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국제고 고시엔 우승] ⑤ 일본 내 다른 한국학교는 어떨까
재일 한국계 교토국제고가 사상 첫 고시엔 정상에 오르면서 이 학교를 비롯해 일본 내 한국학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재외교육기관포털에 따르면 일본 내 한국학교, 정확히는 일본에 소재하면서 한일 양 정부 및 지자체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은 한국계 학교는 교토국제고를 포함해 총 4곳이다.
먼저 교토국제고는 교토시 히가시야마구에 위치한 중·고등 통합교육 사립고등학교로, 1947년 창립된 교토조선중을 전신으로 1963년 고등부가 개교했다. 한일 양국으로부터 정식 학교로 인가 받은 교토국제고는 난관(難關) 대학으로 불리는 명문대 진학 등을 목표로하는 '진학 코스', 폭넓은 진로에 대응하는 '종합 코스'로 나뉘어진다. 교육과정은 일본의 학습지도요령을 따르고 있으며 모든 수업에서 문부과학성이 인정한 검정교과서를 사용한 일본어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동시에 한국계 국제학교로서 '풍부한 국제성'을 교육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 특히 수학여행으로 한국을 방문하거나 '한국어능력시험' 응시를 의무화하는 등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 함양에 힘쓰고 있다. 또한 이번 고시엔을 통해 화제가 된 바 있듯 교가는 한국어로 부른다.
학생 수는 현재 중고교부를 합해 약 160명(여학생 약 90명)이며, 이 가운데 80%가 일본 국적이다. 특히 고등학교 학생 약 140명(여자 약 70명) 중 남학생의 90%에 해당하는 61명이 야구부에 소속되어 있는 '야구 특화' 학교다. 야구부는 1999년 창단했으며, 외국인 학교로서는 처음으로 일본 고교야구연맹에 가입했다. 2008년에 야구 강호로 알려진 교토 세이쇼(京都成章)고교 출신의 고마키 노리츠구 감독이 취임하면서 야구부 강화가 급속도로 진행되었고, 2015년에는 우천시 연습이 가능한 야구장이 설치됐다.
또 다른 한국학교로는 도쿄 신주쿠에 위치한 동경한국학교가 있다. 2023년 3월 윤석열 대통령 내외의 방일 당시 김건희 여사가 이곳을 찾아 학생들을 격려하고 내부를 둘러보기도 한 곳이다.
동경한국학교는 도쿄 유일의 한국학교로 1954년 설립되어 동경도로부터 학교 인가를 받았다. 이후 한국 교육부로부터도 초·중·고 정규 교육과정을 인가 받았다. '스스로의 힘으로 미래를 열어가는 한국인'이라는 교육 비전 아래 한일 우호증진의 가교역할을 하는 인재 육성을 목표로 한다. 2024년 4월 기준 재학생은 초등부 716명, 중·고등부 691명으로 일본 내 한국 학교 가운데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학생들의 출생지는 한국, 일본, 그리고 제3국 등 다양하다.
이 밖에도 오사카에는 2개의 한국학교가 있는데, 건국한국학교와 오사카금강인터내셔널소중고등학교다. 건국한국학교는 한국계 인터내셔널스쿨로 한 부지 내에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가 함께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정한 커리큘럼을 토대로 하고 있으면서도 한국에서 파견된 교사와 일본인 교사로부터 학습을 받는다. 2022년 기준 유치원 52명, 초등학교 151명, 중학교 102명, 고등학교 177명으로 총 482명이 재학중이다.
오사카금강인터내셔널소중고등학교는 1946년 재일 동포들이 자녀들의 모국어 교육을 위해 설립한 학교이다. 현재는 초·중·고교로 구성된 일본 정규 사립학교이며 1961년 2월 한국 정부로부터 최초로 인가받은 재외 한국학교이기도 하다.
