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에서는 '짬밥'을 한자어 '잔반(殘飯)'에서 변한 말로, 군대에서 먹는 밥을 이르는 말로 기술되어 있다. 고유어처럼 인식되어 '짬밥'의 어원을 한자어 '잔반'에서 찾고 있는 듯 하니 조금 많이 의심스럽다. '짬밥'을 '쪄서 만든 밥'을 뜻하는 '짬밥'에서 변한 말로 알고 있는 군필자들도 충분히 의아해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짬밥'이 한자어 '잔반(殘飯)'에서 온 것이 맞는 것 같다. 다만 그 변화 과정이 좀 복잡하여 설명이 필요한데, '잔반(殘飯)'은 한자 뜻 그대로 '먹고 남은 밥'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좀 더 확대되어 '먹고 남은 음식'을 뜻하기도 하는데, 요즘 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잔반을 줄이자"라는 표어 속의 '잔반'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잔반'은 '먹다가 그릇에 남긴 밥'을 뜻하기도 한다. 이러한 밥을 '대궁' 또는 '대궁밥'이라고 한다. 반면 '손대지 아니한 깨끗한 밥'은 '숫밥'이라 한다.
한자어 '잔반(殘飯)'을 통해 '잔밥'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졌다. 이는 한자 '반(飯 : 밥반)'을 고유어 '밥'으로 바꾼 것이다. '잔밥'은 된소리화 되어 '짠밥'이 된다. '잔반'과 '짠밥'은 사전에 올라 있지는 않다. 1980년대 소설이나 신문 기사에서 흔히 발견된다. '짠밥'은 자음동화하여 '짬밥'이 되고 '짬밥'은 사이소리가 들어가 [짬빱]으로 발음된다. 짬밥도 1980년대 문헌에 등장한다. 어떤 국어학자는 잔반이 잠밥을 거쳐 짬반이 된 뒤에 짬반의 반을 밥으로 바꾼 것이 짬밥이라는 설명한다. 잔반에 대한 잔밥이 존재하므로 이런 설명은 조금 어색해진다. 짬밥은 잔밥에서 출발한 단어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잔반과 같은 의미의 단어로 한동안 잔밥, 짠밥, 짬밥이 함께 쓰이고 있다. 이 가운데 짠밥과 짬밥이 군대 사회로 들어가 군대에서 먹는 밥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얻게 되었다. 이러한 의미로 쓰인 짠밥과 짬밥이 1980년대 이후 소설이나 신문 기사에서 흔히 발견된다. 짠밥, 짬밥이 먹고 남은 밥(음식)에서 군대에서 먹는 밥이라는 의미로 변한 것은 한 때 사병들이 먹는 밥이 누군가 먹다 남긴 밥과 같이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짠밥은 그 어떤 의미로도 쓰이지 않고 있다. 한 때 쓰이다 사라진 유행어처럼 말이다. 반면 짬밥은 먹고 남은 밥(음식)이라는 의미는 잃었지만 군대에서 먹는 밥이라는 의미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물론 짬밥은 그 사이 연륜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얻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짬밥이 연륜이라는 비유적 의미를 획득한 것은 아주 재미있다. 군대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당연히 짬밥을 많이 먹게 되어 이것이 자연스럽게 군대 복무 기간, 군대 경력, 경험이라는 의미로 발전해 갔고, 짬밥이 군대사에서 일반 사회로 넘어와 널리 쓰이면서 연륜이라는 일반적 의미까지 발전해 온 것으로 보인다. 참으로 생명력 질긴 어휘가 바로 짬밥일 것이다. 어려운 시절 함께 짬밥을 나누었던 군대 동기들이 불현듯 떠오른다.
며칠 전 친구 몇이서 함께한 저녁 모임. 메뉴판을 훑어보다 적이 놀랐다. ‘골동반(骨董飯)’이 떡하니 올라 있는 게 아닌가. ‘골동반’을 아느냐고 묻자 하나같이 고개를 가로젓는다. ‘고기나 나물 따위와 여러 가지 양념을 넣어 비벼 먹는 밥’이라고 하자, “설마, 비빔밥?”이라며 눈이 휘둥그레진다. 맞다. 골동반은 비빔밥이다. 우리 사전은 둘을 같은 말로 올려놓고 있다. 언어현실은 어떨까. 골동반은 비빔밥에 밀려 입말에서 거의 멀어졌다. 골동반을 처음 알게 됐다는 친구 말처럼 사전에 박제화된 말일 수도 있다.
