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어원 자료
많은 친족 어휘 가운데 ‘오빠’와 ‘누나’는 어원 연구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한 어휘에 속한다. ‘오빠’는 논의 자체는 있었지만 본격적인 논의가 없고, ‘누나’는 논의 자체가 거의 없다. 그렇다고 ‘오빠’와 ‘누나’의 어원 설명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들과 형태론적 계열 관계에 있는 다른 친족 어휘와 비교해 보면 단어 형성이나 형태 변화 과정을 그런대로 설명할 수 있고, 친족 어휘 전체에 적용되는 명명의 원리를 고려한다면 의미 변화의 문제도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오빠’와 관련된 단어는 후기 중세국어에는 보이지 않고 근대국어 문헌인 <화음방언자의해> 에 ‘올아바’로 처음 보인다. 여기서 ‘올아바’는 ‘오라바’에 대한 분철 표기며 ‘오라바’가 후기 중세국어에 나타나지는 않지만 아주 일찍부터 평칭의 호칭어로 쓰였다. 존칭형 ‘오라바님’을 통해서도 ‘오라바’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국어 친족 어휘의 존칭형은 평칭의 호칭어에 ‘-님’이 결합되는 구조라는 점에서 ‘오라바님’의 ‘오라바’가 의당 평칭의 호칭어가 되기 때문이다.
‘오라바’는 ‘올-’과 ‘아바’로 분석된다. ‘올-’은 올밤, 올벼 등에 보이는 ‘올-’과 기원이 같다. ‘아바’에 선행해 이른, 어린, 미숙한 정도의 의미를 보인다. ‘아바’는 본래 ‘부(父)’에 대한 평칭의 호칭어이다. 그런데 ‘오라바’에서 ‘아바’는 ‘부(父)’의 의미가 아니라 ‘남자’의 의미를 보인다. 따라서 ‘오라바’는 ‘아버지보다 어리고 미숙한 남자’ 정도로 해석된다.
‘누나’와 관련된 말은 후기 중세국어에도 문헌이 나타나지 않는다. 근대국어 이후에 조어된 단어로 추정되고 ‘누니’에 호격의 ‘아’가 결합된 ‘누니아’가 축약된 형태로 간주된다. 19세기 말 <한영자전>에 ‘누나’가 처음 보였으며 이후에는 실제 많은 용례를 보인다. 이때 ‘누나’에 ‘여동생’의 의미가 있었다. ‘누나’의 본래 의미는 ‘여형제’이고, ‘여형’(女兄)과 ‘여제’(女弟)의 의미도 갖는다. 그런데 지금은 의미가 축소돼 ‘여형’의 의미만 보인다.
‘언니’는 20세기에 들어서야 나타난다. ‘언니’의 어원을 ‘앗, 엇’에 접미사 ‘-니’가 결합해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하는 견해가 있다. 이때 ‘앗, 엇’은 ‘처음’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앗니, 엇니’는 ‘초생자’(初生子)의 의미를 갖는다. 이것이 손위 여자 형제나 손위 여자를 이르는 말로 변했다고 보는 것이다.
1. 누나가 아니라 언니가 원래 우리말이다.
졸업식 하면 떠오르는 노래는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로 시작하는 <졸업식 노래>(1946)다. 그런데 요즘 졸업식장에서는 이 노래를 부르기를 꺼려한다고 하니 조금 씁쓸하다. 이유가 더욱 슬프게 하는데 현실에 맞지 않는 가사를 담고 있다고 해서다. '언니',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를 하여', '새 일꾼이 되겠습니다.' 등이 문제의 노랫말로 지적된다. 그런데 다른 예는 몰라도 '언니'가 이런 대접을 받는 이유는 내 경험에 비추어 보아도 많이 부당해 보인다.
