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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_우리말 표현

by noksan2023 2024.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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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

[속담] 가늘게 내리는 비는 조금씩 젖어 들기 때문에 여간해서도 옷이 젖는 줄을 깨닫지 못한다는 뜻으로,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그것이 거듭되면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크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루는 말

 

 

가랑비

 

 

"가랑비"는 가늘게 내리는 비다. 가는 비라서 대수롭지 않게 여겨 그냥 맞는 수가 있다. "맞아도 별것 아니겠지" 하지만 가랑비는 젖어 드는 속성이 있어서 오랫동안 맞으면 푹 젖게 된다. 그런데 조금씩 젖어 들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옷이 젖는 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리하여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와 같은 속담이 생겨난 것이다. 

 

사소한 것이더라도 거듭되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됨을 비유하여 표현한 것이다. 

 

 

 

겨울을 재촉하는 가랑비

 

 

 

가랑비는 가늘게 내리는 비를 이른다. 삽우(霎雨)나 세우(細雨)라고도 한다. 이슬비의 다음 단계로 여겨지기도 한다. 잔비라고 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는 비표준어다. 이슬비보다 굵고 보통 비보다는 가늘게 내리는 비를 말한다. 속담으로는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가 있다. 가랑비는 조금씩 적시기 때문에 옷이 젖는 줄 모르는 것에 빗대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그것이 반복되었을 때에는 크게 변한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가랑비는 조금씩 내리는 비를 말하며 '가라고 가랑비 오고, 있으라고 이슬비 온다'는 옛말이 있다. 달갑잖은 손님을 보내기 위해 주인이 꾀를 내어 "가라고 가랑비 온다"고 말하자 손님은 "있으라고 이슬비 온다"고 응수하면서 버티었다는 이야기다.

 

가랑비에서 '가랑'은 매우 작은 것을 뜻한다. 알에서 갓 깨어난 이를 가리키는 '가랑니'와 같은 이치다. 가랑비는 한자말 '세우(細雨)'에 해당하는 우리말이다. 가랑비는 빗줄기가 약하지만 꾸준히 내리는 비를 말하며, 빗줄기의 굵기는, 이슬비보다는 굵고, 산발적으로 내리는 보통 강도(强度)의 비보다는 가늘다. 가랑비 정도의 비는 비의 국제 기호에서 대체로 ‘……’에 해당된다. 이에 따르면 가랑비의 강도는 0.0㎜/h 이상 3.0㎜/h 미만, 1분간 강수량은 0.02~0.05㎜, 1시간 강수량은 1~5㎜, 1일 강수량은 5~20㎜이다. 또 느낌상으로는 지면을 완전히 적시지만, 물이 괴는 곳은 거의 없다. 가랑비보다 강한 비는 보통비라고 하는데, 국제 기호상의 보통비는 ‘∴’로 나타내며, 강도는 순간 강도 3.0㎜/h 이상 15㎜/h 미만, 1분간 강수량은 0.05㎜~0.25㎜, 1시간 강수량 5~10㎜, 1일 강수량 20~50㎜이다.

 

보통비는 지면에 군데군데 물이 괴고 빗소리가 들린다. 또 가랑비보다 가는 이슬비, 그리고 이슬비보다 약하고 안개보다 조금 굵은 는개와 같은 극히 약한 비는 1분의 강수량이 0.02㎜이다. 이러한 비는 조심해서 살피지 않으면 비가 내리는지 알 수 없을 정도이며, 지면이 약간 젖을 정도이다.

