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_ 다양한 표현 자료
식욕보다 더 참기 힘든 것이 수면욕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말에는 잠을 나타내는 말이 아주 발달해 있다. 특히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경우를 가리키는 말이 세분화 돼 있어 그만큼 사람들이 깊은 잠을 이루는 일에 민감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귀잠과 수잠
잠을 나타내는 우리말에 ‘귀잠’이라는 말과 ‘수잠’이라는 말이 있다. ‘귀잠’이란 ‘아주 깊이 든 잠’을 가리키는 말인데 중세 국어의 ‘그위’이라는 말에서 변한 것이다. ‘그위’는 ‘관(官)’이나 ‘고위직의 관리(官吏)’를 가리키는 말로 ‘그위>구위>구의>귀’로 변화한 것이다. 따라서 ‘그위’은 ‘관(官)에서 자는 안전한 잠’ 혹은 ‘고위직의 관리가 자는 잠’이라는 뜻에서 ‘아주 편안하게 드는 잠’ 혹은 ‘아주 깊이 드는 귀한 잠’의 의미로 파생된 것이다. 중세 국어에는 ‘귀잠’의 반대말로 ‘깊이 들지 못하는 잠’ 즉 ‘얕게 살짝 든 잠’을 가리키는 ‘수흐’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이 말은 ‘수흐>수후잠’을 거쳐 현대 국어에 ‘수잠’이라는 말로 남겨져 있다. ‘수흐’의 ‘수흐’ 혹은 ‘숳’이 중세국어의 ‘숲[林]’ 또는 ‘수풀[藪]’의 의미를 갖던 말이니 ‘수잠’은 ‘산속이나 숲속에서 나무를 하다가 잠깐 드는 잠’을 가리킨다. ‘수잠’의 유의어로 ‘풋잠’이 있다. ‘잠든 지 얼마 안 되어 깊이 들지 못한 잠’을 말하는 ‘풋잠’이 본래 ‘플[草]+ㅅ+[眠]’의 단어 구성에서 만들어진 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수흐잠’과 ‘풋잠’이 유의 관계에 있는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서 ‘숫되다’와 ‘풋되다’, ‘숫보기’와 ‘풋내기’의 유의성도 이와 함께 고려될 법하다. 정리하자면, 중세국어 ‘구의잠’에서 이어진 현대국어의 ‘귀잠’은 ‘관(官)에서 자는 관리들의 편안하고 안정적인 잠’을 말하며 중세국어 ‘수흐잠’에서 이어진 현대국어 ‘수잠’은 ‘숲에서 자는 잠, 즉 정해진 거처가 없이 야외에서 자는 한뎃잠’을 의미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동물의 특성에 비유돼 붙여진 말
‘수흐잠’은 다른 한편으로 음상의 유사성에 끌린 와전(訛傳)으로 인해 현대어 ‘새우잠’ 혹은 ‘시위잠’으로 바뀌었다. ‘새우잠’은 수잠을 잘 때 보통 옆으로 몸을 구부려서 금방 일어날 수 있도록 자는 모양이 새우의 모양과 흡사한 데서 붙여진 이름이고 ‘시위잠’은 자는 모양이 활시위의 모양과 흡사한 데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말에는 이렇게 ‘불편한 잠’을 가리키는 말이 많은데 그 중에는 특히 ‘새우잠’처럼 동물의 자는 모양에 빗대서 이르는 말도 많고 ‘시위잠’처럼 사물의 모양에서 나온 말도 많다. 예를 들어, ‘깊이 들지 못하고 자주 깨는 잠’을 ‘괭이잠’이라고 하는데, ‘괭이’가 ‘고양이’의 방언이니 그 어원적 의미는 ‘고양이 잠’임을 알 수 있다. 