우리의 친족어 가운데 '언니'는 묘한 존재다. '여성'과 관련된 다른 여타의 친족어와 비교하여 형태상 아무런 연관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뒤늦게 문헌에 나타나 쓰이다가 형태는 물론이고 의미까지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2. 언니의 문헌상 분포
'언니'의 문헌상 존재는 <한영사전>(1897)에 나오는 '어니'로 보인다. 우선 '언니'가 아니라 '어니'라는 점이 특이하게 보일 수 있다. 실제로 '어니'는 오늘날에도 일부 방언에 남아 있다. '어니'에 'ㄴ'이 첨가된 어형이 바로 '언니'로 보이는데, 국어학계에서는 한동안 '어니'의 존재를 모른 채 '언니'를 '앗(효시(嚆矢))' 또는 '엇(친(親))'에 접미사 '-니'가 붙은 어형, '웃누이'에서 변한 어형 등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이들 설명은 '언니'의 이전 어형이 '어니'라는 점만 들어도 잘못 풀이된 것으로 자명해진다. 분명한 것은 아니지만 '어니'는 '형(兄)'을 뜻하는 일본어 '아니'와 기원적으로 관련이 있어 보인다. 놀랍게도 이와 같은 지적이 소설가 안확(1886~1946)의 1915년 글에 나온다.
'어니' 곧 '언니'와 관련하여 특히 관심가져야 할 점은, 이것이 여성은 물론이고 남성에게도 적용되었다는 점이다. 한자어 '형'과 동일한 용법이다. <졸업식 노래>에 나오는 '언니'도 실제로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적용된 예다. 1970년대만 해도 '언니'는 남자 형제나 선후배 사이에서도 쓰였다. 신문수(1939~)의 만화 <우리 집 콩돌이>(1977)에서 주인공의 형이 '이리 와, 언니가 잘 가르쳐줄게'라고 말하고 있고, 길창덕(1930~2010)의 만화 <크라운 철>(1977)에서도 남자 초등학생이 학교 선배에게 '하기는 나도 1학년 때 언니들이 보살펴줘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라고 말하고 있다.
나에게도 그런 경험이 있는데 좀 아픈 경험이다. 어린시절, 초등학교에 들어가지도 않은 나이에 있었던 일이다. 우리 집에 집안의 궂은일을 도맡아 도와주었던 누님 한분이 계셨다. 나의 친누나가 그 누나에게 '언니'하고 불렀기에 나도 자연스럽게 그 누님에게 '언니'라고 자연스럽게 따라 불렀다. 그런데 문제는 나의 친구들이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남자스럽지 못하다고, 바보 같다고 놀리는 것이었다. 난 언니를 언니라고 불렀을 뿐인데 놀리는 친구들이 그렇게 미웠다. 물론 지난 그날들을 떠올리면 화보다는 웃음이 번지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현재 '언니'는 여성에게만 쓰인다. 의미가 축소되어 쓰이는 것이다. 이는 비교적 ㅚ근에 일어난 변화다. 물론 아직도 일부 동래 정 씨 양파공파 문중에서는 남성 사이에서 '언니'를 고집하고 있다고 하니 든든한 지원군이 존재한다는 마음이 든다.
3. 언니가 왜 의미축소되었을까?
이렇듯 '언니'가 '남성'과 '여성'에게 모두 적용되다가 '여성'만으로 적용 범위가 축소된 이유를 추론해 보면, 같은 의미를 지니던 '형'과의 類義(유의) 경쟁의 관점으로 설명할 수 있을 듯하다. 언어의 경제성의 원리에 따라 두 단어가 같은 의미를 놓고 서로 경쟁하다가 '언니'는 여성 쪽을, '형'은 그 반대의 남성 쪽을 택하여 서로 살길을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 또는 한자어의 유입으로 중세시기 당시 공용어로서의 '형'의 위치가 공고히 자리 잡게 된 이유도 있는 듯하다. 지금은 '언니'가 주로 여성과 여성 사이에서 손위의 여성 동기를 가리키고 있어서 자칫 졸업생 중에 '형'은 없고 '언니'만 있느냐는 쓸데없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졸업식 노래>에 나오는 '언니'는 '형'까지 아우르는 개념으로 손색없고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동기간 손아래 여자가 손위 여자를 부르거나, 어린 남자아이가 손위 남자형제를 호칭하는 말이나, 오늘날에는 동기간이 아닌 여자들이 자기 보다 나이가 조금 위인 여자를 높이거나 정답게 부를 때에도 이 말을 쓰고 있다. 심지어는 대학생들간에 한 모임의 남학생이 여학생을 부를 때에도 이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때, 여학생은 남학생을 ‘형’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는 하나의 변말(은어)로 바람직스러운 언어생활은 아니다. ‘언니’라는 말을 19세기 말까지의 우리 문헌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1895년 이준영(李準榮) · 정현(鄭玹) · 이기영(李琪榮) · 이명선(李明善) · 강진희(姜璡熙)가 우리말을 표제어로 하여 편찬한 최초의 국어사전(필사본)인 「국한회어」에도 ‘언니’라는 낱말은 없다. 사전의 경우, 20세기에 들어와서 편찬된 우리나라 최초의 활자본 국어사전인 문세영의 「조선어사전」(1938)과 한글학회의 「큰사전」(1957)에 비로소 ‘언니’라는 말이 수록되어 있다. 『조선어사전』은 ‘형과 같음’의 풀이이고, 『큰사전』은 ‘형을 친근하게 부르는 말’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보아, ‘언니’라는 말은 20세기 초에 이루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일본어에서 형이나 오빠(시아주버니 · 손위 처남 · 매형 따위를 포함)를 일컫는 ‘ani’라는 말을 볼 수 있는데 이 ‘ani’라는 말이 ‘언니’의 형성에 말밑[語源]의 구실을 하였는가는 앞으로 살펴보아야 할 일이다. ‘언니’를 노래한 민요도 있다.
