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잡기 운동_쥐와 전쟁을 벌이다

쥐는 전 세계에 없는 곳이 없고, 번식력이 뛰어나 전체 포유류 개체 수의 3분의 1가량 차지한다. 12간지의 첫 번째 순서가 쥐라는 점을 보면, 쥐는 정말 인류와 함께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
쥐는 인류 역사와 함께하며 위협을 끼치기도 하였다. 특히 14세기 중엽 쥐벼룩에 의해 감염병인 유럽 전역에 퍼져, 당시 유럽 인구의 3분의 1가량이 감소하였다. 사진의 포스터에도 쥐는 건물을 파괴해 연탄가스 중독을 일으키고, 흑사병과 같은 질병을 전염시키며, 엄청난 양의 양곡을 먹어 치운다고 나와 있다.
쥐잡기 운동은 1970년 1월 26일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되었다. 이전에도 쥐잡기 운동을 지방에서 한 적이 있었으나, 농림부가 주도하여 전국적으로 시행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이 운동은 1980년대까지 이어졌다. 쥐잡기를 국가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시행한 사례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쥐를 잡기 위해 정부 부처는 물론 산화 기관들까지 동원되어 국가 역량을 집중하였다. 쥐잡기 공모 포스터 대회가 열리고, 학교에서는 쥐 박멸 웅변대회가 열렸다. 쥐잡기에는 쥐 소탕전, 쥐잡기 작전, 쥐잡기 선전 포고, 사령관에 농림차관 등의 용어가 사용되었다. 쥐만 빼면 군사 작전처럼 보이는 용어들이다.
왜 쥐를 잡는데 과격해 보이는 용어를 사용하였을까? 당시 박정희 정권은 공산주의나 이를 추종하는 세력을 쥐로 취급하였다. 공산주의는 쥐 새끼 같은 암적인 존재로 박멸 대상으로 보았다. 정권에 비판적인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1969년 3선 개헌을 통해 장기 집권을 모색하던 박정희 정권이 1970년 벽두에 쥐잡기 운동을 펼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정부가 쥐잡기에 열을 냈던 것은 정치적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출구이자 비판 세력을 옭매는 도구로 이용한 것은 아닐까?
당시 「국회보」에 "말하자면 우리의 사상적인 제1의 공적이 공산주의 그것이라면, 제2의 공적은 바로 인간 실리와 인명에 도전해 오는 서족(쥐의 족속)이 아니겠는가."라며 공공연히 특정 사람을 인간 쥐로 포장하였다. 이렇게 오랫동안 쥐잡기를 하면서 인간 쥐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과 적대감도 함께 조장되었고, 당연히 이는 자연 쥐와 마찬가지로 박멸의 대상이 되었다. 유신의 공포 아래 인간 쥐로 낙인찍히길 두려워한 사람들은 숨죽이고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쥐잡기는 경제 운동으로 포장되었다. 당시 국내에 있는 쥐의 숫자는 국민 1인당 3마리로 추정하였다. 이 쥐들이 먹어 치우는 곡물은 240만 석으로 11만 명 대구 시민의 1년 치 식량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쥐 절반을 잡으면 120만 석의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하며 숫자를 통한 속임수를 펼쳤다.
쥐를 잡자
‘쥐는 살찌고 사람은 굶는다.’ 쥐 퇴치 포스터에 자주 등장하던 문구다. 나이가 좀 있는 세대라면 쥐꼬리를 잘라 학교에 제출하던 기억이 어렴풋이 들 것이다. 쥐꼬리를 내면 보상으로 연필 등 선물을 받았다. 집 주변에는 언제나 쥐약이 즐비했다. 오히려 쥐가 아닌 다른 동물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도 빈번했다. 필자는 어릴 때 손발톱을 자르면 꼭 휴지에 싸서 버렸다. 쥐가 내 손발톱을 먹고 나의 모습으로 변한다는 속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쥐는 우리에게 골칫거리였다.
