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vs 속_쓰임새

‘속’과 ‘안’은 본디 아주 다른 낱말이지만, 요즘은 모두가 헷갈려 뒤죽박죽 쓴다.
· 속 : ① 거죽이나 껍질로 싸인 물체의 안쪽 부분.
② 일정하게 둘러싸인 것의 안쪽으로 들어간 부분.
· 안 : 어떤 물체나 공간의 둘러싸인 가에서 가운데로 향한 쪽, 또는 그런 곳이나 부분.
《표준국어대사전》
국어사전의 풀이만으로는 누가 보아도 어떻게 다른지 가늠하기 어렵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 밖에도 여러 풀이를 덧붙여 달아 놓았으나, 그것은 모두 위에서 풀이한 본디 뜻에서 번져 나간 것에 지나지 않는 것들이다. 본디 뜻을 또렷하게 밝혀 놓으면 번지고 퍼져 나간 뜻은 절로 졸가리가 서서 쉽게 알아들을 수가 있다. 그러나 본디 뜻을 흐릿하게 해 놓으니까 그런 여러 풀이가 사람을 더욱 헷갈리게 만드는 것이다.
우선 ‘속’은 ‘겉’과 짝을 이루어 쓰이는 낱말이고, ‘안’은 ‘밖’과 짝을 이루어 쓰이는 낱말이다.
“저 사람 겉 다르고 속 다른 데가 있으니 너무 깊이 사귀지 말게.”
하는 말은 ‘겉’과 ‘속’을 아주 잘 짝지어 쓴 보기다. 여기서 ‘겉’은 바깥으로 드러나서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행동과 말 따위를 뜻하고, ‘속’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귀에 들리지도 않도록 감추어진 마음씨를 뜻한다.
“안에서 새는 쪽박이 밖에선들 새지 않을까!”
하는 속담은 ‘안’과 ‘밖’을 아주 잘 짝지어 쓴 보기다. 여기서 ‘안’은 집의 울타리 안으로, 마당이든 부엌이든 마루든 방이든 빈자리를 두루 싸잡아 뜻한다. 그리고 ‘밖’은 집의 울타리 밖으로, 골목이든 마을이든 논밭이든 빈자리를 두루 싸잡아 뜻하고 있다.
‘속’은 ‘겉’과 둘이 서로 하나가 되어 갈라놓을 수 없도록 붙어 있지만, ‘안’은 ‘밖’과 둘이 따로 갈라져 서로 나뉘어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속’의 쓰임새로, “사람 하나 겨우 들어갈까 말까 한 좁은 골목 속에 쓰러져 가는 판잣집이 비스듬히 기울어진 채 서 있었다.” 하는 월을 내놓았는데, 이는 잘못 쓴 보기로 내놓아야 마땅하다. 골목은 ‘겉’과 ‘속’이 서로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안’과 ‘밖’으로 서로 나뉘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안’의 쓰임새로 내놓은
“지갑 안에서 돈을 꺼내다.”
하는 예 또한 잘못 쓴 보기로 내세워야 마땅하다. 지갑은 ‘안’과 ‘밖’으로 따로 갈라져 서로 나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속’과 ‘겉’으로 서로 붙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속’은 빈자리가 없는 것이고, ‘안’은 빈자리가 있는 것이다.
“겉보기보다 속은 싱싱하고 맛도 좋습니다.”
라는 말은 사과 같은 과일을 깎아 먹으면서 흔히 하는 말인데, 과일 속은 빈자리가 없다.
“얼마든지 벗겨 봐, 양파 속이 어디 드러나나!”
하듯이 양파 속도 빈자리가 없다. 그런데
“버선이라 속을 뒤집어 보일 수가 있나!”
할 적에, 버선은 속에 빈자리가 있는 듯도 하지만 따지고 보면 버선, 지갑, 주머니, 호주머니 같은 것도 물건이 비집고 들어가서 자리를 만들어 차지할 수는 있지만, 여느 때에는 빈자리로 있는 것이 아니다. 한편,
“독 안에 든 쥐다.”
“방 안이 너무 어둡지 않아?”