한국계 교토국제고,일본 고시엔 대회 첫 우승..한국어 교가 전국에 방송
교토국제고는 23일, 효고현 니시노미야 시에 위치한 한신고시엔구장에서 펼쳐진 제106회 여름 고시엔 대회 결승전은 교토국제고와 도쿄도 대표 간토다이이치고 사이의 치열한 접전 끝에 2-1로 교토국제고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로써 교토부 대표로서 68년 만에 정상을 차지하는 영예를 안았으며, 구장 건설 100주년을 맞아 더욱 의미 있는 승리가 됐다.
경기 내내 양 팀은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접전을 벌였으나, 연장 10회 초 교토국제고가 결정적인 순간 안타와 볼넷 등으로 2점을 뽑아내며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이어진 10회 말, 간토다이이치고는 한 점을 만회하는데 그치며 아쉽게 패배했다. 특별한 순간은 경기 후였다.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한국어 교가를 부르며 우승의 기쁨을 나눈 장면이 공영방송 NHK를 통해 일본 전국에 생중계됐다. 고시엔에서는 출전학교 교가가 연주되며 NHK는 모든 경기를 방송한다.
고마키 노리쓰구 교토국제고 감독은 우승 인터뷰에서 "대단한 선수들에게 감탄했다"면서 "전원이 강한 마음을 갖고 공격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시엔은 일본 고교 야구선수들이 본선에 진출하기 어려워 '꿈의 무대'로 불린다. 올해는 일본 전역 3715개 학교(3천441개 팀)가 참가했지만 49개 학교만 본선에 올랐다.
1999년 야구부 창단 이래 처음으로 고시엔 정상에 오른 교토국제고는 작은 학교 크기와 상대적으로 짧은 야구부 역사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성과를 거두며 기적 같은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이번 우승은 앞선 수차례 도전에서 보여준 저력과 인내의 결과물로 평가된다. 학생 수가 겨우 160명에 불과한 이 소규모 학교는 주요 학생 구성원 중 일본인 비율이 65%를 차지하며, 한국계 비율도 30% 가량으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한다. 교토회 조선후속학습장 설립 이래 현재까지 계속된 이 학문의 전당은 재일민족 자긍심과 함께 성장해왔다.
교토국제고는 재일교포들이 민족 교육을 위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1947년 설립한 교토조선중학교가 전신이다. 1958년 한국 정부의 인가를 받았고 2003년 일본 정부의 정식 학교 인가를 받아 현재의 교토국제고로 이름을 바꿨다. 학생 모집을 위해 야구부를 창단해 1999년 일본 고교야구연맹에 가입했으며 고교생 138명 중 야구부 소속이 61명이다. 박철희 주일 한국대사는 시합 직후 발표한 축하 메시지를 통해 "한일 협력을 상징하는 교토국제학원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한일 양국 국민에게 가슴 깊이 간직될 빛나는 감동을 선물했다"며 "우승을 발판으로 삼아 앞으로도 교토국제학원이 더욱 큰 영광의 역사를 계속해서 만들어 주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배팅훈련 없이 티배팅만!’ 교토국제高가 만들어낸 고시엔의 기적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뜨거운 여름의 정점에 섰다. 교토국제고는 23일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소재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창단 첫 우승 역사를 썼다. 도쿄도 대표 간토다이이치고를 상대로 연장승부 끝에 2-1 승리했다. 경기내용은 팽팽했다. 9회까지 양팀은 점수를 뽑지 못했다. 0-0의 승부가 이어졌다. 양팀 모두 주자 2명 이상이 누상에 있는 기회를 수차례 잡았지만, 득점에 실패했다. 점수가 나지 않을수록 더 손에 땀을 쥐게하는 명승부가 계속됐다. 승부는 결국 타이브레이크로 진행된 10회 결정 났다. 교토국제고가 10회초 승부치기에서 안타와 볼넷, 외야뜬공 등을 묶어 2점을 먼저 냈다. 간토다이이치고는 10회말 1점만 추격하며 무릎을 꿇었다.
교토국제고가 고시엔 우승을 차지하며, 선수들은 경기전 교가에 이어 경기 후 다시 한번 힘차게 교가를 불렀다. NHK는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한국어로 교가를 부를 때, 중계방송 화면에 한글 가사와 함께 일본어를 병기했다. 이전 경기와 마찬가지로 고유명사인 동해는 동쪽의 바다(東の海)로, 한국의 학원은 한일의 학원(韓日の学び舎)으로 자막을 내보냈다.
