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무엇에 대한 사과냐 묻자 “구체적 언급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국민에게 사과한 이유에 대해 “어찌됐든 처신이 올바르지 못했고,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의 소통 프로토콜이 제대로 안지켜졌기 때문”이라며 “불필요한, 안해도 될 얘기들이 생긴 것이니 그 부분에 대해 사과를 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본인이 인정하고 사과할 수 있다는 부분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말하기가 좀 어렵지 않은가. 지금 언론 보도나 이런 것들을 보면 너무 많은 얘기들이 막 다니고 있어서”라며 이같이 답했다. 구체적으로 뭐에 대한 사과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불필요한 논란이 인데 대해 사과한다는 의미로 보인다.
그는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 국민이 어리둥절해 할 것이란 지적에는 “딱 집어가지고 그러면 이 부분은 잘못한 것 아니냐라고 해주시면 제가 거기에 대해 딱 그 팩트에 대해 제가 사과를 드릴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러나 사실은 잘못 알려진 것도 굉장히 많다. 자기들끼리 뭐라고 얘기를 하는데... 그걸 가지고 대통령이 맞네 아니네 하고 다퉈야 되겠나”라고 했다. 김 여사 의혹은 야당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잘못 알려진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예를 들어 창원 무슨 공단 어쩌고 하는 걸 사실도 아닌 걸 개입해서 명태균씨에게 알려줘 사과한다는 걸 기대한다면 사실과 다른 일이라 인정도 못하고 모략”이라면서 “사과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에게 걱정 끼쳐드린 건 저와 제 아내의 처신과 이런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안 생기도록 더 조심하겠다는 말씀”이라고 설명했다.
尹 기자회견, MBC·JTBC 질문 받지 않았다
7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진행한 기자회견은 윤 대통령이 담화를 약 15분간 발표한 뒤 기자들로부터 정치, 외교안보, 경제사회 분야 순으로 질문을 받았고 마지막 부분에 자유롭게 질문을 받았다. 이번 기자회견의 주된 이유가 명태균씨의 녹취록 공개에 따른 여론악화이기 때문에 정치분야 질문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총 30개 매체가 질문을 했는데 이중 MBC와 JTBC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날 기자회견은 기자들이 손을 들면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이 지목하는 기자들이 질문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정치분야에서 질문은 총 16명에게 받았는데 뉴시스(출입기자단 총 간사), 연합뉴스, KBS, 문화일보, 국민일보, 연합뉴스TV, 중앙일보, TV조선, 한겨레, 영남일보, 채널A, 세계일보 순으로 진행됐다. 또 자유질문 시간에도 YTN, 서울신문, 부산일보, 경향신문 기자가 정치 관련 질문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에 가장 비판적인 매체로 평가받는 MBC나 JTBC 등의 질문은 없었다.
기자들의 질문은 명태균 녹취와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에 집중됐다. 뉴시스 기자는 윤 대통령이 담화 발표때 고개를 숙여 사과를 한 것을 거론하며 사과 경위와 배경을 물었다. 윤 대통령은 “오는 10일 임기 반환점을 맞아 지난 2년 반을 돌아보고, 새로 시작하는 가운데 국민들게 감사와 사과말씀을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정도로만 답했다.
연합뉴스 기자는 “내각개편과 대통령실 인적개편을 비롯해 국정쇄신. 국정기조 방향에 대한 요구가 야당은 물론 여권일각에서도 제기되고 있다”며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물었다. 윤 대통령은 인재 발굴의 어려움을 설명하면서 “임기반환점을 맞아 적절한 시기에 인사를 통한 쇄신의 면모를 보여드리기 위해 인재풀에 대한 물색과 검증에 들어가있다”고 말했다.
KBS 기자는 명태균 관련해 “대통령실은 경선 막바지에 소통을 끊었다고 했는데 최근 대통령과 명씨 녹취가 공개됐다”며 “대선 이후 정말 소통을 끊었는지, 만약 통화나 문자가 공개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다. 윤 대통령은 “사실상 끊었지만 선거를 도와준 사람이 당선 이후 연락왔는데 매정하게 하는건 섭섭하겠다 싶어서 전화를 받아줬다”며 “이를 참모들에게 얘기했는데 언론에 얘기할 때는 길게 설명하기 어려워 ‘연락을 끊었다’고 말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적절한 일이 없었다”고 했다.