곡식을 훔쳐 먹는 쥐
쥐잡기 운동이 그토록 극렬했던 이유는 식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곡식을 훔쳐 먹는 쥐는 박멸의 대상이 되었다. 그래서 도별로 쥐 할당량을 배정해 목표를 달성하게 했다. 정부에선 쥐잡기를 홍보하기 위해 학생들이 참여하는 표어와 포스터를 공모했다. ‘쥐 없는 명랑한 사회를 건설하자’는 웅변대회를 열기도 했다.
1960년대에는 신문 지면에서 쥐약 광고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특히 쥐와 고양이가 삽화로 자주 등장하며 쥐를 반드시 죽일 수 있다고 장담했다. 쥐약을 반드시 쥐가 먹을 것이며 사람들이 보지 않는 곳에 가서 내출혈로 죽을 거라는 광고였다. 혈액응고제의 효과다. 1963년 경남도에서 1인당 3마리 쥐잡기 운동의 결과 917만8,926마리를 퇴치했다는 신문 보도가 날 정도였다. 쥐꼬리로 어떻게 이 많은 숫자를 집계했는지 놀랍기만 하다. 저녁에는 사이렌 소리와 함께 수백만 마리의 쥐들이 몰살당했다.
그러나 쥐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불과 지난해에도 서울식물원이 개관하면서 쥐떼로 몸살을 앓았다. 원래 논두렁이었던 터에 식물원이 자리잡으면서 겨울에도 날이 따뜻해 쥐들을 불러 모은 것이다. 또한 쥐가 좋아하는 나무와 열매들이 많아 더 없는 서식지가 되었다. 이 때문에 방역 업체들은 쥐들과의 전쟁을 치러야 했다.
항상 무언가를 갉아야 하는 쥐의 운명
쥐는 생물학적 분류체계에 따르면 쥐목-쥐과에 해당한다. 쥐과에는 곰쥐, 생쥐와 집쥐인 시궁쥐가 있다. 시궁쥐는 몸무게가 300∼700g에 달한다. 쥐는 위턱과 아래턱에 각각 6개의 어금니를 지녔고, 앞니 4개는 평생 자라기에 무언가를 끊임없이 갉아야 하는 운명이다. ‘설치류齧齒類’의 ‘설치’는 이를 간다는 뜻이고, 쥐를 뜻하는 ‘rat’ 역시 무언가를 긁는다는 ‘scratch’에 어원을 두고 있다. 그래서 인간에게 계속 피해를 입힌다.
현재 쥐는 1,800여 종이 전 세계 포유류의 3분의 1인 약 100억 마리를 차지할 정도로 널리 퍼져있다. 쥐의 번식력은 곤충과 맞먹을 정도로 왕성하다. 쥐는 1회에 9마리, 1년에 최대 2,400마리까지 낳을 수 있다. 계속 쥐를 죽여도 쥐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쥐는 지름이 2cm도 안 되는 구멍에도 머리만 들이밀고 침입할 수 있다. 아무리 막아도 쥐는 어디든 침투할 수 있는 것이다.
쥐의 오줌은 렙토스피라증을 전염시키는 박테리아다. 렙토스피라증의 감염 증상은 감기 같은 발열, 출혈, 객혈 등 다양하다. 그래서 오염된 실개천 등에 함부로 들어가면 안 된다. 1994년 강원도에서 21명이 이 질병에 걸렸다. 지금도 매년 약 50명 정도가 렙토스피라증에 걸린다. ‘농촌병’이라고도 불리는 렙토스피라증에 안 걸리려면 일할 때 고무장갑 같은 보호 장구로 피부를 보호해야 한다.