고양이는 일반적으로 잔뜩 웅크린 채 얕은 잠을 자다가 주변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깼다가 자는 동작을 반복한다. 이러한 이유로 ‘고양이 잠’, 즉 ‘괭이잠’이란 ‘깊이 들지 못하고 자주 깨는 잠’을 의미하게 된 것이다. 이와 유사한 말로 ‘깊이 들지 못하고 자꾸 놀라 깨는 잠’이라는 뜻의 ‘노루잠’이 있다. 깊이 잠을 자지 못하고 자주 깨는 노루의 특성에서 비유된 ‘노루 잠자듯’이라는 관용어에서 온 말이다. 달리는 것 이외에는 특별한 자기 보호책이 없는 노루가 사나운 맹수들의 습격을 언제 받을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서 선잠이 들었다가 바스락거리는 소리에도 놀라서 깨는 모습에서 ‘노루잠’이라는 말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 단어가 ‘놀라다[驚]’와 음상이 유사한 것도 이러한 뜻을 지니게 된 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똑같이 깊이 들지 못하는 잠이라도 ‘노루잠’에는 ‘놀라다’의 의미가 들어 있는데 비해서 ‘괭이잠’에는 ‘놀라다’의 뜻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불편한 잠을 표현하는 다양한 말
깊이 들지 못하고 자주 깨는 잠에는 ‘토끼잠’과 ‘벼룩잠’이라는 말도 있다. ‘토끼잠’은 귀가 밝고 주변 환경에 예민한 토끼처럼 주변의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을 설쳐 눈이 빨갛게 충혈된 모습을 비유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다. ‘벼룩잠’은 슬쩍 건드리기만 해도 깜짝 놀라 펄쩍 뛰는 모습을 비유한 것이다. 개처럼 머리와 팔다리를 오그리고 옆으로 누워 자면서 깊이 자지 못하고 설치는 잠을 비유하는 말로 ‘개잠’이라는 말도 불편한 잠을 나타내는 말로 빼놓을 수 없다. 어떤 일이 염려가 돼 마음을 놓지 못하고 조바심내며 온몸을 사리고 자는 잠을 가리키는 ‘사로잠’이라는 말도 그 불편한 상황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또 비좁은 방에서 여럿이 잘 때, 바로 눕지 못하고 모로 끼어 불편하게 자는 잠을 ‘갈치잠’이나 ‘칼잠’이라 하며 잘 자리를 얻지 못해서 남의 발이 닿는 쪽에서 불편하게 자는 잠을 ‘발칫잠’이라고 한다. 아예 방 안에서 자지 못하고 옷을 입은 채 아무것도 덮지 아니하고 아무 데나 쓰러져 자는 잠을 가리키는 ‘등걸잠’이나 너무 피곤하여 아무 데서나 쓰러져 자는 잠을 이르는 ‘멍석잠’같은 말은 모두 ‘수잠’과 같이 한뎃잠에 속하는 말들이다. 어떤 일을 앞두고 짧은 틈을 타서 불편하게 자는 잠을 ‘쪽잠’이라고 한다. 눕지도 못한 채, 등을 구부리고 앉아서 자는 잠을 ‘고주박잠’이라고 하며 앉은 채로 고개를 꾸벅거리며 조는 잠을 ‘꾸벅잠’이라고 한다. 아예 선 채로 자는 잠을 가리키는 ‘말뚝잠’이나 ‘선잠’이라는 말도 있다. 심지어 자야 할 시간이 아닌 때에 남의 눈에 띄지 않도록 몰래 자는 잠을 가리키는 ‘도둑잠’이라는 말도 있다. 자기는 잤지만 자나마나한 ‘헛잠’도 있고 한자리에 누워 자지 못하고 이리저리 굴러다니면서 자는 ‘돌꼇잠’도 있으니 불편한 잠이란 참 많기도 하다.
