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질나다
으뜸 뜻
감질은 본래 한의힉에서 이르기를 감병(疳病)이라고도 하는 병으로서, 주로 젖이나 음식을 잘 조절하지 못하여 어린아이들이 많이 걸리는 병이다. 감병에 걸리게 되면 얼굴이 누렇게 뜨고 여위며, 목이 마르고 배가 아프면서 만성 소화불량이나 영양장애 등을 나타낸다. 이처럼 무언가 먹고는 싶은데 몸이 말을 안 들으니 마음껏 먹지도 못해서 안달이 나는 병을 말한다.
버금 뜻
무엇이 먹고 싶거나 가지고 싶거나 한데 한꺼번에 그 욕구가 충족되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맛만 보게 되기에,오히려 더더욱 그 대상을 먹고 싶거나 갖고 싶어 애태우는 것을 말한다.
감질나다
'감질나다'는 바라는 정도에 아주 못 미쳐 애가 타는 경우에 쓰는 말이다. 무언가를 먹고 싶은데 주지 않고 애태우거나, 갖고 싶던 물건을 준다 해놓고 애태우며 주지 않을 때, 우리는 '감질나다'라는 말을 쓴다.
'감질'이란 말은 어디에서 시작됐을까? 감질나다는 감질이 나다라는 표현에서 주격조사 '-이'가 생략된 축약된 어형이다. 여기서 '감질'은 병의 이름이다. 일명 감병이라고도 불리는 감질은 어린 아이가 젖이나 음식 조절을 잘못했을 때 생긴다. 얼굴이 노래지고, 몸이 마르며, 목도 마르고, 배에 탈이 나는 등 영양 장애와 소화불량을 동반하는 병이다.
그렇다면 '감질나다'라는 뜻은 '감질'이라는 병이 생긴다라는 의미인 것이다. 감질에 걸리면, 속이 끓고 소화 불량의 증세가 나타나지만 속이 헛헛하여 무언가 먹고 싶어진다. 하지만 병에 걸려 먹지는 못하니, 애만 타고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그래서 감질나다에 '무언이 먹고 싶거나 갖고 싶은데 그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해 애가 탄다'라는 비유적 의미가 생겨난 것이다.
감질을 잘못 이해해서, '간질병'의 간질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있다. 간질병에 걸릴 정도로 '갖고 싶어 애태우는 마음이 생기다'라고 해석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해석이다. '감질맛나다'라는 표현도 잘못됐다. '감칠맛'이라는 단어와 혼동하여 '감질맛'이라는 표현을 쓰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감질은 병이기 때문에 '맛'과는 연결해서 사용할 수 없다.
현대 국어 ‘감질나다’는 19세기 문헌에서부터 동일한 형태로 나타난다. ‘감질나다’는 “젖이나 음식 조절을 하지 못하여 어린아이에게 생기는 병”을 가리키는 한자어 병명 ‘疳疾’과 동사 ‘나다’가 결합한 것으로 본래 “감질이 생기다”라는 의미이다.
‘감질’이 나면 배가 불러 끓고 소화 불량 증상이 나타나지만 속이 헛헛하여 무엇이 먹고 싶어진다. 그러나 먹고는 싶은데 소화가 되지 않아 마음대로 먹지도 못한다. 욕구는 있는데 그것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감질나다’에 ‘무엇이 먹고 싶거나 가지고 싶거나 한데 그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여 애를 태우다’와 같은 비유적 의미가 생겨난 것이다.
감질나다
시골에 살았던 베이비부머라면 어린 시절 배가 많이 고팠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 시절 가을철이면 선산에서 묘제(墓祭) 지내는 어른들을 따라다녔다. 바로 음복(飮福)할 때 받아든 다양한 음식을 즐기기 위해서였다. 너무 작게 썰어 감질나긴 했지만 그 시대 제철 군것질로는 그만이었다.
‘감질나다’는 ‘바라는 정도에 아주 못 미쳐 애가 타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물론 감질(疳疾)이란 병명에서 온 말이다. 어린아이가 음식 조절을 잘못하여 생긴 이 병은 배가 부른데도 먹고 싶은 욕구가 생기고, 먹고 싶으나 먹지 못해 애태우는 증상이라고 한다. 간혹 ‘감질’을 ‘간질’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잘못이다.
언제부터인가 ‘간질병’은 ‘뇌전증’으로 순화해 쓰인다. 이처럼 어감이 그리 좋지 않은 병명을 순화해 사용하도록 권하는 사례가 있는데 ‘나병’을 ‘한센병’으로, 정신분열증을 ‘조현병’으로 순화한 경우다. 그런가 하면 ‘치매’를 ‘인지흐림증’이나 ‘인지저하증’ 등으로 병명을 개정하는 법안이 발의된 적도 있다.