들쥐들은 유행성출혈열이나 쯔쯔가무시증 등을 불러오는 병균을 옮긴다. 1950년대 한국전쟁 때 38선 중부지역의 유엔군 3천 명이 ‘한국형 출혈열’로 불리는 유행성출혈열에 걸려 비상이 걸린 적이 있다. 한국에선 매해 약 400명의 유행성출혈열 환자가 발생한다. 쥐로 인해 발생하는 쯔쯔가무시증은 1986년 공식적으로 확인된 이후, 가을이면 어김없이 찾아온다. 기침, 구토, 근육통 등을 동반하는 쯔쯔가무시증은 매해 5천 명 이상이 걸리고 있다. 쥐는 질병만 가져오는 게 아니라 물리적으로도 전선을 끊어 피해를 입힌다.
전 국민이 쥐잡기 운동에 나서다
한국은 근현대를 거치며 경제 성장을 이뤘다. 그 가운데 깨끗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쥐 박멸을 슬로건으로 걸었다. 1970년 4월 18일자 <대한뉴스> ‘제772호-쥐를 잡자’ 편을 보면 당시 쥐가 7,200만 마리나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그때 그 시절엔 아예 농림부(농수산부) 차원에서 5월 15일 오후 8시를 ‘쥐 잡는 날’로 정해 전 국민이 쥐 퇴치에 앞장섰다. 20g짜리 진회색 가루 쥐약을 무료로 나눠주고 집집마다 쥐덫을 놓고 살충제를 뿌렸지만 쥐는 완벽히 박멸되지 않았다. 지금도 방제작업은 주기적으로 보건소 차원에서 실시한다.
쥐잡기 운동 당시 쥐는 의심과 경계심이 많은 동물로 묘사됐다. 특히 발에 스펀지 같은 게 있어 소리 없이 잘 다닌다고 특징을 알려줬다. 쥐는 2년 동안 새끼를 낳으며 3년 동안 살 수 있다. 새끼를 낳고 7일이 되면 다시 발정기가 온다. 교미 후 21일이 지나면 새끼를 낳고 새끼는 25일 후면 성인 쥐가 된다. 쥐로 인한 피해는 천정의 소음, 페스트 발진, 병원균으로 인한 천열과 살모넬라, 식중독 등이라며 음식물과 가재도구 등에도 피해를 준다고 설명했다. 아예 쥐잡기 사업 추진본부가 설치돼 쥐약 놓는 요령과 죽은 쥐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알려주었다. 물론 미끼를 사용하는 방법도 함께 말이다. 쥐는 그 당시 240억 원에 해당하는 쌀 240만 석을 먹어치웠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그때 쥐 4,200만 마리를 잡아 106만 석의 양곡 손실을 줄였다.
인간과 쥐, 쥐와 인간의 숙명
도시 속 인간 주변엔 가축 이외에 야생 동물들이 거의 없다. 야생 동물들은 이제 동물원에나 가야 볼 수 있다. 따라서 도시는 쥐의 입장에서 포식자로부터 피할 수 있는 안전한 쉼터인 셈이다. 쥐는 포유류로서 가장 작고 많은 개체 수를 자랑하지만 그만큼 포식자 역시 넓고 다양하게 존재한다. 쥐는 고양이나 독수리, 매, 뱀, 족제비 등 다른 포식자들에게 가장 좋은 먹잇감이다.
한국이 근현대를 이루고 도시를 확장해 나가면서 음식물 쓰레기가 늘어나는 한편 야생 동물들과 점점 접할 기회가 사라졌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원래 도시화 이전의 들판과 숲속 야생은 쥐들의 근거지였다. 개체 수가 많고 활동 반경이 넓으며 어떤 환경에서도 적응을 잘하는 쥐. 그래서 쥐는 자신의 포식자들을 피해 가장 안전하고 먹을 게 많은 인간의 주위를 맴돈다. 그러면서 쥐는 인간에게 질병을 옮기고 곡물을 탈취하며 전선과 가재도구를 갉아 놓는다. 그게 인간과 쥐, 쥐와 인간의 숙명이다.