편히 자는 잠을 비유하는 말
하지만 ‘귀잠’처럼 깊이 드는 잠을 가리키는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막 곤하게 자는 잠을 가리키는 ‘첫잠’부터 근심이나 걱정이 없어져서 마음을 놓고 편안히 자는 잠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 ‘발편잠’, 깊이 든 잠을 가리키는 ‘속잠’이나 ‘쇠잠’도 있다. 피로를 풀기 위해서 푹 자는 잠을 말하는 ‘한잠’, 한 번도 깨지 않고 푹 자는 잠을 말하는 ‘통잠’,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고 아주 달게 자는 ‘꿀잠’ 등 편안한 잠을 가리키는 말도 불편한 잠만큼은 아니지만 그 편안함의 상태에 따라 적지 않은 수의 단어가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가장 부러워할 만한 잠으로는 ‘꽃잠’과 ‘나비잠’이 있다. ‘꽃잠’이란 갓 혼인한 신랑, 신부가 처음으로 함께 자는 잠을 가리키는 말인데 다른 어떤 잠보다 깊이 든 행복한 잠일 것이다. ‘나비잠’은 갓난아이가 두 팔을 머리 위로 벌리고 자는 모양이 고운 ‘나비’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작고 여린 갓난아기의 새근거리는 숨소리가 나비의 날갯짓으로 보이는 듯하니 이보다 더 부러운 잠이 어디에 있을까? 비록 불편한 잠을 잤더라도 깨었다가 다시 잠이 드는 ‘그루잠’을 잔다면 그것만큼 꿀맛 같은 잠도 없을 것이고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늦잠’을 잘 수 있다면 그 또한 다른 어떤 잠맛에 비할 바가 아니리라. ‘늦잠’을 비유적으로 가리키는 말에 ‘다방골잠’이라는 말이 있다. 다방골은 지금의 서울시 중구 다동을 말한다. 예전에 이곳에는 다도와 차례를 주관하던 사옹원(司饔院)에 속한 다방(茶房)이 있어 밤늦도록 장사하는 이들이 많았다. ‘다방골잠’은 여기 사람들이 밤이 늦도록 장사를 하다가 밤중이 지나서 잠자리에 들어 이튿날 해가 높이 뜬 뒤에야 일어난 데서 유래한 말이다. 일반 서민들에게 다방골 사람들처럼 공식적인 늦잠은 고관대작들의 귀잠만큼이나 부러운 잠이었으리라. 자정 넘어 잠들어서 아침 일찍 일터에 나가야 하는 요즘, 그 어떤 때보다 다방골잠이 자고 싶다.
요즘처럼 좋은 날에 점심 먹고 졸음이 밀려오면 눈꺼풀이 정말 천근만근이다.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면 너무 달콤하다. 하지만 이내 잠을 쫓으려고 커피를 마시다 보면 문득 이런 의문이 든다. 왜 우리는 잠을 자야 할까?
정말 잠은 왜 잘까? 잠을 안자면 24시간을 온전히 쓸 수 있을 텐데. 혹시 잠은 낮 동안 깨어 활동할 힘을 얻는 쉬는 시간일까?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잠은 단순히 몸을 쉬게 하는 소극적인 휴식이 아니다. 뇌를 일깨우고 다음 날 다시 새로운 기억을 저장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적극적인 정신 활동이기 때문이다.
잠 관련 우리말
초겨울로 들어서면서 해오름이 늦어져 새벽잠이 깊어진다. 새벽이 되어도 창밖이 어두우니, 이불을 걷고 벌떡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 아무래도 겨울은 깊은 잠이 그리운 계절인가 보다.
잠 가운데 으뜸은 ‘꽃잠’이라 할 수 있다. 사전에서는 ‘꽃잠’을 “신랑 신부가 첫날밤에 함께 자는 잠”이라고 황홀하게 그려놓고 있지만, 이 말의 본디 뜻은 “깊이 든 잠”이다. 깊이 잠들어야 건강한 법이니, 꽃잠은 말 그대로 건강의 꽃이다.
