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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옆 vs 곁_ 쓰임새

by noksan2023 2025.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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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vs 곁_ 쓰임새

 

 

곁 vs 옆

 

 

 

우리말에는 ‘곁’이 접두어로 오는 경우가 무수히 많다. 사전에서 페이지를 넘기며 직접 세어보니 무려 50개나 되고 있다. 언뜻 생각해도 곁가지, 곁눈질, 곁다리, 곁말, 등의 단어가 떠오른다. 또 곁방, 곁방석, 곁뿌리, 곁사돈, 곁상, 곁자리, 곁집, 곁마부, 곁붙이, 곁땀 등의 명사도 같은 쓰임새로 볼 수 있다.

 

순우리말 ‘곁’, 무엇을 뜻하고 어디서 온 표현일까?

 

 

 

 

 

 

어원 풀이를 하면서 “ㅇㅇ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는 표현을 많이 쓰니까, 일부 독자는 “오늘은 어디로 거슬러 올라갈 것이냐”라고 농을 하곤 한다. 그러나 오늘은 ‘거슬러 올가갈’ 필요가 없다. 우선 접두어 ‘곁’을 ‘옆’이라는 단어로 치환해 보기 바란다. 뜻이 거의 변하지 않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곁’은 ‘옆’의 또 다른 순우리말이다. ‘곁가지’는 옆에서 나온 가지.,‘곁눈질’은 옆을 쳐다보는 눈짓, ‘곁말’은 대화중 옆에서 끼어든 말, ‘곁방’은 안방에 딸린 옆방을 말한다.


그리고 ‘곁뿌리’는 본뿌리에서 갈려 나온 옆뿌리, ‘곁상’은 한상에 다 차리지 못했을 때 그에 덧붙이는 상, ‘곁집’은 이웃하는 집을 말한다. 이밖에 ‘곁마름’은 농토가 많아 다른 사람에게 근처 논밭을 부치게 하는 것, 그리고 ‘곁붙이’는 촌수가 조금 먼 일가친척, ‘곁땀’은 겨드랑이에서 나는 땀을 말한다.

 

숨가쁘게 순우리말 ‘곁’을 설명했다. 문제는 순우리말 ‘곁’이 어디서 유래했느냐는 점이다. 조금 전에 ‘곁땀’을 겨드랑이에서 나는 땀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바로 오늘 문제인 ‘곁’은 겨드랑이의 옛말이다. 본래는 ‘겯’이었으나 구개음화 현상이 일어나면서 ‘곁’으로 변했다.

 

잘 살펴볼 것도 없이 겨드랑이는 몸톰과 팔 사이에 존재하는 신체부위로 팔 보다도 거 가깝다. 선조들은 신체의 이런 모습을 보고 ‘가까이’ 또는 ‘옆’에 해당하는 말로 ‘곁’을 사용했다. 처음에는 겨드랑이만을 가리키던 말이 차차 `가까이, 이웃한`의 뜻으로 어의가 확장됐다.

 

 

 

 

군인들이 제식 훈련을 하는 도중에 한 사람이 발을 접질려서 절뚝거리면 훈련관이 그에게 ''으로 빠지라고 명령한다. 그러면 그는 열이 진행하는 방향에서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나오게 된다. 여럿이 조잘거리면서 길을 가다가 자동차가 달려오면 모두 으로 흩어진다. 

 

옆은 사람이나 사물의 오른쪽이나 왼쪽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앞, 뒤, 위, 아래가 아니면 옆이 된다. 고개를 옆으로 돌린다는 말은 정면을 향하고 있는 고개를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돌린다는 말이다. 눈이 옆으로 찢어졌다고 하면 가로 방향으로 길쭉하게 생겼다는 말이다. '옆을 살핀다'는 그의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살핀다는 말이다. 옆은 구체적으로 있는 사물의 주위를 두루 일컫는 말이다. '소양강 옆'이라고 하면 소양강에서 볼 수 있는 주변 지역을 두루 이르는 말이다. 

 

'곁'은 '옆'과 이미지상으로는 비슷하지만 용법은 매우 다르다. '곁'가 '옆'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은 관념적인 데 비해 '옆'은 현실적이라는 점이다. 