왜 선거전 쥐약 나눠줬나···박정희 시대 '쥐잡기 운동'의 비밀

2020년은 육십갑자의 37번째에 해당하는 경자년(庚子年), 쥐띠 해다. 특히, 쥐띠 해 중에서도 하얀 쥐띠 해라고 한다. 12개의 지간(支干) 가운데 첫 번째(子)라 쥐띠이고, 10개의 천간(天干) 중에 7~8번째인 경(庚)·신(辛)은 백색을 상징하기 때문에 하얀 쥐띠 해로 여겨진다. 쥐는 재물과 다산, 풍요의 상징이다. 그중에서도 하얀 쥐는 우두머리이면서 지혜롭고 생존 적응력이 뛰어난 것으로 일컬어진다.
쥐가 12가지 띠 동물의 첫째가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십이지신은 각 동물의 발가락 수에 의해 그 순서가 정해졌는데, 음양 사상에 따라 홀수 발가락과 짝수 발가락을 가진 동물이 번갈아가며 나오도록 배치됐다. 그중 쥐는 앞발은 네 발가락, 뒷발은 다섯 발가락인 음양을 모두 갖춘 영험한 동물로 여겨져 가장 맨 앞에 오게 됐다는 것이다.
쥐는 인간이 정복한 모든 땅을 정복했다.
쥐의 주거지와 인간의 주거지는 거의 완벽하게 일치하기 때문이다. "쥐는 인간의 거울과도 같은 종"이라는 지적도 있다(로버트 설리번 '쥐들').
쥐는 생물 분류체계로는 설치류(齧齒類)에 속한다. 지속해서 자라는 날카로운 앞니를 한 쌍 가지고 있는 동물이 설치류다. 세계적으로 설치류는 1500종 정도가 있고, 한반도에는 16개 속(屬)의 21종(種)이 분포한다. 다람쥐나 청설모, 하늘다람쥐도 여기에 속한다.
전 세계에 살고 있는 집쥐
가장 흔한 쥐는 집쥐(Brown Rat, Norway Rat)다. 시궁쥐, 갈색쥐, 노르웨이쥐로도 불린다. 학명은 라투스 노르베지쿠스(Rattus norvegicus)다.
한반도 전역에 분포하는 것은 물론, 남극대륙과 북극해 연안, 그린란드를 제외한 전 세계에 분포한다. 몸길이와 꼬리 길이가 비슷하지만, 몸길이가 약간 더 길다. 꼬리 길이는 140~167㎜, 꼬리를 포함한 전체 길이는 302~355㎜다. 무게는 90~500g 정도다. 임신 기간은 26일, 1년에 4~5차례 8마리씩 새끼를 낳는다. 야생에서는 수명이 1~2년 정도이지만, 사육 상태에서는 4년까지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수 한 쌍이면 1년 사이에 460마리까지 늘어날 수 있다.
집쥐는 약 100만 년 전에 다른 종들과 유전학적으로 분리됐는데, 인도 지역에서 처음 출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이후 유전적으로 여섯 개 그룹으로 분화됐다. 집쥐는 인류가 이동해서 정착하기 전부터 아시아 지역 숲에서 거주했다. 사람이 이주해서 숲을 훼손하고 농사를 지으면서 사람과 편리공생(片利共生, commensalism)을 시작했다.
편리공생은 한쪽은 이익을 얻고, 상대편은 거의 해를 입지 않는 상황을 말한다.
곰쥐(Black Rat, Oriental House Rat)는 분류학적으로 집쥐와 가깝다. 학명은 라투스 타네주미(Rattus tanezumi) 또는 라투스 라투스(Rattus rattus)로 표시한다. 한반도와 중국, 동남아, 인도 북부 등에 분포했는데, 현재는 인도네시아 섬에서도 발견된다. 크기는 집쥐보다 약간 작다. 꼬리 길이는 150~185㎜, 꼬리를 포함한 전체 길이는 289~340㎜다. 무게는 100~200g 정도다. 5~10마리씩 1년에 3~5번 새끼를 낳는다. 임신 기간은 26일이며, 수명은 1~2년 정도다.
