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강' 부안 지진에 "서울도 진동"…"안전지대 없다"
전북 부안을 강타한 지진은 올해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가운데 가장 강력했다. 이 지역 일대에서 발생한 지진 중에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 부안과 약 200km 떨어진 서울에서도 진동이 느껴졌을 정도로 규모가 컸던 탓에 전국 각지에서는 관련 신고가 잇따랐다. 비교적 강진이 없었던 호남 지역이 흔들리자 전문가들은 "한반도에 지진 안전지대란 없다"며 해당 지역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지진은 12일 오전 8시 26분 쯤 전북 부안군 남남서쪽 4㎞ 부근에서 4.8 규모로 발생했다. 이후 여진이 18차례나 뒤따랐는데, 오후 1시55분쯤에 발생한 3.1 규모의 여진이 가장 강했다. 부안 지진은 올해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중 가장 규모가 컸으며, 역대 기록으로는 16번째로 강한 지진이었다. 규모 3.1의 여진도 올해 한반도 발생 지진 가운데 세 번째로 강했다. 지진으로 인한 전북 지역의 계기진도는 5로 측정됐다. 계기진도는 지역별로 지진으로 인한 흔들림의 정도를 나타내며 5는 거의 모든 사람이 진동을 느끼고, 그릇, 창문 등이 깨질 수 있는 정도다.
지진이 발생한 전북 전역을 넘어서 전남, 경남, 경북, 광주, 대전, 세종, 인천, 충남, 충북 등에서도 흔들림을 느낀 것으로 기상청은 파악했다. 전북 부안군과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인천 지역에서도 계기 진도가 최대 3으로 측정됐다. 소방청 집계 결과 이날 지진과 관련해 진동을 느꼈다는 유감 신고 건수는 총 322건(본진 315건·여진 7건)에 달했다. 서울에서도 13건의 유감 신고가 접수됐다. 행정안전부는 다행히 이번 지진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오후 10시 30분까지 벽면이 갈라지고 유리창이 깨지는 등 159건의 시설 피해와 국가유산피해 6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국가유산 피해는 부안 내소사 대웅보전, 구암리 지석묘군, 개암사 석가여래삼존불상, 내소사 설선당과요사 등 5건과 주변 1건 등 총 6건이 발생했다. 지진 직격탄을 맞은 전북 지역에선 석산이 무너지는 등 광범위한 피해가 속출했다. 전북자치도에 따르면 오후 3시 기준 확인된 피해만 총 101건으로 화장실 타일 손상, 벽체 균열 등의 사례가 접수됐다. 전북 부안군 보안면 인근에서 밭농사를 하던 A씨는 지난 12일 "고개를 들었을 때 이미 석산이 무너져 먼지가 피어오르고 있었다"며 "주민들이 '쿵'소리가 났다고 한 이유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지진은 진앙 반경 50km 이내, 즉 전북 일대에서 발생한 지진 가운데선 1978년 계기 관측 이후 역대 최강이었다. 여진이 한 달 가량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부안 지진 이전, 진앙 반경 50㎞ 이내에서 발생한 최대 지진은 규모 3.9로, 2015년 12월 22일에 발생했다. 비교적 큰 규모의 지진이 없었던 호남 지역에서 규모 5.0에 가까운 지진이 발생하자 전문가들은 "안전지대는 없다"며 관련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부산대 김광희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이번 지진은 강원·충북·전북·전남을 세로로 가로지르는 '옥천대'와 경기도에서 서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오는 '홍성·임진강대'라는 두 개 땅 덩어리의 경계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근 지난해 7월 발생한 전북 장수 지진, 2022년 10월 충북 괴산 지진 등 옥천대에 걸친 지역에서 지진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김 교수는 "(부안 지진은) 최근에 전라북도에서 발생한 지진 중에서는 크다"며 "주로 영남권에서 지진이 많이 나는데, 이번 지진처럼 어디에서나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세대 지구시승템과학과 홍태경 교수는 "기상청이 강원 지역에 대해서는 단층 조사를 하고 있지만 아직 충청권하고 전라도 지역은 못한 상태"라며 "이번 지진을 계기로 충청도, 전라도 지역 그리고 제주에 차례대로 단층 연구를 실시하고 지진계를 조밀하게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카자흐스탄을 국빈 방문하던 중 지진 상황을 보고받고, "국가 기반 시설 등에 대해 피해 상황을 신속히 파악하고 안전 점검 등 제반 조치를 실시하라"고 긴급 지시를 내렸다.
행안부는 지진 발생 직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비상 1단계를 가동하고 지진 위기경보 3단계인 '경계' 단계를 발령해 이번 지진 사태에 대응했다.
