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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사나이 _ 어원 자료

by noksan2023 2025.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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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이 _ 어원 자료

 

 

진짜 사나이

 

 

 

‘사나이'란 ‘한창 혈기가 왕성할 때의 남자를 이르는 말'이다. 'XX도 사나이' 등의 ‘사나이'는 ‘통이 크고 대범하고 시원시원한 젊은 남자를 일컫는 것 같은데. ‘두 얼굴의 사나이, 육백만불의 사나이'라고 했을 때에는 단순히 ‘젊은 남자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나이'는 단순히 ‘남자'란 뜻도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 ‘젊은 남자'란 의미가 더 강하다. 'XX도 사나이, 두 얼굴의 사나이' 등에서 ‘사나이'는 ‘남자 노인'이나 ‘남자 어린이'를 연상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나이'의 이런 뜻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그것은 그 어원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나이'는 현대 표기법에서는 더 이상 분석할 수 없는 단어로 보인다. 기껏해야 ‘사나이'의 ‘-이'가 사람을 나타내는 접미사 쯤일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그 앞의 ‘사나'를 해석하기 힘들다. 


‘사나이'는 어원적으로 두 형태소가 합쳐진 단어이다. ‘사나이'가 처음 문헌에 등장할 때의 형태는 ‘산아희' 또는 ‘싸희'였다.

 

남지늬 소릐 겨지븨 소리 따희 소리 갓나희 소리<1447석보상절, 19, 14b> 

산아희 오좀 한 되예 프러 다시하야 머그라<1489구급간이방, 2, 52b> 

산아희 오좀 큰 한 되예 달혀 반 남작거든 즈싀앗고<1489구급간이방, 6, 81b>

 

‘산아희'는 ‘산 + 아희'로 분석된다. 그리고 ‘따희'는 ‘사나희' 또는 ‘산아희'에서 ‘산'의 ‘아래아'가 생략된 어형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아희'는 ‘아헤 > 아희 > 아히 > 아이 > 애'의 변화를 겪은 단어로, 오늘날 ‘아이' 또는 ‘애'가 된 단어이다. 그리고 ‘산'은 지금은 사라진 단어지만 이전에는 ‘장정(壯丁)'이라는 뜻을 가진 고유어였다. ‘산'은 한자 ‘정(丁)'의 석음에만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일찍부터 쓰였지만 또한 일찍이 사라진 단어로 보인다. 한자 '丁'은 ‘장정(壯丁)'이란 뜻을 가진 것인데, 16세기의 석음 자료에 ‘산 뎡'으로 등장한다.

 

산 뎡(丁)<1527.훈몽자회, 중, 1b>

산 뎡(丁)<1575광주천자문, 24a>

산뎡 (丁) <1575대동급기념문고본천자문, 24a>

 

한자 ‘정(丁)'은 한자의 자형 때문에 오늘날 ‘고무래 정'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실은 ‘고무래 정'이라고 그 자식을 달았던 시대는 없었다. 단지 속설일 뿐이다. ‘산 뎡'은 16세기 후반부터 주로 ‘장뎡 뎡'과 ‘남녁 정'으로 바
뀌어 오늘날 ‘장정 정'으로 굳어졌다. 그러니까 ‘산은 16세기 말에 사라진 단어라는 뜻이 된다.

 

당할 뎡 <1575신증유합, 하, 22b>

장뎡 뎡 <1583내각문고본 천자문, 24a>
장뎡 뎡<1583석봉천자문, 24a>

장뎡 뎡<1601이해룡 천자문, 24a>

장뎡뎡<1634갑술중간본 석봉천자문, 24a>

장뎡 뎡<1650경인중보본 석봉천자문, 24a> 

장뎡 뎡<1661칠장사판 천자문, 18b>

장뎡 뎡<1691신미하중간본 석봉천지문, 24a> 

당할 뎡 <1711산증유합(중간본), 하 22b>

장뎡 뎡 <1730송광사판 천자문, 18a>

남녁 뎡, 장뎡 뎡, 만날 뎡, 소릐 죙<1752주해천자문, 24a> 

남녁 뎡<17xx궁내청서릉부본 천자문, 18b>

 

그러니까  '산아희'는 원래 '산[壯丁] + 아희[兒]'로 만들어진 단어이고 그 뜻은 ‘장정 아이'라는 뜻이다. ‘장정 아이' 즉 ‘사나희'가 어느 정도의 젊은 남자를 말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기록을 보면 대개 10세 이상의 남자를 말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한중록'에 궁중법에는 사나이는 10세가 넘으면 궁내에서 잘 수 없다는 기록을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다.