집쥐보다 훨씬 작은 생쥐(House Mouse)의 학명은 무스 무스쿨루스(Mus musculus)다. 원래 한반도를 포함한 유라시아 대륙과 지중해에 접한 아프리카 북부만 분포했는데, 이제는 북미·남미·호주는 물론 태평양 섬나라와 아프리카 남부까지 침투해 살고 있다. 꼬리 길이는 59~68㎜, 꼬리를 포함한 전체 길이는 126~143㎜다. 무게는 9.5~15g 정도다. 임신 기간은 19~20일로, 연중 6~7차례, 한 번에 5~6마리씩 새끼를 낳는다. 야생에서는 수명이 18개월 정도로 알려져 있다.
쥐들의 수명이 짧은 것은 심장 박동 수에 있다. 거대한 코끼리의 경우 1분에 심장이 25번 뛰지만, 작은 생쥐는 1분에 600번이나 뛴다. 생쥐는 겨우 2~3년밖에 못 살고 코끼리는 75년까지 살지만, 평생의 심장 박동 수는 동일하게 약 15억 회라는 것이다. (존 타일러 보너 '크기의 과학', 제프리 웨스트 '스케일')
화석 증거를 바탕으로 하면 생쥐는 1만5000년 전, 농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사람과 함께 살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류가 정주생활을 시작하고, 돌이나 진흙으로 집을 짓기 시작할 때부터라는 것이다.
생쥐를 애완동물로 기르는 사례도 많다. 2017년 일본 국립유전학연구소 연구팀은 사람을 잘 따르는 생쥐를 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사람을 비교적 무서워하지 않는 생쥐를 골라 교배시키고, 이후 태어난 쥐 가운데 사람을 잘 따르는 생쥐를 다시 골라 4년간 12대를 걸쳐 교배를 계속했다. 그 결과 사람이 손을 내밀면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수준에 이르게 됐다.
시골 쥐, 도시 쥐 유전적으로 달라
우화 중에 도시 쥐와 시골 쥐 이야기도 나오지만, 미국 뉴욕 시의 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도시 쥐와 시골 쥐는 유전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같은 뉴욕에서도 도심에 사는 쥐와 변두리 쥐 무리 사이에서는 유전적인 차이를 보인다.
유전적인 차이를 보이는 것은 도시 쥐들이 더 많은 오염물질에 노출돼 있고, 더 많은 병원균과 접촉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쥐의 밀도가 높은 뉴욕 같은 대도시에서는 번식을 위해 더 치열하게 경쟁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도시 쥐들은 멀리 이동하지 않는다. 쥐는 자신의 은신처에서 20m 이상 벗어나는 경우도 드물다. 미국 연구팀이 2009년 볼티모어 지역 쥐 300마리를 붙잡아 DNA를 분석한 결과, 각 공동체는 일정한 면적, 즉 약 5600㎡ 정도의 구역을 차지하고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규격의 축구장 면적 7140㎡보다 작은 셈이다. 과거 미국 뉴욕 시에는 800만 마리의 쥐가 있다는 얘기가 떠돌았다. ‘뉴욕에는 시민 한 명당 쥐 한 마리가 있다’는 속설 때문이었다.
사람 한 명당 쥐 한 마리 가설은 20세기 초 영국의 W.R. 뵐터가 쓴 '쥐 문제'라는 책에서 시작됐다. 단순히 경험에서 얻은 추측에 불과했지만, 사람들은 별 비판 없이 이를 옮겼다. 하지만 2014년 미국 컬럼비아대학 통계학 박사과정 대학원생이던 조너선 아우어바흐는 ‘311콜센터’에 접수된 쥐 신고 전화를 역추적했다. 뉴욕에서 쥐가 사는 빌딩이 4만500개인 것으로 분석하고, 건물당 50마리의 쥐가 산다는 수치를 대입해 뉴욕에 총 202만5000마리가 산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쥐는 생각보다 똑똑한 동물이다.
