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豆腐) 먹다 이 빠진다
두부(豆腐)는 아주 부드러운 음식이어서 입에 넣으면 크게 씹을 것도 없이 술술 넘어간다. 그러니 두부를 먹다가 이가 빠 지는 불상사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만약 두부를 먹다가 이가 빠졌다면 이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일일 것이다. 두부를 먹다가 이가 빠지듯, 뜻밖의 실수를 하는 것을 빗대어
“두부 먹다 이 빠진다.”
라고 표현한다.
두부의 ‘부(腐)’는 썩은 것이란 뜻이 아니고 뇌수(腦髓)처럼 연하고 물렁물렁하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포(泡)’라고도 하였다. 두부는 『명물기략(名物紀略)』·『재물보(才物譜)』 등에는 서기전 2세기경 전한(前漢)의 회남왕(淮南王)이 발명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당나라 말기의 중국문헌에 처음 나타나므로 한대 이후에 만들어졌다는 견해도 있다.
우리나라에 두부가 전래된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다. 『목은집』 중의 「대사구두부래향(大舍求豆腐來餉)」이라는 시에 ‘두부’의 명칭이 처음 나온다. 이것으로 미루어 고려 말에 가장 교류가 빈번하였던 원나라로부터 전래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조선시대에는 두부제조법이 더욱 발달하였다. 『세종실록』에는 명나라 황제가 조선에서 온 여인이 각종 식품제조에 뛰어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두부를 잘 만든다고 칭찬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그 밖에도 『도문대작(屠門大嚼)』·『주방문(酒方文)』·『산림경제』 등 많은 문헌에 두부 만드는 법과 종류, 두부요리가 다양하게 기록되어 있다.
두부는 가공법에 따라 보통두부·순두부·건조두부·자루두부·연두부·얼린두부·튀김두부·압착두부·유바(yuba)·수푸(sufu) 등으로 구분한다. 두부 만드는 법은 하루 동안 물에 불려 둔 콩을 맷돌에 간다 그 다음에 콩의 10배 정도의 물을 넣고 5∼10분 정도 끓인 다음 자루에 넣고 짠다. 여기서 나온 두유(豆乳)를 70∼80℃ 온도로 유지시키면서 염화칼슘·염화마그네슘·황산칼슘 등의 응고제를 첨가하면 단백질이 응고된다. 단백질이 응고되면 성형틀에 삼베천을 깔고 응고된 것을 붓고 판을 대어 돌로 눌러 탈수시킨다. 물이 빠지면 칼로 그어 두부를 떠낸다.
두부는 생두부로 먹거나 국·찌개·부침 등의 여러 가지 형태로 조리한다. 찌꺼기인 비지도 발효시켜 비지장을 만들어 먹는다. 두부를 만드는 도중에 순두부를 따끈하게 양념하여 먹기도 한다. 콩은 약 40%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어서 영양이 우수하나 소화율이 좋지 않아 볶거나 쪄서 먹을 경우에도 소화율은 50∼70%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에 두부는 콩에 들어 있는 단백질의 93% 이상, 탄수화물의 85% 이상, 지방의 95% 이상, 비타민의 50∼60% 이상을 함유하면서 소화율이 95%나 되는 우수한 단백질식품이다. 두부 단백질은 육류 단백질보다 값이 훨씬 싸므로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경제적인 면에서도 유리하다.
우리는 예로부터 두부를 자주 만들어 먹었고 관혼상제 때에도 빠짐없이 상에 올렸다. 지금도 시골에서는 두부를 만들 때 쓰는 맷돌이 남아 있어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경우가 많다. 아낙네들이 순두부와 두부를 사랑방으로 보내면 남자들은 두부와 함께 술도 한잔 하면서 자그마한 잔치를 벌이게 마련이었다.
우리 속담에 ‘두부 먹다 이 빠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두부란 물에 불린 콩을 매에 갈아 삼베 자루에 넣고 짠 물을 끓여서, 여기에 간수를 쳐 엉긴 것을 보자기에 싸고 눌려서 네모나게 잘라 낸 식품입니다. 그러니 이빨이 없는 어린 아이나 노인들도 잇몸으로 먹을 수 있는 물렁물렁한 음식이지요. 그런데 두부를 먹다 이빨이 빠지다니! 이 속담은 방심하는데서 실수가 생기기 쉬우니 항상 조심하라는 말입니다. 또 틀림없을 자리에서 뜻밖의 실수를 한다는 말입니다.
이와 유사한 속담으로
‘홍시 먹다 이 빠진다’
‘장판방에서 자빠진다’
‘방바닥에서 낙상한다’
‘평지에서 낙상’
등이 있습니다 ‘두부에도 뼈라’는 속담 역시 운수 나쁜 사람은 하는 일에, 될 일에도 뜻밖의 재앙이 든다는 뜻입니다. 결국 이들 속담은 어떤 일이나 사업의 성공이 바로 눈앞에 놓일 것으로 기대돼 안심하고 믿었는데, 예상치 않았던 어떤 문제가 발생해 일이나 사업을 그르치게 하고 실패를 맞게 한다는 말입니다. 어떤 일이나 사업이 완벽하게 끝나기 전에는 절대로 마음을 다잡지 아니하고 풀어놓아 버리거나 정신을 차리지 않는 것, 즉 방심을 하지 말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구촌 시대에는 모든 상황들이 빠르게 변화고 있습니다. 경제적인 여건, 기후적인 조건, 소비자와 생산자의 기대나 요구, 정치적인 상황 등 여러 가지 변수들이 예상과는 다르게 전개될 수 있습니다. 로빈슨 크루소처럼 혼자서 어떤 물건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항상 다른 사람, 다른 조직, 다른 나라와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그 경우 자신이 아는 또는 자신이 파악한 정보로는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뜻밖의 다른 상황이 발생하여 기대했던 일이나 사업을 실패로 모는 경우도 있습니다. 완벽하게 일이나 사업이 성공하기 전에는 항상 조심, 경계를 늦추지 않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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