃이 달린 긴 가지가 새꼬리처럼 생겨서 연교란 이름이 생겼다고 풀이하고 있으나 새꼬리란 말은 인도의 전설에서 왔을 것이다.
함경도에서는 꽃이 일찍 피기 때문에 매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신이화 · 영춘화 · 어리자 및 어아리 등의 이름도 보이지만 개나리란 말이 가장 널리 통용되고 있는 이름이다. 그러나 평안도와 함경도의 일부에서 쓰고 있는 개나리라는 말은 참나리에 대한 말이다. 이 지방에서는 이른봄에 나리의 뿌리를 캐서 식용으로 하고 있는데, 맛이 없는 종류를 개나리라고 부르는 것이다.
줄기는 가지가 길게 뻗어서 사방으로 처지고 줄기 속에는 계단상으로 된 골속이 있다. 잎은 마주나며, 길이 5~10㎝의 피침형, 난상 장타원형이고, 끝은 뾰족하고 밑부분은 쐐기형이다. 꽃은 암수딴그루이며, 3개씩 황색의 꽃이 모여 달린다.
개나리는 꽃과 수형(樹形)이 매우 아름답고 이른봄에 꽃이 피며, 병충해와 내한성이 강하고 양지, 그늘 가리지 않고 잘 자라고 중요한 관상수로서 오래전부터 공원 · 가정 및 노변에 심어져 왔다. 과실은 한방에서 연교라고 하여 배농(排膿: 고름을 짜냄) · 해독 · 살충 · 임파선염 · 종기 · 소염 · 월경불순 · 이롱(耳聾: 귀가 먹음) 등에 이용되며, 열매껍질의 추출물이나 분해물은 항균작용(抗菌作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개나리는 열매가 많이 열리지 않으므로 주로 약재로는 의성개나리(약개나리)의 열매가 쓰여져 왔다. 이는 경상북도 의성지방에서 많이 재배하였고, 연간 1만 2000㎏ 정도 생산하여 전국에 공급해 왔으나 현재에는 시가의 폭락으로 거의 재배되지 않는다. 개나리의 꽃에는 색소배당체(色素配糖體)가 함유되어 있어 개나리술을 빚어 마시면 여성의 미용과 건강에 좋다는 말이 있다.
개나리술을 담그는 방법은 봄철에 개나리꽃을 소주 1l에 500g 비율로 넣고 밀봉하여 그늘에 약 2개월간 묻어두면 색이 곱고 향기가 높은 맛좋은 술이 된다. 이를 식전 또는 취침전에 한두잔씩 마시면 미용건강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또, 가을에 열매를 따서 말려 소주 1l에 200g의 비율로 넣어 약 3개월 저장하여 두면 연교주(連翹酒)가 된다. 이는 개나리술보다 향기가 적고 맛은 없으나 약효는 좋다고 한다.
개나리꽃의 유래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어느 부자집에 스님이 시주를 청하러 갔더니 부자는 “우리집엔 개똥도 없소.”라고 하면서 박대를 했지만, 이웃의 가난한 사람은 정성껏 시주를 했다. 그러자 스님이 짚으로 멱둥구미(짚으로 둥글게 만든 곡식을 담는 소쿠리 같은 그릇) 하나를 만들어 주고는 사라졌는데 그 속에서 쌀이 계속 쏟아져 나와 가난한 사람은 금방 부자가 되었다.
이웃 부자가 이 사실을 알고는 몹시 원통해 하였는데 이듬해에 그 스님이 또 시주를 청하러 왔다. 부자가 이번에는 쌀을 시주하자, 스님이 역시 멱둥구미 하나를 만들어 주고는 사라졌는데 열어보았더니 쌀 대신 개똥이 가득 들어 있었다. 주인이 놀라 그것을 울타리 밑에다 묻어두었는데 거기서 개나리꽃이 피게 되었다는 것이다.
봄이 되면 개나리와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핀다. ‘개나리'가 ‘개-'와 ‘나리'로 분석될 수 있을 단어라는 것쯤은 ‘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라는 동요를 부를 때부터 이미 짐작하고 있었을 것이다.
‘개나리'는 15세기 문헌에서부터 등장한다. 그 형태도 오늘날과 동일한 형태다.
개나릿 불휘랄 디허 빠 즙을 므레 프러 머그며 <1489구급간이방, 2, 111a>
그러나 ‘개나리 뿌리'는 약용으로 쓰여 왔기 때문에 훈민정음이 창제되기 이전에도 ‘개나리'는 향약명이 나타나는 여러 문헌에 등장한다. 모두 한자를 빌려 쓴 차자표기 형태로 보인다.
