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犬)_하늘이 아는 큰 뜻
대(大)는 사람이 팔을 벌리고 서 있는 모습을 본뜬 상형 문자이다. 그래서 큰 대(大) 자는 사람 인(人) 자와 맞먹는다. 사람의 몸 가운데 가장 위에 있는 것이 머리의 정수리이고 그보다 더 높이 있는 것이 하늘이다. 대 자 위에 한 일 자를 올려 놓으면 바로 사람의 정수리와 하늘을 뜻하는 천(天) 자가 된다. 그리고 부부(夫婦)라고 할 때의 그 부(夫)는 사람이 상투와 비녀를 꽂은 모양을 나타낸 것으로 그것 역시 큰 대 자에서 비롯된 글자이다.
그런데 대 자 밑에 점 하나를 찍어 크다는 뜻을 나타내는 태(太) 자에서 그 점을 하늘 위에 갖다놓으면 견(犬) 자가 된다. 개가 하늘과 버금가는 큰 짐승인가. 사람을 보고 개라고 해도 욕이 되는 법인데 하물며 하늘과 같은 대 자 항렬에 개를 끼워 넣는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신성 모독이 아닐 수가 없다.
하지만 그 자원을 찾아보면 견(犬) 자는 보기에만 대(大) 자와 비슷할 뿐 사실은 그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별개의 글자이다. 즉 견(犬) 자는 개의 형상을 위에서 내려다본 상형 문자라는 것이다. 옥편을 찾아봐도 개 견(犬) 자가 붙은 글자들은 큰 것과는 상관없이 모두 짐승을 나타내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견 자가 대 자와 비슷하게 생긴 바람에 뜻하지 않았던 일들이 돌연 발생하는 일도 적지 않다. 돌연이라고 할 때의 그 돌(突) 자부터가 개 견(犬) 자가 들어 있지 않은가? 돌 자는 굴의 구멍[穴]에서 숨어 있던 짐승[犬]들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을 나타낸 글자이다.
말하자면 이 견(犬) 자가 대(大) 니, 천(天)이니 한느 신성한 글자들과 비슷하게 생겨서 그야말로 개가 개구멍에서 튀어나오는 것 같은 돌발사(突發事)를 일으키고 사람의 목숨을 뺏기도 한다. 활자를 잘못 골라 천(天) 자의 선이 점으로 변하면 일본 천황(天皇)은 견황(犬皇)이 되고 만다. 그리고 또 큰 대(大) 자를 잘못 고르면, 혹은 그 글자 위에 먹물이라도 튀는 날에는 대통령(大統領)은 여지없이 견통령(犬統領)으로 전락한다. 신문 잡지에 이런 오식 사건이 일어나서 정치 문제로까지 비화한 일도 적지 않다.
이번에는 이와 같은 일이 중국에서 벌어졌다. 중국의 최대 일간지 <인민일보>의 한 평론 기사 가운데 8기 전국인민대표대회의 그 '대회(大會)' 자가 '견회(犬會)'로 둔갑을 한 것이다.
중국에서 문혁(文革)이 일어났을 때에는 개까지 수난을 당하기도 했다. 개는 부르주아의 상징이라는 것이다. 사람이 먹을 것도 없는데 놀고 먹는 개를 기른다는 것은 또 하나의 유한층(?)이 아니냐는 것이다. 정 애완용 짐승을 기르고 싶으면 그보다 적게 먹는 고양이를 기르라는 대안도 나왔다. 그 정치 바람으로 한동안 북경 시내에서는 개의 자취를 찾아볼 수 없었다. 중국이 개방 정책을 써서 시장 경제를 부분적으로 도입했을 대 일본 기업가들은 북경 시내에 개가 얼마나 늘어가는가에 주목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개방 속도와 경제 발전의 척도를 염탐하는 수단으로 개를 정보의 지표로 삼았던 까닭이다.
다른 곳도 아닌 바로 그 중국의 북경에서 그것도 인민 대표들이 모이는 모임이 개 모임의 견회(犬會)가 되었으니 호떡집에 불난 정도가 아니었을 것이라는 것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신문사 쪽에서는 윤전 인쇄 과정에서 먹물이 잘못 떨어져 생긴 것이라고 해명을 했지만 당에서는 광범위한 내사에 들어갔고 세계의 뉴스는 제2의 천안문 사건과 같은 반체제 운동이 벌어졌는가 촉각을 세우기도 했다. 글자의 점 하나가 세계를 향해 짖었다. 작은 가십거리로만 볼 게 아니다. 새로운 시각을 통해 이 사건을 관찰해 보면 일본 기업인들처럼 중국의 개방 속도와 그 수준을 잴 수 있는 생생한 지표를 얻을 수가 있을 것이다. 그 나라의 민족이 개를 어떻게 대하고 있느냐를 보면 바로 그 나라의 근대화가 어느 정도인가를 알 수 있다.
