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 없이 술을 마실 때 흔히 깡소주를 마신다고 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굉장히 괴로운 상황의 등장인물이 주로 마시는 걸로 자주 등장을 한다.
강된장에 비벼 먹는 밥도 흔히 깡장 비빔밥이라고 한다. 깡소주? 깡장 비빔밥? 대체 깡이란 무엇일까? 깡은 강을 잘못 쓰고 있는 말이다. 그것만으로 이루어진의 뜻을 나타내는 말은 깡이 아니라 강이다. 접두사 강은 강보리밥, 강조밥, 강된장, 강참숯처럼 오직 순수하게 그것만으로 이루어져 있어 다른 것은 섞이지 않았다는 뜻을 갖고 있다.
강된장의 경우 된장찌개를 끓일 때 건더기는 조금 넣고 된장을 많이 넣어서 되직하게 끓인 것을 뜻한다. 그야말로 된장만 들어 있는, 다른 것은 섞이지 않은 된장찌개가 바로 강된장이다.
요즘 우리말을 된소리로 발음하려는 경향 때문에 강소주가 깡소주가 된 것으로 추정하는데 언어는 곧 사회의 거울이다. 사회가 살기 어려워질수록 된소리, 거센소리가 더욱 번성을 한다. 원래 우리말은 매우 부드러운 소리의 언어였다. 쌀도 살이고 칼도 갈이라고 했다. 그러다 일제시대를 거치고 남북전쟁을 거치는 동안 살을 쌀로 갈을 칼로 점점 센소리로 발음하게 된 것이다.
“형 깡소주가 정확히 무슨 뜻이지요?”
얼마 전 어느 모임에서 후배가 물었던 질문이다. 자리에 함께 있었던 이들이 하나둘 말을 거들었다.
“깡으로 마시는 소주라는 말 아니야?”
“강소주를 그렇게 말하는 거야. 강한 소주라는 말이지.”
먼저 위 질문의 답을 말하자면 깡소주는 강소주의 잘못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강소주를 아래와 같이 풀이하고 있다.
그렇다면 강한 소주라는 추측을 한 친구는 어떤 유추과정을 통해서 저런 답을 하게 된 것일까? 아무래도 강이라는 접사를 혼동한 것으로 보인다. 아래는 《표준국어대사전》의 접사 강20과 강21(强)의 뜻풀이이다.
강-20 「접사」
「1」((몇몇 명사 앞에 붙어))‘다른 것이 섞이지 않고 그것만으로 이루어진’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2」((몇몇 명사 앞에 붙어))‘마른’ 또는 ‘물기가 없는’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3」((몇몇 명사 앞에 붙어))‘억지스러운’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강-21 (强) 「접사」
((일부 명사 앞에 붙어)) ‘매우 센’ 또는 ‘호된’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모임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버스에서 내리니 입에서 입김이 나왔다. 이제 입춘도 지났으니 강추위도 주춤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위의 뜻풀이를 보며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강추위1과 강추위2 모두 매운 추위, 심한 추위라고 뜻풀이 하고 있고 두 올림말의 차이는 눈과 바람의 유무이다. 만약 강추위1이 접사 강20의 뜻만 그대로 따른다면 ‘눈도 오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는 추위’ 정도의 뜻풀이가 적당할 것이다. 그리고 강추위2가 접사 강21의 뜻을 따른다면 ‘매우 심한 추위‘ 정도의 뜻풀이가 옳을 것이다. 단순히 두 올림말의 차이를 두기 위하여 강추위2에 눈과 바람이 부는 이라는 단서를 달은 것으로 보인다.
올겨울만 해도 '때 이른 한파'라든가 '27년 만의 {강추위}' '예고 없이 떨어진 기온' 등이 기상 뉴스에 등장하고 있지요.《중앙일보: 지구 뜨거워진다는데 강추위 왜 계속되나요, 2013.2.20》
새해 첫 주 내내 서울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근처인 {강추위가} 이어지겠으며 1월 1일에는 일부 지방에 눈이 내리겠다.《경향신문: 올해 마지막 날, 내년 첫날 강추위와 눈, 2012.12.30》
위의 용례를 통하여 살펴봤을 때 첫 번째 용례의 강추위는 강추위1인 것일까? 강추위2인 것일까? 두 번째 용례를 보면 강추위와 눈이 오는 것을 구별하여 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눈이 오는 강추위를 말하는 것일까? 아래의 글이 그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날은 눈이 내리는데도 몹시 추운 날이 있다. 이런 날의 추위를 강추위라고 해야 할까 하지 말아야 할까? 물론 이런 추위도 강추위이다. 강추위가 진행되는 동안에 간혹 눈보라가 치는 경우가 있다. 이때 강추위가 잠깐 누그러진다면 강추위가 물러난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여전히 강추위라고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강추위가 언제나 먼저 있고, 간혹 눈이 내리는 경우가 있을 뿐, 눈이 내리면서 갑자기 이전보다 더 매서운 추위가 몰아닥치는 경우는 없다.1)
또한 《표준국어대사전》의 올림말 강더위를 보더라도 강추위2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강-더위 「명사」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아니하고 볕만 내리쬐는 심한 더위.