짬뽕의 처지도 비빔밥과 닮았다. 열이면 열, 짬뽕이라고 하는데 사전은 초마면(炒碼麵)과 짬뽕을 같은 말로 올려놓았다. 이것도 짬뽕을 초마면으로 고쳐 사용하라고 우기다 한발 물러선 것이다. 짬뽕의 뿌리는 초마면일지 모르지만 100여 년의 세월을 거치며 우리 입맛에 맞는 음식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중국집에서 초마면 달라고 하면? 그야말로 ‘웃기는 짬뽕’이 된다.
비빔밥, 짬뽕과 달리 출세가도를 달리는 먹거리가 있다. 바로 ‘짬밥’이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한자어 ‘잔반(殘飯)’을 누르고 세력을 넓혀 나가는 중이다.
짬밥은 ‘잔반에서 변한 말로, 군대에서 먹는 밥을 이르는 말’이다. 혹시 대궁(밥)을 아시는지? 삼시 세끼를 배부르게 먹을 수 없던 힘든 시절을 살아낸 사람들에게는 ‘눈물 밥’이었다. 대궁은 ‘일부러 남긴 밥’이다. 어느 날 벗을 찾아온 손님이 ‘밥을 대접할’ 형편이 못 되는 그 집 사정을 알아채고는 일부러 밥을 남긴다. 그렇게 손님이 남긴 걸 물려받아 먹는 밥이 대궁이다. 그러니까 대궁의 한자어인 잔반, 즉 ‘먹다 남은 밥’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잔반은 빨리 발음하면 ‘잠반’이 되는데 이유 없이 첫소리를 된소리로 발음하면서 ‘짬반’이 된다. ‘짬’은 한자가 아니니 ‘반’과 어울리지 않아선지, ‘반’은 ‘밥’으로 바뀐다. ‘짬밥’이 되고 나니 왠지 사잇소리가 들어가야 할 것 같아 발음이 ‘짬빱’으로 바뀐다(한성우 ‘우리 음식의 언어’).
이처럼 군대에서 만들어진 말, 짬밥은 어느덧 군대 밖으로까지 확대됐다. 짬밥을 많이 먹었다는 건 군대 생활을 오래했다는 뜻. 거기에서 계급이 높고 경험이 많다, 더 나아가 ‘연륜’을 이르는 말로 확대되었다.
흔히 군복무를 가리켜 ‘남자들의 시집살이’라고 말한다. 얼마전 인분사건이 일어났지만 그만큼 군생활은 고달픈 면이 있다. 군대문화를 대표하는 용어는 아무래도 짬밥이다. ‘짬밥’, 어디서 온 말일까? 언뜻봐도 짬밥은 ‘짬’과 ‘밥’이 결합된 말이다. 그러나 앞말 ‘짬’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쉽게 감이 떠오르지 않고 있다. 의외지만 ‘짬밥’은 한자에 어원을 두고 있다.
이를 풀려면, 먼저 짬밥의 정확한 뜻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현재 짬밥은 군대내 공동배식을 뜻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이것이 어의 확장을 일으켜 ‘복무 개월수’를 뜻하는 말로도 쓰이고 있다. 그러나 본래는 ‘남긴 밥’을 뜻하던 말이었다. 가령
“식사 후에는 짬밥처리를 깨끗히 하라”
정도가 된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경로를 거쳐 지금의 ‘짬밥’이 이르렀는가에 대해서는 두가지 설이 혼재하고 있다. 먼저 ‘남긴 밥’을 한자식으로 표현하면 ‘잔반’(殘飯)이 된다. 전자를 지지하는 학자는 이 ‘잔반’이 ‘짠반’, ‘짬반’을 거쳐 지금의 ‘짬밥’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간에 경음화 현상과 자음접변 현상이 일어났다. 그리고 뒷말 ‘반’이 ‘밥’으로 변한 것은 소리뿐만 아니라 뜻도 비슷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사람은 일본식 발음을 들고 있다. ‘殘飯’을 일본식으로 발음하면 ‘잔판’(ざんぱん)이 된다. 이를 지지하는 학자는 이 용어가 구한말부터 사용되다 지금의 ‘짬밥’으로 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두 설은 어느 것도 정설의 위치를 얻지 못하고 있다. 다만 한자 ‘殘飯’이 변한 말이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우리가 잘 몰라서 그렇지, 이같은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순우리말이 존재하고 있다. ‘먹다 남은 밥’을 순우리말로는 ‘대궁’ 또는 ‘군밥’이라고 한다.
