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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설빔 _ 어원 자료

by noksan2023 2025.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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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빔 _ 어원 자료

 

 

설빔

 

 

 

‘설빔'이란 ‘설날에 몸을 치장하기 위해 새로 징핀한 옷이나 모자, 신발 등'을 일컫는 말이다. 오늘날은 설날이라고 해도 어린이들을 위해서나 빔을 준비하지, 어른들은 거의 설빔을 준비하지 않는다. 그래서 ‘설빔'이란 단어도 얼마 후에는 잊힐 지도 모르겠다.

 

‘설빔'이 ‘설날을 위해 마련하는 것이니까, ‘설'과 ‘빔'으로 분석될 것임은 쉽게 알 수 있다. 그래서 ‘설빔'의 ‘설'은 ‘설날의 ‘설'일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빔'은 무엇일까?

 

‘빔'은 ‘빗다'의 명사형 ‘빗옴 / 빗움'의 변화형이다. ‘빗다'란 동사는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 단어이지만, 이전에는 흔히 사용되었던 단어다. ‘빗다'는‘꾸미다'의 뜻을 가진 동사였다.

 

榮 비슬 영 <1527훈몽자회, 하, 3a>

扮 비슬 반 <1527훈몽자회, 하, 9b>

衒賣色안 겨지븨 나찰 빗어 벋사게 하야 팔 씨라 <1447석보상절, 21, 61b>

각시 꾀노라 낯 고비 빗여드라<1447월인천강지곡, 상, 18b>

粉과 燕脂와 고자로 비슨 각시 世間ㅅ 風流를 들이삽더니 <1447월인천강지곡, 상, 18a>

 

위의 예에서 ‘나찰 빗어'는 ‘얼굴을 꾸미어'란 뜻이다. 그리고 ‘粉과 燕脂와 고자로 비슨 각시'는‘분과 연지와 꽃으로 꾸민 각시'란 뜻이다.

 

이 ‘빗다'는 가끔 ‘빗다'로도 쓰이었다. ‘빗-'의 뒤에 자음이 오면 당연히 ‘빗-'으로 쓰였겠지만, 모음이 올 경우에도 ‘빗(반치음)'이 아닌 ‘밧‘으로도 쓰였다.

 

위두한 오사로 빗이시고 보배 瓔珞아로 莊嚴해시고<1447석보상절, 11, 29a>

열 가짓 됴한 이리니 산 것 주기디 아니하며 도작 아니하며 婬欲 아니하며 거즛말 아니하며 빗난 말 아니하며 모딘 말 아니하며 두 가짓 말 아니하며 앗기고 貪티 아니하며 嗔心 아니하며 邪曲한 봄 아니 할씨라<1459월인석보, 1, 26a>

또한 舍人은 빗서쇼대 <1517번역박통사, 상, 29b>

 

이 ‘빗다 / 빗다'의 명사형은 ‘빗옴 / 빗움'이었다. ‘-옴/-움'은 명사형 접미사이다. 

 

마삼이란 아니 닷고 오사로 빗오말 이랄사 붓그리다니 <1447월인천강 지곡, 상, 44b>

王臣 다외디 아니하며 使命 다외디 아니하며 빗난 빗우물 願티 아니하고<1464선종영가집언해, 하, 137b>

王侯를 셤기디 아니하샤 그 이랄 노피 하시며 善으로 힘쁘샤 빗우믈 바리고 艱難알 조차시며 含生알 慈念하샤 서르 먹디 아니호려 하시니<1464선종영가집언해, 하,137a>

 

‘빗옴 / 빗움'은 앞의 다른 단어와 결합하지 않고도 ‘꾸밈'이란 뜻으로 단독으로도 쓰였던 단어이다. ‘ㅅ(반치음)'이 사용되었으니까 이 어형은 단연히 15세기에서 16세기 초까지 사용되었던 어형이다. 이 ‘빗옴 / 빗움'은 변화하여 ‘비암 / 비움 / 비음'으로도 나타난다. 16세기부터 등장하여 20세기까지도 쓰였다.

 

향나맛 긴할 매여 다 비암에 향내를 차고<1586소학언해, 2, 5a>

오래 끌면 한편으로는 위선 미봉책이 되는 것이 좋겠지만 다른 것과 달라서 혼인 비음을 잔뜩 봉해서 가두어 두고 재판이 끌리는 날이면 추풍나면 하자는 혼인인데 불과 앞으로 한 달 지내어 쓸 물건을 이대로 둘 수는 없다.<1948모란꽃,188>

 

‘빗다'의 명사형이 현대국어에서 ‘비슴'으로도 등장한다. ‘빗다(반치음)'가 ‘빗다'로도 니타나는 것이어서 방언에서 ‘비슴'형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현대국어에서 이 어형은 방언형으로 추정된다.

 

한편 마을의 일꾼들은 열흘께까지 나뭇갓을 말끔하게 베어놓고 집집 마다 추석 비슴할 대목장을 보기 위하여 제가끔 돈거리를 장만하기에 분주하였다. 그대로 유 선달은 그들을 충동였다. <1935봄봄, 161>

그러 나 부친이 아무리 좋은 비슴을 사준다 하더라도 그전에 모친이 그만 못한 것을 해주니만 못하였다. <1935봄봄, 162>

안에는 아침상을 물리기 전에 벌써 추석 비슴을 차린 아리들이 대들었다.<1935봄봄, 178>

석림이도 추적비슴을 했다. <1935봄봄, 179>

 

‘빔'이란 형태는 18세기부터 나타난다.

