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깽이 _ 어원 자료
오늘날은 ‘부지깽이'를 모르는 젊은 사람이 많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도 그럴 것이 아파트에는 ‘주방'은 있어도 ‘부엌'이 없으니, 부엌에서 쓰던 물건인 ‘부지깽이'를 알 턱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부엌에서 ‘아궁이 따위에 불을 땔 때에, 불을 헤치거나 끌어내거나 거두어 넣거나 하는 데 쓰는 가느스름한 막대기'가 ‘부지깽이'이다. 이 ‘부지깽이'는 부엌 앞에서 엄마에게 떼를 쓰며 칭얼대는 어린 자식들을 제압할 수 있는 엄마들의 유일한 무기이기도 했었다. 아궁이에서 불도 다스리기도 했지만 자식들도 다스리던 회초리이기도 했다. 그래서 ‘부지깽이'는 어린이들에게는 불을 땔 때 쓰는 도구라기보다는 엄마가 쓰는 ‘매체(「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이 ‘매체'를 ‘채찍'의 함경도 방언으로 기술하여 놓았는데, 어렸을 때 늘 듣던 ‘회초리'의 다른 말이었다)'의 하나로 생각하였다.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사랑의 매를 때릴 때에는 ‘회초리'나 ‘매체'로 하였다면, 어머니는 ‘부지깽이'로 한 셈이다.
이 ‘부지깽이'는 ‘부엌'의 ‘아궁이'에 쓰이는 것이니 당연히 ‘불[火]'과 연관이 있다. 그래서 ‘부지깽이'의 ‘부는 ‘불'에서 ‘ㄹ'이 탈락한 형태다. ‘ㅈ' 앞에서 ‘ㄹ'이 탈락하는 현상은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은 못 노나니 (중략)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 차차차'란 전통 민요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놀다'의 ‘놀-'에서 ‘ㄹ'이 ‘ㅅ'과 ‘ㄴ'과 ‘ㅈ' 앞에서 탈락하는 모습(노세, 노나니, 노지는)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ㄹ' 받침을 가지지 않은 다른 동사에 유추되어 ‘ㄹ' 탈락 현상이 없어지는 추세다.
‘부지깽이'의 ‘부'는 ‘불'과 연관된다고 하나, 그 나머지는 무엇일까? ‘부지깽이'는 앞에서 말한 ‘불[火]'에다가, ‘집다[拈]'의 어간 ‘집-'에 도구를 나타내는 명사화 접사 ‘-개'가 붙은 ‘집개'에, 작은 것을 나타내는 지소사인 ‘-앙이'가 붙어서 된 말로 보인다. 그래서 ‘부지깽이'는 ‘불 + (집- + 개) + -앙이'가 붙어서 된 말로 해석된다. 그러니까 ‘불집개앙이'가 변화하여 ‘부지깽이'가 된 것이다. ‘부지깽이'가 나타날 때의 어형이 ‘부집강, 부집강이' 등으로 나타난다는 사실로 그러한 것을 알 수 있다.
부집강(火杖)<1880한불자전, 350>
부집강이(火杖)<1895국한회어, 152> <1897한영자전, 457>
그러니 ‘부지깽이'의 ‘지'가 ‘집다'의 ‘집-'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집다'는 ‘물건을 잡어서 들다'란 뜻이니까 ‘부지깽이'는 ‘불을 잡아서 드는 도구'일 것이다. 즉 ‘불집게(또는 ‘부집게')'인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불 + 집- + -개' 에 '앙이'가 붙었으면 ‘부집갱이'가 되어야 하는데 그렇게 나타나지 않고 ‘부집강이'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어원 해석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부집강이'가 나타나는 시기와 ‘부짓갱이'나 부지깽이, ‘부짓깽이'로 나타나는 시기의 차이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연긔가 펄펄 오르는 부지끵이로 머리를 긁고 섯던 사내 아희의 머리를 따린다.<1918무정, 305>
소죽을 쑤든 삼돌이란 머슴놈이 부짓갱이로 불을 햇치면서<1925뽕, 356>
너 왜 울엇니? 머슴 녀석이 부짓쌩이로 불을 허치며 물엇다.<1926화염에싸인원한, 1, 140>
눈보래는 생생 소리를 치는데 보강지에 쪽그리고 앉어서 부지깽이로 솟뚜껑을 톡톡 두드리겟다.<1935안해, 159>
부엌으로 들어가드니 부지깡이처럼 굵다란 몽둥이를 몇 자루 다듬어서는 그것을 두 손에 공손히 모라쥐고 아버지의 앞으로 갔다.<1934형, 361>
어떤 때에는 부엌에서 머리만 내밀고 또 어떤 때에는 부지깽이를 들고 모까지 내놓고, 어떤 때에는 소리만 나왔다.<1932흙, 97>
한 손에 연기 나는 부지깽이를 든 채로 부엌에서 나왔다. <1932흙, 340>
유순은 부지깽이 끝을 땅바닥에 쓱쓱 비벼서 불을 꺼서 부엌에 던지고 통통 뛰어서 건넌방으로 들어갔다.<1932흙, 340>
계집 하인은 손에 들었던 부지깽이로 이뿐이를 탁 치며,<1939어머니, 1, 173>
“그렇지 않답니다. 부지깽이로 사람을 막 때린답니다."<1939어머니, 1, 174>
병식은 동저고리 바람으로 부지깽이 같은 단장을 짚고서 앞장서고, <1933영원의미소, 247>
그런데 ‘부지깽이'가 문헌상에 등장하기 시작할 때의 초기 형태는 ‘부짓갱이'의 형태가 아니다. 그것은 ‘부짓대'이다.
