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말

시금치의 어원자료_중국어 치근차이

by noksan2023 2023. 12. 28.
반응형

 

뽀빠이와 시금치

 

 

 

“뽀빠이, 도와줘요~!”

 

우리나라에 TV가 보급되기 시작하던 60~70년대에 가장 인기 있었던 애니메이션은 단연 <뽀빠이>였다. 그의 여자 친구 올리브가 이렇게 외칠 때마다 시금치를 먹고 달려가 악당들을 물리치는 힘센돌이 사나이 뽀빠이. 1929년 미국에서 발간된 만화 <골무극장>에서 조연으로 처음 등장했던 뽀빠이는 이후 애니메이션 <베티 붑의 대나무 섬>에 등장하며 인기를 얻었다. 그 후 1933년 <뱃사람 뽀빠이>라는 독립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통해 주인공으로 거듭났고 세계 각국의 TV를 통해 동심을 사로잡았다.

 

이 만화영화를 보았던 우리 세대들은 하나같이 ‘시금치=정력’을 떠올린다. 시금치 통조림을 먹기만 하면 힘이 불끈 솟는 뽀빠이의 모습이 연상되어서이다. 이는 시금치에 철분이 많다고 알려진 이유인데, 재미난 에피소드가 전해온다. 1870년 독일의 과학자 울프(E. von Wolf)가 기고한 출판자료에서 여비서가 시금치 100g당 철분 3.6mg을 소수점을 빠트린 채 무려 36mg으로 잘못 타이핑 치는 바람에 벌어진 해프닝이었는데, 1930년대에 와서야 정정되기까지 잘못된 이 수치를 미국의 시금치 통조림 회사가 발 빠르게 상업적으로 우려먹은 게 <뽀빠이> 시금치 신화의 시초가 되었다. 참고로 시금치의 철분 함량은 배추나 브로콜리, 렌틸콩이나 말린 콩에도 못 미친다. 

 

이런 영향 탓인지 미국인들은 지금도 시금치를 베스트 푸드의 반열에 올리길 주저하지 않는다. 2015년 초 미국 질병관리본부(CDC)가 발표한 ‘채소 베스트 푸드 5’에 시금치를 포함 시켰으며, 미국 인터넷 매체인 『허핑턴포스트』도 함께 먹으면 좋은 음식 중 하나로 시금치와 레몬을 꼽았다. 시금치, 케일, 근대 등 식물에 있는 철분은 비타민C와 함께 먹으면 더 흡수가 잘 되고, 레몬주스나 약간의 딸기, 피망을 더하면 식물성 철분이 생선이나 고기에 있는 형태로 변하여 인체의 면역력을 향상시키고 기운을 북돋아 주는 데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시금치는 명아주과에 속하는 1,2년생 풀이다. 아르메니아로부터 이란에 걸친 지역이 원산지인데 페르시아, 아라비아, 지중해 연안 여러 나라를 거쳐 유럽으로 퍼졌고 중국에는 3세기경 이란으로부터 전해졌으며, 우리나라에는 1577년(선조 10)에 최세진에 의해서 편찬된 『훈몽자회(訓蒙字會)』에 처음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조선 초기 중국에서 전래 된 것으로 여겨진다. 시금치는 내한성이 강하여 한반도 전역에서 재배되고 있으며 경기·경남·전남 등지가 주산지이다. 

 

시금치 이름의 어원은 이우철의 『한국 식물명의 유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시금치의 붉은 뿌리를 상징하여 적근(赤根)/적근채(赤根菜)를 어원으로 하는 중국발음(치근치)을 본떠 시근채>시근취>시금치로 변화하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자명은 원산지 페르시아에서 전래 된 채소라는 뜻으로 ‘파릉채(菠蔆菜)’ 또는 ‘파채(菠菜)’라 하고 빨간색 뿌리채소라는 뜻으로 ‘홍근채(紅根菜)’라고도 한다. 학명은 Spinacia oleracea L.이다. 속명 ‘스피나치아’는 라틴어에서 ‘종자에 가시(spina)가 있다’는 뜻에서 비롯되었으며, 종속명 ‘올레라시아’에는 ‘식용으로 쓰이는 채소’라는 뜻이 담겨있다.