교토국제고의 우승은 창단 25년 만의 쾌거다. 또한 교토부 대표로는 68년 만에 우승기를 가져왔다. 올여름 고시엔은 일본전역 3441개 팀이 참가, 49개 학교만 본선에 올랐고, 그 정점에 교토국제고가 우뚝 섰다. 그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환경과 여건도 부족했다. 결승 상대인 간토다이이치고와 비교해도 금세 알 수 있다. 전교생 2493명(야구부원 92명)의 간토다이이치고는 야간조명 시설과 실내 연습시설까지 갖춘 야구장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전교생 160명(야구부 61명)의 교토국제고는 제대로 된 야구장이 없다. 연습구장의 펜스거리는 좌·우측이 각각 67m와 60m에 불과하다. 중앙펜스까지의 거리는 70m다. 거리가 짧은 대신 궁여지책으로 펜스를 높였다. 제대로 된 타격훈련 및 외야수비훈련을 하기 힘든 조건이다.
교토국제고 야구부 3기 출신인 전 LG트윈스 황목치승은 “우리 때도 그랬다. 외야가 좁아 배팅훈련을 하지 못했다”며 “올해 (고마키 노리쓰구)감독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는데 ‘선수들이 배팅 연습을 안 한다’고 했다. ‘망 안에서 티배팅만 한다’라고 해서 놀랐다”라고 밝혔다. 그래서 교토국제고는, 다른 학교와의 연습경기 또는 고시엔과 같은 대회에 출전할 때만 야구장을 빌려 배팅 연습을 한다. 이는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늘 토로하는 한국 고교야구팀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야구환경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교토국제고의 우승은 기적에 가깝다. 다윗 1명과 여러 골리앗과의 싸움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교토국제고는 운동장이 작은 대신 기본기에 더 충실했다. 끈끈한 내야수비와 빠른 송구, 그리고 내야를 뚫는 강한 타구에 집중했고, 결국 정상을 차지했다.
황목치승도 빛나는 역사를 쓴 후배들을 향해 “그런 상황에서도 우승으로 증명했다”라며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그는 23일 결승전을 직관하며 목이 터져라 응원했고, 후배들은 선배가 이루지 못한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작은 도움을 줬을 뿐인데..." 교토국제고 고시엔 우승에 함께 웃은 KIA, 앞으로도 인연 이어간다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 교토국제고등학교가 야구부 창단 이후 처음으로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 정상에 오른 가운데, 이들에게 야구공을 지원한 KIA 타이거즈도 미소 지었다.
심재학 KIA 단장은 23일 엑스포츠뉴스와의 통화에서 "선수들이 참 대단하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작은 도움을 줬을 뿐인데, 도움이 됐다고 하니까 우리로선 고마울 따름"이라고 밝혔다.
교토국제고는 이날 고시엔 결승에서 연장 10회 접전 끝에 간토다이이치고(관동제일고)를 2-1로 제압하고 정상에 올라섰다. 2021년(준결승), 2022년(1차전 패배), 지난해(본선 진출 실패)까지 3년간 쓴맛을 봤지만, 올해 그 아쉬움을 훌훌 털어냈다.
한국계 학교인 교토국제고는 재일교포들이 민족 교육을 위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1947년 설립한 교토조선중학교가 전신이다. 1958년 한국 정부의 인가를 받았고, 2003년 일본 정부의 정식 학교 인가를 받아 교토국제고로 이름을 바꿨다.
교토국제고는 학생 모집을 위해 야구단을 창단했고, 1999년 일본 고교야구연맹에 가입했다. 고교생 138명 중 야구부 소속이 61명에 달한다. 창단 이후 30년도 채 지나지 않은 만큼 역사는 길지 않지만, 전국 대회에서 새 역사를 쓴 교토국제고다.
