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4곳 교수 400명 휴진 동참…"더 늘어날 수도"
오는 17일부터 응급실·중환자실 등 필수 부서를 제외한 모든 진료과의 무기한 휴진을 예고한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의 휴진 참여율이 4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서울대 의대·병원 비대위)는 17일 전체 휴진을 앞두고 서울대 의대 산하 4개 병원(서울대학교병원·분당서울대학교병원·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강남센터)의 휴진 참여 교수를 중간 집계한 결과 대면 진료를 하는 전체 교수 약 1000명 중 40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15일 밝혔다. 서울대 의대·병원 비대위에 따르면 각 병원의 임상과별 조사 중간 결과, 현재까지 외래 휴진 또는 축소, 정규 수술·시술·검사 일정 연기 조치를 시행한 교수는 400명이 넘었다. 현재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인데, 휴진에 참여하는 교수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비대위는 보고 있다.
휴진으로 진료 예약이 변경된 경우 개별 교수 자체적으로 또는 비대위에서 환자들에게 안내하고 있다. 현재까지 휴진에 참여한 교수 중 절반 정도가 비대위에 진료 예약 변경 지원을 요청했다. 비대위는 "요청된 건에 대해서는 오늘까지 예약 변경과 환자 알림 절차가 완료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응급·중환자와 희귀·난치·중증 질환에 대한 진료는 유지할 방침이기 때문에 해당 파트에 근무하는 교수의 경우 휴진에 참여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비대위는 진료를 유지하는 교수들로부터 휴진 지지 성명서를 받고 있다. 비대위는 "의료계에 대한 존중과 올바른 의료정책 수립을 요구하는 해당 성명에는 17시간 만에 300명의 교수가 동참했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대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를 향한 행정처분 취소와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에 따른 의료 공백 장기화를 정상화 하기 위한 합리적 조치를 정부에 요구해왔다. 비대위는 "정부의 실질적인 조치가 있다면 휴진을 철회할 수 있다"면서 "다시 한 번 적극적인 조치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의대 교수들 집단휴진 참여 의사 400명 웃돌아
비대위는 진행 중인 추가 조사 결과에 따라 해당 숫자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비대위는 휴진으로 진료 예약 변경이 된 경우 개별 교수 자체적으로, 또는 비대위에서 환자들에게 알려주고 있다고도 부연했다. 비대위는 그러면서 현재까지 휴진에 참여한 교수들의 절반 정도가 비대위에 진료 예약 변경 지원을 요청했으며 요청된 건에 대해서는 오늘까지 예약 변경과 환자 알림 절차가 완료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기존에 밝힌 바와 같이 응급·중환자와 희귀·난치·중증 질환에 대한 진료는 유지할 방침이므로 해당 파트에 근무하는 교수의 경우 휴진에 참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아울러 진료를 유지하는 교수들의 휴진 지지 성명서를 받고 있다. 의료계에 대한 존중과 올바른 의료정책 수립을 요구하는 해당 성명에는 17시간 만에 300명의 교수가 동참한 상태라고 전했다. 강희경 비대위 위원장은 “(정부 측에)전공의를 향한 행정처분 취소와 의료 사태 정상화를 위한 합리적 조치를 요구해왔다”며 “이 목표를 위한 정부의 실질적인 조치가 있다면 휴진을 철회할 수 있음을 여러 차례 밝혔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집단휴진 동참하는 병원, 불매하자"…시민들 불매운동 움직임
대한의사협회가 집단 휴진을 선언하고 일부 의과대학 교수들은 물론 동네 병원들도 동참하겠다고 밝히자 환자는 물론 일반 시민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휴진에 참여하는 동네 병원을 대상으로 한 불매 운동 움직임이 시작됐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휴진에 불참하겠다는 목소리가 번지고 있다. 15일 경기도 남양주 주민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를 포함해 전국 여러 커뮤니티에서 '휴진에 동참하는 동네 병원을 대상으로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게시글이 다수 올라왔다. 앞서 대한의사협회(의협)는 18일 집단 휴진을 예고했다. 일부 의대 교수들도 참여 의사를 밝혔고, 더 나아가 동네 병원들까지 동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일반 시민들이 불매 운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 작성자는 "(다른 커뮤니티에선) 18일 휴진하는 병원을 공개해서 불매운동엔 나선다고 한다"며 "남양주민도 대응한다면 동참하고 싶다"고 밝혔다. 약 33만 명이 가입한 세종특별시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국민 목숨을 담보로 하는 18일 총파업은 도를 넘은 것 같다"며 "개인병원까지 참여시킨다는 것은 정부를 위협하는 수단으로 국민 목숨을 사용하겠다는 의도가 강해 보인다"는 비판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참여병원을 확인하고 제가 다니는 병원이라면 무조건 거르겠다"고 불매 의사를 밝혔다. 