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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모꼬지 어원 자료

by noksan2023 2025.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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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꼬지 어원 자료

 

 

모꼬지에 참여한 에어프릴

 

 

 

새 학기를 맞아 대학에서는 학과나 동아리별로 단합대회를 많이 떠난다. 서로 얼굴을 익히고 소속감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봄이 되면 회사에서도 신입 사원 단합대회나 수련회를 가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단체 모임을 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엠티’라 부른다. 바야흐로 엠티의 계절이 온 셈이다.

 

엠티(MT)는 영어 ‘멤버십 트레이닝(Membership Training)’의 앞 글자를 딴 용어다. 언뜻 ‘멤버십 트레이닝’은 모임을 통해 구성원의 친목을 도모하고 소속감을 강화하는 행사란 의미와 잘 어울리는 말로 생각된다. 그러나 영어에는 이런 말이 없다고 한다. 소위 콩글리시다. ‘멤버십 트레이닝’ 자체가 영어에서 사용하지 않는 말이므로 이를 줄인 ‘엠티(MT)’ 또한 정확한 영어 표현이 아니다. 영어권에서 모임이나 수련회를 뜻하는 말로는 ‘party’나 ‘company outing’ 등의 용어가 쓰인다고 한다.

 

‘엠티’는 축약과 생략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언어 습관에서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영어 단어를 마음대로 축약해 쓰기도 하고, 영어 체계에선 존재하지도 않는 단어를 줄여 사용하기도 한다. CM(상업광고)·D/C(할인)·PO(운동경기 결선)·IC(입체교차로) 등이 전자에 속하고, MT·A/S(애프터서비스) 등이 후자에 속한다.

외국어나 외래어는 우리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경우에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구나 영어에도 없는 말이라면 적절한 우리말을 찾아서 쓰는 게 낫다. ‘엠티’에는 ‘모꼬지’가 안성맞춤이다. ‘모꼬지’는 놀이나 잔치 또는 그 밖의 일로 여러 사람이 모이는 것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대학가에서 엠티를 ‘모꼬지’로 바꾸어 쓰자는 운동이 인 적이 있지만 그리 확산되지는 못했다.

 

옛말 가운데 ‘모’자 밑에 ‘ㄷ’ 받침을 쓰는 ‘몯다’라는 말이 있었는데요, 이것은 요즘 말로 하면 ‘모이다’라는 뜻입니다. 이 ‘몯다’라는 말에서 나온 말로 ‘몯가지’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에서 유래된 말이 바로 ‘모꼬지’입니다. 따라서 ‘모꼬지’는 ‘모이다’와 관계가 있는 말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지요.

‘모꼬지’는 놀이나 잔치 또는 그 밖의 일로 여러 사람이 모이는 것을 뜻하는 말입니다. 흔히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가리켜서 ‘파티’라는 영어 표현을 쓰거나 ‘연회’ 또는 ‘집회’ 같은 한자어들을 사용하는데, 이런 말들을 대신할 만한 고유어 표현이 바로 ‘모꼬지’입니다. 여러분도 앞으로 이 ‘모꼬지’라는 말을 자주 사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어떤 일이나 모임을 끝낸 뒤에 서로 모여서 여흥을 즐기는 일이 있지요. 이런 것을 ‘뒤풀이’라고 하는데, 이것을 글자로 표기해 놓은 것을 보면 ‘뒤’ 밑에 ㅅ 받침을 쓰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뒤에 오는 ‘풀이’라는 말이 거센소리로 시작하기 때문에 사이시옷을 쓰지 않는 것이 맞는 표기 형태입니다.

 

 

모꼬지


 

 