 

궁듕법이 십 셰 녀믄편 사나희가 궐 내의 잠을 못자더니 <18xx한중록, 50>

 

‘장정 아이'는 곧 ‘나이가 젊고 기운이 좋은 남자 아이'인데, 이때 남자를 강조하면 한자어 ‘남정네'가 될 것이다. '남정네'의 ‘남정(男丁)'이 ‘남자 장정(물론 ‘여자 장정'은 없지만)'을 뜻하는 단어다. 이 ‘남정(男丁)'이 곧 우리 고유어로 ‘산아희'인 셈이다. 그러나 원래는 ‘남정'이란 뜻보다는 ‘장정 남아(壯丁男兒)'란 뜻이었다.

 

이 ‘산아희'가 16세기에 표기가 ‘사나희'로 바뀌어 나타난다. 이때부터 ‘산 + 아희'의 어원의식은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네 누의니미 일즉 언제우터 쥭 먹나뇨 갓 사하리어다 스나희가 간나희가 한 고은 사나희라<1517번역박통새 상, 55a>

이 약달할 져믄 사나희 오좀 세 보사애 섯거 달히니<1542분문온역이해방, 20a>

사나희 죵다 드리고 왓고<1565순천김씨언간> 

能히 말하거든 사나희난 빨리 되답하고 겨집은 느즈기 듸답게 하며 <1586소학언해, 1, 3b>

사나희 띄난 갓차로 하고 겨집의 띄난 실로 홀디니라<1586소학언해, 1, 3b>

닐굽희어든 사나희와 겨지비 돗글 한가지로 아니하며 먹기를 한 듸 아니홀디니라<1586소학언해, 1, 4a>

 

‘사나히'는 19세기까지도 쓰였다. 그리고 17세기부터 ‘아래아'의 변화로 ‘사나희'로 변화하여 쓰였다.

 

텰이 왜적의 잡피인 배 되여 닐오되 사나희 엇디 도적의 손애 욕되이 주그리오<1617동국신속삼강행실도, 열4, 80b> 

사나희와 겨집의 욕심이 바라나기 쉽고 막자라기 어려온디라<1658경민편언해, 15a>

닐굽설에 사나희와 겨집이 돗글 한가지로 아니 하며 <1658여훈언해, 상, 33a>

 

‘사나희'에서 ‘아래아 '의 표기 혼란과 ‘아래아'의 음운 소실로 그 표기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서 ‘사나희, 사나해, 사나히, 사나이' 등으로 표기되다가 ‘아래아'와 ‘ㅎ'의 소실로 오늘날 ‘사나이'로 굳어진 것이다. 결국 ‘사나이'는 ‘산아희 > 사나해 / 사나희 > 시나히 / 사나희 > 사나어 / 사내'의 변천과정을 겪은 것이다.

 

◆ 사나희
사나희 셰샹의 나믜 <1859삼국지, 4, 15b>
◆ 사나해
사나해(漢子)<1768몽어유해, 상; 10b>

비록 어린 사나해와 어린 겨집이라도 팔을 뽐내고 눈을 브릅뜨며<1778속명의록, 차자, 6a>

필부와 필부 / 한 사나해와 한 겨집이란 말삼이라 / <1794유제도도신윤음, 3b>
사나해난 들지 아니하고 계집은 나지 아니할찌니라<1889여사수지, 7b>
사나해(男) <18xx광재물보, 人道, 9>

그만두게 사나해가 맥쥬 힌잔도 못 먹으면 엇더컨단 말인가<1918우정, 4>
◆ 사나희
遼東의 다 닷도록 텬하의 빗겨 마암으로 행하난 거시 진짓 큰 사나희 생각이라<1703삼역총해, 8, 169>

사나희 眷屬이 아니어든 더브러 일홈을 통티 말며 <1736여사서언해, 2, 2a> 

그러나 사나희 잇스면 녀인이 가히 셰랄 못할거시오<1864셩교절요>

사나희(男)<1880한불자전, 372>
졀문 사나희와 졀문 녀인을 졈검하여 보라 하니 <1883명성경언해, 13b>
아당은 사나희오 하와난 계집이니 온 텬하 사람의 시조로다<1895진리편독삼자경, 18a> 

사나희 남(男)<1908신정천자문, 7>

 

‘사나희'가 ‘사나히' 등으로 변화하여 오늘날의 ‘사나이'가 되었는데, ‘사나이'는 20세기에 등장한다.

