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라파(歐羅巴)_유럽을 한자를 빌려서(음차) 표기한 것
참 뜻 : '유럽'의 한자 음역인 구라파는 음역한 다른 말과는 달리 유럽이라는 원음과 소리가 많이 다르다. 왜 그렇게 됐을까를 한 번쯤 의심해볼 만한데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연유가 있다. 구라파는 본래 중국에서 음차(音借)한 말인데 구는 '어우'로 소리나고, '라(羅)'는 '로'로 소리나고, '파(巴)' 는 '바'로 소리가 난다. 그러므로 '어우로바'는 원음인 '유럽'과 비슷한 발음이 난다. 그런데 이 말이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는 소리가 들어온 것이 아니라 표기만 들어와서 쓰였기 때문에 원음과 동떨어진 구라파로 통용된 것이다.
바뀐뜻 : '유럽'을 한자를 빌려서 표기한 것이 '구라파'이다.
예를 들어,
- 아버님게 여쭤봤더니 회갑잔치 대신 구라파 여행이나 다녀왔으면 좋겠다고 하시던데요.
유럽_구라파
유럽은 유라시아 대륙에서 우랄 산맥과 캅카스 산맥, 우랄강, 카스피해, 흑해와 에게해의 물길을 기준으로 하여 아시아와 구분한 지역을 일컫는다. 세계에서 가장 큰 반도다. UN 분류에 따르면 유럽에는 49개의 정식 국가가 있다.
면적은 10,180,000km²로 한반도의 45배이며, 육지 면적이 9,984,670km²인 캐나다와 9,833,520km²인 미국보다 약간 더 크다.
영문으로는 'Europe', 한자로는 음차하여 '구라파(歐羅巴)' 또는 줄여서 '구주(歐洲)', '구(歐)'라 표기한다. 서구(西歐), 동구(東歐), 구미(歐美) 등의 '구'가 바로 이것.
원래 歐는 중국어로는 ōu로, 일본어로는 おう로, 베트남어로는 âu로 발음되며 한국 한자음도 와전되지 않았다면 '우라파'라고 읽어야 맞다. 하지만 歐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우'가 아닌 '구'가 되었기 때문에 한국어로 표기하면서 원어와 굉장히 동떨어진 음차가 되고 말았다.
흔히들 아는 유래로, 그리스 신화가 있다. 페니키아의 공주 에우로파(Europa)가 있었는데, 제우스가 흰 소로 변해 에우로파를 등에 업고 바다를 건너 지금의 유럽 땅(정확히는 크레타)으로 건너가 대륙을 한바퀴 돌고 오자 에우로파가 지나갔던 땅들을 Europe이라 부르게 되었다라는 이야기이다.
당연하지만 이는 이미 당대 그리스인들이 유럽이라고 부르고 있던 땅을 왜 그렇게 부르게 되었는지 설명하기 위해 우화적으로 그리스인들이 창작한 이야기이지, 모델이 된 사건의 실제 인명이라면 모를까 실제 어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나의 학설은 유럽이라는 지명의 고전 그리스어 Εὐρώπη(에우로페)가 에우뤼스(εὐρύς)와 옵스(ὤψ)의 합성어라는 주장이다. 에우뤼스는 바다나 하늘을 수식할 때 사용되는 어휘로 '넓다'라는 형용사이고, 옵스는 눈[目] 또는 얼굴이란 뜻이다. 다만 옵스의 경우는 용례가 많지 않아 뜻을 확정하는 데 무리가 있다. 고대문헌에서는 복수형인 ὦπα로 사용되는 경우만 확인되므로 눈으로 해석하는 것이 지배적이다.
또 다른 학설로는 아카드어의 해가 진다, 서쪽이라는 뜻의 Ereb(에렙)가 그 유래라고 주장한다. 사실 이쪽이 좀 더 신빙성이 있는데, 아카드어에서 해가 뜬다, 동쪽이라는 뜻의 단어로 Asu(아수)가 존재하고, 이 단어가 지금의 아시아(Asia)란 단어의 어원이 되었다는 학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학설에 따르면 이 두 단어가 페니키아어를 통해 그리스어에 외래어로 수입되었고, 그리스인들이 그리스의 주요 무대인 에게해를 기준으로 동쪽의 땅과 서쪽의 땅을 구분하면서 현재의 유럽과 아시아라는 지명이 굳어졌다고 한다.