 

가랑비는 가늘게 내리는 비를 말하며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실처럼 가느다란 빗줄기는 맞고 있어도 옷이 젖어간다는 인식을 잘 하지 못한다. 그러나 아무리 '가랑비'라고 해도 계속해서 맞다 보면 한참 후에는 흠뻑 젖게 된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계속해서 반복되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속담이다. 대한민국 말에는 가랑비 말고도 비를 나타내는 단어들이 많이 있다. 비와 관련된 단어는 속담에서 쓰이기도 하고,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라는 동요처럼 노래 가사로 쓰이기도 한다. 이슬처럼 내리는 '이슬비' 말고도 실같이 가늘게 내린다고 해서 '실비', 필요할 때 알맞게 온다고 해서 '단비', 빗줄기가 매우 가늘어서 안개처럼 보이는 비를 '안개비'라고 부르곤 한다.

 

이슬비는 이슬같다고 해서 이슬비, 실같다고 해서 실비, 안개처럼 보여서 안개비라고 직관적인 이름을 붙였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가랑비의 '가랑'은 유래와 어원을 쉽게 떠올릴 수 없다. 가랑비는 15세기 문헌에서 처음 발견됐다. 석가의 일대기를 담은 책 '월인석보'에 'ᄀᆞᄅᆞ'라는 단어가 처음 나온다. ''는 비(雨)가 모음과 모음 사이에서 유성화음 된 사실을 반영한 표기인데, 'ᄀᆞᄅᆞ'는 어디서 나온 단어일까? 'ᄀᆞᄅᆞ'의 뜻을 알아낸다면 가랑비의 유래를 알아낼 수 있다.

 

'ᄀᆞᄅᆞ'를 가루(粉)라고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 가랑비를 언뜻 보면 '가루'가 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ᄀᆞᄅᆞ'를 가루처럼 내리는 비로 해석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루처럼 떨어지는 비는 보슬비나 이슬비 같은 가느다란 비가 있기 때문에 신빙성이 떨어진다. 'ᄀᆞᄅᆞ'를 '가루-[分]'의 어간으로 간주해 '갈라진 비'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믿음이 가지 않는 해석이다. 비 이름에 나누고 가른다는 뜻을 가진 단어를 사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두 가랑이로 땋은 머리를 뜻하는 '가랑머리'나 머리에서 나란히 두 가랑이가 진 비녀인 '가랑비녀', '가랑이' 등에서 쓰인 '가랑'에서 유추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ᄀᆞᄅᆞ'은 무엇일까? 'ᄀᆞᄅᆞ'은 바로 '안개'를 뜻하는 순 우리말이다. 'ᄀᆞᄅᆞ'의 뜻은 두시언해에서 찾아볼 수 있다. 두시언해 초간본의 '노년화사무중간(老年花似霧中看)'라는 한시 구절은 "늘근 나햇 고  소개 보 도다 "라고 해석돼 있다.

 

안개를 뜻하는 한자 '霧(무)'가 '안개'이라고 해석돼 있다. 초간본의 '안개'은 이후 중간본에서 '안개'로 바뀌어 나온다. 이로써 'ᄀᆞᄅᆞ' 의 뜻이 '안개'라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ᄀᆞᄅᆞ비'는 안개처럼 내리는 비를 뜻하게 되는 것이다. 15세기의 'ᄀᆞᄅᆞ비'는 17세기부터 'ᄀᆞ랑비'로 표기된다. 'ᄀᆞ랑'은 'ᄀᆞᄅᆞ'에 접미사 '-앙'이 결합된 형태이다. 'ᄀᆞ랑비'가 18세기 이후 '가랑비'로 변한 후 지금까지 쓰이고 있다.

 

그러나 지금 쓰이는 '가랑비'는 초기의 '안개비'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지 않다. 언제부터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의미 변화가 발생해 '가늘게 내리는 비'라는 뜻만 남아있다. 'ᄀᆞᄅᆞ비'가 'ᄀᆞ랑비'로, 이후 '가랑비'로 어형이 크게 달라져 기존의 어원과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霧(무)'에서 파생된 'ᄀᆞᄅᆞ'라는 단어가 '안개'라는 단어에서 밀려나 사라지면서 '가랑비'와 '안개'를 연계해서 생각하는 일이 어려워졌다. 이로 인해 '가랑가랑' 내려서 '가랑비'가 됐다고 하거나, '가라'고 해서 '가랑비'라고 했다는 우스운 어원설이 나오게 된 것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