 

◆ 사나히
 사나히난 동물(男子動物) 사나히 날때 궁시을 걸고 장차 사방에 하기을 빌다(男子生而縣以桑弘逢矢在四方)<1895국한회어, 160>

사람은 절개가 가장 귀중한 것이오. 사나히나 녀자나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절개란 것이요<18xx신숙주부인전, 19>

그 사나이가 성큼 이러서서 남죽에게 춤을 청하는 것이였고<1930薔薇병들다, 43>
◆ 사나이
P는 정조(貞操)적으로 순진한 사나이가 아니다<1931레듸메이드인생, 538> 

에, 에, 변변치도 못한 사나이. 저도 모르게 얕은 한숨이 겨퍼 두 번을 터진다. <1935金따는콩밥, 55>

옥색 저고리를 입은 호리호리한 사나이가 안경을 번쩍거리며 기다란 살포를 지팽이 삼어 짚고<1936상록
수, 101> 

더군다나 그 방안에서 사나이의 굵은 목소리가 두런두런 새어나온다. <1933영원의미소, 12>

 

결국 ‘사나이'는 ‘산 + 아이'로 이루어져 ‘사나해 / 사나희'를 거쳐 오늘날의 ‘사나이'로 변화한 것이다. 그런데 이 ‘사나이'의 어원을 달리 해석하는 학자도 있다. ‘산아희'를 ‘산[壯丁]  + 나해[生]'로 분석하는 것이다. ‘나해'는 ‘낳다'의 어간 ‘낳-'에 ‘-애'가 붙어서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장정으로 태어났다'란 뜻을 가진다고 해석한다. 이것은 ‘산아해'와 대립되는 ‘갓나해'를 ‘갓 + 나이'로 분석하기 때문이다. ‘갓나해'의 ‘갓은 ‘여자, 처'를 뜻한다. 그래서 ‘갓나희'를 ‘갓 + 나해'로 분석하여 ‘여자로 태어난 사람'이란 뜻을 가진다고 하는 것이다. 즉 ‘갓나해'와 ‘산아해'를 동일한 선상에서 분석하려고 하는 것이다. 방언형에서 ‘갓나해'를 ‘가시내, 가시나' 등으로 말하는데, 이 방언형으로 보아 ‘가시나희'를 재구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갓나해

 

 

 

그런데, ‘갓나해'는 ‘갓 + 나해'로 분석되는 것이 아니다. ‘갓나해'는 다른 문헌에서 ‘가사나해'로 등징힌다. 이것이 등장하는 문헌은 ‘경상도 방언'을 반영한 「칠대만법」(1569)이다.

 

少女난 갓난 가사나해라<1569칠대만법, 14b>

갓난 가사나해난 그 소 배셔 아모거시 나리라 몯할 쁘디니 엇뎨어뇨<1569칠대만법, 14b>

갓난 가사나해난 子息기 이시며 업스며 사오며 어디로말 몯내 알 거시니<1569칠대만법, 15a>

 

이 ‘가사나해'로 이것이 ‘갓 + -은 + 아해'로 분석될 수 있는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이 ‘-은 /은'이란 문법 형태에 대해서는 아직 설명하기 어렵지만, 그래야만 ‘갓나희'와 ‘산아희'를 공통적으로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산아희(또는 ‘사나희' 등)'는 15세기 문헌에서는 주로 ‘갓나해'와 대립되어 쓰였다. 

 

나혼 자시기 산아해어든 팟 닐굽 나찰 삼끼고 갓나해어든 열네 나찰 삼끼면<1489구급간이방 7, 54b> 

사나해가 간나해가 한 고은 사나해라<1517번역박통사, 상, 55b>

사나해며 간나해 아흳 제븓터 곧 교만하며 게을어<1586소학언해, 5, 2b>

사나해와 간나희 갈해욤이 이시며 <1586소학언해, 5, 34a>

닐곱 해어단 사나해며 간나해 달리 할 주랄아라<1658여훈언해, 하, 28a>

 

그러다가 ‘겨집'과 대립되어 쓰이게 된다.