 

시금치의 재배 형태는 봄 가꾸기·여름 가꾸기·가을 가꾸기의 세 가지가 있다. 봄 가꾸기는 4~5월에 씨를 뿌려 5~6월에 수확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품종으로는 노벨이 있다. 여름 가꾸기는 6~8월에 씨를 뿌려 8~10월에 수확하는 형태로 재래종이 재배되나 온도가 25℃ 이상 되면 자라지 않으므로 고랭지에서만 재배된다. 가을 가꾸기는 9~10월에 씨를 뿌려 10~11월에 수확하는 것으로 주로 우성 시금치가 재배된다. 파종은 줄뿌림을 주로 하며 시비량은 10a당 질소 20kg, 칼륨 15kg, 인산 12kg 정도이다. 수확은 재배 시기에 따라 다르나 파종 뒤 50~60일에 실시한다.

 

시금치는 대표적인 장일(長日) 식물로 낮의 길이가 길어짐에 따라 성장이 빨라진다. 토양 산도는 pH 6.6~7.5가 알맞고 산성토양에서는 생육 장해가 심하다. 시금치는 종자의 형태에 따라 각이 있는 유각종과 각이 없는 무각종으로 구분된다. 유각종은 종자에 2~3개의 돌기가 있고 잎은 가늘고 길며 내한성이 강하여 가을 재배에 알맞다. 무각종은 유각종의 돌연변이로 생겨 난 것으로서 잎이 넓고 옆면은 오글거려 파도 형상을 나타내며 주로 봄 재배에 이용된다. 또 이 두 종의 잡종도 재배된다.

 

‘포항초’로 잘 알려진 경북의 포항 시금치가 2014년 12월 시금치로서는 국내 처음으로 지리적표시 등록을 마쳤다. 포항 시금치는 이 지역의 토착 재래종으로 1950년대에 이미 수도권 지역으로 대량 출하되면서 전국적으로 명성을 쌓게 되었다. 포항은 겨울철에도 기온이 온난한 해양성 기후의 영향으로 시금치 재배에 적격이다. 이곳의 생산 농가는 544곳, 재배면적은 356㏊, 생산량 4,915톤 수준이지만 연 소득액은 133억 원으로 전국 시금치 소득액의 30% 수준이다. 연중 불어오는 해풍의 영향으로 뿌리 부분의 적색과 잎 부분의 녹색이 진하고 당도와 비타민C는 물론 수분과 식이섬유 함량이 높아서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포항초를 찾는 이들이 꾸준하기 때문이다. 

 

영양가가 높은 시금치에는 유기산으로 수산(蓚酸, oxalic acid), 사과산, 구연산, 아이오딘(옥소) 및 비타민C가 채소 중에서 제일 많이 들어있다. 또 비타민B1, 비타민B2, 나이아신, 엽산, 사포닌 외에 당질, 단백질, 지방, 섬유질, 칼슘, 철 등의 영양소도 골고루 들어 있다. 성분을 살펴보면 단백질 2.6%, 지방 0.7%, 탄수화물 4.2%, 섬유질 0.7%이며, 철분이 100g에 3.0~4.2mg, 비타민A가 5,000~8,000I.U., 비타민C가 30~60mg 들어있다. 시금치는 채취하여 하루만 지나도 절반 이상의 영양분이 감소 되는 약점이 있다. 시금치 성분 중 비타민C는 열에 약하기 때문에 살짝 데쳐서 나물로 먹는 것이 가장 좋다. 

 

시금치가 약용(藥用)으로 문헌에 처음 등장한 것은 713년에 발간된 『식료본초(食療本草)』에서다. “시금치는 오장에 이롭고 술로 인한 독을 풀어준다”라 하였다. 한편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시금치는 혈맥을 통하게 하고 속이 막힌 것을 열어 준다”고 기술하고 있다.

