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제비
“제비가 해마다 가는 ‘강남’은 어디일까?”
“강남 갔던 제비는 봄이 되면 정말 돌아올까?”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경남도 람사르환경재단과 우포생태교육원이 제비 생태조사 ‘제비야, 제비야 뭐하니’를 벌인다. 경남의 12개 초·중등학교 교사 23명과 학생 210명이 조사원으로 참가한다. 이들은 다음달부터 제비가 떠나는 11월까지 자신들이 사는 마을과 학교 주변에서 제비의 생태를 조사하게 된다.
이들은 찾아오는 제비의 종류와 수, 찾아오고 떠나는 시기, 제비가 만드는 둥지의 수와 선호하는 집, 둥지를 짓는 시기와 방향 및 짓는 데 걸리는 시간, 제비의 소리와 먹이 등을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이들은 25일 ‘제비 생태조사를 위한 사전워크숍’을 열어 본격적인 조사에 대비한 마지막 점검을 마쳤다. 조사 방법을 기획한 오광석 교사(산청 신안초)는
“조사 대상을 제비로 정한 것은 인간 가까이 있는 친숙한 소재이면서 다른 종과 혼동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한 생물의 한살이를 잘 알 수 있고, 조사 기간이 학생들의 1년 학교생활 기간과 비슷하기 때문”
“급속히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어 이 조사를 통해 제비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2006~2008년 제비의 귀소율을 조사한 한국야생조류협회 정다미씨가 소개한 연구 결과를 보면, 제비는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며, 번식을 위해 장거리 이동을 할 때 암수가 동행하지 않고 수컷이 먹저 도착해 둥지를 선택한다. 알을 평균 5개 낳아 13~14일 동안 암수가 번갈아 품는다. 새끼는 적극적으로 입을 크게 벌릴수록 먹이를 많이 받아먹는다. 둥지 위치는 모두 사람들의 출입이 잦은 집 앞쪽에 있었고, 인적이 드문 집 뒤에 만든 것은 하나도 없었다. 또 알을 품는 시기만 아니면 사람이 1m까지 접근해도 날아가지 않는 등 사람을 경계하지 않았다. 정씨는 “오랜 학습을 통해 사람과 사람의 집을 천적으로부터 방어수단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박성현 우포생태교육원 파견교사는 “조사원들은 학교마다 자체 계획을 세운 뒤 서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제비를 관찰하게 될 것”이라며 “조사가 끝나면 보고서와 자료집을 만들어 초·중등학교 과학탐구 학습자료로 활용하고, 각종 학술대회에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용창 경남도 람사르환경재단 행정지원팀장은 “몇년에 걸친 조사를 통해 결과를 축적할 계획이며, 내년부터는 한 달 빠른 4월부터 조사할 방침”이라며 “안정적 조사를 위해 예산 확보와 인터넷 사이트 개설 등 지원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으뜸 뜻
강남은 중국의 앙자강 이남 지역을 가리키는 말로서 제비가 겨울을 나기에 알맞을 정도로 따뜻한 곳이다. 그러므로 본래 강남 제비라 함은 따뜻한 곳에서 겨울을 나고 봄에 다시 돌아온 제비를 가리키는 말이다.
버금 뜻
70년대 서울의 강남이 개발되기 시작하면서 강남 곳곳에 대규모 아파트 딘지와 사무 공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와 더불어 호화 유흥가가 난립하기 시작했고, 강남에 사는 중상류층 유한 부인들을 꾀어 한몫 잡아보려는 제비족들이 강남 지역 유흥가로 몰려들면서 "강남 제비" 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이 때문인지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면은~"
이란 동요에 나오는 강남도 한강 이남의 따뜻한 지역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 쓰이는 강남 제비는 본뜻 그대로 따뜻한 지방인 중국 양자강 이남에서 겨울을 나고 온 제비를 가리키는 말이다.
강남 갔던 제비 강낭콩 물고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고’
‘친구 따라 강남 간다’
라고 하는데, 우리말에 ‘강남(江南)’이 꽤 쓰이니 알아볼 일이다. ‘강남’은 국어사전에 여러 뜻이 있지만, 관련해서는 ‘중국 양쯔강(揚子江)의 남쪽 지역을 이르는 말. 흔히 남쪽의 먼 곳’이라는 뜻을 살펴볼 수 있다. 따듯한 남쪽 먼 지역으로 떠났던 제비가 돌아오고, 옛날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친구 따라 많이들 간 곳이, 온화해서 수확할 것 많은 중국 남쪽이다.