문화일보 기자는 “김건희 여사도 대통령 취임 이후 명태균과 수시로 연락했다는 주장이 나온다”며 “언제까지 연락했고 왜 했나”라고 물었다. 윤 대통령은 “아내 휴대폰을 보자고 할 수 없는 것”이라며 “대통령 당선되고 취임하면 그 전과 소통방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얘기해서 줄인 것 같지만 몇차례 문자나 이런 걸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일상적인 것들이 많았고 몇차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윤 회견 국힘 반응은…친윤 “진솔” 친한 “뜬구름” 한동훈 ‘침묵’
윤석열 대통령의 7일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을 두고 국민의힘 내부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친윤석열계는 “진솔하고 소탈한 회견”이라고 호평한 반면, 친한동훈계는 “뜬구름 잡는 회견”이었다고 평가절하했다. 한동훈 대표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날 하루 국회 본청의 국민의힘 당대표실과 원내대표실 주변은 ‘폭풍전야’ 같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윤 대통령의 회견이 끝난 뒤 먼저 움직인 것은 친윤계였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오후 1시30분을 조금 넘긴 시각 입장문을 내어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여러 국정 현안에 대해 진솔하고 소탈하게 말씀하셨다고 생각한다. 국민께 걱정을 끼쳐드린 데 대해 모든 게 본인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고 겸허히 사과했다”고 평가했다. 추 원내대표는 ‘당 일각에선 기자회견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기자들의 지적에도 “대체적인 의원들의 평가도 제가 말씀드린 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정작 윤 대통령을 향해 쇄신과 사과 표명을 요구해온 한동훈 대표는 침묵했다. 이날 아침 국회에서 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뒤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 대표는 침묵했지만 친한계 의원들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당 지도부에 속한 친한계 핵심 관계자는 “사과는 했지만, 사과가 아닌 것처럼 보였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라(고 따지는 듯한)는 태도 아니었냐”고 했다. 그는 한 대표가 아무런 입장도 내지 않은 것과 관련해 “침묵도 메시지”라고 했다. 한 대표 쪽의 이런 반응엔 대통령실을 향해 한 대표가 제시했던 ‘5대 요구’가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그동안 △명태균씨 논란 사과 △참모진 전면 개편 △인적 쇄신 △김건희 여사 대외활동 전면 중단 △특별감찰관 임명을 요구해왔다. 한 친한계 당직자는 “한 대표 입장에선 (요구가 모두 거부된 상황에서) 잘했다고 할 수 없고, 못했다고 할 수 없는 처지 아니냐”고 했다. 중립지대 의원들의 평가도 대체로 박했다. 한 영남권 초선 의원은 “사과를 하긴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국민과 ‘팩트’를 다투자는 것도 아니고, 아직도 검찰총장에서 벗어나지 못한 거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질의응답 과정에서 “잘못한 게 있으면 딱 집어서 ‘이 부분은 잘못한 거 아니냐’고 해주시면 딱 팩트에 대해 사과를 드릴 것”이라고 한 윤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한 말이다. 한 영남권 중진 의원도 “지금까지의 국정기조를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선언으로 들린다”며 씁쓸해했다.