이 꽃잠보다 더 깊이 잠드는 것을 ‘왕잠’이라 한다. “아주 오래 깊이 드는 잠”이란 뜻이다. 첫 휴가 나온 아들이 꼬박 스물네 시간을 잠들어 있다가 깨어나서는 아까운 하루를 까먹었다고 징징댄다. 그것이 왕잠이다. 이 왕잠보다도 더 깊이 잠들었다는 것을 나타내느라 만든 말이 ‘저승잠’이다. “흔들어 깨워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깊이 드는 잠”이다. 80년대에 널리 읽혔던 소설 가운데 <죽음보다 깊은 잠>이란 게 있는데, 바로 저승잠이다. 그런가 하면, ‘이승잠’이란 말도 있다. “이 세상에서 자는 잠”이란 뜻으로, 병을 앓고 있는 중에 계속해서 자는 잠을 가리키는 말이다. 지금은 ‘의식불명’이니, ‘식물인간’이니 하는 말을 쓰지만, 옛날에는 아직 이 세상에서 잠을 자고 있다고 ‘이승잠’이라 했다.
밤늦게까지 텔레비전이나 책을 읽다가 자게 되면, 그 다음날에 일을 하면서 도무지 눈꺼풀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아무리 참아도 나른하고 자꾸 눈이 감기는 잠”을 ‘이슬잠’이라고 한다. 이슬잠이 오면 의자에 앉은 채로 그냥 자버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렇게 “앉아서 자는 잠”을 ‘말뚝잠’이라 한다. 사무실에서 말뚝잠을 자는 것이니, 잠이 깊이 들 리는 없다. 인기척이 들릴 때마다 자주 깨면서 자는 잠을 ‘노루잠’ 또는 ‘괭이잠’이라고 한다. 초상집에 가서 밤을 새울 때에는 아무데서나 잠깐씩 눈을 붙여 잠을 자게 되는데, 이것을 ‘토끼잠’이라고 한다.
‘꽃잠, 왕잠, 저승잠’이 깊은 잠이라면, ‘이슬잠, 말뚝잠, 노루잠, 토끼잠’은 얕은 잠이라고 할 수 있다. 잠 가운데 재미있는 말 한 가지를 더 들면, ‘해바라기잠’이란 게 있다. 수학여행이나 캠프를 가게 되면, 이불 한 장에 여러 사람이 가운데에 발을 모으고 바큇살처럼 둥그렇게 누워 자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을 ‘해바라기잠’이라 한다. 해바라기의 모습을 본뜬 말이다.
잠은 기억을 정리하는 시간
잠은 뇌가 낮 동안 수집한 기억을 정리하는 시간이다. 잠은 크게 렘(REM) 수면과 비(非) 렘(non-REM) 수면으로 나눌 수 있다. 이 가운데 깊은 수면을 의미하는 비렘 수면 중에는 느린 뇌파 수면 일명 ‘서파 수면(slow-wave sleep)’이라는 단계가 있다. 대뇌피질에서 약 1Hz 정도의 느린 뇌파가 뇌 전반에 흐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흥미롭게도 잠을 자지 않고 깨어 있을 때 뇌가 어떤 활동을 하고 나면, 바로 그 부위에서 이 뇌파가 특히 늘어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이 뇌파가, 낮 동안 활동하면서 얻은 기억을 뇌가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본다. 즉 뇌는 낮에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 새로운 기억을 얻고, 밤에는 이 기억을 편집하거나 기억 중추(해마)에 전달해 저장한다는 것이다.
낮 동안 어떤 사건의 동영상을 촬영했다고 생각해 보자. 촬영이 끝나면 용량이 큰 파일을 하나 얻겠지만, 그 안에는 온갖 불필요한 부분이 섞여 있고 내용도 뒤죽박죽이라 결코 제대로 된 영상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촬영 뒤에는 항상 불필요한 부분을 지우고 중요한 부분은 강조하는 편집 작업이 필요하다. 나중에 찾기 좋게 내용을 분류하고 저장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기억도 마찬가지인데, 뇌가 기억을 편집하고 저장하는 시간이 바로 잠을 자는 시간이다. 실제로 전체 수면 시간 중 서파 수면 시간 비중이 늘어나면 잠의 질이 높아지고 기억도 잘 하게 된다. 2013년 1월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실린 미국 UC버클리 브라이스 맨들러 박사팀의 연구 결과를 보면, 젊은이가 어른보다 기억력이 좋은 이유 중 하나도 서파 수면 때문이다. 이마 부분에 위치한 뇌의 전전두엽 부위가 서파 수면과 관련이 있는데, 나이가 들면 이 부위가 퇴화해 질 좋은 서파 수면을 누리지 못하고, 기억력도 줄어든다.