감질맛?
최근 국내 증시가 지수 1600을 넘나들면서 사상 최고의 활황 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증시 속성이 그렇듯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어 잠재적 불안 요인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형 우량주 중간 배당 '감질맛'…배당률 1% 미만"
"'코스닥 시황' 감질맛 나는 반등".
투자 심리가 얼어 있을 때 증시 소식을 전하는 신문 기사들의 제목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다.
'감질맛 난다'는 말을 무심코 많이 쓰지만 이는 들여다보면 해괴한 말이다. 본래는 '무언가 몹시 먹고 싶거나, 가지고 싶거나, 하고 싶어서 애타는 마음이 생기다'란 뜻으로 '감질 나다'란 말이 있다. 사람들은 여기서 의미를 좀 더 강하게 해 '한꺼번에 욕구가 충족되지 않고 찔끔찔끔 맛만 보아 안달이 나는 상태'를 나타내기 위해 '감질맛'이란 말을 만들어 쓰는 것 같다.
그런데 '감질'이란 말의 뜻을 살펴보면 '감질맛'이란 게 도대체 얼마나 황당하고 얼토당토 않은 표현인지 알 수 있다. '감질(疳疾)'은 사전적으로는 '먹고 싶거나 가지고 싶어서 몹시 애타는 마음'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본래는 한의학에서 '감병(疳病)'이라 일컫는 병으로, 어린 아이들이 젖이나 음식을 잘 조절하지 못해 생기는 질병을 뜻하는 말이다. 질(疾)이 바로 치질,간질,안질 등에 쓰인 것과 같은 '병(病) 질'이다. 그래서 감질이 나면 속이 헛헛해 무언가 먹고는 싶은데 몸에 탈이 나 마음껏 먹지도 못해 안달하게 된다. 여기서 유래한 '감질 나다'가 세월이 흐르면서 의미가 일반화해 '몹시 먹고 싶거나 가지고 싶거나 하고 싶어서 애타는 마음이 생기다'란 뜻으로 쓰이게 됐다. 그러니 병 이름인 '감질'과 '맛'이 어울려 하나의 단어를 이룰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감질 나다'를 자주 '감질맛 나다'로 오인하는 것은 형태가 비슷한 다른 말 '감칠맛'에 이끌려 쓰기 때문인 것 같다.
'음식물이 입에 당기는 맛'을 나타내는 '감칠맛'은 '감치다'의 관형형에 '맛'이 결합된 합성어다. '감치다'는 '음식의 맛이 맛깔스러워 입에 당기다'란 뜻의 순 우리말이다.
'혀를 감치고 드는 알싸한 맛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한승원, <해신의 늪>)
처럼 쓰인다. '감칠맛'은 의미가 좀 더 확장돼 맛뿐만 아니라 '마음을 끌어당기는 힘'이란 뜻도 갖고 있다. '목소리가 감칠맛 있게 곱다' '그는 이야기를 감칠맛 나게 잘한다'처럼 쓰인다. 따라서 '감질 나다'와 '감칠맛 나다'는 전혀 다른 차원의 말이므로 구별해야 한다.
이처럼 비록 어원은 부정적인 의미였지만 실생활에서 자주 쓰이면서 그 쓰임새가 변형된 말들 중엔 '염병할'도 있다. '염병(染病)'은 두 가지 의미로 쓰이는 말이다.
하나는 글자 그대로 염병(染病 전염병이란 뜻이다. 다른 하나는 특이하게 '장티푸스'를 가리키기도 하는데 이 의미로 더 많이 쓰인다.
지금은 의학이 발달해서 장티푸스 정도는 어렵지 않게 고칠 수 있지만 예전엔 장티푸스가 전염병 가운데서도 가장 무서운 병이었기 때문에 '염병'이 장티푸스를 가리키게 됐다고 한다.
(조항범, <정말 궁금한 우리말 100가지>)
여기서 파생된 '염병할'은 '염병할, 날씨도 지독히 덥네' '염병할 ××'처럼 단독으로 감탄사나 관형사로도 쓰이는데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장티푸스를 앓을'이란 뜻인 셈이다. 비록 욕으로 하는 거지만 우리 실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자리 잡은 말이다. '장티푸스'는 '장(腸)+티푸스'의 합성어로, 예전엔 장질부사(腸窒扶斯)라고도 했는데 이는 차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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