따라서 강추위를 동형어로 보고 강추위1과 강추위2로 나누는 것은 위에서 말한 강소주를 강한 소주로 오해하는 것과 같은 실수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강추위1만 인정하고 그 뜻풀이는 아래와 같이 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평소에 쓰는 단어 중에 된소리(ㄲ, ㄸ, ㅃ, ㅆ, ㅉ)로 쓰는 말이 아닌데 된소리로 쓰고 있는 단어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오늘은 그런 단어들을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깡소주’(×), ‘깡술’(×) vs ‘강소주’(○), ‘강술’(○)
안주 없이 마시는 소주를 흔히 ‘깡소주’라 표현합니다. 정확한 표기는 ‘강소주’입니다. ‘강소주’에서 ‘강-’은 ‘다른 것이 섞이지 않고 그것만으로 이루어진’이라는 뜻을 가진 접두사입니다.
‘깡’은 명사로 ‘깡다구’를 속되게 이르는 말입니다. 안주도 안 먹고 소주만 마시고 있는 사람이 왠지 깡다구 있게 보여서 그렇게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안주 없이 마시는 소주는 ‘강소주’입니다. 다른 술도 마찬가지로 안주 없이 마실 때는 ‘깡술’이 아니고 ‘강술’로 표기해야 합니다. 발음도 깡소주가 아니고 [강소주]입니다. ‘강술’도 발음 역시 깡술이 아니라 [강술]입니다.
‘해꼬지’(×) ‘해코지’(○)
‘해꼬지’라는 표현도 많이 씁니다. 이 경우는 ‘해코지’가 정확합니다. ‘남을 해치고자 하는 짓’이 ‘해코지’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해꼬지’하지 마라가 아니라 ‘해코지’하지 마라가 바른 표현입니다.
‘쪽집게’ (×) ‘족집게’(○)
‘족집게’도 ‘쪽집게’라고 쓰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족집게는’ ‘주로 잔털이나 가시 따위를 뽑는 데 쓰는, 쇠로 만든 조그마한 기구’인데 다른 뜻으로는 ‘어떤 사실을 정확하게 지적하여 내거나 잘 알아맞히는 능력’도 ‘족집게’라고 하고 있습니다. ‘족집게’ 고액과외라는 말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요즘은 신춘문예도 ‘족집게’ 고액과외를 한다는 신문 기사가 있더군요. 문학까지 과외를 한다고 하니 씁쓸했습니다. 더구나 그 기사 제목이 ‘쪽집게’ 고액과외라고 쓰여 있어서 더 씁쓸했습니다. ‘족집게’가 맞습니다. ‘족집게’ 고액과외로 배우는 것보다 스스로 노력하고 터득하는 게 진정한 실력일 것입니다.
‘애띤’ 얼굴(×) ‘앳된’ 얼굴(○)
어려 보이는 사람에게 ‘애띤’ 얼굴이라고 하는 것은 틀린 표기입니다. ‘앳된’ 얼굴이라고 써야 맞습니다. 기본형은 ‘앳되다’입니다. 고령화 사회가 되다보니 ‘앳되어’ 보이는 얼굴 즉 ‘동안(童顔)’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동안(童顔)’은 나이보다 ‘애띤’ 얼굴이 아니라 나이보다 ‘앳된’ 얼굴입니다.
‘쭈꾸미’(×), ‘짱아찌’(×) / ‘주꾸미’(○), ‘장아찌’(○)
음식 이름에도 된소리로 표기하지 않아야 하는데 된소리로 표기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대표적인 음식으로 ‘주꾸미’가 있습니다. ‘쭈꾸미’라고 정말 많이 쓰죠. 그냥 많은 정도가 아니라 대부분이 ‘쭈꾸미’로 쓰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주꾸미’로 쓰기 바랍니다. ‘장아찌’는 어떤가요? ‘짱아찌’로 많이 쓰죠. ‘장아찌’로 써주기 바랍니다.