 

1927년에 발간된 『미국의학(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지에 따르면, 시금치는 '채소의 왕'으로 불리며 빈혈, 소화불량, 쇠약, 정력 감퇴, 심장 장애, 신장 장애 등의 치료에 이용되었다고 한다. 시금치는 카로티노이드를 많이 함유한 식품 중의 하나로서 폐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아울러 시금치에는 위장을 활발히 하고 정화하는 약리 작용이 있으므로 위장장애, 변비, 냉증, 거친 피부 등에 유효하다. 뿌리에는 조혈 성분인 구리, 망간, 단백질 등의 영양소가 풍부하므로 생즙을 낼 때에는 뿌리까지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생즙은 치아의 건강에도 좋다.

 

시금치는 다양한 비타민을 골고루 함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보혈 강장 효과가 있는 식품으로서 성장기 어린이는 물론 임산부에게 좋은 알칼리성 식품이다. 아울러 시금치는 요산(尿酸)을 분리하여 배설시키므로 류머티즘이나 통풍에 유효한 식품이다. 또 시금치는 식물성 섬유질이 풍부하고 장의 운동을 활발하게 해주는 작용이 있어 변비에 효과적이다. 장(腸)의 열을 내려주는 약효도 있어 치질에 먹으면 좋다. 철, 엽산 등은 빈혈의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 최근 국립보건연구원과 고려대 안산병원은 노인 1,215명을 조사한 결과 혈중 호모시스테인 농도가 높으면 치매 전 단계인 '경도 인지장애'에 걸릴 위험이 증가한다고 발표했다. 체내 부산물인 호모시스테인 농도를 낮추려면 엽산과 비타민B12를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은데 엽산은 시금치, 아스파라거스 등에 많고, 비타민B12는 굴과 소의 간 등에 많다.

 

한편 시금치에는 수산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서 오랜 기간 많이 먹으면 신장이나 방광에 결석(結石)이 생길 우려가 있다. 수산이 체내의 칼슘과 결합하면서 수산칼슘으로 변화하여 신장과 요도 등에 결석을 가져오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루에 500g 이상을 먹지 않으면 상관없으므로 평소 먹는 분량으로는 별걱정을 안 해도 된다. 가정에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식이요법으로는 시금치와 깻잎을 살짝 데쳐 먹으면 빈혈에 좋고, 시금칫국을 먹으면 주독(酒毒)이 풀린다.

 

일찍이 내 어머니는 아버지가 약주를 드신 다음 날이면 으레 시금칫국을 끓여주셨다. 남해가 고향인 김법수 시인도 <시금치>라는 시를 통해 모정(母情)을 되살린다. 

 

  냉장고에 봉지째 넣어 둔, 어머니가 가져온 

  시금치가 시들었다. TV에서 본 대로 

  식초 몇 방울 떨어뜨려 잎을 살려낸다

  겨우내 시금치 묶어서 만든, 재수생 손자 대학등록금을 

  몸에 지니고 와, 시금치와 함께 내어놓는 

  오른손 엄지가 닭발처럼 휘었다.

  뼈가 부러져 닭발이 되어 버린 어머니 

  엄지손가락을 나는 알지 못했다

  슬며시 시선을 돌린 창밖에는 한여름 단단하던,

  폭설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낙엽송이

  팽팽하게 붉어진 얼굴로 아슬아슬 흔들리고 있다

  해풍에서 자라 단맛이 좋은 어머니의 시금치, 

  나물로 무치지 못하고 나는 그저

  시든 이파리만 자꾸 살려내고 있다 

 

 

 

적근채 시금치


 

 

시금치는 국거리나 나물로 사시사철 즐겨 먹는 녹황색 채소다. 100세 건강을 외치는 요즘, 시금치는 각종 영양 성분이 듬뿍 들어 있는 완전 건강식품으로 특별한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시금치는 우리 땅에서 자생하던 토종 채소는 아니다. 아시아 서남부 일대에서 재배되다가 중국을 거쳐 조선 초기에 국내에 들어온 외래종이다. 

