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장이 어원 자료
‘미장이'란 건축 공사에서 벽이나 천장, 바닥 따위에 흙, 회, 시멘트 따위를 바르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말한다. 사람을 뜻하는 말이므로 ‘미장이'는 ‘미장'과 사람을 의미하는 접미사 '-이'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단어로 쉽게 분석할 수 있다. ‘미장'도 언뜻 보기에 한자어로부터 왔을 것 같은데, 어느 국어사전도 한자 표시를 한 것이 없는 걸 보니, 한자어로 해석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 ‘미장이'란 단어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한자어가 아니라면, ‘미장이'가 흙손 따위로 흙을 ‘밀어서 바르기' 때문에, ‘미장이'의 발생을 ‘밀[推] - + -장이'로부터 찾으려고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밀장이'의 ‘밀-‘이 ‘ㅈ' 앞에서 ‘ㄹ'이 탈락하여 ‘미'가 되어 ‘미장이'가 되었다고 하는 것인데, 이건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이다. ‘미장이'는 벽을 이름답게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미(美, 아름다울 미)'에 ‘옹기장이' 등의 ‘-장이'가 붙어서 만들어진 단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이것 역시 억지로 한자에 연관시킨 것이다. 어디 그뿐이랴? 머리를 이름답게 하는 것이나, 벽면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미장이'는 ‘미장원(美糚院)'의 ‘미장(美糚)'에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이'가 붙어서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까지도 있는데, 이것 역시 원래의 ‘미장이'와는 거리가 너무나 멀다.
‘미장이'의 어원은 우리가 추측하는 것과는 너무나 엉뚱하다. 옛날에는 진흙으로 벽면을 바르는 일을 했었기 때문에 ‘미장이'는 원래 ‘니(泥, 진흙 니)'에다가 전문적인 일을 하는 사람 중에 천한 직업인을 뜻하는 한자어 ‘장(匠)'이 붙은 ‘니장(泥匠)'에 사람을 의미하는 접미사 ‘-이'가 붙어서 이루어진 단어다. 그래서 ‘미장이'는 ‘니장이(泥匠이)'나 ‘니쟝이'라고 하였다.
한 泥匠이와 두 조역을 블러다가 이 坑壁을 整治하쟈(叫一箇泥水匠和兩箇盆工來)<1677박통사언해, 하, 5a>
연장이 업사면 므삼 泥匠이라 혜리오(沒家事時算甚廖泥水匠) <1677박통사언해, 하, 5a>
니쟝이(泥水匠)<1715역어유해보, 19b>
이 ‘泥匠이'가 오늘날의 ‘미장이'와 같다는 사실은 ‘흙속'과 ‘흙받이'가 없으면 ‘泥匠이'라고 할 수 없다는 대목에서 쉽게 알 수 있다. 그래서 ‘미장이'의 초기 출현형은 ‘泥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18세기 초 이전에는 ‘미장이'나 ‘미쟝이' 등의 단어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18세기 초까지 ‘니쟝이'로 출현하다가 18세기 중기에 와서 이들은 모두 ‘미쟝이'로 변화한다. ‘미장이'를 뜻하는 한문 원문인 ‘이수장(泥
水匠)'에 대한 번역이 ‘니쟝이'에서 ‘미쟝이(또는 ‘미장이')'로 변화하게 된다는 점에서 ‘미쟝이'를 ‘니쟝이'의 변화형으로 보게 되는 것이다. 또한 앞의 「박통사언해」(1677)와 동일한 문맥에서 ‘泥匠이'가 그 후대의 문헌인 「박통사신석언해」(1765)에서는 ‘미쟝이'로 출현한다는 점에서 ‘泥匠이'가 ‘미쟝이'로 변화한 것을 확언할 수 있다.
한 미쟝이와 두 조역을 불러와 됴히 이 캉을 收拾흐쟈<1765박통사신석언해, 3, 9b>
네게 흙손이 잇나냐 내게 이 연장이 업스면 므슴 미쟝인 쳬 하리오<1765박통사신석언해, 3, 10a>
미쟝이(泥水匠)<1778방언유적, 신부방언, 34b>
미쟝이(泥工)<18xx광재물보, 民業, 2b>
미장이 土役匠<1880한불자전, 242>
미장 泥匠<1895국한회어, 127>
쇼 잡는 백장이냐 밧가라 먹는 농부한이냐 낙시질 하는 어부이냐 토담 싸는 미장이냐<1923림화졍연, 422>
사승으로 셕슈와 미장이을 겸하면 즉객의 조흔 암자를 지어내리이다<18xx셔유긔, 상, 22b>
목수나 미장이 한 사람도 대지 않고<1936상록수, 219>
그렇다면 왜 ‘니쟝이'에서 ‘미쟝이'로 변화한 것일까? 쉽게 생각하면, ‘니쟝이'를 잘못 발음하면 ‘미쟝이'가 될 수 있으니, ‘니쟝이'의 잘못된 발음이 ‘미쟝이'로 굳어져서 그 전에 없었던 ‘미쟝이'란 단어가 생긴 것이라고 해