근대화 이전의 서양에서도 개의 이미지는 부정적인 적이 많았다. <구약 성서>에는 불결 불순한 것으로 그려져 있고 <신약>에는 "진주를 돼지에게 주지 말라"는 말과 똑같이 "신성한 것을 개에게 주어서는 안 된다(마태복음)"고 되어 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유복해지고 개가 애완용으로 사랑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가족의 한 구성원으로서 사람과 같은 대접을 받게 된다. 녀희 식구가 몇이냐라고 매국 애들에게 물으면 영락없이 식구 수에 개를 포함해서 몇이라고 대답한다. 그래서 세계 최강국인 미국은 단연 개의 숫자에서도 세계 제일의 견국이다. 물론 그 숫자 속에는 큰 대 자에 점 하나 찍어주어도 부끄러울 게 없는 백만장자 상속견도 있다. 미국 애들의 계산법대로 하자면 미국의 인구는 개의 숫자까지 합해서 계산해야 한다. 쿠바 난민이 미국으로 대거 몰려들었을 때 사람들은 입국이 허용되지 않았어도 개만은 당당하게 구조되어 국경을 넘어 들어올 수가 있었다. 그러나 근대화가 안 되어 있는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여전히 개라고 하면 악마와 동급이다. 그 때문에 중동으로 진출한 미국의 그레이하운드 회사는 그 유명한 개 그림을 달지 못하고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우리를 비롯해 아시아 지역도 개에 관한 한 안전 지역이 못 된다. 개를 기준으로 심사를 할 때 근대화에 합격할 수 있는 나라는 오직 일본뿐이다. 일본을 제외하고 아시아 지역에서는 모두 개고기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국민 소득 3만 달러를 훌쩍 뛰어 넘었지만 서구 국가에선느 우리를 여전히 개고기를 먹는 미개인 민족으로 내려다보고 있다. 일본이 개고기를 안 먹는 것은 특별한 교양이 있어서가 아니라 '개장군'이란느 별명까지 붙었던 도쿠가와 쓰네요시의 덕분이다. 동물 애련의 법을 제정, 짐승 고기를 먹지 못하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특히 장군이 개띠라는 소문으로 세도가 집 사람들은 개를 가마에 태우고 다녔다는 이야기도 있다. 여담이지만 그때 개를 가마에 모시고 다니던 가마꾼들은 그 장군이 말띠가 아니었던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농담을 했다.
어찌 되었거나 대회(大會)를 견회(犬會)로 쓴 신문사가 어떤 제재를 받게 될는지, 그리고 그것이 정말 우연한 실수인지 항거인지 그 사건의 귀추가 주목된다. 만약 중국의 개방 물결이 높고 부르주아로 평가 절하되었던 개의 권리가 다시 복권되고 옛날 중국의 대인(大人) 기질이 살아나게 된다면 그 정도로 사람의 목숨이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8차 인민대회가 '개판'이 아니라 정말 대인(大人)들이 모인 민주적인 대회(大會)였다면 이번 견회(犬會) 사건도 여유 있게 처리될 게 분명하다. 더구나 그것이 고의였는지 우연이었는지는 정말 큰 대(大) 자 위에 한 일(一) 자를 써놓은 하늘[天]만이 아는 일이 아닌가?
犬(개 견)
犬은 개를 그렸는데, 치켜 올라간 꼬리가 특징적이다. 개는 청각과 후각이 뛰어나고 영리해 일찍부터 가축화되어 인간의 곁에서 사랑을 받아왔다. 그래서 犬으로 구성된 글자는 개, 개의 속성, 개의 기능 등을 뜻한다.
첫째, 개를 지칭하는 경우다. 표(개가 달리는 모양 표)는 개가 여럿 모여 달리는 모습을, 獒(개 오)는 큰 개를 말한다. 또 狗(개 구)는 수입개의 번역어라는 해석도 있지만 ‘예기’의 주석처럼 ‘큰 개를 犬, 작은 개를 狗’라고 한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둘째, 개는 대단히 공격적인데, 犯(범할 범), 狂(미칠 광), 猛(사나울 맹), 猥(함부로 외), 獄(옥 옥) 등은 모두 개의 이러한 특성을 반영한 글자이다. 개는 혼자 있기를 좋아하며 둘만 모여도 으르렁거리며 싸우길 좋아하는데 獨(홀로 독)과 F(물어뜯고 싸울 은)은 바로 이러한 특성을 반영한다.
셋째, 개는 후각이 대단히 뛰어나 사냥에 주로 동원되었는데, 狩(사냥 수), 獵(사냥 렵), 獸(짐승 수), 獲(얻을 획) 등은 이와 관련된 글자들이다.
넷째, 개고기는 대단히 맛있는 고기로 알려져, 獻(바칠 헌)은 바로 세발로 된 솥((격,력)·력)에 개고기를 삶아 ‘올림’을, 然(그럴 연)은 개(犬) 고기(肉·육)를 불(火)에 ‘구움’을 말한다. 또 厭(싫을 염)은 ‘싫증나다’와 ‘좋다’는 뜻을 함께 가지는데, 厭을 구성하는 』(물릴 염)은 원래 개(犬)와 고기(肉)와 입(口·구)으로 이루어져 ‘맛있는’ 개고기를 ‘싫증날’ 정도로 먹음을 말한다.
다섯째, 개는 모양이 비슷하고 종류가 다양한 동물이다. 그래서 ‘개’를 分類(분류)의 대표로 생각했다. 狀(형상 상), 類(무리 류), 猶(같을·오히려 유)는 이러한 특징을 반영했다.
이 밖에 犬이 인간의 가장 가까운 동물의 대표이므로 다른 부류의 동물까지도 犬으로 표현한 경우가 있는데, 狐(여우 호), 狼(이리 랑), 猿(원숭이 원), 猪(돼지 저), 獅(사자 사), “(오소리 훤) 등이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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