당의 내분이 폭발하진 않았지만, 위기감은 한층 고조된 상태다. 야당이 처리를 벼르는 ‘김건희 특검법’과 한 대표가 제안한 ‘특별감찰관 추천’이란 뇌관도 그대로 남아 있는 탓이다. 야당이 14일 본회의에서 처리하려는 김건희 특검법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국민의힘 의원 108명 가운데 8명만 이탈하면 재의결된다. 지난달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에선 최소 4명이 이탈했다. 수도권이 지역구인 한 의원은 “오늘 기자회견으로 지지율이 떨어지고, 김 여사에 대한 여론이 더 나빠지면 결과가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의원총회에서 논의될 특별감찰관 이슈 역시 마찬가지다. 원내지도부는 민주당이 본회의를 소집한 14일 이전에 의총을 열 계획이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고개 숙여 사과…140분 최장 담화·문답
윤석열 대통령은 오늘(7일)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140분간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고개를 숙여 국민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 차례 담화와 기자회견을 진행했지만, 국정 운영에 대해 직접 고개를 숙인 적은 없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오늘 오전 10시 대통령실 브리핑룸에 입장해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기자들은 윤 대통령이 앉은 테이블을 둘러싸고 맞은편에 착석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제 부덕의 소치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진행하겠다"며 자리에서 한 걸음 나와 선 채로 1초가량 고개를 숙였습니다. 윤 대통령은 올해 신년 대담에서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논란에 대해 "대통령 부인이 박절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히며 사과나 유감 등의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는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 끼친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면서도 동시에 "정치 공세"를 거론하며 고개를 숙이지는 않았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어진 담화에서 "저와 정부의 부족했던 부분을 잘 알고 있다"며 "고쳐야 할 부분들을 고쳐 나가겠다"고 거듭 자세를 낮췄습니다. 윤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며 "쇄신에 쇄신을 기하겠다"라고도 했습니다. 대국민 담화는 15분간 이어졌습니다. 분량은 약 3천400자로, 직전 8월 국정 브리핑(약 1만 2천 자)의 4분의 1 정도에 그쳤습니다. 지난 4월 의료 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약 1만 5천 자)와 비교해도 분량이 상당히 줄었습니다. 윤 대통령이 담화에서 가장 많이 입에 올린 키워드는 '국민'(25번)이었습니다. 직전 국정 브리핑에서 '개혁'(34번), '자유'(8번), '혁신'(7번), '성장'(7번) 등을 주로 언급한 것과 비교하면 국민에 대한 언급이 크게 늘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와 함께 '미래'(8번), '개혁'(8번), '민생'(7번), '위기'(7번) 등도 여러 차례 이야기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짙은 남색 정장에 연보라색 넥타이 차림이었고, 말투는 차분했습니다. 대국민 담화 장소도 바뀌었습니다. 지난 8월 국정 브리핑 겸 기자회견 때 윤 대통령은 용산 집무실 책상에서 브리핑을 진행했지만, 오늘은 기자들이 자리한 브리핑룸에서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취재진으로부터 자유롭게 질문을 받는 형식으로 125분간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진행한 것은 지난 8월 29일 기자회견 이후 70일 만으로, 담화를 제외한 문답만 2시간 넘게 이어졌습니다. 총 행사 시간은 140분으로 역대 회견 가운데 가장 길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프롬프터 없이 즉석에서 질문에 답하며 "솔직하게 다 말씀드리는 것이다", "저도 설명을 좀 자세하게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회견 시간이 1시간 50분을 넘어가자 진행을 맡은 대통령실 정혜전 대변인을 향해 "하나 정도만 하자. 목이 아프다"고 했다가 손을 든 기자들의 추가 질문에 응하기도 했습니다.
질의응답은 총 스물여섯 차례 이뤄졌습니다. 이번 기자회견은 윤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명태균 씨의 통화 녹취 공개를 계기로 여야 정치권에서 국정 쇄신 요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뤄졌습니다.
참모들은 왜 윤 대통령 기자회견 말리지 않았나?
어제(11.7)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예상대로였습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육성녹음까지 공개된 터라 ‘그래도 혹시나’ 하는 기대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역시나’였습니다. 이제 앞으로는 윤 대통령이 뭘 한다 하더라도, 아무도 기대를 하는 국민이 없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윤 대통령을 향해 ‘바뀌어야 한다’는 주문이 많았으나, 이젠 더 이상 그런 주문이 무슨 소용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망한 기자회견’입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모를 것 같습니다.
1. 총평
-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국민에게 “사과한다”며 꾸벅 절을 했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 형식적 사과였고, 국민들의 요구, 국민의힘의 요구, 다 거절했습니다.
- 이전과 달라진 말, 태도, 전혀 없었습니다.
- ‘대국민 성명’에서 “2027년 5월9일 제 임기를 마치는 그날까지 모든 힘을 쏟아 일할 것”이라고 임기 날짜를 강조했습니다. 국민들 사이에서 퇴진, 하야, 임기 단축 개헌 등의 이야기가 거침없이 나오고 있는데, ‘나는 그럴 생각 추호도 없다. 헛된 기대 버려라’고 강하게 말한 것입니다.
- 이번 기자회견의 유일한 ‘성과’라면, 부부가 기존 휴대폰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스스로 밝힌 것, 그리고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 휴대폰으로 윤 대통령인 것처럼 문자를 보냈다는 점을 스스로 밝힌 것입니다.