미국 리치먼드 대학 연구팀은 지난해 10월 쥐에게 시리얼로 보상하면서 소형 로봇 카를 운전하는 법을 7개월 동안 가르쳤더니 복잡한 운전까지 해냈다고 보고했다. 알루미늄판에 올라서서 앞발로 3개의 구리선(금속막대) 가운데 하나를 잡으면 직진 또는 좌, 우로 이동하도록 했다. 그 결과 먹이를 먹기 위해 복잡한 운전도 척척 해내게 됐다.
2007년 미국 조지아공대 연구팀은 쥐에게 2~3.6초의 짧은 소음과 4.4~8초의 긴 소음을 들려주고, 두 개의 손잡이 가운데 하나를 눌러 방금 들은 소리가 긴 소리인지, 짧은 것인지를 구별하도록 훈련했다.
그런 다음 쥐가 시험을 치를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한쪽 구멍에 머리를 내밀어 시험을 피하면 약간의 보상을, 다른 구멍에 머리를 내밀고 시험에 응하고 합격하면 큰 보상을 주었다. 시험에 응하고도 틀리게 답하면 아무런 보상을 주지 않았다. 그러자 쥐들은 4.4초처럼 짧고 긴 것을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는 시험을 거부하는 쪽으로 행동했다. 이는 자신이 시험에 합격할 충분한 정보를 가졌는지를 판단할 능력이 쥐에게 있다는 의미다. 2009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연구팀은 쥐를 대상으로 또 다른 실험을 진행했다. 여러 개의 구멍 가운데 하나를 건드리면 설탕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지만, 대신 나오지 않고 끊기는 시간도 길어진다. 쥐들은 ‘최상의 전략’을 곧 터득했다. 나오는 설탕은 적지만 끊어질 위험도 작은 구멍을 선택한 것이다.
쥐는 이타적인 동물
2011년 미국 시카고대학 연구팀이 특별한 우리를 만들었다. 우리에는 밖에서 다른 쥐가 열어줄 수 있는 작은 방도 만들었다. 연구팀은 큰 방과 작은 방에 쥐를 넣고, 큰 방에 초콜릿 무더기를 넣어주었다. 그러자 큰 방에 있던 쥐는 작은 방의 쥐를 힘들여 풀어준 뒤 함께 초콜릿을 먹었다. 전체의 52%가 이런 행동을 했다. 이런 경험을 겪게 한 후 두 마리의 처지를 바꾸자 이번에는 80%가 상대를 풀어주는 이타적인 모습을 보였다.
국내에서만 연간 300만 마리 희생
쥐는 사람과 유전적으로 비슷하기 때문에 인간 질병을 연구하는 데 자주 사용된다.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흰쥐는 선천적으로 색소를 만들지 못하는 알비노(albino) 동물이다. 이들은 색소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눈동자 색깔이 검은색이 아니라 분홍색 또는 붉은색이다.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작은 동물을 흔히 모르모트라고 하는데, 모르모트는 흰쥐와는 상관없다. 실제로는 같은 설치류에 속하는 기니피그(Guinea pig)를 말한다. 과거 네덜란드에서 실험동물로 사용한 마못(Marmot)을 사용했는데, 일본에서 마못과 기니피그를 혼동하면서 잘못 불렸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18년 국내에서 사용된 실험동물은 모두 372만7000마리인데, 이 중 84.1%인 313만4000마리가 쥐(32만 마리)·생쥐(274만 마리) 등 설치류였다.
쥐는 렙토스피라, 톡소플라스마 등 다양한 병을 옮기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중세시대에 유럽에서 대대적으로 창궐한 흑사병은 예르시니아 페스티스(Yersinia pestis)라는 세균이 일으키는 질병인데, 이 세균을 옮기는 쥐벼룩이 쥐에 붙어산다. 쥐만으로는 흑사병이 퍼지지 않는 셈이다.