한국에서 교토국제고가 주목받게 된 건 2021년이었다. 당시 교토국제고는 창단 이후 처음으로 고시엔 무대를 처음 밟게 됐고, 또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라는 한국어로 시작하는 교토국제고의 교가가 많은 관심을 모았다.
교토국제고의 사연이 알려진 이후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2021년 5월 중순 야구공, 치료용 스프레이 등 1000만원 상당의 야구용품을 지원하면서 교토국제고 선수들을 격려했다. KIA 구단도 힘을 보탰다. 심재학 단장이 교토국제고 선수들의 사정을 접한 뒤 경식 야구공 1000구를 기부하기로 했다. KIA로부터 야구공을 받은 교토국제고의 박경수 교장은 직접 편지를 보내 감사함을 표했다. 심재학 단장은 "지난 겨울 일본 팀과의 교류를 위해 오사카에 방문했을 때 학교의 사정을 들었다.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 중에서 가장 필요한 게 야구공이라고 하더라. 우리가 스프링캠프에서 썼던 공의 상태가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그거라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학교 측에서) 공이라도 주신다면 잘 쓰겠다고 하셔서 경식 야구공을 기부하게 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로선 작은 도움을 주려는 생각이었는데, 교토국제고가 고시엔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서 (팀의 사연이) 관심을 받게 됐다"며 "지원했다고 말하기도 좀 부끄럽다"고 덧붙였다. 청소년 대표팀 시절 고시엔 구장을 누볐던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심 단장은 "고시엔이 어떤 대회인지 잘 알고, 또 일본 선수들과 경기를 치렀을 때 고시엔에 대한 선수들의 자세를 보고 감동한 적이 있었다"며 "(교토국제고가) 준결승에 진출한 것만으로도 놀랐는데, 그런 대회에서 한국계 학교가 우승한 뒤 한국어 교가가 흘러나오는 걸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 많은 분들이 그랬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교토국제고와 KIA의 인연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KIA는 이번 대회 결과와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교토국제고 선수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었고, 선수들에게 계속 힘을 실어주려고 한다. 심재학 단장은 "최준영 대표이사님께서 사회활동이나 기부에 대해서 매우 강조하시기도 하고, 물품 지원 등 기사로 알리지 않고 (학교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몇 가지 생각하고 있었다. 조금씩 (지원 범위를) 늘릴 생각"이라며 "교토국제고라는 학교와 그 학교가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 알게 됐고, 우리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학교에 대해서) 알게 됐기 때문에 도움을 주시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주한 美 대사, 교토국제고 우승 축하… “한·미·일, 야구로 연결돼”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가 교토국제고의 일본 고시엔(甲子園: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첫 우승을 축하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야구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24일 골드버그 대사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전날 교토국제고의 우승이 확정된 뒤 선수들이 환호하는 모습을 담은 AP 통신 사진이 게재돼 있다. 골드버그 대사는 사진과 더불어 한국어로 올린 글에서 “교토국제고의 역사적인 여름 고시엔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한국 그리고 일본의 대표적인 여가 활동이 문화를 연결하는 모습을 보니 기쁘다”며 교토국제고 선수들을 향해 “정말 잘했다”고 칭찬했다.
교토국제고는 전날 도쿄를 대표해 출전한 간토다이이치고와의 결승전에서 연장전 승부치기 끝에 2-1로 간토다이이치고를 눌렀다. 전교생이 160명에 불과한 미니 학교가 재학생 2500여명의 학교를 꺾은 것이다. 교토국제고는 1947년 재일동포들이 민족 교육을 위해 자발적 모금을 거쳐 세운 교토 조선중학교가 모체다. 이후 한국 정부 인가를 받아 교토 한국 중·고교로 개편된 데 이어 2003년에는 일본 정부의 인가 아래 한·일 양국에서 학력을 인정받는 정식 중·고교로 재탄생했다. 현재 재학생 65%가 일본인이지만 한국어, 한국사, 한국 문화 등을 가르치며 한국계 학교로서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교가 역시 한국어 노래다.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하는 가사를 갖고 있다. 고시엔은 매 경기마다 승리한 고교의 교가를 연주하고 합창하는 관습이 있다. 당연히 결승전 후에도 한국어로 된 교토국제고 교가가 경기장에 울려펴졌다. 이 광경은 NHK 방송을 통해 일본 전국에 생중계됐다.