 

비는 내리는 모양에 따라 소나기, 가랑비, 보슬비, 이슬비 등으로 부른다. 그중에서 '가랑비'는 아주 가늘게 보슬보슬 내리는 비인데 빗줄기가 실처럼 가늘어서 '실비'라고도 부른다. 가랑비는 워낙 가늘게 내려서 옷이 젖고 있다는 것조차 못 느낄 정도다. 하지만 빗줄기가 약한 대신 꾸준히 오랫동안 내린다. 그래서 옷이 젖는 줄도 모르고 비를 맞고 있다가 보면 한참 후에는 흠뻑 젖을 수도 있다. 가늘게 내리는 가랑비라고 우산을 쓰지 않으면, 어느새 옷이 흠뻑 젖는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계속되면 나중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가랑비와 안개비

 

무더위가 일찌감치 찾아오면서 본격적인 모내기철이 시작되었다. 이맘때쯤 농부들은 들판을 흠뻑 적셔주는 빗줄기를 고대하게 되는데, 아쉽게도 강수량은 턱없이 적다. 굵은 빗방울이 세차게 쏟아져서 타들어가는 농부의 입가에 웃음을 떠올리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굵고 세차게 퍼붓는 비를 '작달비'라고 한다. 작달비를 만나면 우산도 별 소용이 없게 되지만, 옷이야 흠뻑 젖건 말건 작달비가 그리운 요즘이다.

 

'작달비'와 반대되는 비가 '안개비', '는개', '이슬비', '가랑비' 들이다. 가늘고 잘게 내리는 비인 '잔비'도 있고, 겨우 먼지나 날리지 않을 만큼만 오는 '먼지잼'이란 비도 있다. 이 가운데 '잔비'는 국어사전에 가랑비의 다른 말로 올려놓았다. 그런데 가랑비는 어원이 잘못 전해지고 있는 말들 가운데 하나이다. 이슬비는 "이슬처럼 내리는 비”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가랑비'의 어원은 쉽게 알 수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가랑비'의 어원을 "가늘게 내리는 비"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데, 이는 올바른 어원이 아니다.

 

'가랑비'는 '가라'와 '비'가 합쳐진 말이고, '가라'는 안개를 뜻하는 우리 옛말이다. 그러므로 '이슬비'가 "이슬처럼 내리는 비"라면, '가랑비'는 "안개처럼 내리는 비"를 가리켰던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의 '가랑비'는 "안개처럼 내리는 비"로 해석되지 않고, 그저 "가늘게 내리는 비" 정도로 쓰이게 되었다. 언제부턴지는 알 수 없지만 의미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요즘에는 "안개처럼 내리는 비"는 따로 '안개비'라는 말로 나타내고 있다.

 

가랑비는 안개비다

 

옛날에 어떤 집에 달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와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자 주인이 꾀를 내어 “가라고 가랑비 오네.”라고 하였다고 한다.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손님은 “있으라고 이슬비 오네.”라고 응수하며 버 티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생긴 말이 “가라고 가랑비, 있으라고 이슬 비”라는 것이다.

 