언니 언니 우리 언니
시집갈 때 얼골에는
붉은 앵두 세개 더니
언니 언니 우리 언니
집에 올 때 얼골에는
은구슬이 방울방울(경기도 개성)
우물까엔 나무형제
하눌에는 별이 형제
우리집엔 나와 언니
나무형젠 열매 맺고
별형제는 빛을 내니
우리 형제 뭐를 할꼬(평안남도 평양)
따위를 들 수 있다. 이러한 민요는 20세기에 들어와 불려진 것이라 보아야겠다.
존칭은 형님으로, 이 존칭은 주로 여자가 손위 시누이를 부를 때 쓰는 호칭 혹은 손위 동서를 부르는 호칭이다. 한자로는 姉(자), 반대는 여동생인 妹(매).
언니는 역사가 매우 짧은 단어로, 20세기 들어와서야 나타난 말이다. 이론의 여지는 있지만 '웃누이'가 어원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따라서 사극에서 언니라 부르는 건 잘못이다. 원래는 남녀 공용어로, 성별이 같은 손윗형제를 가리켜 사용하는 말이었다. 다시 말해 남자도 손윗 남성에게 '언니'라고 불렀으며, 이는 전국적으로 볼 수 있는 현상이었다. 그러나 20세기 중후반에 들어와 급속도로 여성 사이에서만 쓰이는 단어로 정립되었고, 반대로 '형'은 남성 사이에서만 쓰이는 단어로 정립되었다. 원래는 남자건 여자건 동성의 손윗 사람을 '형'이라 불렀으나, '언니'라는 신조어가 급부상하면서 여자 사이에서만 쓰이는 단어로서 용도가 구분된 것으로 추정한다.
최소 1940년대 이전에 출생한 남성 중에 사용했다는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있지만, 지금 1960년대 이후 출생한 남성 중에 '언니'라고 호칭하는 경우는 드물다. 단, 동남 방언의 경우 현재 1970년대 중반 출생의 동남 방언 화자가 어린 시절 언가, 언니따위로 손윗 남자형제를 호칭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언니를 의미하는 경남 서부(진주)의 사투리 단어는 '응가'인데, 이건 반드시 '응↗가↘'로 발음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똥을 뜻하는 단어가 된다. 방점을 사용하면 '·응가'로 쓸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방점이 사라졌다.
가끔씩 언니를 누나, 형님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다. 이는 여동생이 오빠한테 형이라고 부르는 것과 상황이 비슷하다. 아마 언니가 여동생을 남동생 취급하면 그렇게 부르기도...? 사촌동생 중 일부 어린 (미취학 혹은 초등학교 저학년) 사촌동생이 그렇게 부르기도 한다. 실제 충청도 사투리, 전라도 사투리로 본인보다 나이 많은 여성을 형님(성님)으로 부른다. 그리고 굳이 이런 게 아니더라도 '첫째가 딸 - 둘째가 딸 - 셋째가 딸 - 넷째가 아들'이 순서대로 있을 경우, 넷째로 나온 아들이 누나 세 명의 말을 들으며 자라 "언니"라는 표현을 쓰게 되기도 한다.
