뽐내다 _ 어원 자료

‘뽐내다'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① 의지가 양양하여 우쭐거리다
② 자신의 어떠한 능력을 보라는 듯이 자랑하다
란 뜻을 가진 단어다. 그래서
"서로 자기가 잘났다는 듯 뽐내고 있었다."
"자기의 능력을 뽐내었다."
처럼 쓰여서 ‘잘난 척 하거나 우쭐대는 행동'을 나타내는 동사로 쓰이고 있다.
‘뽐내다'는 언뜻 보아 ‘뽐'과 ‘내다'로 분석할 수 있을 법 한데, ‘내다'는 그 뜻을 알 것 같지만, ‘뽐'은 그 해석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내다'가 타동사이어서 ‘뽐내다'를 ‘뽐을 내다'로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뽐'이란 명사가 없으니 이 분석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대학생들에게 물어 보니 ‘뽐내다'가 혹시 ‘폼내다'가 변한 것이 아니냐고 대답하기도 하여서 웃음을 자아낸 적이 있다. ‘뽐'을 영어의 ‘Form'에서 온 것으로 착각하였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뽐내는 것'이 소위 ‘폼을 내는 것과 행동면에서 연관이 있어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뽐내다'가 ‘뽐'과 ‘내다'로 분석될 것이라는 예측은 옳은 것이다. 그러나 ‘뽐'은 원래 명사가 아닌 동사 어간이다. 그것도 본래는 ‘뽐'이 아니라 ‘뽑다'의 어간 ‘뽑-'에서 온 것이다. ‘뽐내다'의 초기 출현형은 18세기의 문헌에
등장하는 ‘뽑내다'이다. 그러니까 ‘뽐내다'는 원래 ‘뽑내다'이었던 것이다. ‘뽑내다'는 ‘뽑-'과 ‘내-'라는 두 개의 어간이 합쳐진 합성어다. ‘뽑'은 오늘날의 ‘뽑다[拔]'의 ‘뽑-'이고, ‘내-'는 ‘내다[出]의 '내-'이기 때문에, ‘뽑내다'는
‘뽑아서 내다'란 의미를 가졌던 것이다. 그럼 무엇을 뽑아서 낼까? ‘팔'이나 ‘팔뚝이나 ‘주먹' 등을 뽑아서 내는 행위가 곧 ‘뽑내다'였다. ‘팔을 뽑아낸다는 것'은 곧 ‘팔을 옷소매로부터 뽑아내는 것'이어서 ‘팔을 걷어붙이는 것'을 뜻한다. 팔을 걷어붙이는 행위의 동기에는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나는 어떤 일에 전념하기 위한 것이고, 또 하나는 자신의 힘을 자랑하기 위해 하는 것인데, ‘뽑내다'는 후자의 의미로 쓰인 것이다. 마치 팔씨름을 하거나 싸움판에 나갈 때 팔을 걷어붙이는 것을 ‘팔을 뽑낸다'고 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이 단어가 처음 등장하는 「역어유해보」에 ‘주머귀로 치다(주먹으로 치다), 서라 치다(서로 치다), 치다'와 같은 단어와 함께 ‘쟁송(爭訟)' 부분에 이 단어가 등장하고, 같은 뜻을 가진 한자어로 ‘선권(揎拳)'을 들고 있는 데에서 알 수 있다(‘揎'은 ‘소매걷을 선', ‘拳'은 ‘주먹 권'이다). 그러니까 ‘뽑내다'는 현대어로 말하면 ‘소매를 걷어 붙여서 팔을 옷소매 밖으로 뽑아 내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뽑내다'는 항상 ‘팔알 뽑내다, 주머괴(주먹)랄 뽑내다, 팔뚝을 쏩내다, 손목알 뽑내다' 등으로만 사용되었다.
