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vs 우물 쓰임새
'샘'은 '새암'의 준말인데 요즘은 '새암'이 비표준어가 된 통에 '샘'만 표준어로 사용되고 있다. '새암'은 '새다'에 접미사 '-암'이 붙어서 명사가 된 것이다. '패다'가 명사가 되면 '패암', '막다'가 명사가 되면 '마감'이 되는 방식과 같은 것이다.
'샘'은 땅속의 물이 흙이나 바위틈으로 새어 나와 고인 것을 가리키는데, 때로는 거기에서 새어 나오는 물을 가리키기도 한다. 대체로 샘에서는 물이 난다고 하지 않고 솟는다고 한다. 그것은 대개 샘물이 고인 곳을 보면 어김없이 물 솟는 기둥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샘에서 물이 솟듯이 몸에서 기운이 솟고, 눈에서 눈물이 솟고, 마음에서 희망이 솟는 것을 샘솟는다고 한다. '솟다'는 '나다'와는 달리 힘을 느끼게 한다. 거기다가 '샘'을 덧붙이면 새롭고 힘차게 솟는다는 이미지가 만들어 진다. 따라서 샘물이 흐른다고 표현하는 것은 너무 빈약한 표현이 되어 부적절하다.
"눈물이 샘물 흐르듯이 하염없이 흘러내린다."
라고 표현하지 말고,
"눈물이 샘물처럼 솟아 뺨으로 흘러내린다."
라고 하여 '샘과 솟다'를 호응시키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고 중요하다. 샘 가운데에서 고인 물의 양이 적은 샘을 옹달샘이라고 한다. '옹달'은 작은 사물을 가리킬 때에 쓰이는 접두사로서 '옹달솥, 옹달시루, 옹달우물' 같은 낱말을 만든다. 옹달샘이 시원한 느낌을 주는 것은 주로 숲 속에 있는 샘이기때문이지 '옹달'에 그런 느낌의 뜻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우물은 샘을 일정한 높이로 울타리를 쳐서 물을 저장한 곳을 가리킨다. '울로 둘러싼 샘물'이 우물이다. 마을에서 사람들이 물을 긷는 곳은 대체로 샘이 아닌 우물이다. 샘물은 길을 정도가 아니고 떠먹을 정도의 물이다.
"샘물을 두레박으로 길어서 가져온다."
라는 말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두레박으로 길을 정도라면 이미 샘물이 아니라 우물물이 되기 때문이다. 우물이 평지와 비슷한 곳에 있으면 사람들이 직접 우물물을 바가지로 뜰 수 있는데 이런 우물을 박우물이라고 한다. 물이 흔한 과장에는 박우물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물이 귀한 곳에서는 물을 찾기 위해서 땅속 깊이 파 들어가야 한다. 이를 우물을 판다고 한다. (샘을 파는 것이 아니고 우물을 파는 것이다. 왜냐하면 땅을 파서 물이 솟으면 그 자체는 샘이지만 곧 땅으로 둘러싸인 우물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이 나는 곳을 찾으면 그 물이 고이도록 우물을 만들고, 긴 줄에 바가지를 매어(이 바가지를 두레박이라고 함) 고인 물을 퍼 올린다. 이런 우물을 두레우물이라고 한다. 두레우물은 두레박을 깊은 곳에 넣어서 퍼 올려야 하므로 물을 긷는 데 힘이 많이 든다. 그래서 두레박틀을 먼저 만들어 놓고 도르래를 이용해서 두레박을 끌어오리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마을에는 공동우물이 있게 마련이다. 여기에 모여 아낙네들은 마을에서 일어난 은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여론(이를 우물가 공론 또는 우물 공사라고 함.)을 형성한 다음에, 물을 퍼 동이에 담고, 이것을 머리에 이고 집으로 가져간다. 동이를 곧바로 머리에 이면 머리가 매우 아프기 때문에 동이와 머리 사이에 똬리를 얹음으로써 동이의 무게를 완화시킨다. 머리 위에 똬리, 똬리 위에 물동이, 이렇게 하여 물을 머리에 이고 가는데 동이 안에서 출렁이는 물이 동이의 전을 타고 흘러내려 이마와 눈두덩 위로 흐른다. 그러면 눈이 가려 길을 제대로 갈 수 없기 때문에 물동이 바닥까지 흘러내린 물을 손으로 훔쳐서 흩뿌리면서 걸어야 한다. 입으로는 똬리끈을 물고, 왼손으로는 동이의 쥘손을 잡고, 오른손으로는 연방 물을 흩뿌리며 부지런히 걷는 아낙네의 모습.
우물은 비교적 깊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청소를 하지 않으면 더러운 물을 먹게 될 수 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날을 잡아 우물을 청소하는 것을 '우물치기'라고 한다. 우물을 치는 행사라는 뜻이다. 펌프를 사용하여 물을 풀 때에는 펌프에 한두 바가지의 물을 넣어야 물이 땅속에서 퍼 올려진다. 이때 펌프에 넣는 한두 바가지의 물을 마중물이라고 한다. 땅속의 물을 마중하기 위해서 땅속으로 들여보내는 물이라는 뜻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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