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추정 이외에 사역원(司i鄲完)에서 신이행(愼以行) 등이 만든 중국어 어휘사전인 「역어유해」(1715)란 문헌에 보이는 다음과 같은 기록도 우리에게 중요한 암시를 던져 준다. 즉 ‘니만(泥鋤)'을 ‘쇠손'으로 풀이하고서는 그 주석에 ‘泥俗呼미', 즉 ‘泥'는 속음으로 ‘미'라고 한다는 기록, 마찬가지로 ‘회니(和泥)'를 ‘핡 닉이다'로 풀이하고 그 주석에서 ‘泥或作미', 즉 ‘泥'를 혹 ‘미'라고도 한다는 기록, 마찬가지로 ‘퇴니(退泥)'를 ‘쁴 미다'로 풀이한 후 그 주석에서도 ‘泥或呼미'라고 한 기록 등이 그러한 암시를 준다. 모두 한자 ‘泥'에 대한 주석인데 한결같이 ‘泥(중국음 ‘니')'를 ‘미'라고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주석은 우리나라 한자음을 설명한 것은 아니다. 중국 한자음에서 그러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鳥俗呼단'란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鳥'의 중국음에 ‘돠'라고도 한다는 것이며, ‘肺俗呼븨'는 ‘肺'를 중국음에서 ‘븨'로도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로 보아 ‘니쟝이'의 ‘泥(니)'가 중국음에서 ‘미'로도 읽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국어에서 ‘니쟝이'와 ‘미쟝이'가 거의 음상으로는 비슷하여 잘못 발음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고, 중국음에서 ‘泥'를 ‘미'라고 발음한다는 기록으로 보아 ‘泥'의 중국음의 영향으로 ‘니쟝이'가 ‘미쟝이'로 변화하였다는 해석도 가능하지만, 후자의 해석이 더 신빙성이 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 ‘泥'가 모두 ‘미'로 변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미장이'는 처음에 ‘진흙'을 뜻하는 ‘니(泥)'에 전문적인 직업을 나타내는 ‘장(匠)'이 붙어 ‘니장(泥匠)'이 되고, 여기에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이'가 붙어 ‘泥匠이'가 된 것인데, 이 ‘泥'의 중국어 속음인 ‘미'의 영향을 받아 ‘니쟝이'가 ‘미쟝이'가 된 것이다. 그래서 ‘니쟝(또는 ‘泥匠')'은 사라지고 ‘미장'은 그 뜻을 짐작할 수 없는 단어가 되어 버린 것이다.
미장이는 토역(土役)꾼 또는 토역장이라고도 하며, 전통사회에서는 ‘이장(泥匠)’이라고 한다. 미장이는 주로 석회·모래·진흙 따위의 반죽으로 담장이나 벽을 쌓았으며, 이 밖에 부뚜막을 바르기도 하였다.
『고려사(高麗史)』식화지(食貨志) 녹봉조(祿俸條)에 따르면, 당시 10개 수공업관청의 61개 업종과 96명의 상층 수공업자 가운데 미장이는 도교서(都校署)에 1명이 딸려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조선시대에 들어와 이들의 숫자는 많이 늘어서 1460년에 제정된 체아직(遞兒職) 규정에는 선공감(繕工監)에 소속된 미장이가 30명으로 되어 있다. 그 뒤 15∼16세기에는 이들의 정원이 다시 20명으로 줄어든 기록이 있다.
집을 지을 때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덮고 나면 미장이의 벽을 치는 공사가 시작된다. 흙체로 쳐낸 차진흙에 물을 주면서 이기는 작업은 보조자가 담당하며, 미장이는 이 흙을 흙받이에 받아들고 흙손으로 중깃의 안쪽을 바른다. 이를 ‘초벽질’이라 하며 바깥쪽을 바르는 일을 ‘맞벽질’, 그리고 이 맞벽질이 끝난 다음 안팎으로 하는 벽질을 ‘재벽질’이라 한다.
집을 잘 지을 때는 이 밖에 가는모래가 섞인 진흙으로 ‘사벽질’(새벽질이라고도 한다.)을 한 다음 다시 회·백토·가는모래를 버무린 것을 발라 마감한다. 능숙한 미장이는 큰 집 일을 마칠 때까지 한 점의 흙도 흘리지 않는 것을 자랑으로 삼는다. 강원도의 낙산사를 지을 때 미장이와 자귀장이가 제각기 기술자랑을 하였다. 일이 끝날 무렵 미장이가 흙 한 점을 콧등에 떨어뜨렸는데, 이를 자귀장이가 자귀질 한 번에 없앴다는 이야기도 있다.
미장이의 연장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① 흙체: 모래·검부러기 따위를 가려내는 데 쓰이는 체. 긴 작대기 세 개의 윗부분을 모아 묶고 아래쪽은 벌려 세운 다음 새끼줄을 늘여서 체를 달아맨다.
② 흙받기: 반죽한 흙이나 회를 받아드는 네모난 판대기. 한쪽 가운데 손잡이가 있다.
③ 흙손: 이긴 흙을 떠서 반반하게 바르는 연장으로, 나무로 만든 것과 쇠로 만든 것 두 종류가 있다. 나무흙손은 쇠흙손에 비하여 발라 문지를 때 힘이 더 들지만, 거친 데를 한꺼번에 바르기에는 매우 편리하다. 이 밖에 치장줄 눈을 바를 때는 좁고 긴 ‘줄눈 흙손’을, 모르타르를 개거나 떠서 펼 때는 넓적한 ‘모르타르 흙손’을 따로 쓴다.
④ 흙주걱: 반죽한 흙을 퍼서 높이 떠주는 도구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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