전북 부안서 4.8 지진 ‘올해 최대’…부산·전남까지 흔들림
12일 오전 8시26분 전북 부안군 남남서쪽 4㎞ 지역에서 4.7규모 지진이 발생했다고 기상청이 알렸다. 발생위치는 전북 부안군 남남서쪽 4㎞ 지역(위도35.70N, 경도 126.72E)이다. 기상청은 27분 첫 속보 이후 지진 규모를 4.8로 상향했다. 이번 지진은 올해 한반도와 주변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 중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 규모 4.5 이상 지진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 5월15일 강원 동해시 북동쪽 52㎞ 해역에서 4.5 지진이 발생한 뒤 약 1년여만이다. 육지에서 발생한 지진으로는 2018년 2월11일 경북 포항시 북구 북서쪽 4㎞ 해역에서 규모 4.6 지진이 발생하고 6년여만이다. 이번 지진으로 부산과 전남 일대에서는 흔들림을 느꼈다는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기상청은 “지진 발생 인근 지역은 일부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니 안전에 주의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부안 일원 국가문화재 지진 피해 발생
12일 전북 부안군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국가 보물로 지정된 내소사 대웅전의 위치가 변하고, 개암서 대웅전 주변 담장에 균열이 발생했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지진으로 국가지정유산 3건, 시도지정유산 3건 등 문화재 6건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이날 국가유산청은 지진 상황전파에 따라 즉시 재난안전상황실을 설치하고,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나주문화유산연구소,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 국립완주문화유산연구소, 전북서부 문화유산돌봄센터 등에서 피해 예상지역 문화재 긴급점검을 실시토록 했다. 이에 따라 국립문화유산연구원 안전방재실은 현지조사단 5명을 부안군에 급파해 내소사, 개암사, 유천리 요지 등에서 정밀계측과 드론을 활용한 실태점검에 나섰다. 특히 전북서부 문화유산돌봄센터는 내소사 대웅전 위치 변화와 주변 담장석 탈락, 설선당과 요사 좌측 부엌 출입문 위 앙토(서까래 사이에 바른 흙) 탈락, 개암사 대웅전 영역 종무소 담장 균열 및 기와 파손 등을 확인했다. 아울러 국립부여·나주·완주문화유산연구소는 부여 부소산성, 나주 복암리 고분군, 완주 상운리 고분군 등 주요 국가유산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한 결과 피해상황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이날 부안 현장점검에 나선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지진으로 인한 구체적 피해상황을 지속적으로 파악할 예정”이라며 “조사결과를 토대로 신속한 복구가 이뤄지도록 인력 투입과 긴급보수비 지원 등 필요한 조치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부안 지진에 중대본 ‘비상 1단계’ 가동… 전북지역 산사태 위기경보 ‘경계’ 발령
정부는 12일 오전 전북 부안군에서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하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비상 1단계를 가동했다. 지진 위기 경보와 전북 지역 산사태 위기경보는 경계 단계를 발령했다. 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부안군에 현장상황 확인과 상황 관리를 위해 현장상황관리관을 긴급 파견했다. 지진 위기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순으로 발령된다. 산림청도 이날 오전 9시경 산사태 취약 지역 등을 현장 점검했다. 지역에서 느껴지는 흔들림의 수준을 말하는 계기진도는 지진이 발생한 전북에서 5로 나타났다. 전북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이 진동을 느끼고 그릇, 창문이 깨지는 정도의 흔들림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행정안전부와 소방청에 따르면 이날 진동을 느꼈다는 유감 신고는 오후 2시 기준 전북 77건, 경기 47건, 충남 43건, 충북 42건, 전남 24건 등 총 315건이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전북 부안과 익산시, 정읍시에서 유리창 및 벽 등에 금이 갔다는 신고 9건에 대해 현장에 출동했다. 중대본 1단계는 내륙에서 규모 4.0 이상의 지진이 일어나거나 국내외 지진으로 우리나라에서 최대 진도 5 이상이 발생할 경우 가동한다. 국내에서 규모 4.5 이상 지진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 5월 15일 강원 동해시 북동쪽 해역에서 4.5 지진이 발생한 뒤 1년여 만이다.
정부는 행안부를 중심으로 지진방재 대책 강화 등을 고심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국도 이제 지진 안전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최근 정부 차원에서 지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던 상황”이라며 “지진 대비가 잘되어 있는 일본이나 미국 하와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올해 초 발표한 제3차 지진방재 종합계획에 따라 공공시설물 등에 대한 내진 보강을 신속하게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카자흐스탄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지진 발생 후 관계부처에 “추가 여진 발생에 대해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관련 정보를 지속적으로 신속, 정확하게 전파하고, 비상대응태세를 점검하라”고 주문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등은 원전, 전기, 통신, 교통 등 국가 기반 서비스의 장애가 발생하지 않는지를 집중 점검했다.
“굉음 후 집 마구 흔들려”… 유리창 깨지고 담장에 금이 ‘쩍’ [부안 4.8 지진]
전북 부안군에서 발생한 규모 4.8 지진으로 시민들은 아침부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호남지역에서 발생한 가장 강한 지진으로 수도권에서도 진동을 느낀 시민이 속출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피해 건축물 중 대부분이 주택 등 민간시설에 집중돼 16% 수준에 불과한 민간건축물의 내진설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또다시 제기된다.
12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부안 지진으로 인해 벽 균열, 담장 기울어짐 등의 피해 신고 32건이 접수됐다. 진원인 부안군 행안면 역리 편의점과 마트 등에서는 진열된 음료수가 바닥으로 쏟아졌다. 보안면 상입석리에서는 한 창고의 벽이 갈라졌고, 하서면 장신리에서는 주택 유리창에 금이 갔다.