골드버그 대사는 SNS에 자신을 “야구팬”이라고 소개했을 만큼 야구를 좋아한다. 보스턴 토박이인 그는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 중에선 보스턴 레드삭스 팬이다. 그는 부임 후 여러 차례 한국 프로야구 경기를 관람했으며 “한국 야구의 응원 문화가 무척 재미있어 메이저리그와는 또 다른 매력을 느꼈다”는 소감을 밝혔다. 코로나19 대유행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2022년 8월에는 응원 문화가 가장 유명한 부산 사직야구장을 ‘깜짝’ 방문해 국내 야구팬들의 환영을 받았다.
교토국제고 '일본 고시엔' 사상 첫 우승… 고시엔구장 100주년 "동해 바다"로 채웠다
"친구(선수)들에게 '너희들이 최고야'라고 소리치며 꽉 안아줄 거예요."
재일 한국계 교토국제고 야구부 소속이자 응원단장인 야마모토 신노스케(18)는 23일 이 학교의 '제106회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우승이 확정되자 선수들과 동고동락한 날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쏟았다. '선수들과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해주고 싶냐'고 묻자 "'너희 덕분에 일본 최고가 됐다'고 말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교토국제고는 이날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일본 최고 고교야구대회 여름 고시엔 결승전에서 간토다이이치고를 2-1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1999년 4월 야구부 창단 이래 사상 첫 우승이자, 외국계 학교가 고시엔에서 우승한 것도 교토국제고가 처음이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의 기시 데쓰지 기자는 "일본에서는 교토국제고가 3년 전 고시엔 4강에 올랐을 때부터 크게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경기는 '라이벌전'을 연상하게 했다. 두 학교 모두 첫 우승 도전이고, 간사이 지역의 상징인 교토를 대표해 나온 교토국제고, 간토 지역의 얼굴인 도쿄도의 간토다이이치고 간 일본 동서 지역의 자존심을 건 대결이었기 때문이다.
응원 열기도 뜨거웠다. 교토국제고는 애초 초대석으로 1,200석을 확보했으나 "응원하러 가고 싶다"는 지역 주민들과 재일 동포, 졸업생들의 연락이 쇄도해 2,800석으로 늘렸다. 두 학교는 라이벌전답게 1회부터 9회까지 팽팽히 맞섰다. 경기가 투수전 양상으로 흐르면서 결국 양팀 모두 9회까지 단 한 점도 내지 못했다. 승부는 연장전에서 났다. 교토국제고는 10회초 무사 1, 2루에 주자를 두고 공격하는 승부치기에서 희생플라이 등으로 2점을 냈다. 이어진 10회말 구원투수 니시무라 잇키가 간토다이이치고에 1점만 내주고 틀어막아 우승을 확정했다. 2,800여 명의 교토국제고 응원단은 경기가 종료되는 순간 "고마워", "축하해"를 외치며 눈물바다가 됐다.
무엇보다 올해로 건설 100주년이 된 일본 야구의 본향 한신고시엔구장에서 '동해 바다'로 시작하는 한국어 교가가 울려 퍼지는 진귀한 장면도 펼쳐졌다. 우승 확정 후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한국의 학원"
이라는 한국어 가사의 교가를 부르자 응원단도 일제히 응원 수건을 들어 올리며 따라 불렀다. 이 장면은 NHK를 통해 일본 전역에 생중계됐다. 한국인과 재일 동포에게는 잊을 수 없는 순간으로 남게 됐다. 재일 동포인 김안일(82) 교토국제고 야구부 후원회장은 "내가 백 살이 돼도 우승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말할 수 없이 기쁘다"며 "한일 우호를 위해 너무 잘된 일"이라고 강조했다. 교토국제고의 고시엔 우승은 기적 같은 일이다. 전교생이 160명인 작은 학교라 야구부를 넉넉히 지원할 수 없는 탓에 선수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실력을 쌓아야 했다. 장비 살 돈이 부족해 실밥이 터진 야구공에 테이프를 감고 연습할 정도였다. 백승환 교토국제고 교장은 "(운동장 크기가 작아) 장타를 연습할 때엔 다른 운동장을 빌려야 했다"며 "아이들이 악조건 속에서 최선을 다한 것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온다"며 울먹였다.