 

시금치는 16세기의 <훈몽자회 1527>에 시근채로 처음 등장한다. 여기에는 시근채를 중국어 속어로 赤根菜라 한다는 기록이 나온다. 이것이 16세기의 시근채와 대응하기 때문이다. 중국어 학습서인 <노걸대언해 1670>에서 시근채에 대응된 적근(赤根)을 중국어로 치근이라고 읽고 있는 것을 보면, 시근채는 중국어 赤根菜(치근차이)를 차용한 말임을 알 수 있다. 적근채는 한자 뜻 그대로 붉은 뿌리의 채소라는 뜻이다. 연한 붉은 색을 띠는 뿌리에 초점을 맞춘 채소 명칭임을 알 수 있다.

 

중국어 적근채(치근차이)가 우리말에 시근채로 들어온 것인데, 치근이 시근으로 변하는과정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분명한 것은 시근채는 중국어에서 들어온 말이라는 사실이다. 중국어 적근채(치근차이)가 붉은 뿌리의 채소라는 뜻이므로 그 차용어인 시근채도 그와 같은 의미를 띤다.

 

시근채가 시금치로 변하는 과정은 어렵지 않게 설명할 수 있다. 시근채는 비어두 음절에서의 '아래아'가 '으'로 변함에 따라 시근츼로 변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어형은 문헌에 보이지 않는다. 19세기 문헌에는 시근취<물보 1802>, 싀근채<한불자전 1880> 등이 보인다. 시근취는 시근츼에서 제3음절의 모음 '의'가 위로 변한 어형이고, 싀근채는 시근채에서 제1음절의 모음 이가 의로 변한 어형이다. <한불자전 1880>에서 싀근채를 산채로 기술한 것을 보면 형용사 싀다(시다)에 이끌려 제1음절의 모음이 그렇게 변한 것이 아닌가 추정할 뿐이다. 

 

20세기 초의 <조선어사전 1920>에는 시근채가, <조선어사전 1938>에는 시금치와 싱금초가 올라 있다. 시금치가 비로소 사전에까지 오른 것이다. 시금치는 시근채가 시근취를 거쳐 시근치로 변한 뒤에 나타난 어형이다. 'ㄴ'이 'ㅁ'으로 변한 것이 특이한데, 이러한 변환느 간초다가 감초다(감추다)로, 진재(긴고개)가 짐재로, 잔자리가 잠자리로 변한 예에서도 확인되어 전혀 어색하거나 무리가 없다. 현대국어 사전에는 중국어 차용어 시금치 이외에 한자어 마아초, 적근채, 파릉채도 올라 있다. 

 

시금치는 한자어로 파채(菠菜)·적근채(赤根菜)라고 하며, 학명은 Spinacia oleracea L.이다. 채소로 재배되는 식물로 높이가 50㎝에 달한다. 원줄기는 곧추 자라고 속이 비었으며 연한 녹색이다. 잎은 처음에는 밑에서 몰려 나오지만 원줄기에서는 어긋나며 밑부분에 달린 잎은 긴 삼각형 또는 난형이고 위로 갈수록 작아져서 피침상 창검형이나 피침형이 된다. 꽃은 이가화로 5월에 피며, 열매는 꽃받침 같은 소포로 싸여 있는데 2개의 가시가 있어 마름의 열매와 비슷하다.

 

원산지는 페르시아지방으로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나라는 1577년(선조 10)에 최세진(崔世珍)에 의해서 편찬된 『훈몽자회(訓蒙字會)』에 처음 시금치가 등장하고 있어서 조선 초기부터 재배된 것으로 여겨진다. 현재 많이 식용하고 있는 채소로 재배면적은 약 5,000㏊에 6만7000t이 생산된다.

 

시금치의 발아적온은 15∼20℃ 이상이며 25℃에서는 발아가 나빠진다. 시금치는 대표적인 장일식물(長日植物:해가 길어져서 12시간 이상이면 꽃봉우리를 맺는 식물)로 낮의 길이가 길어짐에 따라 추대가 빨라진다. 토양산도는 pH 6.6∼7.5가 알맞고 산성토에서는 생육장해가 심하다. 시금치는 종자의 형태에 따라 각이 있는 유각종과 각이 없는 무각종으로 구분된다.