우리말에서 ‘강낭콩’은 원래 ‘강남콩’이었다. 이때의 ‘강남’도 중국의 남쪽 지역을 말하며, 이 지역에서 들여온 콩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다 언어를 실제 사용하는 우리 언중들이 ‘강남에서 들여온 콩’이라는 어원을 인식하지 않고 받침의 소리가 변화한 대로 발음하면서(비음화), 이러한 언어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여 ‘강낭콩’으로 쓰게 한 것이 발음 변화에 따른 표준어 규정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어휘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음과 모음의 발음이 달라지고 변화를 겪게 된다. 발음 변화의 정도가 심하거나 발음이 변한 지 오래되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뀐 발음으로 어휘를 사용하게 되면 표준어를 새로이 정하게 된다. ‘강낭콩(←강남콩)’이나 ‘사글세(←삭월세)’ 같은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어원이 분명하지만 현실적인 언중들의 발음에 따라 표준어를 정하는 유연한 원리이다.
따듯한 봄이 시작되는 3월이 절실히 기다려지는 요즘이다. 삼짇날은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날이라고 하니, 아마도 완연한 봄이 금세 시작될 것으로 기대된다. 강남 갔던 제비가 물고 온 강낭콩도 싹을 잘 틔우도록, 우리에게도 다시 희망찬 봄이 다가오기를 바라봅니다.
강남갔던 제비, 어디 갔을까
MBC '오늘아침'생방송에서 한집에 제비집 7채가 지어졌다며 인터뷰 요청으로 충북 청원군 강내면 한 식당을 찾아가며 제비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있었다. 우리 주변에서 제비는 30~40년 전에는 집집마다 한 개 이상의 제비집이 있을 만큼 대표적 여름철새였다. 우리의 삶에서 음력 3월 3일 산란을 위해 우리나라에 와서 음력 9월 9일 떠난다고 해서 길조로 여겨졌다. 흥부와 놀부의 이야기에서 은혜를 갚는 새로 알려진 제비, 우리의 삶과 함께했던'강남갔던 제비'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제비는 귀소 본능(歸巢本能-동물이 자신의 서식 장소나 산란 등을 하던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경우, 다시 그곳으로 되돌아오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 새로 태어났던 곳으로 찾아와 사람이 사는 집 처마에 논에서 진흙과 짚을 물어다 기존에 있던 집을 수리해서 사용하거나 새로 집을 짓고 산란을 한다.
하지만 농촌지역의 주거환경 변화로 인해 대부분의 주택은 진흙이 잘 달라붙지 않는 시멘트나 콘크리트 벽면으로 이루어져 제비가 처마 밑에 집을 짓기 어렵게 되었다. 또한 제비는 알에서 부화한 새끼 제비를 20여 일 키워 둥지를 떠나게 하는데 이때까지 새끼제비들은 약 3주 동안 몸무게를 10배 이상 늘려야한다. 성장한 제비는 9월경에 가을이 되면 월동지인 동남아, 호주, 태평양 등 먼 거리를 이동하기 위한 체력을 비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비들의 먹이 공급처였던 농경지 환경이 도시화로 인한 농지면적의 감소나 논과 농경지에 뿌려진 농약과 화학비료의 사용량이 많아지면서 제비의 먹이인 벌레들의 수가 급격하게 감소하였으며, 농약에 오염된 벌레를 먹게 되면 제비도 나쁜 영향을 받아'환경호르몬'으로 불리는 내분비교란물질의 섭취로 알을 제대로 낳지 못하거나 부화된 새끼제비들도 건강하게 자라지 못하는 문제가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생태계의 변화는 제비들이 번식지에서 겪었던 좋지 못한 경험이 학습되어 다음해 한국으로 돌아오는 제비들의 귀소율에 영향을 주어 제비의 개체 수 감소에 결정적 원인이 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단순히 제비의 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 보다 더 큰 문제는 제비에게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 과연 인간에게는 적합한 환경일 것이냐 하는 것이다.
