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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상식

로또 명당은 진짜 존재할까?_핫핸드와 도박사의 오류

by noksan2023 2025.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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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명당은 진짜 존재할까?_핫핸드와 도박사의 오류

 

 

로또 명당

 

 

 

2017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세일러 미국 시카고대학 교수는 2015년 할리우드 영화 <빅쇼트_The Big Short>에 카메오로 출연한 적이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세일러는 2000년대 중반 금융시장을 휩쓸었던 광기의 배후에 ‘핫핸드(hot hand)'라고 하는 고전적인 심리 현상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과거 슛 성공 여부에 따른 필드 슛 성공 확률

 

 

 

본래 핫핸드농구경기에서 기원한 용어입니다. 농구 팬들은 한 선수가 슛을 연속해서 성공할수록 그 다음 번 슛의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고 믿는 현상을 핫핸드라고 부릅니다. 미국 코넬대학 심리학과의 토머스 길로비치 교수 팀은 이 문제의 진위 파악을 위해 미국 프로농구 데이터를 분석해서 그 결과를 1985년 <농구의 핫핸드 : 무작위 연속사건에 대한 오해>라는 논문으로 발표했습니다. 만약 핫핸드가 실제로 존재하는 현상이라면 어떤 선수가 직전에 골을 실패했을 때는 다음 슛을 성공할 확률이 낮고, 반면에 직전에 연속 성공한 횟수가 많을수록 다음 슛에 성공할 확률이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팀의 1980-1981년 시즌 기록을 분석한 결과 [표 1-1]에서 보듯이 대부분의 선수는 전 슛의 성공 횟수가 높아질수록 오히려 다음 슛 성공 확률이 낮아졌습니다.

 

이런 결과는 농구 팬들의 생각과 어긋나는 기록입니다. 핫핸드를 지지하는 분들은 어쩌면 이렇게 반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직전 성공 횟수가 높아지면 상대팀이 그 선수에 집중해서 수비하게 되고, 그것 때문에 오히려 성공 확률이 낮아질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이 통계로 핫핸드를 부정할 수는 없다"

 

 

 

두 번째 자유투 성공 확률

 

 

 

그래서 길로비치교수는 이번에는 수비가 아예 없는 상황에서 2회 연속 자유투를 던지는경우를 검토했습니다. 보스턴 셀틱스 팀의 1980년대 두 시즌 기록을 분석했는데, [표 1-2]에서 보듯이 아홉 명 중 네 선수는 첫 번째 슛에 실패했을 때보다 성공했을 때 두 번째 슛의 성공 가능성이 높았지만(선수 6-9), 다섯 명은 반대였습니다.(선수1~5). 그리고 두 경우 모두 큰 차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자유투를 통해서도 핫핸드를 입증할 수는 없었습니다.

 

우리 주변에도 핫핸드 현상을 쉽게 찾아볼수 있습니다. 이른바 ‘로또명당'입니다. 로또 1등 당첨자를 여러 차례 배출한 판매소 앞에는 로또를 구입하려는 인파로 장사진을 이룬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은 한국에만 고유한 것은 아닌듯 합니다. 미국 시카고대학 경제학과의 조너선 거리얀(Jonathan Guryan) 교수 팀은 2000~2002년 텍사스 주 로또 판매 데이터를 분석해서 2008년 <명당에서 도박하기 : 주(州) 로또 판매 실증>이라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참고로, 텍사스에서는 세 가지 종류의 로또가 판매되는데, 최고 상금은 모두 달라서 ‘로또 텍사스(Lotto Texas)'가 5,120만 달러, ‘텍사스 투 스텝(Texas Two Step)'이 160만 달러, '캐시 파이브(Cash Five)'는 9만 달러였습니다.