犬伊那里根<1417향약구급방>
犬乃里花<1417향약구급방>
犬伊日<1431향약채취월령>
‘犬伊那里(根)' ‘犬乃里(花)', ‘犬伊日'은 각각 ‘가히나리불휘', ‘가히나리 곶', ‘가히날'을 표기한 것이다. ‘犬'과 ‘日'은 각각 한자의 훈으로 읽어서 ‘가히'와 ‘날'로, ‘伊'와 ‘邦'와 ‘里'와 ‘乃'는 각각 음으로 읽어서 '이, 나, 리, 나'로 해독된다. 그래서 앞의 두 개는 ‘가히나라'로, 그리고 맨 뒤의 것은 ‘나리'가 축약된 ‘가히날'로 해독할 수 있다. ‘犬伊(‘伊'는 말음 첨기 표기)', ‘犬'은 모두 동물의 하나인 ‘개'를, ‘那型'와 ‘乃里'는 각각 꽃이름인 ‘나리'로 그리고 ‘日'은 미찬가지인 ‘나리'의 축약형인 ‘날'로 해독할 수 있다. ‘犬을 ‘개'가 아닌 ‘가히'로 해독한 것은 15세기에 오늘날의 ‘개'는 그 형태가 ‘가히'였기 때문이다.
각시 또 가온댄 가히 엇게옌 바얌 여사 앒 뒤헨 아해 할미러니 <1447월인천강지곡, 상, 25b>
狗난 가히라<1459월인석보, 21, 42b>
세한 罪器 옛 막다히와 매와 배얌과 일히와 가히와 방하와 매와<1459월인석보, 21, 45a>
가히 구(狗), 큰가히 오(獒), 가히 견(犬) 더펄가히 방(厖)<1527훈몽자회, 상, 10b>
‘가히'가 ‘개'로 변화한 시기는 대개 16세기로 알려져 있다.
쇼과 말과 양과 돋과 개과 서라 뎐염병을 고툐티 <1541우마양저염역병치료방, 5b>
개 견(犬), 개 구(狗)<1576신증유합, 상, 14a>
개며 말게 니라러도 다 그리홀 거시온 하말며 사람애따녀<1586소학언해, 2, 18b>
尊한 손의 얇패 개랄 구짓디 아니하며<1586소학언해, 2, 61a>
그러나 실제로 ‘가히'가 ‘개'로 나타나기 시작하는 시기는 15세기이다. 그렇지만 ‘가히'와 ‘개'의 출현 환경은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독립하여 쓰인 ‘가히[犬]'는 16세기에 가서야 ‘개'로 변하지만 파생어로 쓰인 ‘가히'는 15
세기에 이미 ‘개'로 변화하고 있는 현상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예문을 보면 그러한 시설을 잘 알 수 있다.
집의 가히 삿기 나코 밥 어더 먹으라 나갓거날 달기와 그 개삿기랄 머규대 뜰흘 딕조사 벌에며 개야미를 주서 머기니<1517번역소학, 9, 100a>
‘집의 걔가 새끼를 낳고'의 뜻인 ‘집의 가히 삿기 나코'는 ‘가히'로 표기 되면서, ‘개새끼(강아지)'의 뜻인 ‘개삿기'는 ‘가히삿기'가 아닌 ‘개삿기'로 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15세기의 ‘가히나리'에 적용할 수 있
을 것이다. 즉 15세기에 ‘개[犬]'의 뜻인 ‘가히'는 단독으로 쓰일 때에는 ‘가히'였지만, ‘가히 + 나리'의 파생 과정을 거치면 ‘개나리'로 변화하여 ‘개'가 ‘가히'로 쓰이던 시기에 ‘가히나리'는 이미 ‘개나리'로 변화하여 쓰이는 것
이다.
접두사인 ‘가히-'나 ‘개-'는 어기인 ‘나리'에 그 의미를 첨가하여 ‘야생 상태의' 또는 ‘질이 떨어지는'의 의미를 첨가시켜 준다. 따라서 ‘개나리'는 ‘질이 떨어지는 나리'를 밀하는 셈이다. 어기인 ‘나리'는 오늘날의 ‘참나리'인
‘백합'을 밀하는 것이었다.
들에 나리꼿츨 헴하라 엇더케 자래며 입부지도 안코 방적도 안이하되 <1887예수셩교젼셔, 마, 6, 28>
‘참나리'의 꽃과 ‘개나리'의 꽃을 비교하여 본 사람이면 두 꽃이 색깔은 다르지만 그 모습은 매우 유사하다는 시설을 알 것이다. 결국 ‘참나리'에 비해 질이 떨어지는 꽃을 ‘개나리'라고 한 셈이다. 이 ‘개나리'는 ‘개나(아래아)리, 개(아래아)나리, 개너리' 등의 다양한 표기가 보이지만, 오늘날에는 모두 ‘개나리'로 통일되었다.