교직원과 선수들 일부는 한국어 교가로 마음고생도 해야 했다. 고시엔 결승전이 열리기 전 일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일본인은 간토다이이치고를 응원한다'는 글이 상당수 올라온 탓에 '한일전'처럼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어 교가로 일본인들의 관심이 더 커지기도 했다. 경기장에서 만난 교토 출신의 20대 일본인 여성은 "전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흥미롭다"고 말했고, 오사카에서 온 50대 남성도 "소수의 일본인만 문제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박철희 주일 한국대사는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새 역사를 쓴 느낌"이라며 "교토국제고는 한일 협력의 상징으로, 양국 모두 이긴 멋진 시합이었다"고 말했다. 교토국제고는 이번 우승으로 명실상부 '일본 야구 명문'으로 거듭나게 됐다. 교토국제고는 1947년 재일동포 단체가 민족 교육을 위해 세운 교토조선중으로 출발했다. 1958년 학교법인 교토한국학원으로 재편해 한국 정부 인가를 받았고, 1963년 고등학교를 개교했다. 이어 2003년에는 교토국제중·고로 교명을 바꿔 일본 정부에서도 정식 학교 인가를 받았다.
현재 재학생 65%는 일본인이고, 야구단 선수들도 재일동포 3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일본인이지만 민단 소속에 한국 정부의 지원도 받는 한국계 학교다.
"교토국제고 한국어 교가, 일본에선 아무말 없었다"는 의 왜곡 보도
23일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에서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등학교가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021년 고시엔 무대에 오른 지 불과 3년 만에 얻은 쾌거이자 106년의 고시엔 역사에서 최초로 외국계 학교가 우승하는 기록을 세운 것이다.
특히 "동해바다 건너서 야마도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하는 한국어 교가가 고시엔에서 울러 펴지면서 재일동포를 비롯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겨주었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열악한 여건에서 이뤄낸 기적 같은 쾌거는 재일동포들에게 자긍심과 용기를 안겨주었다"며 교토국제고의 고시엔 우승을 축하했다.
"일본 사회, 교토국제고 한국어 교가에 비난 없었다" 주장
한편 교토국제고의 이러한 선전과 관련해 왜곡 보도를 한 언론도 있었다. 지난 21일, 지면 2면에 "공영방송에 "동해바다~" 노래 나와도 日(일)선 아무말 없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해당 기사는 "교가에 나오는 '동해'는 한국 기준 동해를 뜻한다. 이 바다의 공식 일본 명칭은 '일본해'라며 "일본 공영방송이 자국 영해를 다른 나라 기준에 따라 부르는 장면을 방영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사는 "하지만 이에 대해 일본 사회에서 비난이 일었다거나 NHK에 항의가 쇄도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 했다. 한국어를 못 알아들어서라고 보기도 어렵다"면서 "NHK는 일본어 자막에 '동해'를 '동쪽의 바다'라고, 사실상 그대로 번역해 내보냈다"고 보도했다. 또한 기사는 최근 KBS가 광복절에 기미가요가 나오는 오페라인을 편성해 논란이 된 점을 언급하며 "우리가 유럽 거장의 대표적 오페라에 기미가요가 잠시 나온다고 그렇게까지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지는 한번 생각해볼 문제가 아닐까 싶다"고 지적했다.
'동쪽의 바다' 자막은 학교 측이 제공한 것... 비난 여론 의식한 조치로 봐야
하지만 해당 기사는 사실관계부터 틀렸다. 먼저 NHK의 일본어 자막은 NHK가 번역한 것이 아니다. NHK는 교토국제고의 교가가 방송에 나갈 당시 '일본어 번역은 학교에서 제출했다'라는 자막을 가사 자막과 함께 화면에 띄웠다. '한국의 학원'이라는 가사 또한 '한일의 학원'으로 바뀌어 자막으로 나갔다.
