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남두다 역성들다_잘못을 두둔하다

시누이와 며느리가 다투면 시어머니는 십중팔구 시누이 편을 든다. 시누이가 잘못을 저지른 경우에도 거의 그러하다. 이렇듯 잘못된 것을 두둔하며 편을 들어주는 것을 ‘두남두다'라고 한다. ‘역성들다'와 같은 의미다. ‘두남두다'는 “두남을 두다.'' 라는 구(旬)에서 어휘화한 것이다. ‘두남'의 어원은 분명하지 않다. 다만 ‘두남받다(남다른 도움이나 사랑을 받다)'의 ‘두남'은 ‘도움, 사랑'의 뜻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두남두다'에는 ‘애착을가지고 돌보다'라는 의미도 있다.
“범도 새끼 둔 곳에 두남둔다(누구나 개인의 사사로운 정이 없을 수 없다)."
라는 속담의 ‘두남두다'도 그러한 의미로 쓰인 것이다. 이 경우의 ‘두남'도 ‘사랑'의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역성들다' 역시 “역성을 들다.”라는 구(句)구조에서 어휘화한 것이다. ‘역성'의 어원은 분명하지 않으나, 사전에서는 이를 ‘옳고 그름에는 관계없이 무조건 한쪽 편을 들어 주는 일'로 풀이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역성들다' 대신 ‘편역들다'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
그렇게 가리지 않고 두남두는 것이 옳은 일일까

한가위는 잘 쇠셨는지요? 저는 잘 쇠었습니다. 여기저기 다니고 쉬느라 나흘이 짧게 느껴졌습니다.
지난 삿날(수요일) 밤에는 저자에 가서 여러 가지를 사느라 많은 때새를 보냈습니다.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따라가서 짐꾼 노릇을 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저희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와서 셈을 하는 데도 오랜 때새가 걸렸습니다.
잇쉼(연휴) 첫날은 먹거리를 챙겨 시골집에 들어가서 저마다 챙겨온 먹거리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족발에 새우까지 맛있는 게 많았는데 작은언내(형수)님이 몸이 좋지 않으셔서 함께 먹지 못해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슥할 때까지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늦게 잠을 자서 한가윗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가 어려웠습니다.
한가윗날 아침에 일찍부터 서둘러서 그런지 차례를 모시고 아침밥을 먹고 나서도 여느 날 일어날 때와 비슷했습니다. 어머니 메에 가서 절을 올리고 와서는 모자란 잠을 채웠습니다. 낮밥(점심)을 먹고 설거지를 끝낸 뒤에 서로 챙겨온 손씻이(선물)을 주고받았습니다.
저녁에 가시집(처가)에 모여 밥을 먹은 뒤 이야기를 하다가 낚시를 가기로 했습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물때를 맞춰 길을 나섰습니다. 여러 해 앞에 가서 전갱이를 많아 잡아 재미를 본 곳이었습니다. 널리 알려진 곳이라 많은 사람들이 와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무도 없어서 좋았습니다.
처음에는 복어만 잡혀서 고기가 안 잡히려나 보다 생각했는데 벵에돔이 잡히고 돌돔이 잡히고 나서 독가시치가 줄줄이 잡혔습니다. 무슨 까닭인지는 모르지만 제 낚시에 걸리는 고기가 많아서 저는 손맛을 제대로 보고 좋았지만 다른 분들은 그렇지 못해 괜히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잡은 고기를 가져와 손질을 해서 매운탕도 끓이고 구이도 해서 낮밥을 맛있게 먹고 나니 하루가 거의 다 지나고 있었습니다.
잇쉼 마지막날은 좀 쉬었습니다. 느지막하게 일어나 낮밥을 먹고 밝날(일요일)마다 써 보내 주는 글을 썼습니다. 글이 잘 쓰질 때가 많은데 어제는 궁금한 것들이 있어서 찾아보느라 때새가 오래 걸렸습니다. 글을 써 보내고 다른 일을 하나 더 하고 나니 날이 바뀌어 있었지요.
오늘 맛보여 드리는 토박이말 '두남두다'는 '두둔하다'는 말을 갈음해 쓸 수 있는 말입니다. 어린 아이가 잘못을 했는데도 아이 역성을 드는 엄마나 아빠를 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 아이 잘못을 바로잡아 주어야지 두남두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해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마다 가진 생각에 따라 누군가를 좋게 보기도 하고 나쁘게 보기도 합니다. 그에 따라 서로 다르게 말을 하게 되지요. 요즘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일을 두고도 쓸 수 있는 말이라고 하겠습니다. 어느 쪽 또는 누구를 두남두어 말을 하고들 있으니 말입니다.
역성들다
어느 신문의 칼럼에서 '그들을 역성들며 감쌀 생각은 없다'란 문구를 접하고 오래 전부터 이 코너에서 언급하려다가 잊고 있던 단어 '역성'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역성의 뜻은 '옳고 그름에는 관계없이 무조건 한쪽 편을 들어 주는 일'입니다. 그런데 역성이란 단어는 발음의 어감상이어선지 위의 뜻과 반대로 와닿습니다. 최소한 기자 개인적으론 '역정을 내다', 즉 '화를 내다'와 같은 느낌을 갖습니다.
덧붙이자면 이 칼럼에서는 '생때'란 단어도 나오네요. 이 단어는 한 낱말로 쓰는 것이 아니라 '생때같다' 등 형용사로 쓰입니다. '몸이 튼튼하고 병이 없다'는 뜻입니다. 이 단어가 근자에 자주 등장한 것은 세월호 참사 사고 때입니다. '생때같은 아들딸을 잃었다'고 많이들 썼지요. 이번에도 10~30대가 많이 사망해 이 단어가 재등장 하고 있습니다.
신문사의 논설위원들이 종종 '폼 나게' 쓰는 단어가 있습니다. '기시감'(旣視感·데자뷔)도 그런 유에 속하지요. 데자뷔란 프랑스 말로, '이전에 경험한 것 같은'의 뜻을 담고 있습니다. 반대말은 미시감(未視感)입니다. 기회가 나면 신문사 논설위원들이 칼럼과 사설에서 자주 쓰는 단어를 [우리 말 산책]에서 따로 빼내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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