군대에 갔다 온 사람들의 대화에서 ‘짬밥’이라는 말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습니다. ‘짬밥’은 ‘군대에서 먹는 밥’을 이르는 말로, 군대에서 제공되는 식사는 품질이 나쁘고 맛이 없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내포돼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군대 급식비가 계속 인상되고 있기 때문에 예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좋아지고 있다고 하지요.
‘짬밥’은 그 외에도 군대, 직장, 학교 등에서 사용되는 은어로, ‘연륜(年輪)’을 뜻하기도 해서 ‘내가 인생 짬밥을 먹어도 너보다 십 년은 더 먹었다.’와 같이 말할 수 있습니다.
‘짬밥’은 원래 ‘먹고 남은 밥’이라는 뜻의 한자어 ‘잔반(殘飯)’에서 변한 말로, ‘남은 밥’이나 ‘음식 찌꺼기’라는 우리말 표현으로 순화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먹다가 그릇에 남긴 밥’을 뜻하는 ‘대궁’ 또는 ‘대궁밥[대궁빱]’과도 같은 뜻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밥’과 관련된 표현 중에 ‘감투밥’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감투’는 옛날에 머리에 쓰던 의관의 하난데, 위로 올라가 있는 모양 때문에 ‘감투밥’은 ‘그릇 위까지 수북하게 담은 밥’을 뜻합니다. 이와 비슷한 것으로 ‘고봉밥’도 있는데, ‘고봉(高捧)’은 ‘곡식을 되질하거나 그릇에 밥 등을 담을 때에, 그릇의 전 위로 수북하게 담는 방법’을 뜻하는 한자업니다. 또 육체적인 노동을 많이 하던 머슴들은 밥을 많이 먹어야 힘을 쓸 수 있었기 때문에 ‘수북하게 많이 담은 밥’을 ‘머슴밥’이라고 했습니다.
어느 50대 직장인이 사무실에서 겪은 이야기다. 부장인 그는 어느날 20대 여직원이 “오~ 짬바 좀 나오는데요”라고 말하는 것을 듣게 됐다. 짬밥이라고 알아들은 그는 “에이~ 내가 이 일을 한 지 20년이 넘었는데 당연히 짬밥이 있지”라고 의기양양했다. 그러자 여직원은 웃으면서 “짬밥이 아니고 짬바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순간 신조어라는 것을 눈치챈 그는 “그래 짬바, 내가 언제 짬밥이라고 했나”라며 겸연쩍게 웃어 넘긴 후 인터넷에서 짬바의 의미를 찾아보았다.
짬바는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Vibe)’의 줄임말이다. 오랜 경력이나 경험이란 의미의 ‘짬’과 분위기나 느낌을 뜻하는 ‘바이브’의 합성어로 ‘베테랑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를 말한다. 경력이 오래된 사람들이 멋진 행동을 할때 흔히 ‘짬바가 있다’라고 표현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온 유명 래퍼가 자신의 경력이 오래됐음을 강조하면서 사용한 후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게 됐다.
군대 용어인 짬밥과 비슷한 의미이지만 짬밥이 그냥 경력만 오래된 것을 가리켜 낮춰 부르는 말이라면, 짬바는 베테랑의 전문가적 식견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신세대들이 짬밥 대신 굳이 짬바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사용하는 데는 기성세대와 차별화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는지도 모른다.