혹시 어른도 인공적으로 서파 수면 시간을 늘려 주면 기억력이 좋아질 수 있을까. 같은 달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실제로 뇌에 전극을 꽂아 인공 서파를 만들어 주는 연구가 있고, 그 중 일부는 기억력이 개선되는 효과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꼭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잠을 푹 깊이 잘 수만 있다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 켄 팔러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전극을 쓰지 않더라도 운동 등 잠을 푹 잘 수 있게 할 방법은 많다."라고 했다. 기억력 감퇴가 의심스럽다면 먼저 잠을 편히 잘 잘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보자.
잠을 자는 신경과학적 이유
왜 잠을 잘 자야 기억력이 좋아지는지를 설명하는 또 다른 설명도 있다. ‘시냅스(뇌세포 사이의 연결) 항상성’이라는 가설은 잠을 칠판지우개와 같은 존재로 본다. 잠을 통해 시냅스가 새로운 기억을 받아들이도록 ‘리셋’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 위스콘신 대학교 의대 치아라 키렐리 교수팀은 2011년 6월, 초파리의 시냅스가 잠을 자면 더 작아진다는 사실을 밝혀내 그 결과를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시냅스는 낮에 활동을 하면 수가 늘어나고 크기도 커진다. 기억이 새로 만들어져 시냅스의 형태로 기록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한정 커질 수는 없으므로, 적당한 시기에 불필요한 시냅스를 정리해 새로운 기억을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그게 바로 밤에 잠을 자는 이유라는 것이다. 키렐리 교수팀은 초파리에서 밤에 시냅스를 줄이는 역할을 하는 유전자까지 찾아내, 이 가설에 한층 힘을 실어줬다.
기억은 단순히 암기력에 관련되는 두뇌 능력이 아니다. 기억을 통해 우리는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 만약 기억이 사라진다면 극단적으로는 소설 <박사가 사랑한 수식> 속 박사처럼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잠 덕분에 우리는 늘 새로운 활동을 계획하고 기억을 받아들일 수 있다. 잠은 삶의 3분의 1을 잠식하는 불필요한 존재가 아니라, 남은 시간을 새로운 기억으로 충만하게 만드는 삶의 필수 요소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숙면을 취하고 일어난 날은 하루 종일 상쾌하지만 잠을 설친 날에는 모든 일에 집중하기 어려울 정도로 일상생활이 힘들다. 하지만 어떻게 자야 진짜 몸에 좋은지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자도 자도 졸리고 피곤하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은데, 3월 18일(금) 세계수면학회가 수면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정한 세계 수면의 날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평소 궁금해 하는 질문들을 모아 건강한 잠에 대해 알아보자. 매년 세계 수면의 날에는 슬로건을 정하는데 올해는 ‘Quality Sleep, Sound Mind, Happy World(편안한 잠, 건강한 마음, 행복한 세상)이다.
1. 수면의 질을 낮추는 원인은 무엇인가?
‘수면 위생’과 연관돼 졸리고 피곤한 경우가 상당히 많다. ‘수면 위생’은 적절하게 잠을 잘 자기 위해서 하는 모든 행동들을 말한다. 밝은 빛을 보면서 오랫동안 깨어 있지 않기, 잠이 오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침대에 오랫동안 누워 있지 않기, 시간을 자꾸 체크하지 않기, 늦은 시간에 잠을 자더라도 적절한 시간에 일어나기, 카페인이나 알코올 섭취 피하기, 자기 전 과한 수분 섭취를 피하고 과식하지 않기 등을 수면 위생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이러한 것들만 지켜도 수면의 질이 크게 올라갈 수 있다.