2. 요구사항 모두 거절
- 회견 전 여기저기에서 나온 각종 주문은 △자화자찬 하지마라 △사과하라 △명태균 의혹 밝혀라 △김건희 활동중단 △인적쇄신(여기까진 여당 요구) △특검(야당 요구) 등 모두 6가지입니다. ‘특검’을 제외하곤 여야의 주문이 다르지도 않았습니다. 특히 하루 전날에는 ‘친윤계’를 포함한 국민의힘 의원들, 보수언론들도 한 목소리로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 그러나 윤 대통령은 모두 다 거부했습니다.
1) 자화자찬
- 지난번 8월 2주년 기자회견 때는 집무실에서 40분간 그간의 성과를 자랑하고, 이어 자리를 옮겨 기자회견 일문일답 80분이었습니다. 그래서 대략 2시간이었습니다. 이번엔 브리핑룸에서 15분간 ‘자랑’하고, 이어 일문일답을 약 2시간 가량 진행했습니다. 자랑은 애초 ‘30분’ 가량 할 예정이었는데, 여기저기에서 ‘그러지 마라’는 요구가 쏟아져 그나마 15분으로 줄였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 ‘끝장 토론’이라 했지만, 일문일답 시간이 지난번보다 겨우 20분 정도 늘어났을 뿐입니다. 윤 대통령이 12시쯤 되자, 스스로 ‘그만 하자’는 식으로 얘기하기도 했지만, 1시간쯤 지나가 비슷한 말이 계속 반복돼 더이상 들을 ‘가치’가 없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기자들이 먼저 ‘그만 하자’고 하진 않았을 것이고, 계속 했다면, 윤 대통령의 ‘실수’ 또는 ‘진심’이 좀더 흘러나왔을 수는 있습니다.
- 윤 대통령은 애초 ‘끝장 토론’이라 했는데, 겉으로는 ‘기자들의 질문을 다 받아주겠다’는 식으로 포장했으나, 실제론 자신의 주장으로 논박해 ‘끝장’을 보겠다는 자세로 나온 것입니다. 국민과 싸우겠다는 자세로, 회견에 임했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2) 사과
- “국민께 죄송하고 진심어린 사과의 말씀 드린다”
- 그런데 도대체 뭘 잘못했다는 건지가 없습니다.
- 오죽하면, 추가 질문 때 한 기자가 ‘뭘 사과하는거냐. 두루뭉술하고 포괄적 사과다’라고 하자, 윤 대통령은 이렇게 답합니다.
“잘못한 게 있으면 딱 집어서 해 주시면, 그 부분에 대해 제가 사과를 해 드리죠. (내가) 팩트를 가지고 다툴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 당신이 얘기해보라’는 겁니다. 윤 대통령이 지금 국민들을 향하는 태도입니다.
- 그러자 또다른 기자가, ‘(그렇다면 지금) 사과할 수 있는 부분은 뭐냐?’라고 재차 물었습니다. 그러자 또 이렇게 답합니다. “구체적으로 말하기가 어렵다. (김 여사가) 안 해도 될 얘기를 해서 생긴 것이니까 그 부분에 대해 사과드리고 국민들께서 속상해하셨기 때문에. 저와 제 아내의 처신과 모든 것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안 생기도록 더 조심하겠다는 말씀”
- ‘국민들이 속상해 한다니, (내가 그렇게 잘못한 건 없지만) 사과할게’라는 식입니다. 대선 때의 ‘개사과’가 연상됐습니다.
- 아울러 이처럼 윤 대통령이 구체성을 회피하는 것은 다소 의도성도 있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잘못을 시인하는 것은 향후 언젠가 있을지도 모를 검찰 수사에서 ‘자백’ 또는 ‘수사 바탕’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니면 오랜 검찰 경험에서 익힌, ‘잘못을 시인하면 안되고, 구체적으로 말하면 안된다’는 게 몸에 익었을 런지도 모릅니다.
3) 명태균 의혹
- 이 부분이 이날 기자회견을 한 이유입니다. 그런데 부인과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습니다.