 

사나해는 빨리 대답하고 겨집은 느즈기 대답게 하며<1586소학언해, 1, 3b> 

사나해 띄난 갓차로 하고 겨집의 띄난 실로 홀디니라<1586소학언해, 1, 3b> 

닐굽 해어든 사나해와 겨지비 돗글 한가지로 아니하며 <1586소학언해, 1, 4a> 

사나해와 겨집이 冠 쓰며<1586소학언해, 2, 4a>

사나해와 겨집이 듕인 단니미 잇디 아니하얏거든<1586소학언해, 2, 45a>
길헤 사나해난 올한 녁흐로 말매암고 겨집은 왼녁흐로 말매암을디니라<1586소학언해, 2, 52b>

사나해난 님굼을 위하야 죽고 겨지븐 지하 비랄 위하야 죽나니<1617동국신속삼강행실도, 열, 4, 74b>

사나해 겨집의 손애 죽디 아닌나니라 하더라<동국신속삼강행실도, 효, 6, 20b>
사나해는 왼 녁 계집은 올흔 녁해 차라<1653벽온신방, 14b>

칠월 칠일에 사나해난 콩 닐곱을 삼끼고 계집은 팓 두닐곱을 삼기면 됴하니라<1653벽온신방, 15a> 

사나해 병은 모딘 긔운이 입으로셔 나고 계집은 모딘 긔운이 음문으로셔 나나니<1653벽온신방, 16a>

남진과 겨집이 은혜 이시며 사나해와 간나해 갈해요미 이시며<1658경민편언해, 19b>
사나해난 지고 겨집은 이고<1676첩해신어, 4, 24b>

 

처음에는 ‘사나해'가 주로 ‘갓나해'와 대립되더니 후에는 주로 ‘겨집'과 대립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사나해'가 ‘젊은 장정 아이'란 뜻에서 ‘남자'란 뜻으로 바뀌어 가고 있음을 보여 주는 증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어느 경우에는 ‘부인'과도 대립되는데 이것으로 ‘사나이'의 의미가 결혼한 젊은 남자까지도 지칭하는 말로 변화하였음을 알 수 있다.

 

사나해난 살아실 제 畵像이 이시나 쁘기예 오히려 쁟 업거든 婦人에 니라러난<1632가례 언해, 5, 20b>

 

그런데 ‘산아해'가 처음 등장할 때 여기에는 ‘아해[兒]'의 뜻이 있어서 ‘산 아해'와 ‘아해'의 두 단어가 같이 배열되는 적이 없었지만, ‘산아해'가 ‘사나해'로 되면서 이 속에 ‘아해'의 뜻이 있음을 알지 못하는 언중들은 ‘사나해' 와 ‘아해'를 같이 배열하기도 하였는데, 이것은 ‘사나해'의 뜻이 바뀌었음 을 뜻한다.

 

사스분산은 한 일홈은 무가산이오 한 일홈은 만금산이니 사나해 아희과 거믄 괴과 거믄 개과 거믄 돋 각 하나할<1608언해두창집의 햐 31b>

이와 긔운으로 된 병과 담으로 된 증에다 사나해 아이 오좀으로뻐 프러 나리오면 효험이 더 나으리라<16xx납약증치방언해, 3b>

사나해 아해 오좀을 먹고 황년 달힌 물을 마시고<16xx납약증치방언해, 15a>

녜 졍녈이 생심도 밧긔 나가 사나해 아해달하고 한 되셔 돋 놀게 하소 <16xx진주하씨언간>

내 이신 적은 아마려 하여도 므던하거니와 업시셔 밧긔 나와 사나해 아해달하고 한대셔 노더라 하면 가장 욀 거시니 <16xx진주하씨언간>

 

이 문장에서 ‘사나해'는 ‘남자[男]'를 뜻하지만 ‘아해'는 ‘아이[童]'를 뜻하는 것이다. 이 ‘사나해 아해'는 이미 ‘산아해'에서 ‘아해'에 대한 인식이 사라졌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나훈아의 사내

 

 

 

이 ‘사나이'가 축약된 형태가 ‘사내'이다. 20세기부터 등장한다

 

사내 남(男)<1918초학요선, 20>

쓸데없이 이 사내 저 사내 교제나 하면 남의 이야깃거리가 되기 무엇하니 <1932흙, 2, 196>

내가 사내 같으면 나이 젊것다, 외모가 저만하것다, 그만 돈쯤이야<1933영원의미소, 189>

젊은 여자의 목소리를 듣고 사내 마음은 이상한 물결이 치는 것이다<1040뉘치려할 때, 32>

 