그러나 ‘가라고’ 하여 ‘가랑비’일 리 없고, ‘있으라고’ 하여 ‘이슬비’ 일 리 없다. “가라고 가랑비, 있으라고 이슬비”라는 표현은 ‘가랑비’의 어원을 알 수 없던 차에 그저 재미로 붙여본 것이다. ‘이슬비’야 ‘이슬’처럼 내리는 비이기에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지만, ‘가랑비’는 어떤 비인지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 물론 ‘가랑비’의 옛말을 찾아 그 어형을 분석해 보면 그 답을 못 낼 것도 없다. ‘가랑비’는 이른 시기에는 ‘가라비’였다. 이 ‘가라비’는 ‘가라’와 ‘비[雨]’가 결합된 구조이다. 모음과 모음 사이에서 ‘ㅂ’이 유성음화하여 ‘비’가 ‘비(순경음 ㅂ)’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므로 ‘비’는 ‘雨’의 뜻임에 틀림이 없다. 문제는 ‘가라’이다. 이 ‘가라’의 정체가 드러나야만 ‘가라비’의 어원, 더 나아가 ‘가랑비’의 어원이 밝혀질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지금의 ‘가루[粉]’가 옛날에 ‘가라’였고, ‘가랑비’가 언뜻 보면 ‘가루’가 떨어지는 것 같이 보인다는 점에 이끌려 ‘가라비’ 를 ‘가루처럼 내리는 비’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가루[粉]’와 관련시킬 수 있는 비에는 ‘가랑비’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보슬비, 이슬비’ 등과 같은 여타의 가느다란 비도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해석은 크게 믿음이 가지 않는다.

 

또 어떤 사람들은 ‘가라’를 동사 어간 ‘가라-[分]’로 간주하여 ‘가라비’를 ‘갈라진 비’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런데 ‘비’ 이름에 굳이 ‘가라 -[分]’를 이용할 필요가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이러한 해석도 믿음이 가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아마도 ‘가랑비’를 ‘가라-[分]’와 연계시켜 해석한 것은, ‘가라-[分]’와 관계가 있는 ‘가랑머리, 가랑비녀, 가랑이’ 등에 쓰인 ‘가랑’에 유추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럼 ‘가라’는 무엇인가? ‘가라’는 ‘안개[霧]’를 뜻하는 순수한 우리말이다. <杜詩諺解>(1481)의 “늘근 나햇 고잔 가랏 소개 보난 닷도다 (늙은 나이의 꽃은 안개 속에 보는 듯하도다).”에 나오는 ‘가라’가 바로 ‘霧(무)’를 뜻하는 그것이다. 초간본 <杜詩諺解>(1481) 속의 ‘가라’ 는 중간본 <杜詩諺解>(1632)에는 ‘안개’로 바뀌어 나온다. 이로써 ‘가라’가 ‘안개’와 같은 의미의 단어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가라비’는 ‘안개처럼 내리는 비’로 해석된다. ‘이슬비’가 ‘이슬처럼 내리는 비’라면, ‘가라비’는 ‘안개처럼 내리는 비’인 것이다. 지금도 ‘가 랑비’를 ‘안개비’라 하고 있다.

 

15세기의 ‘가라비’는 17세기에는 ‘가랑비’로 변하여 나온다. ‘가랑비’의 ‘가랑’은 ‘가라’에 접미사 ‘-앙’이 결합된 어형으로 파악된다. 이 ‘가(아래아)랑비(ㅂ순경음)’는 18세기 이후 ‘가랑비’로 변하여 지금에 이른다.

 

‘가라비’가 ‘가랑비>가랑비’로 어형이 크게 달라져 유연성이 상실되자 ‘가랑비>가랑비’의 어원과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된다. 더군다나 ‘霧(무)’를 뜻하는 ‘가라’가 ‘안개’라는 단어에 밀려나 일찍 사라지면서 ‘가랑비>가랑비’를 ‘안개’와 연계해서 생각하기란 더욱 어렵게 된다. 그래서 가라고 하여 ‘가랑비’라 했다느니, ‘가랑가랑’ 내리는 비여서 ‘가랑비’라 했다느니 하는 등의 엉뚱한 어원 설이 나오게 된 것이다. ‘비’가 감기에 걸리지 않는 한 그것이 ‘가랑가랑’ 내릴 리 없다.

 

그런데 지금의 ‘가랑비’는 ‘안개처럼 내리는 비’로 해석되지 않는다. 그저 ‘가늘게 내리는 비’로 이해되고 있을 뿐이다. 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의미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안개처럼 내리는 비’는 ‘안개비’ 를 먼저 연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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