문자로 기록된 최초의 '유럽'은 호메로스 찬가에 등장하는데, 해당 문구에서 펠로폰네스 반도와 애게해 섬들 그리고 유럽을 구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당시 고대 그리스인들이 지칭하던 유럽은 펠로폰네스 반도를 제외한 애게해 서쪽에 붙은 발칸반도의 동남쪽 땅 일부만 일컫는 단어였던 것이다. 이후 그리스인들의 무대가 커지면서 발칸반도 일대로 의미가 확대되었고, 이후 중세 유럽에 이르러 현재의 유럽 대륙으로서의 의미가 정착된다.
유럽의 대륙 구분은 일관적인 지형적 기준에 의거한다기보다는 문화적, 관습적인 측면이며 지리적으론 반도다. 고대 그리스에서 세상을 세 대륙으로 구분하는 관념이 먼저 존재해왔고, 이후 고전기를 거치며 지리 정보의 축적과 함께 엄밀한 규정을 둘러싼 논의가 뒤따라온 것이다.
그래서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경계조차도 홍해로 정할지, 나일로 정할지, 카타바트모스 절벽으로 정할지 통일된 기준이 없었다. 오늘과 같은 대륙의 정의는 더 많은 땅들을 발견하여 비교해 볼 수 있게 된 대항해시대 이후에야 명료해진다.
유럽 '대륙'이라는 명칭 자체가 근현대 이전 유럽인들의 시각에서 아시아 대륙으로부터 스스로를 분리시키고 문화 및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는 것에서부터 비롯된 것이기에 사실상 관습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지리적, 과학적인 부분에서 우랄 산맥을 통한 유럽 - 아시아 대륙 구분은 의미없는 일이긴 하다.
이미 현 시대 학계에서는 유라시아라는 명칭으로 유럽, 아시아를 하나의 대륙으로 보는 것이 중론이며 간혹 여기에 아프리카가 추가되어 아프로-유라시아를 한 대륙권으로 뭉치는 주장도 꽤 있는 편. 이러한 수정 분류들에서도 독립된 대륙 개념으로의 유럽 인식은 여전히 강고하다.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기 전인 20세기 초까지 '유럽'이라는 개념은 역사적으로 지리적 요소보다는 문화적 요소에서 분류되는 측면이 강했다.
유럽 문화의 근원인 고대 그리스의 후예인 그리스, 키프로스, 로마 제국의 후예 이탈리아와 프랑크 왕국 해체 이후 가장 먼저 중세 유럽사에 등장한 영국,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와 이들에게서 떨어져 나온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베네룩스 3국, 모나코, 안도라, 십자군 이후 유럽 국가들의 패권 경쟁에 일절 관심을 가지지 않으며 따로 놀긴 했지만 적어도 8세기경 바이킹 등장 이후에는 유럽에 합류한 노르딕계 북유럽 5국의 경우 시작부터 유럽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았지만 이들 외 다른 민족들이나 국가들은 그렇지 않았다.
가령 유럽에서는 '유럽' 문화와 이질적이거나, 혹은 당대의 낙후된 국가들을 아시아라고 분류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대표적으로 우랄어족에 속한 헝가리는 19세기나 심지어 20세기 초엽까지 아시아라는 소리를 들었다. 튀르키예도 마찬가지였다. 브람 스토커가 쓴 드라큘라의 묘사 등의 사료를 보면 발칸반도와 그 인근 국가들 역시 오스만의 권역이었던 탓인지 19세기까지 유럽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동유럽 국가들은 아예 유럽의 바깥 지역으로 간주되었다. 심지어 카프카스 지역의 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에 관한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즉, 지리적인 구분인 대륙 개념에 문화적 기준을 첨가해 유럽을 독립된 대륙으로 구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문화적 기준을 추가하려면 사실 하나로 묶어버린 아시아 쪽도 지역별로 판이하게 다르고, 아프리카도 사하라 이북 북아프리카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완전히 다른 문화권이다. 이런 식으로 따지면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서아시아, 인도 아대륙, 중국 대륙,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등도 유럽처럼 별개의 대륙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지리적으로 봐도 유럽은 서북아시아(정확히는 서북유라시아)에 불과하다. 유라시아-아프리카 경계인 수에즈 지협이나 남북아메리카 경계인 파나마 지협에 비해서도 유럽-아시아 경계는 훨씬 불분명하며, 아프리카 대륙이나 남북아메리카 대륙에 비해서도 '대륙'이라고 지칭할 당위성은 떨어진다. 판 구조론에서도 북아메리카판, 남아메리카판, 아프리카판은 따로 존재하지만 유럽은 유라시아판의 일부이다.