주로 양반집에서 20세기까지는 남자도 손위 형제를 지칭했었다. 특히 1960년대~1970년대에는 남자끼리 언니라고 부르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졸업식 노래에서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의 '언니'가 바로 이 뜻이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남자형제간에는 쓰이지 않게 되어 현재와 같이 여자형제간에 국한되는 호칭이 되었다. 이 때문인지 드라마 추노나 홍명희의 임꺽정, 황석영의 장길산에서도 사용되는 걸 볼 수 있는데, '언니'라는 표현 자체가 일제강점기 이후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이는 틀린 고증으로 보인다.
과거의 용례를 따라서, 간혹 해양소년단에서 교관을 성별에 상관없이 '언니'라고 부르도록 하는 경우가 있었다. 1980년대 후반의 국민학교 2학년 교과서에도 '1학년들이 들어왔으니 2학년 학생들은 언니가 되었다'고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반대로 옛날에는 여자가 친언니나 친척 언니도 '형님'이라 흔히 불렀다. 이 '형'이라는 단어도 원래는 남자형제끼리에 국한되는 표현이 아니고 결혼한 동성의 손위 형제를 이르는 말이다. 교과서에도 실려 있는 '형님 형님 사촌 형님'으로 시작하는 시집살이 노래를 보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여자끼리도 형으로 부르던 흔적이 현재까지 남은 예로 동서 간의 호칭으로, 형의 아내에게 동생의 아내가 형님이라고 부른다. 남자 동서 간에만 형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게 아니다.
일본어에서 '형(兄)'을 뜻하는 단어 あに(아니)도 '언니'와 같은 어원에서 나온 것이라는 설이 있다. 언니의 어원에 관한 몇 가지 설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유창돈(1954): 앗(始初) + 니(접사)
- 남광우(1957): 엇(始, 初, 小) + 니
- 최창렬(1986): 엇(親) + 니(여성접사)
- 한진건(1990): 얼(交合) + 은(어미) + 이(者)
혈연이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친한 사이일 때는 연하의 여성이 연상의 여성을 부를 때도 언니라고 하는데, 오빠보다는 담백한 호칭인지 남자선배는 오빠라고는 죽어도 안 하고 선배, 형으로 부르면서 여자선배는 어지간히 어색한 사이가 아닌 이상 언니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남자가 연상의 여자를 지칭할 때도 언니라고 할 때도 있다. 여기서 일본어에서 연하의 여자가 연상의 여자를 부를 때 쓰는 '~さん'은 한국에서는 대체로 '~언니'라고 번역된다. 여기서 '~'에 들어갈 말은 (한국어 기준) 언니라고 불릴 대상의 이름이다.
요즘은 여자 고객이 가게에서 일하는 여자 직원에게 부르는 호칭인 경우가 많다. 직원의 나이가 고객의 나이보다 많든 적든 간에. 덕분에 가끔은 고객과 점원이 서로를 언니라고 부르는 기이한 광경이 펼쳐진다. 고객과 직원의 나이 차이가 많이 나면 이모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표적인 경우로는 서비스직이나 간호사 등이 있다. 단, 최근 간호사의 직업적·사회적 대우와 관련하여 언니라는 호칭보다는 선생님, 쌤이라는 전문직을 대하는 존칭을 사용하자.
대학교에서 여학생들이 재수생 또는 여성 만학도를, 왕언니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중매체에서 언니는 강한 인물로 묘사되기도 한다.
- 언니들의 슬램덩크의 출연진인 제시, 라미란, 김숙이 걸 크러시를 보일 때 '쎈 언니'로 부른다.
- CL은 자신을 '언니'라고 칭한다.
2010년대 이후 K-POP 걸그룹들이 국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외국인들이 사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한국어 발음 그대로 'unnie'라고 쓰는 사례가 유튜브 등지에서 많이 보이는 중이다. 남성 연예인이 장발이거나 여성스럽다는 인식이 있을 경우, 장난스러운 애칭으로 '언니'라고 불리기도 한다. '국민언니' 타이틀을 가진 로커 김경호나, '넉언니'라 불리는 래퍼 넉살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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