또한 수면 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 잘 때 코를 고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은데, 코골이가 있는 사람들 중 약 70% 정도는 수면무호흡증이 있다. 평소에 코골이가 심하거나 특히 연세가 있으신데 혈압이 높은 경우, 이와 더불어 비만인 경우에는 수면다원검사를 통해서 수면무호흡증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이외에도 수면 질환에는 잠자고 일어나는 시간이 빠르거나 늦거나 불규칙한 일주기 장애를 비롯하여 잠을 자면서 이상행동을 하는 수면행동장애, 정상보다 많은 잠을 자는 데도 잠이 계속 오는 과수면증이나 기면증, 잠이 들기 어려운 불면증 등 다양한 질환이 있다. 수면 질환이 의심된다면 수면 질환을 다루는 의사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2. 술을 마시고 자면 푹 잘 수 있나?
쉽게 잠이 들기 위해서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처음에는 술이 잠을 잘 자게 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깊은 잠을 자는 데는 방해가 된다. 또한 과음은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증상을 더 심하게 해 수면 중에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게 한다. 이는 잠을 깊게 못 자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술을 마시는 이유가 숙면을 위해서라면 수면 위생을 잘 지켜보고, 그래도 해결되지 않으면 전문의에게 불면증 치료를 받아야 한다.
3. 자기 전에 운동을 하면 잠이 잘 들 수 있나?
잠들기 전에 운동을 해서 몸이 피곤해지면 잠이 잘 들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잠이 드는 시간 바로 직전에 운동을 하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돼서 몸이 굉장히 흥분한 상태가 되고 더 잠이 잘 안 오게 된다. 만약 운동을 통해서 숙면을 취하려면 잠자리에 들기 최소한 서너 시간 이전에 운동을 마치고 어느 정도 몸이 진정된 상태에서 잠을 청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4. 자세에 따라 수면의 질이 달라질 수 있나?
수면 자세에 따라서 수면의 질도 달라질 수 있고,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질 수 있다. 하늘을 쳐다보고 누워서 자면 중력에 의해서 혀라든가 주변 구조물들이 아래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숨을 쉬는 공간이 조금 막히기 때문에 수면무호흡증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우리나라 수면무호흡증 환자 4명 중 3명 정도는 똑바로 누워서 자면 수면무호흡증이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위식도 역류질환이 있는 경우에 수면 자세에 따라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사람의 위는 몸 왼쪽에 있다. 따라서 왼쪽으로 돌아누워서 잠을 자면 위가 몸의 아래쪽으로 내려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중력에 의해서 위산은 아래쪽에 있고, 위쪽으로 올라올 수 없게 된다. 반대로 오른쪽으로 누워서 자면 위가 위쪽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위산이 역류할 수 있다. 위는 몸 왼쪽에 있기 때문에 위가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왼쪽으로 돌아누워서 자는 자세가 위식도 역류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5. 수면 시간이 부족하면 몸에 어떤 일이 생기나?
적절한 수면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보통 6-9시간 정도다. 물론 충분한 수면을 취하더라도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누구나 쉽지는 않겠지만 의학적으로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 수면 시간은 평일과 휴일에 자는 시간이 비슷하고 낮에 활기찬 생활을 할 수 있다면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평일에는 수면 시간이 작고 휴일에 많다면 평소 수면시간이 모자라다는 증거일 수 있다.
잠의 기능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잠을 자면서 뇌에 쌓여 있는 노폐물을 씻어내는 기능이 있다. 이것은 잠을 자야만 생기는 기능인데, 노폐물이 쌓이면 치매 발생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단기적으로는 잠을 못 자면 뇌가 제대로 기능하기 어려워져 판단력, 인지 기능이 떨어진다.
사람의 잠은 본인이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부족한 수면 시간이 장기간 쌓이면 결국에는 잠을 자야 피로가 해소될 수 있다. 이것을 수면 부채라고 얘기한다. 예를 들어 매일 매일 한 시간씩 잠이 부족한 일들이 반복된다면 아무리 본인이 집중력을 유지하고 싶어도 어느 순간엔가 졸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밖에 없는데, 수면 부채가 쌓여 결국 커다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만큼 수면의 양과 질이 개인은 물론 사회에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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