 

유각종은 종자에 2,·3개의 돌기가 있고 잎은 가늘고 길며 내한성이 강하여 가을재배에 알맞다. 무각종은 유각종의 돌연변이 현상에 의하여 생긴 것으로 잎이 넓고 옆면은 오글거려 파도형상을 나타내며 주로 봄재배에 이용된다.

 

또한 이 2종의 잡종도 재배된다. 재배형태는 봄가꾸기·여름가꾸기·가을가꾸기의 세 가지가 있다. 봄가꾸기는 4·5월에 씨를 뿌려 5·6월에 수확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품종으로는 노벨이 있다. 여름가꾸기는 6∼8월에 씨를 뿌려 8∼10월에 수확하는 형태로 재래종이 재배되나 온도가 25℃ 이상 되면 자라지 않으므로 고랭지에서만 재배된다.

 

가을가꾸기는 9, 10월에 씨를 뿌려 10∼3월에 수확하는 것으로 주로 우성시금치가 재배된다. 파종은 줄뿌림을 주로 하며 시비량은 10a당 질소 20㎏, 칼리 15㎏, 인산 12㎏ 정도이다.

 

수확은 재배시기에 따라 다르나 파종 뒤 50∼60일에 실시한다. 성분은 단백질 2.6%, 지방 0.7%, 탄수화물 4.2%, 섬유질 0.7%이며, 철분이 100g에 4.2㎎, 비타민 A가 5,000∼8,000I.U., 비타민 C가 30∼60㎎ 들어 있다. 주로 데쳐서 나물을 무쳐 먹으며, 토장국을 끓이는 데 넣기도 한다.

 

 

 

시금치의 종류

 

 

우수(2월18일) 경칩(3월5일) 지나면 대동강 물도 풀린다고 한다. 이즈음이면 겨우내 땅속에서 숨죽이던 생명들도 꿈틀댄다. 겨우내 밥상에 오르던 김장김치가 슬슬 물릴 때도 이 즈음이다. 달래, 냉이, 씀바귀 같은 봄나물이 반갑고 봄동이 입맛을 돋운다. 겨울 들판에서 눈보라를 뒤집어쓰고 자라나고도 더 한층 푸르름을 자랑하는 채소는 따로 있다. 한살림 노지 시금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언 땅에 뿌리 내리고 제 몸에 당분을 축적하며 더디게 더디게 자라온 한살림 노지재배 시금치가 지금 한창이다. 가을에 파종해 전남 해남, 전북 부안, 비교적 겨울이 덜 매서운 바닷가 산지에서 눈보라 속에 자라난 장한 채소들이다.

 

사실 한살림 시금치는 사계절 내내 공급된다. 4월부터 11월까지는 충북 청주, 청원에서 시설재배한 것이 나오고 12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는 전북 부안과 전남 해남의 노지에서 키운 시금치가 공급된다. 이맘때 나오는 노지 시금치는 탁 트인 들판에서 눈보라와 겨울바람을 맞고 자란다. 추위를 견디느라 모양이 매끄럽지만은 않지만 달고 고소한 맛에 향마저 일품이다.

 

노지 시금치 농사는 보통 지난 해 가을 파종하기 전에 퇴비를 넉넉히 넣어 땅을 갈아주는 것부터 시작한다. 여기에 잡초를 억제하기 위해 비닐을 덮는다. 파종을 한 지 약 3개월이 지나면 15센티미터 가량 자라 수확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출하시기를 고려해 9월부터 11월까지 시차를 두고 파종을 한다. 비닐덮개에 뚫어놓은 구멍마다 4~5알씩 씨앗을 넣지만 여전히 잡초 제거가 큰일이다. 시금치가 나오는 구멍에는 잡초들이 함께 머리를 내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을 하나하나 손으로 뽑아주는 수밖에 없다. 혹시 뿌리가 엉켜있어 시금치가 같이 뽑힐 수도 있어 조심스럽게 작업을 해야 한다. 시금치는 습기에 약해 10월에 비가 많이 내리면 노균병, 회색 곰팡이병이 생길 수 있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으니 별다른 조치를 취하진 못하고 돌려짓기를 통해 사전에 병을 방지하는 것 정도가 대응책이다. 병이 심하게 돌면 약속했던 출하량을 지키지 못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생긴다.