흑사병은 지난 1500여년간 전 세계에서 2억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지난해 11월에도 중국에서 3명의 페스트 환자가 발생했다. 네이멍구 당국은 헬리콥터 17대를 동원해 133㎢ 넓이의 땅에 14만t 넘는 쥐약을 살포했다.
이에 앞서 2010∼2015년에는 콩고민주공화국, 마다가스카르 등 전 세계적으로 3248명이 페스트에 걸렸고 이 중 584명이 사망했다. 중국과 몽골에서도 2010년대 들어 환자가 각각 10명, 5명 발생한 것으로 보고됐다.
고양이를 쫓아가는 쥐
늘 고양이에게 쫓겨 다니는 쥐가 오히려 고양이를 쫓아다닐 때도 있다. 기생충, 즉 톡소플라스마(Toxoplasma gondii)의 원충(原蟲)이 쥐의 뇌에 침투해 행동을 조종할 때다. 쥐가 톡소플라스마 원충에 감염된 쥐가 고양이 오줌 냄새를 맡으면 성적 이끌림과 관련된 뇌 부위가 활성화된다. 고양이 오줌이 성적 욕구를 자극하는 최음제로 작용하는 셈이다.
‘최음제’ 때문에 겁 없이 고양이를 쫓아가는 쥐는 고양이에게 잡아먹히게 된다. 톡소플라스마 원충이 쥐를 이렇게 조종하는 것은 원충의 번식 때문이다.
원충은 고양이 소화기관에서 암수가 만나 유성생식을 하고, 알을 낳는다. 알은 배설물과 함께 고양이 몸 밖으로 빠져나와 퍼진다. 원충은 다시 고양이 몸속으로 들어가야 번식할 수 있다. 고양이 몸에 들어가기 위해 쥐가 필요한 것이다.
실수로 고양이 배설물을 건드린 쥐는 원충의 알에 감염된다. 감염된 쥐가 고양이에게 먹히도록 원충은 쥐를 조종하는 것이다.
바닷새 둥지 공격하는 쥐
쥐와 생쥐는 인류의 이동과 함께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섬 지역으로 이동한 경우 새 둥지를 습격하면서 큰 피해를 주기도 한다. 해외에서는 섬 지역에 침입한 쥐를 없애기 위해 대규모 작전을 수행하기도 했다.
남대서양의 바닷새 번식지인 사우스조지아 섬에서는 쥐로 인해 바닷새 개체 수가 90% 이상 줄어들자 2011~2015년 영국 스코틀랜드 환경보호단체 주관으로 미끼가 든 쥐약을 헬리콥터로 여러 차례 살포하기도 했다.
원래 쥐가 없었던 독도에서도 쥐가 발견되고 있고, 끈질긴 소탕 작전에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60~70년대 전국에서 쥐잡기 운동
국내에서는 1960년대 초부터 쥐잡기운동이 시작됐다. 1961년 미국 대외원조처(USOM)의 제안으로 전국 특정 지역에서 선별적인 방제작업이 진행됐다. 1963년부터는 농림부가 중심이 돼 쥐잡기에 나섰고, 1964년에는 최초로 전국 동시에 쥐잡기운동이 벌어졌다. 6000만 마리에 이르는 전국의 쥐가 양곡 생산의 20%를 먹어치운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런 쥐잡기는 1970년대 초반에 절정에 이르렀다. 1년에 두 차례씩 전국 동시에 쥐잡기가 진행됐다. 하지만 국가적 쥐잡기운동이 농림부 주관이 아닌 무임소장관이 주창하고, 효과가 떨어지는 추운 겨울에 진행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는 일부 지적도 제기됐다. 특히, 국가 차원의 쥐잡기사업 계획이 국무회의의 논의를 거쳐 통과된 시점은 1969년 10월 18일로 바로 박정희 대통령이 장기 집권을 위해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붙인 그 다음날이었다.