부지ㅅ대(撥火棍)<1748동문유해, 하 16a>
부지ㅅ대(火棍)<1768몽어유해, 하, 11b>
부짓대(撥火棍)<1778방언유석, 성부방언, 13a>
부지듸(寵杖) <18XX광채물보, 金, 1a>
이 ‘부짓대'의 ‘부는 역시 ‘불'이나. 그것이 ‘블'로 나타나지 않는 것은 ‘블'은 18세기에 이미 원순모음화를 일으켜 ‘불'로 변화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의 정체는 알기 어렵다. 뒤에 ‘ㅅ'이 붙은 것으로 보아서 ‘지'가 ‘명사'임이 분명한데, ‘부지깽이'와 연관되는 ‘지'를 찾을 수가 없다. 그 ‘지'를 ‘집-'으로 추정한다면 동사 어간에 ‘ㅅ'이 붙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어서, 현재로서는 알 수 없는 채로 남겨 둘 수밖에 없다. 이 ‘부짓대'에 작은 것을 나타내는 접미사 ‘-앙이'가 붙은 것이 ‘부짓당이(부지땅이)'이고 이것이 이 움라우트를 일으켜 생긴 것이 ‘부짓댕이' 이다.
가삼도 콩콩콩 두다리고 머리도 박박박 긁그면셔 부지땅이도 드더지며 <18xx남원고사, 4, 36a>
셰간즙 물을 옴계다가 싸을 듸 싸코 노을듸 노아 질자븨기 부짓당이 한개라도 서실이 업셔야 이사한 희가 업나니<1910자유종, 13>
그래서 ‘부지깽이'는 ‘부지깽이'류와 ‘부지땡이'류로 분화되어 발전하였으나 ‘부지깽이'가 표준어로 되면서 ‘부지땡이'류는 방언형으로 남게 되었다.
부주땡이 <충북> <전북> <충남>[대전, 아산, 천안, 청양] 부지땡이 <전남>[광양] <충북>[괴산] <경기> <전북><제주> [전역] <충남>[아산, 논산, 보령, 서천, 당진, 대전, 예산; 공주, 태안, 서산; 부여, 천안, 홍성, 청양, 금산, 연기<경북> 부지뗑이 <전님>[장성, 곡성, 구례, 순천, 보성, 고흥] <제주>[전역]
결국 ‘부지깽이'는 ‘불[火] + 집[拈]- + -개(접미사) + -앙이(지소 접미사)'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부지깽이'가 등장하기 이전에는 ‘부짓대'라고 하였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부짓대'와 또 한편에는 ‘부집개'류가 사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부짓대'류는 ‘부지땡이'류의 벙언형으로, 그리고 ‘부집개'류는 ‘부지깽이'류로 변화하여 오늘날까지 각 지역에서 이 두 부류가 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대'나 ‘-개' 이외에 ‘막대기'나 ‘작대기'가 붙은 어형도 존재한다.
부작떼이 <경남>[의령, 하동, 사천, 진주] 뷰작떼기 <경남>[산청, 함안, 고성, 통영, 거제] 부작대기 <경남> <전남> [광양, 여수] 부작댕이 <경남><전남>[광양] 부작데기 <전남>[고흥, 여수] 부작때기 <경남> 불막대 <충남> [당진, 태안, 서산] 불막대기 <충남> [당진]
부엌이나 이궁이 이외에서 사용되는 ‘불'과 연관된 도구들도 있는데, ‘부젓가락, 부삽, 부집게(불집게), 불동이' 등이 있다. 모두 ‘불 + 젓가락, 불 + 삽, 불 + (집- + -게), 불 + 동이' 등으로 만들어진 단어들이다.
부지깽이는 아궁이에 불을 지필 때와 헤집어서 불이 잘 타도록 할 때, 불에 타다 남은 잔가지와 재를 아궁이 안으로 들일 때에 쓰인다. 실외에 화덕을 설치해서 불을 지필 때에 같은 용도로 사용한다. 부지깽이는 난방과 조리 시에 불을 관리하는 도구이다. 부지깽이를 사용하다 보면 짧아지는데 이때 주부들은 다른 것을 골라서 사용한다.