팔 뽑내다(攘臂- 揎拳)<1715역어유해보, 36a>
팔 뽑내다(攘臂) <1748동문유해, 하, 28b>
무리가 더옥 뽑내여 갈아듸 뎌 븩셩을 요동케 하고 교랄 두루 온 유대에 젼하고 갈닐니로브터 여긔까지 니라럿나이다 하니<1900신약전서, 눅 23, 5>
번인 일 원 사십 전을 달라는 걸 억지로 짝가서 일 원 삼십 전에 떼왓는걸! 하고 저니까 짝갓다는 우세를 뽐내
니<1935솟, 130>
쟉은 주머괴랄 뽑내며<17Xx빙빙전, 13>
그 장사는 그릇을 노와 두고 팔죽을 뽑내면서 범에게로 달려드니 범이 겁내여 다라난다<18xx소강절,10>
이 ‘뽑내다'는 ‘뽐내다'로 변화한다. ‘뽑'의 말음 ‘ㅂ'이 뒤에 오는 ‘내다'의 ‘ㄴ'에 동화되어 ‘ㅁ'이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겪은 형태인 ‘뽐내다'는 이미 18세기에 나타난다.
셰샹의 이 글을 닑난 쟤 그 슬허하고 분완하야 하며 팔을 뽐내고 눈이 씌디 아니한 즉<1756천의소감언해, 진쳔의쇼감차자, 6a>
팔 뽐내다(攘臂)<1768몽어유해, 하 23a>
문득 팔을 뽐내며 웃고 말하야 갈오듸<1777명의록언해, 상, 32a>
팔 뽐내디(撻臂)<1778방언유적, 성부방언, 14a>

한편으로는 ‘내다'가 ‘늬다'로 표기되기도 하여서 ‘뽑늬다, 뽐늬다'로도 표기되었다.
쏩늬다(奮勇)<1880한불자전, 335>
팔흘 뽑늬며<18xx명듀보월빙, 9, 311>
팔흘 뽑늬며 꾸지져 왈<18xx옥누몽, 3, 68b>
손목 뽐늬다<搤腕) <18xx광재물보, 形氣, 3b>
일곱 길동이 일시의 팔을 뽐늬며 크게 소릐하고<18xx홍길동전, 24, 11b>
동늬 량반들이 말하면 팔둑을 뽐늬며 하난 말이 <1910자유종, 33>
‘뽑내다'와 같이 ‘뽑다'에 ‘내다'가 붙은 형식은 20세기까지도 사용되었다. 「상록수」(1935)에
"큰 벼실이나 되는 줄 알구 뽐내는 화상이야 요란허지요"
란 문장이 등장하고 있어서 최근 까지도 ‘뽑내다'가 ‘뽑다'와 ‘내다'의 합성어임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 ‘픨(팔), 손목, 주머괴(주먹), 팔뚝(팔쑥)'을 ‘뽑내다, 뽑늬다, 뽐내다, 뽐늬다' 등이 ‘팔 등을 소매에서 뽑아내는 행위'를 뜻하던 것이었는데, 이것이 마치 힘을 과시하거나 우쭐거리거나 하는 행위로 인식되어 목적어가 없는 ‘뽐내다'로 변화한 것이다. 이렇게 목적어가 없이 ‘뽐내다' 단독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에 와서의 일이다.
압다 요싀 그년이 뽐늬난 서슬에 호사 한번 잘 시키고<1908은세계, 12>
무리가 더욱 뽑내여 갈아듸<1900신약전서, 눅, 23, 5>
저니까 깍갓다는 우세를 뽑내니<1935솟,130>
결국 ‘뽐내다'는 ‘팔을 소매로부터 뽑아서 내다'란 뜻을 가진 ‘(팔)을 뽑내다'가 ‘(팔을) 뽐내다, 뽑늬다, 뽐늬다 ' 등으로 변화하였다가 ‘팔' 등의 목적어를 떨어뜨리고 단독으로 ‘뽐내다'로 변화하면서 ‘팔을 걷어붙이는 행위'에 대해 ‘우쭐대다, 자랑하다'는 것으로 인식하게 되어 오늘날과 같은 의미로 변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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