- ‘공천 개입한 적 없다’, ‘창원 산단 얘기, 다 사실 아니다’
- 그런데 윤 대통령은 이전에 ‘경선 이후 연락한 적 없다’고 했다가, 취임 전날 ‘김영선 (공천) 주라 했다’는 육성이 공개된 바 있습니다. 그러자 ‘그냥 좋게좋게 얘기한 것’이라 둘러댔습니다.
-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이 이렇게 변명합니다.
“처음에 대변인실에 ‘경선 이후 연락한 적 없고, 취임 전날 축하전화가 와서, ~”
자신은 처음부터 ‘취임 전날 전화온 적은 있다’고 제대로 얘기했는데, 대변인실이 뒷부분은 자르고 얘기한 것이라는 겁니다.
-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입니다. 저는 거짓말이라고 봅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저렇게 비겁한 리더도 있나’라고.
- 또 이런 얘기도 합니다. “공천에 대한 기억은 없습니다만, 했다면은 이미 (당에서) 확정된 것을 ~” => 했다는 겁니까, 안 했다는 겁니까. 대통령은 기억력이 비상한 분입니다.
- 이런 얘기도 합니다. “대통령이 공천 주라고 얘기할 수 있다. (했다면) 의견을 얘기한 것” => 회사 사장이 ‘이렇게 하면 어떻겠어’라고 하면, 그게 ‘의견 제시’입니까, ‘지시’입니까. 회사 사장도 ‘꼭 하라는 건 아니고~’라면서 이런 얘길 하면, 그건 비겁하고 무책임한 겁니다. ‘나는 이거 하고 싶은데, 니가 결정한 걸로 하고, 문제 생기면 니가 책임져’라는 말이니까요.
- (김 여사와 명씨와의 통화에 대해선) “한 몇 차례 정도 문자나 이런 걸 했다고는 얘기를 한다. 그런데 제가 이 자리에서 공개하기에는 좀 일상적인 것들이 많다. 몇 차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이 역시 거짓말입니다. 무수히 많이 통화했다는 걸 윤 대통령도 모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김영선 공천 논의’가 ‘일상적’인 건가요. 그렇다면, ‘일상적이지 않은 논의’는 어느 정도 되어야 하는 걸까요.
4) 김건희 활동중단
- 김 여사에 대해 맨 처음 한 말이, “(김 여사가 대통령에게 말하기를) ‘대통령이 회의 때 참모들한테 야단 많이 친다는 말이 있는데, 당신 좀 부드럽게 해’, 그런 걸 국정 관여라 할 수 없겠다. 부인이 대통령 도와 국정도 원만하게 잘하길 바라는 일들을 국정농단이라 한다면 국어사전을 다시 정의해야겠다” => 지금 국민들이 문제삼고, 의문을 제기하는 건 이런 게 아닙니다. 공천 개입 의혹, 인사 개입 의혹, ‘김건희 라인’ 문제 등입니다.
-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육영수’ 여사의 사례를 들며, “조언이 국정농단인가”라고 되물었습니다. => 육영수 여사가 공천에 개입했습니까, 정치브로커와 수백번 통화를 했습니까, 마포대교에 나가 퇴근시간에 다리 막고 경찰에 지시를 했습니까, 순천만 가서 화보 사진을 찍었습니까?
- 대외 활동 중단에 대해 “국민이 싫다고 하면 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외교 관례상, 국익 활동상 반드시 해야 한다고 ‘저와 제 참모가 판단’하는 일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중단해왔다. 앞으로도 이런 기조를 이어갈 것이다” => 계속 하겠다는 겁니다. 특히 그 판단은 ‘내’가 알아서 하겠다는 겁니다. 15~17일 페루 APEC 회의, 18~19일 브라질 G20 회의가 있습니다. 이번에 이 회의에 김 여사가 동행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들리기 시작합니다. 만일 그러하다면, 최소한의 ‘성의 표시’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엔 다시 순방을 떠날 겁니다.
5) 인적쇄신
- “적절한 시기에 인사쇄신 면모 보여드리기 위해 인재풀 물색과 검증 들어가 있다. 다만 내년도 예산 심의와 미국 새 정부 출범 등이 있기에 시기는 조금 유연하게 생각”
=> 예산안 심의는 11~12월이고, 미국 대통령 취임식은 1월20일입니다. 내년 1월까진 인적쇄신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6) 특검
- 특검 질문이 나오자, “특검 문제에 대해 제가 오늘 조금 약간 길게 얘기를 하겠다”고 장황하게 이야기합니다. 이 이야기를 가장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 그러면서 특검이 “사법 작용 아닌 정치 선동”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3가지 이유를 들었습니다.