결국 유럽이라는 개념은, 더 큰 땅덩어리인 유라시아에서 기독교 문화권인 유럽을 빼낸 뒤, 나머지를 뭉뚱그려 '아시아'라고 통으로 묶으면서 나온 것이다. 이러한 구분은 당대 유럽인의 시각에서 똑같은 이방인 동서아시아를 편의상 묶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자신들을 제외하면 이방'이라는 식의 유럽중심주의라고 볼 수 있지만, 이미 아시아 인들 역시 오랫동안 그 분류를 따르며 아시아라는 정체성을 형성해버린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근시일 내에 바뀔 일은 요원해 보인다.
따라서 '유럽'은 지리적으로 별개의 대륙은 아니지만, 유라시아를 이루는 여러 지역 중 일찍이 분류되어 오랜 기간 쓰여왔기에, 관습적으로 대륙으로 불리고 있는 하나의 문화권이라고 정의하는 것이 옳다.
음차
음차(音借, transliteration and transcription)는 외국어를 받아들일 때 그 소리(음)만 빌려(차) 자국의 문자 체계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apple'을 한글로 '애플'로 쓰듯이 영단어의 발음을 한글로 쓰는 것이 음차다.
순우리말을 한자로 나타내는 것은 음차이지만, 외국어를 한글이 아닌 한자로 나타내는 것은 음역이다.
문자까지 통째로 갖고 오는 경우에는 음차라고 하지 않는다. 문자가 같은 경우에도 도착 언어의 표기 체계에 따라 수정한 경우에는 음차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자국어화 참고. 상술했듯 외국어의 음을 한자로 나타낸 것은 음역(音譯)이라 한다.
음차의 방법에는 음성을 특정 규칙에 따라 문자화한 전사(轉寫, transcription)와 문자를 다른 문자 체계에 최대한 일 대 일로 대응시킨 전자(轉字, transliteration)가 있다. 한국어에서 외국어를 받아들일 때에는 한글이 완전히 다른 문자 체계이기 때문에 대체로 전사법을 사용한다.
고유명사는 번역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애플은 일반명사로 '사과'를 뜻할 수 있지만, iPhone과 iPad를 만드는 회사인 '애플'은 고유명사이기 때문. 예를 들어 '나는 사과를 한 입 깨물었다'라는 문장을 '나는 애플을 한 입 깨물었다'라고 바꾸는 건 일반 명사를 마음대로 바꾸는 이상한 행동이다. 마찬가지로 '나는 애플 제품을 구입하였다'라는 문장을 '나는 사과 제품을 퍼처스 하였다'라고 하는 것도 괴상한 번역이다.
한편 고유명사의 음차를 해야 한다는 관점이 한국에서 정론이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로, 과거에는 고유명사라고 무조건적으로 음차를 하거나 하진 않았다. 음차는 의미 정보를 날리고 소리만을 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유명사여도 뜻을 전달하기 위해 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Snow White라는 이름이 백설공주로 번역된 것이 좋은 예다.
어떤 것이 고유명사인지 알기 어려운 때도 있다. 예컨대 WoW의 지명 중 하나인 '칼날주먹 만'은 사실 카르가스 블레이드피스트의 이름을 딴 것이어서 고유명사의 일종이다. 그런데 또 생각해 보면 오크는 영어를 쓰지 않는다는 설정이므로 톨킨의 지침처럼 'bladefist'라는 영어 표기는 단순히 중간언어일 뿐이고, "칼날주먹 카르가스"라고 하는 게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배경이나 심지어 이야기의 전개까지도 도착 언어의 상황에 따라 바꾸게 되면 번역을 넘어 번안(飜案)이 된다. 구한말 서구 문물 유입기에는 조선과 서구의 상호 문화적 이해도가 너무나 낮았기 때문에 번안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으로 오병이어의 기적은 당연히 '빵'과 '물고기'지만 조선 후기 기독교가 전파되었을 당시에는 빵이 '떡'으로 번안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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