'모꼬지'는 대학가에서 '써클'을 '동아리'로 바꾸고, '모임'도 '모꼬지'란 예스런 말로 바꾸면서 급속도로 확산되어 쓰인 어휘다. ‘모꼬지'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놀이나 잔치 또는 그 밖의 일로 여러 사람이 모이는 일'로 풀이되어 있다. ‘모꼬지'는 최근에 만들어낸 단어가 아니다. 이미 「한불자전」(1880), 「한영자전」(1890), 「국한회어」(1895)에 ‘못거지'로 등록되어 있고, 조선총독부의 「조선어사전」(1920)에도 역시 ‘못고지'가 ‘연회(宴會)'의 뜻으로 실려 있다. 문세영의 「조선어사전」(1938)부터 ‘모꼬지'로 나타나는데, 이 '모꼬지'는 조선어학회의 「큰사전」(1947-1957), 이희승의 「국어대사전」(1961) 등에 계속 이어져 온 것이다. 그래서 20세기의 30년대부터  ‘못거지'나 ‘못고지'가 ‘모꼬지'로 변화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가끔 ‘목거지'로도 나타났는데, 이상화의 ‘나의 침실로'의 ‘마돈나 지금은 모든 목거지에 다니노라 피곤하야 돌아가려는도다'의 ‘목거지'의 해석을 놓고 설왕설래한 적이 있음을 상기할 수 있을 것이다. ‘못거지'나 ‘못고지'든 또는 ‘모꼬지'든 이 단어가 ‘모임'을 뜻하던 우리 고유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도 이것이 더 이상 작은 단위로 분석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못고지'나 ‘모꼬지'를 기껏해야 ‘모 + 꼬지'로 분석하거나 ‘모 + ㅅ + 고지' 등으로 분석하려고 할 것 같은데, 이것은 잘못된 분석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모꼬지' 이외에 ‘먹거지'란 단어가 ‘여러 사람이 모여서 벌이는 잔치'란 뜻으로 실려 있어서, ‘모꼬지'를 ‘먹다'와 연관된 ‘먹 + 거지'로 분석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현진건의 「무영탑」(1938-1939)에는 ‘모꼬지'와 ‘먹거지'가 동시에 사용되고 있는데, 여기의 ‘먹거지'는 작가가 ‘모꼬지'를 ‘먹다'와 연관시켜 의도적으로 표기한 것이거나, 아니면 편집인이 ‘모꼬지'의 뜻을 모르고 ‘먹거지'로 잘못 고친 것이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어서, ‘모꼬지'를 ‘먹 + 거지'로 분석한 것은 잘못인 셈이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먹거지'를 사전에 등재시킨 것도 물론 잘못이다. 여하튼 ‘모꼬지'는 ‘먹거지'의 변화형도 아니다.

 

금성의 사랑에는 거의 밤마다 먹거지가 벌어졌다.<1938무영탑, 262>

혼인날에도 다른 제자보다 오히려 더 일찍이 와서 모든 일을 총찰하였고 모꼬지(宴會) 자리에서도 가장 기쁜 듯이 술을 마시고 춤을 추고 즐기었다. <1938무영탑, 41>

 

‘모꼬지'는 16세기의 문헌에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초기의 형태는 ‘몯가지'였다.

 

무서 딀 마늬 따리 婚姻한 몯가지예 녀러 와셔 王涯 더브러 닐오듸<1517번역소학 10, 17a> 

두어 달만에 딸이 婚姻 몯가지로브터 도라와 王의게 告하야 갈오되<1586소학언해, 6, 115b>

사람이 서르 외다 아니하니 몯가지난 자조듸 례도난 브즈런하며 차반은 사오냐오듸, 情은 厚하더니라<1586소학언해, 6, 130a>

복지 마차매 이바디 몯가지예 가디 아니터라<1617동국신속삼강행실도, 효5, 80b>

 

‘몯가지'는 ‘몯- + -가지'로, 그리고 '-가지'는 다시 ‘갗- + -이'로 분석된다. 그러니까 ‘몯- + 갗-'이란 복합어에 접미사 ‘-이'가 붙어서 ‘몯가지'가 된 것이므로 이것은 ‘(몯- + 갗-) + -이'의 구성을 보이는 셈이다. ‘몯'은 ‘모이다'
의 뜻을 가진 동사 ‘몯다'의 어간이고 ‘갗'은 ‘갖추다 구비하다'의 뜻을 가진 동사‘갗다'의 어간이다.