그래서 사전마다 모두 ‘사내'를 ‘시나이의 준말'로 풀이하고 있다. 그렇지만 ‘사나이'와 ‘사내'는 형태가 달라지면서 그 의미를 비꾸어 가는 것처럼 보인다. 예컨대 'xx도 사나이'를 쓰지 않고 ‘XX도 사내'라고 하면 앞의 말은 ‘통이 크고 대범한 남자'를 지칭하지만 뒤의 것은 단순한 ‘남자'만을 지칭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진짜 사나이'란 군가의 가사 중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너와 나 나라 지키는 영광에 살았다'를 ‘사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으로 바꾸어 부른다면 그 군가는 군가의 맛을 버리고 말 것이다.

 

‘사나이'는 남자 중에서 어느 층위에 속하는 사람을 말하는 것일깜? 나이가 들면서 사람을 지칭하는 명칭이 분화되었는데, ‘아기[嬰兒] 一> 아해[兒] 一> 져므니[靑年]  一 >져므니[壯年] 一> 늘그니[老人]'로 분화되었다. 결국 ‘져므니'중에서 청년과 장년을 다 합쳐 ‘사나이'라고 한 것으로 보인다. ‘사나이'와 함께, 젊은 님자를 지칭하는 단어들, 예컨대 ‘남자(男子), 남아(男兒), 남정(男丁)네, 사내, 남진(南人)' 등은 모두 조금씩 그 뜻을 달리하며 쓰이고 있다. ‘여자'에 대해 ‘남자'를, ‘여아(女兒)'에 대해서 ‘남아'를 쓰지만, ‘남아'는 꼭 어린애를 지칭하지 않고 넓은 의미로 쓰이고 있고, ‘남편(男便)'과 ‘여편(女便)네'가 대립되지 않고 ‘여편네'에 대해 ‘남정네'와 ‘남진네'가 대립되어 쓰이는 것이다. 그런데 ‘사나이'에 대립되던 ‘가시내'는 오늘날 방언형에서만 대립될 뿐, 표준어에서는 ‘계집아이'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 뀌었다. 이렇게 단어와 어휘는 살아서 변하고 있다.형태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도 보이지는 않지만 늘 변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에 기사도 정신이 있다면, 한국에는 ‘사나이 정신’이 있다. 의리, 양보, 책임감을 상징하고 있다. 어디서 온 말일까? ‘장정’을 예습해야 정답에 접근할 수 있다. ‘장정’은 순우리말은 아니다. 한자 ‘장할 장’(壯)' 자와 고무래 정’(丁)' 자를 쓰고 있다.

 

‘정’ 자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무래 정’는 갑ㆍ을ㆍ병ㆍ정ㆍ무로 시작되는 10간 중 네번째에 해당하는 한자다. 이를 주역 오행으로 옮기면 ‘불화’(火)에 해당하고, 방위로는 정남향이 된다. 불에 정남향이면 양기(陽氣)가 가장 강한 모습이다. 여기서 ‘장정’이라는 뜻이 나왔다. 남자 중에도 혈기가 가장 왕성한 때를 말한다.

 

“그 어르신 아직도 정정해”

 

라는 표현도 비슷한 경우다. 사나이도 이와 관련이 있다. 학자들은 사나이의 중세어를 ‘산나해’로 보고 있다. ‘산’과 ‘나해’의 결합이다. 이것이 ‘사나해’를 거쳐 오늘날의 ‘사나이’가 됐다. 이중 중심어인 ‘산’이 앞서 언급한 장정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나해는 ‘낳다’(生)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사나이'는 '남자장정'이란 뜻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계집의 사투리 ‘간난이’도 비숫한 경우다. 중세어 ‘갓나해’서 왔다. ‘갓’은 시집가지 않은 여자를, ‘나해’는 ‘사나이’의 ‘나해’와 비슷한 경우다. 지금도 북한 사람들은 ‘이 간나 새끼’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여기서의 ‘간나’도 ‘갓나해’가 변한 말이다. 따라서 이 말은 ‘이 여자같은 새끼’라는 뜻이 된다. 물론 여자들은 싫어할 말이다.

사나이는 계집의 반대말이다.

 

“사내자식이 돼 가지고 그게 무슨 짓인가.”

“사나이답게 행동해라.”

“사내가 한 번 말을 했으면 그대로 할 일이지.”