우리의 전통적인 땔감은 장작과 잔가지, 나뭇잎, 짚 등으로 주로 난방과 조리용으로 활용한다. 주부는 부엌 아궁이에 땔감을 가지런히 정리한 후에, 불을 지피고 불길이 지속적으로 잘 일도록 쏘시개를 이리저리 헤집는다. 이때 사용하는 도구가 바로 부지깽이이다. 재와 불에 타다가 된 잔가지를 아궁이 안으로 들여서 정리할 때에도 부지깽이를 사용한다. 이 외에 부지깽이는 실외에 화덕을 설치하고 불을 땔 떼에도 사용한다. 화덕은 손님에게 접대할 많은 음식을 마련할 때, 빨래를 삶을 때 등에 사용한다.
형태와 재질은 대체로 一자형이고 나무이다. 이 외에 굽은 형도 있고, 철로 제작한 부지깽이도 있다. 재를 아궁이 안으로 들일 수 있도록 끝에 별도로 네모난 나뭇조각을 붙이기도 하였다. 손잡이는 나무로 되어 있고, 불에 직접 닿는 부분은 쇠로 만들기도 하였다. 부지깽이는 단순하면서도 다양한 형태를 취하며 오래전부터 사용되었다.
화력이 점점 세져서 부지깽이에는 불이 붙기 일쑤였다. 그러면 주부는 불붙은 부지깽이를 부엌 바닥에 탁 쳐서 불을 끈다. 부지깽이는 불길이 직접 닿는 끝부터 조금씩 타면서 손잡이 부분으로 올라와 결국 길이가 점점 짧아진다. 부지깽이는 길이가 짧아져 불을 관리하는 역할을 더 이상 할 수 없다. 결국 부지깽이 자신도 불 속으로 들어가 한 줌의 재가 되면서 수명을 마친다.
부지깽이는 부엌이 입식으로 바뀌고, 연료가 연탄 등으로 대체되면서 실내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문간방 또는 사랑방이 있는 농촌 주택에서는 아궁이에 불을 피우고 부지깽이를 활용하여 쇠죽 등을 쑤기도 한다. 그리고 단독주택에서는 마당 또는 부엌 근처에 화덕을 설치해서 부지깽이를 사용하여 불을 지핀다. 부지깽이는 불을 다루는 데 주로 사용되었지만, 아이들을 야단칠 때와 동물들을 밖으로 내쫓을 때에도 사용되었다. 불을 지피는 것이 부지깽이의 본래 사용 목적이지만, 주부들은 자신의 힘을 드러내야 할 때에도 이를 사용하였다.
부지깽이는 단순하면서도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고 있으며, 인류는 불을 발견하면서부터 불을 관리하는 도구로 사용하여 왔다. 부지깽이는 불의 화력을 조절하기도 하고 흐트러진 불을 다시 정리하는 유용한 기능을 하면서 가족들에게 따듯한 식사를 제공하고 추운 겨울을 지낼 수 있게 하였다.
‘순이는 저녁밥 짓는 불을 다 때고 나서 부지깽이로 닫힌 부엌문을 열어 젖히며, 눈 아래 언덕길을 내려다 보았다’. (정비석의 ‘성황당’ 중에서)
농촌은 지금부터가 매우 바쁜 계절이 된다. 된서리가 내리기 전에 논ㆍ밭 곡식을 모두 거둬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한해 곡식을 들쥐나 멧돼지 등에 빼앗기기 십상이다. 이때 촌로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로 ‘가을철이 되면 부지깽이도 춤을 춘다’라는 표현이 있다. 부지깽이도 바쁘게 움직일 만큼 모두가 분주하다는 뜻이다.
‘부지깽이’, 어떻게 생겨난 말일까? 우리말중 네 개 음절로 된 단어는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문제 부지깽이는 네 음절로 돼 있고, 그 말뿌리도 쉽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의외지만 오늘 문제를 풀려면 부지깽이의 한자식 표현을 먼저 알아봐야 한다. 부지깽이를 한자로는 ‘火杖’(화장) 또는 ‘火棍’(화곤)으로 적고 있다. 의역하면 ‘불지팡이’ 또는 ‘불곤장’ 정도가 된다.
여기까지 해두고 부지깽이의 중세 표기를 살펴봐야 한다. 어문학자들에 따르면 중세에는 부지깽이를 ‘부짓대’로 적었다. 본래는 ‘불지대’였으나 ㄹ받침이 ㅈ앞에서 탈락하고, 이후 ㅅ받침이 관형격으로 첨가됐다. 문제는 앞말 ‘부’는 ‘불’(火)이 변한 말로 보면 되지만 뒷말 ‘지대’는 그 말뜻이 바로 와닿지 않고 있다.
국어학자 박갑수 씨는 이를 ‘짓는’(作) 또는 ‘대’(杖)의 뜻으로 봤다. 그러나 정황상 후자가 맞아보인다. 그래야 한자식 표현 ‘火杖’, ‘火棍’과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아무튼 부지깽이는 ‘불을 지피는 막대기’라는 뜻을 지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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