- △대통령과 여당 반대하는 특검 임명이 헌법에 반한다 △특검을 국회가 결정해 임명하고 방대한 수사팀을 꾸리는 나라는 없다 △삼권분립 체계에 위반한다.
- 다 같은 이야기입니다. ‘야당 마음대로 뽑는 특검은 안된다’는 겁니다. 100번 올라와도 계속 거부권 행사하겠다는 겁니다.
- 특검이란 행정부를 신뢰하기 힘들어 ‘독립적인 수사’를 필요로 할 때, 진행하는 것입니다. 지금 검찰이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리라고 누가 생각하겠습니까.
- 그리고 지금까지 국회를 통과한 14건의 특검법 중 대북송금(2003년), BBK(2007년), 내곡동 사저(2012년), 세월호(2020년) 특검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대북송금 특검법’은 당시 여당인 민주당이 퇴장한 가운데 한나라당·자민련 등 야당이 처리했고, ‘내곡동 특검법’도 여당인 새누리당 반대에도 통과됐습니다. 그런데 당시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습니다. 윤 대통령이 참여한 ‘국정농단 특검법’도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특검 추천권을 배제했습니다. 최순실씨가 헌법소원을 냈으나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윤 대통령은 위헌이라는데, 윤 대통령은 어떤 헌법을 보고 있는 겁니까.
- 그리고 문재인 정부에서 진행된 드루킹 특검에서도 당시 여당인 민주당이 배제된 채 특검이 임명됐습니다. ‘내로남불’도 이런 내로남불이 있습니까. 윤 대통령은 자신이 ‘내로남불’인 줄을 인지를 못하는 것 같습니다.
- 윤 대통령은 어제 이런 말을 했습니다. “가족과 관련해 특혜준다는 건 국법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그걸 (지키지) 못할 것이라면 대통령, 검찰총장을 그만둬야 한다”. 역시 인지를 못하는 것 같습니다.
3. 휴대폰
- 어제 기자회견에서 가장 놀란 부분이고, 또 어떤 의미에선 기자회견의 가장 큰 ‘성과’였습니다.
1) 이전 휴대폰 계속 사용
- “대통령이 됐어도 검사 때 쓰던 휴대폰을 계속 쓰고 있으니 바꾸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통상적 공무원, 장·차관과 (통화나) 국가안보 관련이 아닐 땐 제 휴대폰을 쓰고, 지금도 엄청 많은 문자가 들어온다”
- “이것(휴대폰)으로 들어오는 다양한 얘기를 제가 즉각 생생하게 봐야 한단 생각이 너무 강했다.”
- “초선 의원들이 전화하면 제가 딱 받고, 저녁일정 없으면 ‘어디로 오세요’ 하기도 한다. 의원들이 이런 대통령 처음 봤다고 한다”
- “저와 통화한 분 손을 들라 하면 무지하게 많을 것이고, 텔레그램이나 문자를 주고받은 분들도 엄청나게 많을 것”
- “이게 리스크도 있지만 장점도 있다고 생각, 앞으로 조치 하겠다”
=> ‘자폭’입니다. 윤 대통령은 이런 자신을 ‘소탈하다’고 생각한 듯합니다. ‘소통 방식을, 매정하지만 좀 바꿔야 하겠다’고 했습니다. ‘박절하지 못해서’의 2탄입니다. 자신들 부부가 ‘매정하지 않고, 다정해서’ 개인 휴대폰을 계속 쓰고, 이전 사람들과 연락도 끊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까지 역대 대통령 부부 가운데, 자신의 개인 휴대폰을 계속 쓰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이렇게 개인 휴대폰을 계속 쓰니, 명태균씨와도 수시로 통화하고, 이런저런 사람들과 계속 카톡하고, 이런저런 민원·청탁도 언제든 들어올 수 있는 길이 열려있는 상태인 겁니다.
2) 김 여사가 대신 답변
- 2021년 7월 입당 신청서가 언론 공개됐는데, 그러면서 휴대폰 번호가 공개됐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하루에만 문자 3천개가 왔다고 했습니다.