 

본격적인 수확은 12월부터 시작된다. 노지 재배를 하는 부안이나 해남이 비교적 따뜻하다고는 하지만 이곳들도 추울 때는 영하 5도 아래로 떨어지는 일이 많다. 이럴 때 칼바람을 맞으며 작업하기가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니다. 이때가 원래는 농한기라 여름내 흘렸던 팥죽 땀을 보충해야 하는 시기이다. 그런데도 농번기 못지않게 부지런히 일을 해야 하는 생산자들의 고충이 보통이 아니다. “암만 날이 풀렸다 해도 손발이 시리고 고생스럽지요. 그런데 이맘 때 시금치가 제일 달아요. 추위를 견디고 자란 시금치가 맛이 좋으니 힘들어도 해야지요.” 부안의 산들바다공동체 이백연 생산자는 담담한 말투로 이렇게 이야기했다. 수확한 시금치는 눈보라를 견딘 징표로 훈장처럼 노란 잎을 달고 있는 경우가 많다. 손이 많이 가지만 이것들을 일일이 손질해 조합원들께 공급한다. 기후변화의 영향 탓인지 갈수록 겨울 추위가 가혹해지고 있다. 지난겨울도 매서워 달래, 씀바귀 같은 봄나물 공급 시기도 조금 늦춰질 것 같다고 한다.

시금치 들여다보기

시금치는 서남아시아가 원산지인 채소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널리 재배되고 있다. 조선 중중 때 어학자 최세진이 쓴 ‘훈몽자회(訓蒙子會)’에 한자 이름인 파릉(菠薐)이 중요한 채소라 기록된 것으로 보아 조선시대 초기부터 재배되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시금치는 된장국, 나물 등 익숙한 서민요리 재료로 자리 잡았다. 시금치를 가장 많이 재배하는 나라는 미국으로 시금치를 소재로 한 만화 ‘뽀빠이’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서양에서는 시금치로 샐러드나 파이, 수프 등을 만들어 먹는다. 유럽에서는 남녀가 데이트 할 때, 마치 우리나라에서 고춧가루가 든 음식을 기피하듯 이 사이에 시금치가 낄 것을 염려해 시금치 요리는 피한다는 속설이 있기도 하다. 시금치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데에는 고소한 맛이나 비교적 재배가 쉬운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철분, 엽산, 루테인, 베타카로틴을 비롯한 각종 비타민 등 몸에 좋은 성분이 많고 특히 성장기 어린이, 임산부와 노인에게 이롭기 때문일 것이다. 또, 시금치에 많이 들어있는 루테인과 베타카로틴은 눈 주변에 쌓여 눈 노화의 주범이 되는 유해산소를 제거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텔레비전에 방영된 건강 다큐멘터리 ‘생로병사의 비밀’에서는 시금치 산지 노인들의 눈 건강상태를 검사해 이 같은 사실을 입증하기도 했다. 「동의보감」에는 시금치가 오장을 좋아지게 하고 장위(입에서 항문까지의 소화기관)에 있는 열을 없애며 주독을 풀어준다고 쓰여 있다.

시금치, 맛있게 데치는 방법

시금치는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단시간에 데쳐야 영양소 파괴를 줄일 수 있다. 오래 데치면 시금치 고유의 푸른색이 변하고 너무 흐물흐물해져 식감이 떨어진다.

시금치를 싱싱하게 보관하려면?

시금치는 물을 뿌린 신문지에 싼 뒤 비닐봉지에 넣어, 가급적 세운 상태로 냉장 보관하는 게 좋다. 축축한 신문지는 시금치의 수분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도와주고, 위로 자라는 시금치의 습성에 맞춰 세워서 보관하기에 눕혀 보관할 때보다 천천히 시든다.

시금치에 대한 오해

시금치에는 옥살산 많이 함유되어 있다. 옥살산이 체내에서 칼슘과 결합하면 결석을 유발하는 경우가 있어 시금치가 몸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보통 식사 때 시금치를 섭취하는 양은 30~40g에 불과하기에 사실 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