 

四方 諸侯 ㅣ몯더니 <1447용비어천가, 9장>

一切 畢竟 堅固한 이리 다 내게 가자리라<1462능엄경언해, 1, 9b>

 

동사의 두 어간이 합친 복합어 ‘몯갗-'에 명사형 접미사 ‘-이'가 붙어 ‘(몯갗) + 이'가 된 것인데, 표기상으로 ‘몯가지'가 된 것이다. 그 뜻은 ‘모이고 갖추는 것'이란 의미일 것이다. 이 ‘몯가지'는 ‘죽사리'처럼 ‘(죽+살-) + 이'의 구성을 가진 것인데, ‘죽사리'는 ‘죽살다'란 동사가 보이는 반면에, ‘몯가지'는 ‘몯갗다'란 동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 의문을 가질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몯가지'의 성조가 모두 평성인 점이 ‘몯다'와 '갗다'의 ‘몯-'과

‘갗-'의 성조가 모두 평성인 점과 그대로 일치하므로 의심할 여지는 없다. ‘몯갗다'에 해당하는 동사는 오히려 명사인 ‘몯가지'에 ‘하다'를 붙여 만든‘몯가지하다'가 대신하였다.

 

이튼나릐 손이 친히 가샤 례하라 믈읫 몯가지호매 다 동향 사람이어든 나 차례로 안고 잡류엣 사람이어든 나 호로 안띠 말라<1518여씨향약언해, 24a> 

쇽졀업시 몯가지할 싀 녀름지이 힘스믈 버거 하노라<1518정속언해, 20b>

 

이 ‘몯가지'는 17세기 초까지 쓰이다가 ‘몯'의 ‘ㄷ이 ‘ㅅ'으로 표기되어 ‘못가지'가 되었는데, 이 형태는 18세기 말까지 사용되었다. 18세기에는 어중된소리가 되어 ‘못까지'가 등장하여 쓰이기도 하였다. 한편 이 ‘못가지'는 ‘가지'의 ‘가'가 앞의 음절 ‘못'의 원순모음의 영향을 받아 원순모음인 ‘고'로 변화하게 된다. 그래서 18세기에는 ‘못가지'는 ‘못고지'로도 변화하였고 모음변이를 일으켜 ‘못거지'로도 변화하였다. 그리고 ‘못고지'가 어중에서  된소리로 되어 ‘못꼬지'가 되고 이것이 오늘날의 ‘모꼬지'로 변화한 것이다. ‘못고지'가 마치 ‘못거디'가 구개음회되어 이루어진 형태인 것처럼 인식되어 그것을 바로잡는다는 뜻으로 ‘못거디'나 ‘못고디'나 ‘못꼬디' 등으
로 표기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여러 음운변화와 표기의 변화로 말미암아, ‘몯가지'는 ‘못가지, 못고지, 못거지'로 또는 ‘못까지, 못꼬지' 또는 ‘못가디, 못까디, 못고디' 등의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다가 19세기 말에 ‘못거지'와 ‘못고지'로 되었다가
20세기에 와서 ‘모꼬지'로 통일된 것이다. 그 다양했던 표기의 몇 가지를 보이도록 한다.

 

法에 남잡히 허비하야 못가지하야 술먹이홈이 또한 罪 잇나니라<1658졍민편언해, 13b>

사람이 서르 외다 아니하니 못가지난 자조되 禮도난 브즈런하며 음식은 薄호듸 情은 厚하더니라<1737어제내훈어해, 3, 50b>

념사 쳥 비변사 몯고지로 가겨서 오후 오시니 님참봉 채첨디와 약쥬 취하시다<1636병자일기, 312>

오날 이 못고지가 우연티 안이한 일이잇소<1911원앙도, 20>

극히 예모 잇게 졉듸하여 즐거히 허어졋스매 이 두 번 연회가 쳥국에 젼고로 쳐음 되난 못고지라<1901신학월보, 권3, 102> 

못거지(會)<1880한불자전, 247>

이삼 인 못거지라도 슐잔을 다호기 젼에 소회를 말하고 마시니<1910자유종, 2> 

이 못까지랄 가히 다시 닐외디 못하난디라.<17XX형세언, 113>

샹고 때에 이 땅에 꼿치 만하 무삼 큰 못꼬지에는 집에나 사람의게  꼿츠로 왼통 단쟝하엿스니<1901신학월보, 권3, 43>

공자 왕손의 못꼬디와 태슈 현녕의 잔최예 동으로 보채이고<18XX구운몽필사본, 1, 35a>

 

결국 ‘모꼬지'는 ‘모이고 갖추는 일', 즉 ‘모임을 갖추는 일'을 뜻하는 ‘몯가지'가 음운변화를 일으켜 여러 단계의 형태로 나타나다가 오늘날의 ‘모꼬지'로 정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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