- 그리고 김 여사가 새벽 5∼6시까지 제 휴대폰을 갖고 답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윤 대통령이 당시 ‘미쳤냐. 지금 잠 안 자고 뭐 하냐’고 하니까, ‘이렇게 지지하는 사람들, 잘하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고맙다', '잘하겠다', '잘 챙기겠다' 이런 답을 해줘야 하는 거지, 이분들이 다 유권자인데 답 하는 것 같은 선거 운동이 어디 있겠느냐’라고 김 여사가 말했다는 겁니다.
- 김 여사가 남편인 윤 대통령의 핸드폰을 마음대로 만지면서, 대신 문자에 답을 해줬다고 스스로 얘기했습니다. 이때는 정치에 막 입문했을 때입니다. 그전에 검찰총장 시절에도 그러지 않았을까요. 당선인 시절에도 그러지 않았을까요. 대통령 된 뒤에도 그러지는 않았을까요. 어쩌면 대통령 답신이나 문자라고 황송히 받았는데, 그게 혹 ‘김 여사’가 대신 보낸 문자는 아니었을까요.
- 매우 심각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대통령은 말미에 관련 질문을 한 기자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고맙다. 좋은 질문 해줘서”
- 김 여사가 이처럼 자신을 위해서 새벽까지 잠도 안 자고, 유권자들에게 온갖 정성을 다할 정도로, 헌신적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겁니다. 몇 번이고 아내를 칭하며 “순진해서”라고 말합니다.
- 앞서 (명태균 의혹과 관련해선) “제 아내 휴대전화를 보자고 할 수는 없는 것이라, 제가 그냥 물어(만) 봤다”고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 핸드폰을 못 보고, 김 여사는 윤 대통령 핸드폰을 수시로 보고, 대신 문자로 답도 하고 그러는 관계인 겁니다.
4. 태도
1) 사전에 참모들과 상의하지 않았다
- 만일 참모들과 어제 회견에서 무슨 얘기를 할지 논의했다면, ‘핸드폰’ 얘기는 절대 하지 않았을 겁니다. ‘용산’ 참모들이 핸드폰 얘기를 듣는 순간, 아연실색 했을 겁니다.
- 어제 대통령의 답변은 늘 그렇듯, 매우 casual 했고, 구체적이지 않았고, 대충 얼렁뚱땅 넘어가는 식이었고, 했던 말을 반복했습니다. 술자리 대화 같았습니다.
2) 참모들에게 평소 반말을 한다
- 기자회견 말미에 사회를 맡은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에게 “하나 정도만 해, 목이 아프다”, “그래 더 할까?”, “좀 더 해, 대충 나온 것 같아서”라고 말합니다. 사석에서 자기보다 어린 직장 후배에게 반말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식석상에서, 그것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사회자에게 반말하는 대통령이 있었던가요. casual 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이명박 대통령도 이러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3) 이런 대통령 처음
- 어제 회견에서 다시 한 번 확인됐습니다. 윤 대통령은 자기객관화 능력이 전무하고, 정무감각이 전혀 없으며, 위기의식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음을.
- “이런 대통령 없었다”는 말을 어제 회견에서 두 번 했습니다. 한 번은 당선인 시절에 밤늦게까지 일하자 경호원들이 “당선인이 이렇게 늦게까지 일하는 거 처음 봤다”고 했고, 또 한 번은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불쑥 전화해 저녁 약속 잡으려 ‘어디로 오라’고 하자, “이런 대통령 처음 봤다”고 하더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자신이 그만큼 열심히 일하고, 소탈하다는 겁니다.
- 그런데 이런 말을 듣고 ‘윤 대통령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한 국민이 한 명은 있었을까요.
- 윤 대통령 같은 대통령은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 어제 기자회견은 망했습니다. 문제는 망했는데도, 망했는 줄 모른다는 겁니다.
어제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절대 김건희 여사를 포기하지 못한다’. 거기에 앞서 ‘아내의 허물을 전혀 못 본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아내를 ‘지킬’(?) 생각이며, 그 누구보다 아내가 우선이라는 점입니다. 윤 대통령 말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이 모두 김 여사를 오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윤 대통령 입장에선 사과해야 할 사람은 김 여사가 아닙니다. 우리 국민들이 김 여사에게 사과해야 됩니다. 윤 대통령은 아내를 지키기 위해 대통령이 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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