해당 글에는 "그 병원은 거르고 싶다"는 등의 동참 의사를 밝힌 댓글들이 다수 달렸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 주민들이 모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국민생명을 갖고서 장난치는 의사들의 병원은 다시는 동탄에서 개원하지 못하도록 불매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의료계의 집단휴진 움직임으로 직접적 피해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환자 단체의 반발도 거세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등 92개 환자 단체는 앞서 13일 "정부와 의료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에서 계속 고통받는 것은 환자"라며 "의료계는 무기한 휴진, 전면 휴진 결정을 당장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 김태현 한국루게릭연맹 회장은 "우리 희귀 중증질환 환자들은 100일 넘게 생사의 갈림길에서 신음하고 있다"며 "국가와 국민을 혼란 속에 빠뜨리는 의사 집단을 더 이상 용서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학문과 도덕, 상식이 무너진 이 사회의 엘리트로 존재했던 의사 집단에 의지하는 것을 포기하겠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의사 집단의 불법 행동을 엄벌해 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집단 휴진 등 단체 행동에 대한 비판이 나오며 균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뇌전증 전문 교수들로 구성된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는 "협의체 차원에서 의협의 18일 단체 휴진에 불참을 결정했다"고 전날 밝혔다. 협의체는 "뇌전증은 치료 중단 시 신체 손상과 사망 위험이 수십 배로 높아지는 뇌질환으로 약물 투여 중단은 절대로 안 된다"며 "환자들의 질병과 아픈 마음을 돌보아야 하는 의사들이 환자들을 겁주고 위기에 빠뜨리는 행동을 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차라리 삭발하고, 단식을 하며, 스스로를 희생하면서 정부에 대항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뇌전증 전문 교수들에 앞서서는 대한분만병의원협회와 대한아동병원협회가 단체 행동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한아동병원협회는 "의협의 투쟁에 공감하지만 환자를 두고 떠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대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당장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밝혔다. 가톨릭의대 교수들도 18일 집단 휴진에 돌입하고 20일에 추가 행동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며, 연세대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달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선언했다.
집단휴진 앞두고…50대 응급환자, 병원 헤매다 구사일생
의료계 집단 휴진 선언으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50대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아 헤맨 끝에 구사일생한 사연이 공개됐다. 15일 함박종합사회복지관에 따르면 인천에 사는 50대 A씨는 지난 11일 오후 2시께 극심한 복통을 호소했고, A씨는 요양보호사와 함께 종합병원을 찾아 급성 충수염 진단을 받아 수술 일정을 잡은 뒤 입원했다. 하지만 평소 치매가 있던 A씨가 병실을 무단으로 이탈하면서 12일 오전 수술 일정이 틀어졌고, 탈출 과정에서 의료진에게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낸 점을 고려해 병원에서 수술 불가 입장을 전하며 "정신과 협진이 가능한 대학병원을 방문하라"고 권했다.
그러나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 장기화 여파로 대부분 병원 상황이 여의치 않았고, 인천은 물론 서울, 경기 등 수도권까지 범위를 넓혀 수소문했지만, A씨를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이후 인천의료원에서 환자를 받겠다는 답변이 왔고, 조승연 인천의료원장 집도로 이뤄진 수술 끝에 위기를 넘기고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이다. 당시 A씨의 복부는 맨눈으로 봐도 심각할 정도로 부풀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의료원 측은 당초 A씨의 건강 상태를 보고 상급종합병원 입원을 권했으나 자초지종을 전해 듣고, A씨 수술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 원장은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을 맡고 있고, 의대 증원과 관련된 전공의 이탈과 관련해 "전공의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교수들이 환자 곁을 벗어나 '투쟁'하는 방식의 대응은 바람직한 것 같지 않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오는 18일 집단 휴진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집단 휴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의사 단체들이 잇따르고 있다. 분만 병·의원협회와 대한아동병원협회에 이어 대학병원의 뇌전증 전문 교수들로 구성된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도 지난 14일 불참을 선언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8일 당일 휴진을 신고한 의료기관은 총 1463곳으로, 전체 명령 대상 의료기관(3만6371곳)의 4.02%였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18일 전체 의료기관에 대해 의료법 제59조 제2항에 따른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각 의료기관은 휴진 신고를 했어도 정당한 사유가 없는 경우라면 당일 진료를 해야 한다.