 

낭재야 위군의 바라난 바난 낭자의 한번 옥안을 보믈 쳔금갓티 너겨 구틔야 엇게랄 니으며 빔을 한가지로 하믈 위티 아녀 한번 연지분 쓰기랄 도으샤 아람다온 단장을 번득이시면 위군이 내예 갈 뜨디 업사리이다.<17xx빙빙뎐, 38>

 

 

 

설빔

 

 

 

그런데 이러한 ‘빔'이 앞에 명절이나 특별한 행사를 뜻하는 명사와 결합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에 와서의 일로 보인다. 그래서 이때부터 ‘설빔, 추석빔, 혼인빔, 명절빔, 단오빔' 등의 단어가 등장하게 된다.

 

① 설빔

어떻게 하면 거름을 많이 만들까, 어떻게 하면 가마를 많이 쪄서 어린 것을 설빔을 해 줄까, 집에 먹이는 소가 밤에 춥지나 아니한가 <1932 흙, 3, 259>

죽은 자식의 수의는 지을지언정 파묻은 자식의 설빔을 짓는 사람은 없겠네그려? <1933삼대, 37>

설빔옷이 다 드러윗는 데 새옷 해준다니 업어다 주까 <1939임거정, 314>

또 그보다 당장 오늘 게섬의 설빔으로 은가락지 한 벌을 사고 영초 당기 한 감을 사 가지고 가야 하리라고 상제는 곰곰 궁리하였다.<1942탑, 354>

 

② 혼인빔

혼인빔으로 사철옷을 모다 진짜로만 골라서 구비하게 만들어 둔 중에서 동경서도 여자는 외출할 때도 조선옷을 입기에 골라 가지고 온 것이었다.<1948모란꽃, 325> 

집으로 다시 와서 아침을 먹는 상 곁에서 모친이 이야기를 하여주는 것으로 그동안 지낸 경과와 혼인빔도 대충 마련해서 바누질을 불뿔히 맡겨 놓았다는 것은 알았다. <1956화관, 359>

신문에 보면 약을 먹으려는 사람도 이런 순서를 밟았지마는, 혼인빔을 차리는 것을 보고, 첫째 그 옷은 누구더러 입으라고 약을 먹는 색씨도 있을까? <1956화관, 365>

 

③ 추석빔

추석빔이나 차리듯이 옷 마련하기에 세 식구가 전력을 쓰고 있는 것이다. <1954취우, 350>

 

④ 명절빔

친이 살았을 때 같으면 벌써 며칠 전부터 추석이 언제냐고 손꼽아 기다리며 명절 비슴을 해달라고 졸랐으련만, 다른 애들이 미리부터 좋아라고 날뛰는 것을 보아도 인재는 심드렁해질 뿐이었다. <1935봄봄, 162>

 

⑤ 단오빔

외구지 망낭고모가 까치저고리와 꽃버선을 기워오고 오금정 늙은 이모는 화장수한데서 산 딸냉이와 백통방울이며 깁새로 단오빔을 해가 지고 저녁 차로 왓다. <1933닭이가리, 157>

 

특별히 꾸미기 위해 차리는 것이 있는 날에만 ‘빔'이 연결되는 것이지, 그렇지 않은 날에는 ‘빔'이 연결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회갑 빔, 돌빔' 등이 사용되지 않는 현상은 아마도 ‘빔'이 한자어에 밀려나면서부터일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혼인빔'이란 단어는 오늘날 ‘혼수(婚需)'에 밀려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 그러한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그렇다면 옛날에 이러한 ‘빔'에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었을까? ‘빔'은 대부분 옷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설빔옷'이란 단어도 생겨난 것이다. 그러나 위의 예문에서 볼 수 있듯이, ‘은가락지, 댕기' 등도 나타난다. ‘설빔'의 ‘설'은 ‘설날'의 ‘설'인데, 이 ‘설'은 15세기에는 ‘나이를 세는 단위'로도 사용되었다. 그래서 오늘날 ‘일곱 살'은 ‘닐곱 설'이었었다.

 

그 아기 닐굽 설 머거 아비 보라 니거지라 한대<1459월인석보, 8, 102a>

 섿재 아기 여슷설 머거 잇떠니 <1471삼강행실도, 열, 31b>

여듧 설에 비로소 글을 가라치고 <1737어제내훈, 2, 6b>

 

그러다가 16세기에 이 ‘설'로부터 ‘살'이 파생되었는데, 이 ‘살'은 ‘나이를 세는 단위'의 뜻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한 살, 두 살'이라고 하게 되었는데, 나이를 말할 때, 왜 ‘두 살을 먹다'처럼 ‘먹다'가 쓰이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혹자는 설날에 ‘떡국을 먹어서 그렇다고 하는데, 신빙성이 없는 민간어원설일 뿐이다.

 

다삿살머근 아기 다리고 三年을 아참나죄 무덤겨틔 떠나디 아니하더니 <1514속삼강행실도, 열, 19a>

열두 살로셔 아래로 어린 겨집을 通奸 하면 또한 絞하고<1658경민편언해, 15a>

 

‘설빔'은 ‘설 + 빔'으로 구성되었지만, ‘빔'은 원래 ‘꾸미다'란 뜻을 가진 동사 ‘빗다'의 명사형인 ‘빗옴'으로부터 변화한 어형이다. ‘빗옴> 비옴> 비음> 빔'의 과정을 거친 것이다. ‘설빔'은 ‘설날에 꾸밈', 또는 ‘설날에 장식 하는 것'을 뜻한다. 20세기에 와서 .‘설빔, 혼인빔, 단오빔, 추석빔, 명절빔' 등과 같이 잘 차리는 날의 명칭과 함께 ‘빔'이 결합되어 쓰였지만, 오늘날은 그러한 명칭은 거의 다 사라지고 ‘설빔'에만 그 잔존형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이제는 얼마 안 있어서 ‘설빔'이란 어휘도 사라질 운명에 있는 것으로 보여, 다만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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