논과 같은 경작지는 우리나라의 주식인 쌀의 생산 공간이며 제비나 다른 생명들에게는 중요한 서식지이자 사람들에게는 삶의 공간이다. 그러나 환경파괴로 제비가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데 과연 사람은 아무런 이상은 없는 것일까? 제비가 서식할 수 없는 서식지 환경을 이대로 방치하면 결국 인간도 살 수 없는 환경이 되고 말 것이다. 환경의 변화에 따른 제비의 감소만의 문제만이 아닌 자칫 인간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주변의 동·식물들이 사라져가는 모습을 방관할 것이 아닌 환경의 지표로써 삶의 방식을 되돌아보고 친환경적인 삶을 되찾아야 할 것이다. 제비와 인간과 자연의 생명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친환경 삶의 방식을 실천하여 내년 3월 3일 제비가 박씨를 물고 홍성을 찾기를 기대본다.
강남 간다는 제비, 알고보니 필리핀 루손섬이었네
매년 봄이면 한국에 되돌아오는 제비의 겨울 행선지 ‘강남’ 중 한 곳은 필리핀 북부 루손(Luzon) 섬이었다. 경남교육청 과학교육원 우포생태분원은 지난 12일 밀양시 삼랑진에서 초소형위치추적장치(지오로케이터)를 장착한 제비 1마리를 포획해 연구한 결과 한국을 떠난 제비가 필리핀에서 겨울을 난 것으로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우포생태분원은 지난 2015년부터 제비 생물종 보호를 위한 생태탐구 프로젝트를 운영중이다. 작년 7월 겨울 월동을 위해 한국을 떠나는 제비의 이동경로를 연구하고자 제비 12마리에 무게 0.45g의 위치추적장치를 달았다. 지오로케이터라 불리는 이 장치는 소형 조류의 이동경로를 연구하기 위해 사용한다. 제비가 비행하는 동안 햇빛을 감지해 일출과 일몰 시간을 기록한 뒤 해당 날짜의 위도와 경도를 추정하는 방식으로 이동경로를 확인한다.
작년에 밀양 삼랑진에서 이 장치를 단 제비 중 1마리가 겨울을 보낸 뒤 봄이 되자 다시 고향에 돌아온 것이다. 위치추적장치 분석결과 이 제비는 작년 여름 밀양 삼랑진에서 번식해 가족을 꾸린 뒤, 새끼들과 함께 8월 중순쯤 대장정에 나섰다. 이들의 중간집결지는 제주도였다. 매년 8월 말 9월 초 제주 서귀포 일대에는 제비 6만여마리가 집결한다. 이곳에서 힘을 비축한 제비는 일본 오키나와를 거쳐 필리핀과 인도네시아까지 이동했다.
인도네시아가 탐탁치 않았던지 이 제비는 다시 필리핀 북부 루손섬으로 향했다. 작년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필리핀 루손섬에서 겨울을 보냈다. 올 2월이 되자 제비는 봄 소식을 전하러 다시 고향 한국을 향했다. 필리핀을 출발해 대만을 거쳐 중국 동남부 해안지방까지 약 한달간 이동했다. 며칠씩 머물고 떠나기를 반복하다 지난 4월쯤 서해를 통해 고향 밀양으로 돌아왔다. 이 제비의 총 이동거리는 약 9000㎞다. 우포생태분원은 지난 2018년부터 초소형위치추적장치를 통해 제비 이동경로를 확인해왔다. 작년엔 또 다른 제비로부터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에서 겨울을 보낸 것을 밝혀 낸 바 있다. 제비에 이 같은 장치를 달아 회수한 뒤 이동경로를 확인한 것은 국내에선 처음이었다. 올해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뿐만 아니라 필리핀 루손섬에서도 국내 제비의 월동을 확인하게 됐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철새연구센터 허위행 연구관은 “지오로케이터는 부착한 뒤 회수가 돼야 그 결과를 분석할 수 있는 만큼 쉽지 않은데, 제비에 지오로케이터를 달아 회수한 뒤 이동경로를 확인하고 그 데이터를 도출했다는 것에 매우 유의미한 연구라고 생각한다”고 의의를 뒀다. 권상철 우포생태분원 교육연구사는 “사람과 가장 친숙한 새로 알려진 제비는 멸종위기종은 아니지만 지난 30년간 개체수가 80%가 줄 정도로 위기에 처해있다”며 “이번 이동경로 확인은 단순히 제비 생태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향후 제비 종 보호에 유의미한 자료가 될 것”고 말했다. 권 연구사는 “자료들이 쌓이면 제비 이동경로 상 국가 간 제비 인식 증진 캠페인이나, 생태계 보호를 위한 공동노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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