부안과 인근 지역 주민들은 지진 발생 직후 강한 진동을 느끼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부안군 하서면 조부순(70·여)씨는 “갑자기 집이 심하게 흔들려 무너지는 줄 알고 깜짝 놀랐다”며 “지진 알림문자를 확인한 뒤 집안 곳곳을 살펴보니 창고 벽이 기다랗게 금이 가 있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전북 주민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부안 토박이인데 이런 지진은 생전 처음 느껴봤다”는 반응부터 “굉음이 들리더니 건물이 마구 흔들렸다”, “축사 벽에 금이 갔다” 등의 경험담이 이어졌다. 진동이 워낙 강한 탓에 부안에서 100㎞ 이상 떨어진 대전과 부산,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도 지진이 느껴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날 소방청이 집계한 지진 유감 신고는 오전 11시30분 기준 전국에서 309건으로 지역별로는 △서울 7건 △경기 49건 △부산 2건 △광주 23건 △대전 21건 △세종 9건 △강원 2건 △충북 41건 △충남 43건 △전남 23건 △경북 6건 △창원 5건이었다. 부산에 사는 임은진(26)씨는 “잠결에 흔들림이 느껴져서 지진이 난 줄은 알았지만, 부안에서 발생했다는 얘길 듣고 깜짝 놀랐다”며 “한참 떨어져 있는 부산까지 진동이 느껴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시에 거주 중인 대학원생 김한빈(26)씨도 “침대 매트리스가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예민한 사람은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도로, 공항, 철도, 원자력시설, 전력시설, 농업기반시설 등 주요 기반 시설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부안 지진으로 인한 시설피해 대부분은 주택이나 창고의 벽에 금이 가는 등의 민간시설물 피해였다. 민간건축물의 경우 낮은 내진설계율이 지진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또다시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의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민간건축물의 내진율은 16.3%에 그쳤다. 정부는 연면적 200㎡ 이상이거나 2층 이상의 건축물과 단독·공동주택 등을 내진설계 의무대상으로 지정하고 있다. 그러나 권고사항에 그치는 데다 공사비 부담 등으로 인해 내진설계율은 올라가지 않는 실정이다.
손문 부산대 교수(지질환경과학)는 “민간 건물은 내진설계를 강제할 수가 없어 세제 혜택 등을 통해 유도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내진설계 공사비를 20% 지원하지만, 결국 80%를 부담해야 해 신청도 적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내진설계를 의무 적용하고 있는 공공시설물의 경우 사정이 낫다. 행안부에 따르면 공공시설물의 내진율은 지난해 말 기준 78.1%로 집계됐다. 다만 공공시설물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공공건축물의 경우 내진율이 59%에 불과하고, 3만곳이 넘는 학교시설의 내진율도 70.2%로 평균을 밑돈다.
정부는 올해 초 ‘3차 지진방재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2035년까지 공공시설물의 내진율을 100% 달성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도로, 철도, 전력 등 주요 국가핵심기반시설과 지자체 청사는 2025년까지, 학교시설은 2029년까지 내진보강을 추진한다. 민간건축물의 경우에도 내진성능평가 의무화 대상을 1종 시설물(21층 이상 또는 연면적 5만㎡ 이상 건축물 등)에서 30년 경과 2·3종 시설물(5층 이상 아파트 등)을 추가 확대하는 등 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다. 민간건축물의 내진보강을 유도하기 위해 공사비를 지원하거나 용적율·건폐율을 상향 적용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지만, 민간의 참여를 늘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 교수는 “(민간의 경우) 내진설계에 대한 인식이 아직 미비한 실정”이라며 “국가는 장기적인 지진 방재대책을 세우고, 국가의 내진설계 기준이 되는 관련법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거석 전북교육감, 부안 계화중·백산초 지진 피해 학교 방문
서거석 전북특별자치도교육감이 12일 부안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학교를 찾아 지진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빠른 복구 대책을 논의했다. 서 교육감은 이날 부안 계화중학교와 백산초등학교를 차례로 방문해 학교 관계자와 피해 현장을 둘러보고, 신속한 피해 복구 지원을 약속했다. 이날 오전 지진으로 계화중은 본관동과 부속건물에서 일부 미장 균열이 발생했고, 백산초는 교실과 화장실 벽체 일부에서 균열, 체육관 처마에서 손상이 발생했다. 서 교육감은 학교 관계자들에게 여진 등으로 인한 추가 피해 발생을 최소화하고, 지진 피해 복구에 전력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
부안에서는 이날 오전 8시 26분께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해 오후 1시 기준으로 계화중과 백산초를 포함해 총 11개 학교에서 시설 피해가 접수됐다. 이에 전북교육청은 지진 발생 직후 전담반을 꾸려 각급 학교와 교육지원청에 시설점검을 요청하고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서 교육감은 “재난에도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여진으로 인한 추가 피해 최소화를 위한 시설점검과 신속한 피해 복구로 학생들이 안전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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