 

이들의 연구 결과를 살펴볼까요? [표1-3]에서 알 수 있듯이 1등을 배출한 판매소들은 그 다음 주 로또 판매량이 12퍼센트에서 38퍼센트까지 크게 늘었는데, 특히 최고 상금이 큰 로또 순으로 증가율이 컸습니다. 그리고 상승효과는 대략 40주 정도 지속되디가 소멸됐다고 합니다. 또한 고졸 미만, 노인 및 빈곤층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 핫핸드 효과가 더욱 뚜렷하다며 이들이 '명당 효과'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확률적으로 발생하는 연속적인 사건들과 관련한 오류는 비단 핫핸드만 있는 게 아닙니다. 만약 동전을던져서 앞면이 다섯 번 연속해서 나왔다면, 그다음 동전을 던질 때 앞면이 또 나올 확률은 얼마일까요? 2분의 1일까요? 아니면 그보다 더 높을까요, 낮을까요? 이런 경우 많은 분들은

 

‘'앞면이 다섯 번이나 연속해서 나왔는데 설마 또 앞면이 나오겠어? 이제는 뒷면이 나올 게 확실해''

 

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이것을 사회과학자들은 ‘도박사의 오류(gambler's fallacy)'라고 부릅니다.

 

 

 

도박사의 오류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경영학과의 레이철 크로슨(Rachel Croson) 교수 팀은 카지노 룰렛 게임을 소재로 이 문제를 파고들어 2005년 <도박사의 오류와 핫핸드>라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가장 간단한 형태의 룰렛으로, 똑같은 면적의 녹색과 적색 두 종류의 포켓으로 나뉘어 있는 원판에 구슬을 던져 어느 포켓에 들어가는지를 맞히는 경우를 살펴봤습니다. 이들은 네바다 주 리노 시의 한 대형 카지노의 협조를 얻어 139명이 룰렛 게임을 하는 비디오 영상을 분석했습니다. 같은 색이 계속해서 나온 후 도박에 참가한 사람들이 그 색에 돈을 거는 성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추적해 본 것이죠. [표 1-4]를 보면 녹색이 3회 연속나올 때까지는 녹색과 적색 모두에 골고루 돈을 걸었지만, 녹색의 당첨 횟수가 더 누적되면 그 색을 선택하는 경향이 급격히 줄어 들었습니다. 6회 연속 녹색이 나왔을 경우 그 다음에도 녹색을 선택하는 빈도는 겨우 15퍼센트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도박사의 오류가 말 그대로 도박장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면 그리 큰 문제가 아닐수 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툴루즈 경제대학의 다니엘 첸(Daniel L. Chen) 교수 팀은 도박사의 오류가 현실의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서도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증명하여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습니다. 이들이 2016년에 발표한 논문 <도박사의 오류에 영향을 받은 의사결정 :  난민 판정관, 대출 심사인, 야구 심판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피치에프엑스(PITCHf/x)'라고 불리는 시스템을 이용해 모든 투구를 매우 정밀하게(1제곱센티미터 단위) 측정, 기록하고 있습니다. 첸 교수는 2008~2012년 타자가 스윙을 하지 않아 주심이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정한 150만 건의 투구를 대상으로 심판의 스트라이크 판정이 직전 판정으로부터 영향을 받는지 분석했습니다. 물론 볼카운트와 투구 위치 등 여러 요인들이 분석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했습니다.

 

 

 

스트라이크 판정 후 다음 투구의 스트라이크 판정 확률 변화

 

 

 

[표 1-5]를 보면, 직전에 스트라이크로 판정했을 때 심판이 다음 투구에도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릴 확률은 직전에 볼로 판정했을 때에 비해 1.5퍼센트 포인트 낮았습니다. 직전에 두 번 연속 스트라이크로 판정한 경우에는 2.1퍼센트 포인트 낮았습니다. 투수가 던진 공이 트라이크 존 경계에 가까워서 판정하기 애매한 경우에는차이가 더 컸습니다. 스트라이크로 판정할 확률이 각각 3.5퍼센트 포인트(직전 스트라이크), 4.8퍼센트 포인트(직전 연속 두 번 스트라이크) 낮았습니다. 심지어 스트라이크 존 한가운데를 지나는 '분명한' 투구에서조차스트라이크를 부를 확률은 각각 0.2퍼센트 포인트, 0.5퍼센트 포인트 낮아졌습니다. 믿기 어려우신가요?