요즘 낯선 신조어에 스트레스를 받는 기성세대들이 많다. 일상생활은 물론 인터넷과 심지어 지상파 방송에서도 뜻 모를 신조어가 남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돈을 쓰며 과시하다’는 의미의 ‘플렉스’는 이미 일반화됐고 ‘머선 129’(무슨 일이야?) ‘스불재’(스스로 불러 온 재앙) 같은 용어도 빈번하게 쓰인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등장한 ‘슬세권’(슬리퍼를 싣고 다닐 정도의 동네 상권), ‘확찐자’(코로나가 낳은 비만), ‘브이노믹스’(바이러스가 바꾸어 놓은 경제)는 언론에서도 사용할 정도로 일반화되고 있다.
신조어는 트렌드를 보여 주는 지표 가운데 하나다. ‘라떼 세대’(기성세대)와 구분 짓고 싶어하는 신세대들의 신조어 사용을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들과 소통하는 도구로 이해하는 것도 삶의 지혜가 아닐까 싶다.
아무리 술자리라도 듣는 사람 입장에서 꽤나 지루한 주제가 군대 이야기다. 군대 갔다온 당사자만 신나는 게 대부분이다. 군필자라면 맞장구라도 치겠으나, 나머지 사람들에겐 하품 나는 딴 세상 이야기일 뿐이다. 군대에서 축구를 한 이야기까지 나오면 동석한 여성들의 표정에 괴로움이 그대로 묻어나온다. 그런데 요즘 뜻하지 않게 군대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된다. 군 부실급식을 둘러싼 논란 때문이다.
군생활을 돌이켜보면 군급식, 이른바 짬밥에 대한 추억이 많다. 2년 넘게 하루 세끼를 군대에서 먹었으니 오죽하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추억은 맛이 없으나 건강한 식단이었다는 점이다. 밥은 간간이 떡처럼 엉겨붙어 있었고 멀건 된장국이 단골 메뉴였다. 그래도 식재료가 신선해서인지 군대 가기 전 애먹이던 각종 ‘속병’이 싹 사라졌던 경험이 있다.
또다른 추억은 부대별 짬밥의 수준 차이다. 사단사령부에서 근무하며 여러 예하부대의 짬밥을 먹어보니 “같은 식재료인데 이렇게까지 차이가 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떠나지 않을 정도였다. 결국 일부 군 간부들이 식재료를 떼먹느냐 아니냐에 따라, 조리병의 요리 솜씨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짬밥의 수준차가 벌어진다는 게 당시의 생각이었다.
이미 30년 넘은 옛일이 됐지만, 최근 부실 군급식 논란을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바뀐 게 없어 보인다.
군 부실급식 논란도 메뉴에 있는 요리나 반찬이 군인들에게 제대로 배급되지 못한 게 발단이 됐다. 엉터리 식재료 수급 관리와 배식 실패가 사태의 본질인 것이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애먼 식자재 계약방식에 화살을 돌렸다. 50여년간 유지된 농·축·수협과의 수의계약으로 인해 부실급식 사태가 불거졌다는 논리다. 전형적인 ‘책임 전가’다. ‘작전에 실패하면 용서가 돼도 배식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가 안된다’는 우스갯말이 있는데, 배식에 실패한 군이 책임을 떠넘길 희생양을 만든 형국이다.
국방부는 14일 군급식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농·축·수협과의 수의계약 물량을 내년부터 3년간 단계적으로 축소해 2025년부터 식재료를 전량 경쟁체계로 조달하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가공식품에 쌀 함유 의무 규정과 흰우유 의무 보급 규정도 폐지했다. 장병들의 건강보다는 입맛대로 급식을 제공해 불만을 잠재우겠다는 의도다.
농축수산물의 ‘국내산 원칙’과 ‘지역산 우선 구매’ 규정만이 이번 대책에 간신히 포함됐다. 이마저도 경쟁입찰 시범사업 부대에서 수입 농축산물과 대기업 제품을 대거 요구한 데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여론에 떠밀려 넣은 규정이다.