 

사나이는, 계집의 대어(對語)로서뿐만 아니라, 씩씩하고, 불의를 모르는 용기의 상징처럼 되어온 말이기도 하다. 그 사나이가 요즘 사회로 봐서는 어째 계집에게 슬슬 꿀린다 싶어지는 측면이 없는 것도 아니다. 계집의 눈물에 무릎을 꿇는 것은 사나이의 예로부터의 사나이다운 측면이 아니었던 것도 아니지만, 요새 이르러서는 계집의 힘 앞에 무릎을 꿇는 사나이도 적다고는 할 수 없게 되어 버린 듯싶다. 애도 낳지 말자고 우겨대는, 이른바 ‘여성상위시대’의 ‘겉멋 여권론’은 잘못 받아들인 민주주의의 때문이라고 개탄하는 이를 보기도 했지만, 아무튼 이리 되면 ‘사나이’라는 그 말이 무색해지는 것만은 틀림없다.

 

사나이는 ‘산’과 ‘아해’가 합해져서 된 말이다. ‘산’은 <훈몽자회>에 ‘丁’자를 일러 ‘산덩’이라 했듯이 씩씩하고 꿋꿋한 남아를 이르는 말이었다. 말하자면 장정(壯丁)이었다, 국토방위의 대업을 맡는 이가 이 사나이, 장정이 아닌가?

 

학자들에 의하면, 신라시대 '화랑'은 곧 '꽃 같은 사나이'라는 뜻으로 사용된 말이라는 것이다. 조선 왕조로 내려와 '화랑이'라는 것이 있어, 그것은 광대의 일종을 가리키는 말이 되기도 했던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고운 옷을 입고 가무ㆍ행락을 했던 데서, 신라의 화랑도 고운 옷을 입고 있었던 것과 견주어 '말의 변천’으로 설명하련은 이도 있었지만, 나중에 가서야 어찌 변했든 ‘화랑’이라는 말의 시작은 역시 ‘옷을 곱게 입었던 꽃 같은 사나이’라는 데서 말줄기를 찾음이 옳다고 할 것이다.

 

하여간 ‘화랑(花郞)’을 ‘국선(國仙)’이라 적기도 했던 것인데, 이 경우의 ‘국선(國仙)’도 한자의 뜻으로 보아 그럴듯한 외에, 사실은 ‘곶손’을 적기 위한 한자의 차용이었다고 보기도 하는 것이다. ‘곶산’은 ‘꽃사나이’, 결국 화랑(花郞)과 다를 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라 때 유수한 집안의 자제들로 구성되었던 화랑(花郞)은 어느 모로 보나 ‘꽃사나이’들이었음에 틀림이 없는 일이다. ‘간나해(계집)’들은 이런 믿음직스러운 ‘산아해’들을 싸움터에 보내고 애타는 마음으로 승전고를 울리는 개선의 날을 기다렸던 것이리라.

 

 사나이라는 말이 나온 김에 한 가지 생각해 볼 말이 있다. ‘사냥’이라는 말이다. <훈몽자회>에도 ‘엽(獵)’자를 일러 ‘산행할 렵’이라 한 외에, <용비어천가> 125장에는 ‘낙수(洛水)에 산행(山行) 가 이셔’ 같은 말이 나와, 우리의 ‘사냥’이라는 말은 옴짝달싹할 수 없이 ‘산행(山行)’에서 말밑(語源)을 구할 수밖에 없이 돼 있다.

 그러나 옛날 분들이 ‘산행(山行)’이라는 전제 관념 아래서 아예 ‘산행(山行)’이라 적었던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는 없는 일일까. 여항(閭巷)에서는 사냥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인데도, 적기를 ‘산행(山行)’이라고 했던 것이라는 생각이 반드시 억지일 수만은 없다.

 

사냥이야 물론 ‘산으로 가는 것(山行)’임에 틀림은 없다 하겠으나, 따져 생각한다면 순수한 우리말로서의 ‘산양’ 그것이나 아니었을 것인가 생각해 보는 것이다. ‘산’은 사나이요, ‘양’은 예나 이제나 모양인 것이매, ‘사나이 모양’이 곧 ‘사냥’일 수나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서이다. 사냥이야말로 가장 ‘사나이다운 짓’ 일 수 있었을 고대사회가 아니었을 것인가. 때로는 맹수와의 목숨을 건 사냥도 있었을 지난날이라고 한다면, 사냥 그것에서 사나이의 참모습, 씩씩하고 굳건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나 아닐까. 총으로도 목숨이 위험한 현대의 사냥이라 할 때 옛날의 사냥이 얼마나 사나이다워야 했던 것일까를 생각해 보면서의 이야기이다.