안은 반드시 빈자리가 있는 것이다. 짝을 이루는 반대말 ‘밖’이 빈자리로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안'은 '밖'의 상대 개념으로서, 어떤 경계를 사이에 두고 닫힌 공간과 열린 공간이 나뉜다면 닫힌 공간이 안에 속하고, 열린 공간이 밖에 속한다. 벽과 문으로 방이라는 닫힌 공간이 생기면 그 안에 방 안이고, 그 밖에 있는 열린 공간이 방 밖이 된다. '식당 안, 극장 안, 학교 안, 옷장 안, 공원 안, 회사 안, 나라 안'처럼 그런 공간 개념으로 안과 밖을 나눈다.
'안'은 닫힌 공간이므로 더 으슥하고 한갓진 공간이다. 그래서 '안으로 들어간다'고 하고, '밖으로 나간다'고 한다. 때로는 경계의 이쪽을 안이라고 하고, 저쪽을 밖이라고 하기도 한다. 금을 그어 놓고
"이 금 밖으로 나가면 실격이다."
라고 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흔히 기차역이나 지하철역에서
"안전선 밖으로 나가 주시기 바랍니다."
라는 안내 방송을 하는데 이는 안전선 안에 있는 사람을 밖으로 나가라는 의미가 되어 되려 곤란해 지는 상황을 맞이한다. 당연히
"안전선 안으로 들어가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해야 옳기 때문이다. 안전한 곳은 경계의 안쪽이지 바깥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원리를 쉽게 이해하지 못하고 막연하게
"뒤로 한 걸음 물러나 주시기 바랍니다. "
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우습다. 뒤로 물러나다가 철로로 떨어지면 어떻게 하려는지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시간 개념에서도 '안'을 쓴다.
"일주일 안으로 끝내라."
"한 시간 안에 돌아오겠습니다."
라고 하는 경우에는 그 시간을 벗어나지 않음을 의미한다.
"성적이 전교에서 10등 안에 든다."
"네 수입 안에서 지출해야 한다."
라고 하는 경우도 일정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음을 가리킨다.
'속'은 무엇으로 둘러싸인 물체의 안을 가리킨다. '안'이 닫힌 공간이라면 '속'은 감추인 공간 또는 드러나지 않은 공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속'의 상대어로 '겉' 또는 '거죽'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드러난 부분을 가리킨다. 사물의 드러난 부붙이 겉이고, 안 드러난 부분이 속인 셈이다.
"겉과 속이 다르다."
라는 속담은 겉은 그럴 듯하게 보이나 속은 형편없을 때에 쓰는 말이다. 땅속, 물속, 숲 속, 수박 속, 복상아 속, 가슴속, 마음속, 머리속 등은 모두 겉으로 보이지 않는 부분을 가리킨다.
'속사람'이란 겉에 보이지 않는 본래의 자신(영혼이나 본질적 자아)을 가리키는 말이고, '안사람'은 안쪽에서 사는 사람 곧 '아내'를 가리킨다. '품속'은 품어서 감출 수 있는 속을 의미하지만 '품 안'은 품으로 안을 수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품속'에 간직하거나 감추지만 '품 안'에는 간직하거나 감추지 않는다. '품 안의 자식'이란 품어서 기르는 자식을 말한다.
'속이 거북하다, 속이 더부룩하다'의 속은 몸의 속 곧 위장 같은 것을 가리킨다. '속이 후련하다, 속을 끓이다, 속이 상하다, 네 검은 속은 이미 짐작했다.'의 '속'은 품고 있는 마음이나 생각을 가리킨다.
"가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
"우리는 낯선 외국인들 속에서 힘겹게 살았다."
의 '속'은 환경이나 여건을 가리킨다.
"적진 속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라고 하는 경우의 '속'은 일정한 공간 안쪽을 가리킨다.
그러나 '안'과 '속'이 그리 명확하게 구별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갑/주머니 안에서 돈을 꺼냈다."
"지갑/주머니 속에서 돈을 꺼냈다."
는 같은 말이다. 대개 물체의 속이 빈 공간으로 되어 있다면 '안'을 쓰는 것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때로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라고 하지 않고
"건물 속으로 들어갔다."라는 표현을 쓴다.
'건물 안으로'는 밖의 열린 공간에서 닫힌 공간으로 들어감을 의미하지만, '건물 속으로'라고 말하면 들어가서 사라져 보이지 않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건물 속으로 사라졌다."
라고 표현하는 것이 매우 적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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