이번 대책으로 당장 내년부터 농·축·수협과의 수의계약 물량이 줄어 군납농가들의 피해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접경지역 농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배신이나 다름없다. 수십년간 군부대로 인한 불편함을 감수하는 대신 농축산물을 군납한 것인데, 이제 와서 나 몰라라 한다는 불만이 하늘을 찌른다. 이들이 집단시위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국방과 농업은 전통적으로 국가안보의 양대 축이다. 국방은 나라를 지키고 농업은 식량안보를 책임진다. 농·축·수협과의 수의계약 대신 경쟁체계를 전면 도입하면 위급시에 식량 비축·조달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지 되묻고 싶다. 안보의 한축이 흔들릴 수 있다. 이런 논리라면 ‘군인도 외국에서 수입하자’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군인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때 제공하는 건 국가의 의무다. 경쟁조달 시스템이 되면 값싼 가공제품이나 수입제품 위주로 식단이 짜여 군인들의 건강을 담보하기 힘들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계획생산체계에 기반한 수의계약을 유지하며 군인들의 만족도를 높일 방안을 찾는 게 합리적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요즘 군인들에게 훗날 짬밥이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도록 묘수를 고민해야 한다.
일생에 한번은 갔다와야 하는 군대! 군대를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희로애락이 아주 야무지게 곁들어져 있는 곳이 군대다. 남자들끼리 부대끼고 365일을 지내다보면 별의 별일들이 다 일어난다.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군대에서 쓰이는 용어들, 희한한 용어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군대에서 자신의 위치를 재어볼 수 있는 척도의 단위 ‘짬밥’이라는 단어는 누가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오래된 냄새를 풍기는 단어이다. “군대생활은 짬밥이다”라는 말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짬밥이 오래되면 될수록 내가 누리는 권력은 하늘을 찌른다. 취사장에 반찬이 많아질 수도 있고 훈련을 뛰더라도 군장이라는 가방의 짐이 가벼워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짬밥도 요즘 시대에는 점점 빛을 잃어간다. 바로 새로운 권력인 ‘이등별!’이라는 분들인데 이등병을 별을 단 장군계급으로 격상시킨 것으로 이분들이 손수 마음을 담아 쓴 편지 한 통이면 웬만한 데쓰노트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여 진득하니 짬밥을 드신 분도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짬밥은 또한 다의어로 군대에서 먹는 밥도 짬밥이라고 한다. 생각해보면 짬밥을 많이 먹었으니 당연히 계급이 높은 것이니 맞는 말이다.
계급이야기를 하니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꺾이다’라는 단어. 사람의 인생 그래프를 그리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즉, 상향하다 꼭짓점에 오른 후 하향하는 삼각형 모양을 말하는데 ‘꺾인다’는 말도 이를 뜻한다. 보통 상병 5개월이 되면 꺾이다 말을 쓰는데 상병 5개월이 되면 병사들의 계급사회에서 가장 권력을 지니며 병장 부럽지 않은 행동대장이라고 할까? 활동복의 지퍼를 목 끝까지 채우고 건들 건들하며 경례할 때의 각은 구부러진다. 관등성명은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게 이등병 어린 아이에게는 그저 부러울 뿐! 그 시기가 지나면 전역 생각과 함께 점점 노후의 길을 걷는다. 말년 병장이 되면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된다.
‘가라’라는 단어를 보자. 어디를 가다라는 명령어가 아닌 가짜? 뭐 이런 뜻으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이 뜻은 작업을 할 때 자주 쓰이는데 진짜로 하는 게 아니라 가짜로 대충하다는 뜻이다. 부소대장이나 행정보급관의 눈을 피해 가라로 작업을 한다. 군대는 눈치다. 물론 열심히 할때도 있지만 시간이 흐르게 되면 눈치를 살피고 요령을 피우면 군 생활이 그리 어렵진 않다.
작업하면 또 다른 ‘나라시’라는 단어. 한 선임이 “막내야 나라시 좀 쳐라”라고 나에게 말했을 때 나는 옆에 어린나무를 삽으로 치다 욕먹었다. 나라시는 일본말인지는 모르지만 지면을 평탄화하는 작업을 뜻한다. 중요하다. 군대는 쌓는 것, 파는 것, 나라시치는 것으로 대부분 작업을 해결할 수 있다.
군대가 참 힘든 곳이기는 하다. 하지만 경험은 할 만한 곳인 것 같다. 남자 셋 모이면 군대이야기는 한다고 한다. 물론 뻥이 심하기는 하지만….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잠시나마 추억에 젖어보는 건 어떨까? 전역한 동기나 선임, 후임도 오랜만에 전화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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