휴진 신고 4%뿐, 불참 선언 속출... 의협·교수 집단휴진 동력 약화
대한의사협회(의협)과 의대 교수들이 18일 집단휴진을 예고하고 대정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곳곳에서 이탈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환자 보호를 위해 휴진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단체가 속속 나오는가 하면, 전공의 단체는 전공의 보호자를 자처하는 의협과 거리를 뒀다. 간호사 등 병원 직원들은 교수들에 휴진 철회를 요구하며 진료예약 변경 업무를 거부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18일 휴진을 공식 신고한 병의원은 전체의 4%에 불과해 집단행동 동력이 약화하는 모양새다.
대학병원 뇌전증 전문 교수로 구성된 거점뇌전증지원병원협의체는 14일 입장문을 내고 "의협 단체휴진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단체는 "뇌전증은 치료 중단 시 신체 손상과 사망 위험이 수십 배 높아지고, 특히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은 약물을 중단할 경우 사망률이 일반인의 50~100배로 높아진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분만병의원협회와 아동병원협회도 18일 진료 유지를 선언했다. 의협과 교수단체들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취소 요구를 집단휴진의 주요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전공의 단체는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임현택 의협 회장이 여전히 전공의와 학생만 앞세우고 있다"며 "의협과 (대정부) 대화창구 단일화나 통일된 요구안을 합의한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18일에 휴진하려는 개원의는 이날까지 사전 신고를 하라고 명령했지만, 휴진을 신고한 의료기관은 1,463개소로 전체 명령 대상 의료기관의 4.02%에 그쳤다. 당국이 휴진 당일 현장 채증을 나가는 기준으로 세운 '휴진율 30%’에 한참 못 미친다. 다만 의협이 "휴진 신고를 하지 말고 18일에 병원 문을 닫으라"고 회원들에게 안내한 터라 실제 휴진율은 이보다 높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도 "휴진 당일 지자체와 집단휴진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병원에선 교수 휴진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비등하다. 간호사 등이 주축인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일방적이고 무책임한 진료변경 업무에 협조할 수 없다"며 "진료·수술 연기와 예약 취소는 환자는 물론이고 끝없는 문의와 항의에 시달려야 하는 병원노동자에게도 엄청난 고통"이라며 휴진 철회를 촉구했다. 서울대병원 노조 등이 속한 의료연대본부도 이날 서울대병원 본관 앞 기자회견에서 교수들을 향해 "진료 예약 변경을 왜 간호사들이 하느냐, 직접 하시라"며 "제자들을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나섰다는데 진료할 때 협업하는 병원노동자 고통을 보이지 않느냐"고 성토했다.
이런 병원 내부 분위기는 교수들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 서울 대형병원 관계자는 "외래 담당 간호사들이 대거 투입돼야 예약·수술 일정을 변경하고 안내할 수 있는데, (이들이 거부한다면) 교수 한 명이 감당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환자 동의 없이 예약 진료를 이행하지 않으면 의료법에 저촉되는 불법 진료거부로 간주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환자들에 사과하면서도 "휴진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이번 휴진 결정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은 현 의료사태를 해결하려는 공익을 위한 것"이라며 "서울대병원 진료가 반드시 필요한 중증·희귀질환 환자에 대해선 휴진 기간에도 진료가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이날 국회에서 인요한 국민의힘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과 면담했다. 인 위원장은 의협의 집단휴진 방침에 우려를 표명하며 정부·대통령실과 의협이 입장차를 좁히도록 중재 역할을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회장은 회동을 마친 뒤 "이해의 폭을 넓히는 상당히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의협은 정부에 주말까지 입장 변화를 보여야 휴진 계획을 철회할 수 있다며 의협 차원의 통일된 요구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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