 

비슷한 사례는 여럿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정치 종교 인종 등의 사유로 본국에서 위협을 받는 외국인이 법원에 난민 신청을 하면 담당 재판관이 위협의 실질성 여부를 판단해 난민 지위를 부여하거나 거절합니다. 연구팀은 1985~2013년 미국 난민 재판관 357명이 수행한 15만 건의 난민 심사자료를 분석해 난민 판정이 직전 판정으로부터 영향을 받는지 살펴봤습니다. 이번에도 난민 신청자의 국적 등을 고려해 분석해보니, 유사 사례의 경우 난민 승인을 받을 확률은 동일한 재판관이 직전에 승인을 했을 경우 3.3퍼센트 포인트 하락했고, 특히 직전에 연속해서 두 번 승인을 했을 경우에는 5.5퍼센트 포인트나 낮아졌습니다.

 

연구팀은 은행의 대출 심사에 대한 모의실험도 수행했습니다. 인도에서 평균 경력 10년인 현직 은행원 188명을 모집해, 총 9,000여의 소규모 기업대출 심사 자료를 심사하도록 했는데요. 이 자료는 과거 다른 곳에서 이루어진 실제 자료이기 때문에, 연구팀은 해당 대출의 승인 및 상환 여부를 알고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모집된  은행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었습니다. 첫째 그룹은 심사 건당 일정한 금액을 주는 '균일 보수제'를, 둘째 그룹은 실제 상환된 건을 승인할 경우에는 보수를 주되 상환되지 않은 건을 승인할 경우에는 보수를 주지 않는 ‘차등 보수제'를, 마지막 그룹은 상환되지 않은 건을 승인할 경우 벌금을 내게하는 ‘강한 차등 보수제'를 시행했습니다.

 

 

 

대출 승인 직후 신청 건의 승인 확률 변화

 

 

 

결과가 [표 1-6]에 나타나 있습니다. 우선 균일 보수제부터 보면 대출 심사인이 직전에 대출을 승인했을 경우유사한 건에 대해 승인할 확률은 무려 22퍼센트 포인트나 낮아졌습니다. 하지만 차등 보수제나 강한 차등 보수제를 채택할 경우에는 약 4.7퍼센트 포인트 하락 하는 데 그쳤습니다. 경제적인 센티브에 의해 심사인들이심사에 보다 집중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에서 이런 오류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요? 실제로 여러분이 집에서 동전을 100번 던져서 결과를 기록해 보면, 앞면과 뒷면이 교대할 때도 있지만 한쪽 면이 여러 차례 연속되는 경우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우연히 작동하는 확률 세계에서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인식은 앞면과 뒷면이 교대하는 경우는 건성으로 흘리고, 특정 면이 대여섯 번 또는그 이상 반복되면 거기에 주목해 어떤 신비한 의미를 부여하는 속성이 있습니다. 길로비치 교수가 동전을 던져서 나온 성공과 실패의 기록을 시합에서의 슛 성적이라고 농구 팬들에게 보여줬더니 농구 팬의 60퍼센트 이상은 핫핸드가 존재하는 증거로이를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연속 성공을 보고 특별한 힘이 있다고 믿으면 핫핸드 오류에 빠지는 것이고, 반대로 행운과 불운의 총량이 정해져 있어서 다음에는 반대로 갈 것이라고 믿으면 도박사의 오류에 빠지는 것입니다.

 

이제까지 우리는 여러 건의 연구를 통해 핫핸드오류와 도박사의 오류가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살펴봤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오류는 저학력자, 빈곤층 등 사회적 취약 계층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발견되지만 판사, 금융인, 프로야구 심판 등 그의 전문성을 갖춘 이들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도 확인했습니다. 맨 앞에 소개해 드린 영화에서 리처드 세일러 교수가 던진 메시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객관적인 확률을 무시한 채 과거에 성공했으니 이번에도 또 성공하리라고 믿는 것은 카드 게임에서든 금융투자(또는 투기)에서든 둘 다 심각한 오류로, 인간은 이런 오류에 취약하다' 여러 분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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