- 박갑천 : <어원수필(語源隨筆)>(1974) -

 

 

선비는 예전에, 학식은 있으나 벼슬하지 않은 사람을 이르던 말입니다.(표준국어대사전) 선비가 되고 싶다든지, 선비로 살고 싶다든지 하는 마음도 이런 정의와 관계가 있어 보입니다. 기본적으로 선비는 배우는 사람이고, 욕심이 적은 사람이라는 이미지입니다. 한민족의 정신을 이야기할 때 선비정신을 들기도 하는 것은 선비가 한민족의 태도와 지향을 잘 나타내는 사람이기 때문일 겁니다.

선비는 순우리말인데, 어원을 살피기가 쉽지 않습니다. 몽골족에 속한다고 하는 ‘선비(鮮卑)’라는 민족이 있어서 연관성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와 언어적으로 관련이 있는 몽골의 민족명이기에 관계가 아예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부족명이 사람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선비와 선비족이 관련성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의 의미를 공유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선비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선’입니다.(서정범, 새국어어원사전) 선은 우리말에서 사람을 나타내는 다른 어휘와 연관성이 보입니다. 우선 연관을 지을 수 있는 말은 ‘산’입니다. 산은 중세국어에서 ‘丁’의 의미입니다, 장정(壯丁)의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산과 선은 모음교체에 의한 어사분화로 볼 수 있습니다. 선비가 남성을 의미하는 것도 의미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습니다.

모음교체의 말을 하나 더 찾아보면 ‘손’도 있습니다. 손은 손님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쉽게 증명하기는 어렵지만 손이 부족하다는 말을 설명할 때 ‘손[手]’이 사람[人]의 의미로 확대되었다고 보는데 손 그 자체를 사람의 의미로 볼 수도 있을 겁니다. 요즘은 손님이라는 말로만 주로 쓰이지만 예전에는 손만 따로 쓰이는 예도 많았습니다. ‘저 손아 마저 잠들어 홀로 울게 하여라.’라는 이은상 선생의 성불사의 밤이라는 시가 생각이 납니다. 

한편 산은 사람을 나타내는 여러 어휘와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어휘는 사나이입니다. 이 말은 ‘산 + 아히’ 또는 ‘산 + 나히’로 분석합니다만 어떻게 나누더라도 산은 남습니다. 사나이와 사내도 관계가 있습니다. 사내는 뒤에 아이를 붙여 사내아이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산은 주로 남자를 나타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산, 선, 손’은 사람을 나타내는 어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단어의 폭을 넓혀보면 ‘사위’도 연관 지어 볼 수 있습니다. 남편을 나타내는 옛말에는 ‘샤옹’도 있었습니다. 시집의 ‘시’도 관련성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시를 한자로 시(媤)라고 쓰지만 남자라는 의미의 말이었음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한자말 중에는 그 기원이 북방민족인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우리말의 요소가 한자어로 들어가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선비에서는 모습이 많이 달라졌습니다만, 시옷으로 시작하는 사람 관련 어휘로는 ‘스승, 사돈’ 등도 있습니다. 사돈은 몽골어에서는 친척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물론 대표적인 우리말 어휘로 ‘사람’을 들 수 있습니다. 

선비와 관련된 어휘를 주로 시옷으로 시작하는 어휘 속에서 찾아보았습니다. 이것은 엄밀한 연구가 아니기 때문에 연구의 스케치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림도 마찬가지지만 연구도 스케치가 중요합니다. 스케치를 다른 말로 가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밑그림이 제대로 안 되어 있으면 연구가 정밀하지 않습니다. 더 철저히 살펴야 할 겁니다.

‘선비’는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문화어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정신을 ‘선비 정신’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물질적인 욕심에서 멀고, 베움을 중요시 여기며, 옳지 않은 것을 옳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입니다. 조금은 답답해 보였겠지만, 이런 사람들이 우리 민족의 정신을 만들었습니다. 이 시대의 선비는 누구인가요? ‘그 분은 선비이시다!’라는 말은 멋진 칭찬입니다. 청렴하고 꼿꼿한 선비가 그리운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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