 

"내 곁에 있어 주오."

 

라고 했을 때 '내 곁'의 정확한 위치를 말할 수 없다. 오직 '나를 떠나지 않는 것'이 '내 곁에 있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내 옆에 있어 주오."

 

라고 하면 지금 내가 있는 오른쪽이나 왼쪽에 서거나 앉아 있어 달라는 뜻이 된다. 

 

'옆'과 '곁'의 또 다른 차이점은 '곁'은 언제나 사람을 중심으로 쓰이나, '옆'은 사람이나 사물에 두루 쓰인다는 저이다.

 

"침대 옆에 화분이 놓여 있다."

 

라고 할 수 있지만, 

 

"침대 곁에 화분이 놓여 있다."

 

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환자 곁에 사람이 하나도 없더라'라고 하든, '환자 옆에 사람이 하나도 없더라'라고 하든 상관없다. 다만 의미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전자는 환자를 '돌볼 사람'이 없다는 말이고, 후자는 지금 환자와 '함께 있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다. '환자 곁'이라고 하면 그 뒤에는 사람이 와야 하고, '환자 옆'이라고 하면 사람이나 사물이 올 수 있다. 

 

"네 곁에 내가 있잖아."

"네 옆에 내가 있잖아."

"네 옆에 약이 있잖아."

"네 곁에 약이 있잖아."

 

이 네 가지 표현 가운데에서 마지막 표현만 적절하지 않다. '약'은 사람의 곁에 있는 것이 아니고 '옆'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약을 옆에 끼고 산다."라고 해야지

"약을 곁에 끼고 산다."라고 하지는 않는다. 반면에 

 

"손자를 옆에 끼고 산다."

"손자를 곁에 끼고 산다."를 모두 쓸 수 있지만 후자가 전자에 비해 고급 표현이다. 

 

'곁'은 '겨드랑이'에서 온 말이다. 따라서 '겨드랑이'를 가리키는 의미가 분명한 경우에는 사물에도 '곁'을 쓸 수 있다. 식물의 가지나 줄기의 겨드랑이에서 나는 눈을 '곁눈'이라고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곁눈을 한자로는 측아(側芽) 또는 액아라고 하는데 이보다는 역시 곁눈이 제격이다.

 

곁눈의 경우도 그렇지만 '곁'은 주(主)가 아닌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있다. '곁가지'가 원가지에서 갈라진 가지를 가리키고, '곁꾼'이 곁에서 주가 되는 일꾼을 돕는 일꾼의 의미로 쓰이며, '곁채'가 몸채가 아닌 집채를 가리킨다. '곁방석'은 세도 있는 사람에게 붙어 다니는 사람을 가리키고, '곁자리'는 주빈의 자리 옆의 자리를 가리킨다. 

 

'곁'은 보살피거나 도울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곁이 많다'면 돕고 보살필 만한 사람이 많다는 말이고, '곁이 비었다'면 그런 사람이 없다는 말이다. 문상하러 갔을 때에 상주의 곁이 비어 있으면 그와 함께 밤을 새워 주고 싶어 진다. 문병 갔을 때에 환자의 곁이 비어 있으면 잠시라도 그와 말동무가 되어 주어야 한다. 곁이 비면 보는 사람이 쓸쓸함과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래서 환자나 상주의 '곁을 비우면' 안 된다. 이때 '곁이 비었다' 대신에 '옆이 비었다'를 쓸 수 없다. 얼굴을 돌리지 않고 눈알만 슬쩍 옆으로 돌려서 보는 것을 곁눈질이라고 한다. 곁눈, 곁눈질은 있어도 옆눈, 옆눈질은 없다. 

 

'곁을 주다'는 말이 있다. 꼭 익혀서 두루 써 보기를 권할만한 말이다. 이 말은 다른 사람이 자기에게 접근하여 대화하거나 속을 터서 말할 수 있게 해 준다는 말이다. 남에게 곁을 주는 사람이 너그럽고 관대한 사람, 마음이 열린 사람이고, 좀처럼 남에게 곁을 주지 않는 사람은 마음이 닫힌 사람, 옹고집, 외골수이다. 남에게 곁을 주는 사람의 곁은 결코 비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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