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의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지명 연구의 오묘한 진리
온갖 삼라만상 모든 것에는 이름이 다 있다. 그렇기에 땅에도 이름이 있다. 땅이름(地名지명)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사람의 이름을 짓는 데에도 일정한 규칙과 방법, 그리고 근거가 있는데 그 근거를 따라가다 보면 제법 재미있는 여러 가지 사실들을 만나게 된다. 특정 지명의 유래 정도는 쉽게 찾아지지만, 가끔 만나는 지명을 연구할 방법을 몰라 한참을 헤매게 된다.
獨島(독도)의 지명에 대한 오해
특히, 울릉도 동남쪽에 위치한 '독도'의 경우가 그러한 데, 이 섬이 망망대해에 외롭게 떠 있기에 '홀로 독(獨)' 자를 써서 '獨島 독도'라 명명한 것으로 쉽게 생각할 수 있으나 외롭게 떠 있다는 점이 명명의 근거가 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지명은 그렇게 낭만적이거나 詩的(시적)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울릉도 현지 주민들은 '독섬, 돌섬'이라는 고유어 이름에 익숙하다. '독섬'의 '독'은 '石(석)'의 뜻이어서 '독섬'은 '돌섬'과 같이 '돌로 된 섬'이라는 뜻이 명확해진다. 지금도 경남과 전남의 일부 지역에서는 '돌'을 '독'이라고 발음하고 있다. '돌로 된 섬'을 '독섬'이라고 심심찮게 부른다. 조선조 말 울릉도로 이주한 호남지역 사람들이 울릉도와 인접한 돌로 된 이 섬을 자기 지역의 말로 '독섬'이라고 불렀다고도 전해진다.
돌에서 독으로, 바로 독은 돌을 뜻한다
獨島(독도)는 '독섬'을 한자화 하는 과정에서 나온 이차적 지명으로 볼 수 있다. '독'이 '石(석)'을 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그저 음이 같은 한자 '獨(독)'을 대응하여 '獨島(독도)'라고 한 듯하다. '獨島(독도)'라는 한자 표기는 1904년 문헌에 처음 보인다. 한편 '독'에 대한 어원 정보를 유지한 채 '독섬'을 한자화하면 '石島(석도)'가 된다. '石島(석도)'는 대한제국<관보>(1900)에 실려 있어 그 권위가 당당하게 느껴진다. 고유어 지명 '독섬'이 '石島(석도)'를 거쳐 '獨島(독도)'로 한자화하는 되는 과정은 고유어 지명 '한여울(큰여울)'이 '大灘(대탄)'을 거쳐 '漢灘(한탄)'으로 한자화하는 과정과 거의 일치를 보여 의심할 여지를 없게 만든다.
경제 사학자의 황당한 주장
이렇기에 20세기를 전후한 시기에 섬의 이름이 '독섬, 석도, 독도'가 함께 쓰였고 언어의 경제성의 원리에 따라 점차 '獨島(독도)'가 세력을 잡는데 승리하여 현재에 자리잡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최근 한 경제사학자는 <관보>에 나오는 '石島(석도)'가 현재의 '독도'가 아니라 울릉도 본섬에 바로 붙어 있는 '觀音島(관음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石島(석도)'가 오래전부터 우리 땅으로 인식되어 왔다는 기존의 통념을 깨는 것이어서 아주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현지 주민들은 '관음도'를 '깍새'가 많이 서식한다고 하여 '깍새섬'이라고는 하지만 '독섬(또는 돌섬)'이라 하지 않는다고 하니 객관성이 많이 떨어지는 주장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관음도를 석도로 볼 수 없으며 더 나아가 석도가 지금의 '독도'라는 주장을 부정할 수 없다.
울릉도 현지의 연세 많은 분들은 저 멀리 떠 있는 돌로 이루어진 섬을 '독섬(또는 돌섬)이라고 여전히 부른다. 이는 그분들의 선대로부터 자연스럽게 물려 받은 오래된 언어 자산이고 생명인 것이다. 그렇기에 지명 연구는 현지 조사가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 한다. 그럴 때만이 타당성과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장에 가서 그 실물을 직접 보고 확인하는 것은 물론 현지의 주민들로부터 그것과 관련된 지명을 직접 들어보아야 한다. 거기에 얽힌 설화나 관련 동반 어휘들을 함께 연구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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