개나리 불휘(百合)<1613동의보감, 3, 5a>
개나리 불희랄 띠거니 삶거나 하여 머그면 사람의게 유익하고 양식을 되하리라<1660.구황보유방,18b>
개나리(番山丹)<18xx광채물qh 采苽, 1a>
개너리곳(捲丹柑<1690역어유해, 하, 39b>
개나리곳(辛夷花)<1778방언유석, 亥, 226>
개나리<1880한불자전, 139>
개나리 불휘(百合)<1799제중신편, 9b>
들에는 도라지꽃이 맑고 개나리꽃이 장하다.<1936들, 223>
이처럼 ‘참'과 ‘개'가 대립되어 사용되는 어휘가 제법 있어서 ‘참꽃' 대 ‘개꽃, ‘참두릅' 대‘개두릅', ‘참가죽' 대‘개기죽' 등이 있다.
진달래, 개나리, 유채화 등 형형색색의 꽃들이 온 세상을 수놓는 계절, 봄. 그 중에서도 원산지가 한국인 개나리는 봄의 시작을 알리는 첫 번째 봄꽃입니다. 꽃과 나무의 모양이 아름답고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기 때문에 관상수로 널리 쓰여 공원과 길가에서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꽃, 개나리. ‘희망과 기대’라는 꽃말을 갖고 있는 개나리란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져 있을까요?
옛날 어느 부자 집에 스님이 시주를 청하러 갔는데 부자는 “우리 집엔 개똥도 없소” 라고하며 스님을 내쫓았다고 합니다. 그러자 이를 지켜 본 옆집의 가난한 사람이 스님을 불러 시주를 해 주었는데 고마움의 표시로 스님은 소쿠리를 만들어 주고 홀연히 떠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스님이 주고 간 소쿠리에서 쌀이 계속 쏟아져 나와 가난한 사람은 부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한편 이 소식을 들은 옆집 부자는 땅을 치며 원통해 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스님이 부자에게 시주를 청하러 다시 찾아왔습니다. 부자는 버선발로 뛰어나가 넉넉하게 시주를 하고 가난한 사람과 같이 소쿠리를 받았는데요. 그러나 그 소쿠리 안에는 쌀 대신 개똥이 가득 들어 있었다고 합니다. 화가 난 부자가 이것을 울타리 밑에 묻었더니 여기에서 노란 꽃이 피어났는데 이 꽃이 바로 개나리였습니다.
한편 개나리의 나리는 백합을 뜻하는 순 우리말에서 비롯된 것인데, 개나리가 백합보다는 아름답지 않고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라 하여 앞에 개자를 붙여 개나리라 부르기 시작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개나리꽃’은 봄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이다. 자주 보는 꽃이지만 볼 때마다 밝고 따스한 기운을 받는다. 이 꽃이 피는 나무가 ‘개나리’다. 개나리가 나무 이름이고, 개나리꽃은 꽃 이름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나무 이름에 풀이름인 ‘나리’가 쓰이고, 또한 나무 이름이 풀이름인 ‘개나리(들에 저절로 나는 나리)’와 같으니 좀 이상하다. 나무 이름과 풀이름이 같아진 데에는 무슨 까닭이 있어 보인다.
나무로서의 개나리는 본래부터 그와 같은 이름으로 불린 것은 아니다. 이 나무는 본래 ‘어어리나모’라 불렸다. 어어리나모가 전통 의서(醫書)인 동의보감(1613년)에 나오는 것을 보면 이 단어의 역사가 상당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어어리나모는 현대국어에 ‘어아리나무’로 이어졌으나 현재 표준어는 아니다.
풀이름 개나리는 ‘나리’에 접두사 ‘개-’를 결합한 어형이다. 들판에 자생하는 흔한 나리여서 ‘나리’에 ‘개-’를 붙여 그렇게 명명한 것이다. 풀이름 개나리는 15세기 문헌에도 등장하는 아주 유서 깊은 단어다. 반면 나무 이름으로서의 개나리는 18세기 후반 문헌부터 보이기 시작한다. 일부 식물학자는 나무 이름 개나리를 일제 식민사관의 부산물로 설명하기도 하나 이 단어의 출현 시기를 고려할 때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나무 이름 개나리는 풀이름 개나리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 노랗게 핀 개나리의 꽃 모양이 들풀의 하나인 개나리의 그것과 흡사하여 ‘개나리나모’(→개나리나무)라 부르다가 ‘나모’를 생략하고 개나리라 부른 것이 아닌가 한다.
개나리나모 또는 개나리가 등장한 후 어어리나모의 세력은 위축돼 결국 서울말에서 밀려났다. 이렇게 하여 귀한 향명(鄕名) 하나가 우리 기억에서 사라졌다. 언어에도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일이 종종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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