1978년에는 국회의원 선거를 며칠 앞둔 시점에 시행되면서, 언론에서는 주민들에게 쥐약을 나눠주는 통·반·이장이 집권 여당을 위해 ‘돈 봉투’도 함께 돌릴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김근배 논문 '생태적 약자에 드리운 인간권력의 자취 - 박정희 시대의 쥐잡기운동', 사회와 역사 2010년).
이런 대대적인 쥐잡기에도 불구하고 쥐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고, 사라질 수도 없었다. 2007년에도 경남 양산시는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을 위해 축산 농가를 중심으로 ‘쥐 잡는 날’을 정해 쥐약을 살포했다.
2009년 5월 서울 종로구는 돈의동과 창신동 일대 쪽방촌에서 ‘쥐 박멸 작전’을 벌였다. 이곳에서는 쥐 배설물이 발견되면서 구청 측에서는 만성 살서제(殺鼠劑)를 쥐가 다니는 길목과 예상 서식지에 설치했다. 최근에도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 차원에서 축산농가를 중심으로 쥐잡기가 이어지고 있다.
쥐약 탓에 사라진 여우
쥐약으로 널리 사용되는 와파린(Warfarin)은 VKORC1이란 단백질의 활동을 방해해 혈액 응고를 막는 작용을 한다. VKORC1이란 단백질은 비타민K를 생성, 혈액이 응고하도록 한다. 와파린이 미량일 때에는 혈관 내 혈액 응고를 막아주는 좋은 역할을 하지만, 지나치게 많으면 치명적인 출혈을 일으킨다. 1950년대에 쥐약으로 도입된 이유다.
와파린이 만성 독성을 보인다면 인화아연제(燐化亞鉛劑, zinc phosphite)는 급성독성을 지닌 쥐약이었다. 인화아연제는 1960년대 중반부터 국내에서도 많이 사용됐다. 미끼에 섞인 인화아연제를 섭취하면, 쥐의 소화기관의 산(酸)과 반응하면서 유독한 인화수소 가스가 발생한다.
인화아연제는 다른 개와 같은 가축에게 피해를 줬고, 쥐약을 먹고 죽은 쥐를 먹은 여우·족제비 등 야생동물도 큰 피해를 보았다. 남한에서 여우가 거의 사라져 최근 복원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드라이아이스를 쥐 박멸에 사용하기도 했다. 이산화탄소 얼음인 드라이아이스를 쥐구멍에 넣으면 자연스럽게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쥐를 질식시키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인류가 개발한 가장 강력한 쥐약에도 저항성을 갖는 ‘슈퍼 생쥐’가 등장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됐다. 독일과 스페인의 생쥐가 150만~300만년 동안 격리돼 있던 알제리 생쥐와 교배하면서 이런 특성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격리되면서 다른 종이 됐고, 교배 후 자손 1세대 대부분은 생식 능력이 없었지만, 극소수 암컷이 생식능력을 가지면서 쥐약에 내성을 갖는 생쥐가 나타나게 됐다.
함께 살아가야 할 대상
쥐는 혐오의 대상이지만, 애완동물이기도 하다. 쥐는 인류와 역사를 같이 해온 동물이다. 때때로 인류는 쥐를 박멸하려 했지만, 결코 박멸할 수도 없었고, 박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도 없다. 자연 생태계 먹이사슬에서 쥐(설치류)는 중요한 역할은 맡고 있다. 여우·담비·족제비와 같은 포유류나 뱀, 맹금류의 먹이가 되면서 생물 다양성에 기여한다.
지구 전체를 생각한다면, 싫든 좋든 인류와 쥐는 공존할 수밖에 없다. 집 주변을 오가는 쥐가 보기 싫다면 쥐를 잡아 죽이려 하기보다는 쥐가 먹는 쓰레기를 치우는 노력부터 하는 게 순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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