그렇다면 왜 교토국제고는 가사의 자막을 그렇게 바꾼 것일까. 바로 한국어 가사를 향한 혐한 세력의 비난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백승환 교토국제고 교장은 2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2021년에 교토국제고가 4강에 진출했을 때 한국어 교가에 대한 비난이 아주 심했다"고 밝혔다.
박경수 전 교토국제고 교장 또한 23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내 임기 중에 교가를 (일본어로) 바꿀 생각이었다"라며 그 이유로 "한국어 교가에 거부감을 가진 일부 우익 일본인들의 항의로 학생 안전이 우려됐던 탓"이라고 꼽았다. 이어 박 전 교장은 교사와 학생들이 반대해 한국어 교가가 남게 되었다고 밝혔다.
즉, NHK의 일본어 자막은 한국어 교가는 유지하되, 학생들의 안전을 우려해 교가를 비난하는 세력을 자극할 가사는 수정한 교토국제고 측의 고육지책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해당 기사는 이를 마치 NHK가 교가의 수정 없이 그대로 번역했다고 왜곡한 것이다.
교토국제고 교가에 비난 여론 없다? 일부 비난 여론 분명 존재해
또한 박 전 교장의 <조선일보> 인터뷰에서도 나오듯 교토국제고의 한국어 교가는 학생 안전이 우려될 정도로 일본 내에서 일부 비난 여론이 분명히 존재했다. 백승환 교장 또한 이번에도 학교에 교가에 대한 항의 전화가 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비난 여론을 뚜렷이 보여주는 것이 바로 해당 <조선일보> 기사를 인용한 일본 <산케이신문> 기사의 포털사이트 댓글이다.
21일 일본의 우익 언론인 <산케이신문>은 <조선일보>의 해당 기사를 인용하며 해당 기사가 "한국사회의 급진적인 반일 움직임을 의문시했다"라고 평했다. 일본의 대표적 포털사이트인 '야후 재팬'에 올라온 <산케이신문>의 해당 보도에는 17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이 중 상당수는 교토국제고의 한국어 교가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9000개의 추천을 받은 한 댓글은 "NHK는 사실을 정확하게 발신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일본해를 '동쪽 바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면서 "타국이 잘못된 인식을 갖지 않도록 공영방송이라는 자각을 가지고 방송하길 바란다"며 교토국제고의 한국어 교가를 전파에 내보낸 NHK를 비판했다.
교토국제고의 교가에 비판적인 여론은 우승 후에도 존재했다. 교토국제고 주장인 후지모토 하루키 선수는 23일 일본 <데일리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세상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있다. 솔직히 나도 (한국어 교가가) 괜찮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며 "(한국어 교가가) 비판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교가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해당 인터뷰 기사에 대한 야후 재팬 댓글은 어땠을까. 가장 많은 1만 6000여 개의 추천을 받은 댓글은 "교가에 정치적 메시지를 실어 전국 방송시키는 수법이 발견되었다"며 "학교 스포츠가 정치적 프로파간다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는 상태를 방치해 두어도 좋은 것인가"라면서 교토국제고의 교가를 '정치적 프로파간다'로 비난했다.
물론 한국의 포털사이트 기사에 달리는 댓글이 그러하듯 포털사이트의 댓글이란 기본적으로 극단적 주장이 부각되며 당연하게도 일본 전체의 여론을 나타낸다고 보기 힘들다. 교토국제고의 교가를 비난하는 이들을 비판하는 여론 또한 적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교토국제고의 한국어 교가에 대해 "일본 사회에서 비난이 일었다거나 NHK에 항의가 쇄도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 했다"는 <조선일보>의 보도는 분명히 사실과 다르다. 이처럼 사실관계까지 왜곡하면서 '기미가요에 비판적인 한국 사회와 달리 일본 사회는 한국어 교가에 관대했다'고 주장한 <조선일보>의 의도는 대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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