‘쑥맥’(×) ‘숙맥(菽麥)’(○)
한자어에도 된소리를 쓰지 말아야 하는데 쓰고 있는 단어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단어가 ‘숙맥’입니다. ‘쑥맥’이라고 많이 쓰고 있습니다. ‘숙맥’은 ‘숙맥불변(菽麥不辨)이 줄어든 말입니다. ‘숙맥불변’은 콩인지 보리인지 분별(分別)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어리숙하고 세상물정 잘 모르는 사람을 가리킬 때 쓰는 말입니다. 쑥이라는 식물을 연상해서 ‘쑥맥’이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콩과 보리를 뜻하는 ‘숙맥’이 정확합니다.
‘법썩’(×) ‘벅썩’(×) ‘법석’(○)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자리가 시끄러울 때 ‘야단법썩(벅썩)’이다. ‘난리법썩(벅썩)’이라고 쓰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야단법석’이다. ‘난리법석’이라고 써야 정확합니다.
‘법석’은 ‘소란스럽게 떠드는 모양’을 뜻하는 단어로 불교 용어인 법석(法席)에서 유래된 단어입니다. ‘법석(法席)’은 '법회석중(法會席中)'이 줄어서 된 말로 대사(大師)의 설법(說法)을 듣는 매우 엄숙한 자리를 뜻하던 말입니다. 야외에서 진행하는 야단법석(野壇法席)의 경우 워낙 사람들이 많다보니 시끄러웠다는 설도 있고 한자어를 야단법석(惹端法席)으로 쓰는 경우는 어떤 괴이한 일이 생기면 엄숙한 법석(法席)도 시끄러워진다는 설에서 생긴 단어라고 합니다.
‘법석’이라는 단어만 떼어 쓸 때는 굳이 한자어로 쓰지 않습니다. ‘법석’이라는 단어에 시끌벅적하다는 뜻이 들어있다 보니 ‘법석’보다 ‘법썩’으로 써야 더 시끄러운 느낌이지만 우리말의 표기 원칙은 ㄱ, ㅂ’ 받침 뒤에서 나는 된소리는, 같은 음절이나 비슷한 음절이 겹쳐 나는 경우가 아니면 된소리로 적지 아니합니다. 따라서 ‘법썩’으로 적지 않고 ‘법석’으로 적어야 합니다.
맞춤법 가운데 취약한 부분이 거센소리(격음)와 된소리(경음)다. 이들 소리는 언중의 발음 습관 속에 광범하게 실현되는데도 그 음가(音價)가 맞춤법상 인정되지 못해 현실 발음과 표기 사이 괴리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다 아는 거지만, 자장면 주꾸미 장아찌가 대표적 예다. 짜장 쭈꾸미 짱아치 따위는 틀린다.
자투리 강술 거리낌 본새 눈곱 새침데기 같은 것도 첫소리를 된소리(짜- 깡- 꺼- 뽄- -꼽 -떼-)로 소리내는 이가 대부분이지만 그렇게 표기하면 안 된다. 그런가 하면 삐뚤어지다(=비뚤어지다), 꼬까옷(=고까옷), 재빠르다(=재바르다) 같은 것은 둘 다 인정된다.
이런 된소리 발음은 젊은 층일수록 훨씬 보편적이다. 노인들은 [김ː밥], [버스]지만 젊은이들은 [김빱],[뻐스] 하는 식이다. 세상사 각박함 속에 억세고 강한 발언이 잘 먹힌다는 무의식이 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그럴 듯하지만, 어쨌든 된소리는 우리말에서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중요한 건 발음이 된소리로 난다고 해서 모두 된소리로 적어서는 안 된다 점.
<좀처럼 접하지 못했던 전통놀이도 재미꺼립니다.>(CJB 6.6)에서 ‘재미꺼리’는 북한말이다. 우리말은 ‘재밋거리’. ‘-거리’라는 접미사를 살린 표기다. MBC 3월27일자 <젊은 층 사이에선 뜻밖의 웃음꺼리가 됐습니다.>에서도 ‘웃음거리’가 맞는다. 보통 틀리기 쉬운 ‘-ㄹ꺼예요 -꺼야 -껄’ 같은 것도 예사소리(-거,-걸)로 써야 한다.
충청일보 4월25일자 3면<신문에 날 꺼예요.>에서 보였다. 된소리에 속은 표기가 어디 이뿐인가. ‘잇딴’(→잇단 42회 참고)을 쓴 쓰거나 ‘-로서’와 ‘-로써’를 혼동한 것(7회 참고)도 모두 그런 경우다.
반대로 된소리 표기가 맞지만 예사소리로 쓴 경우도 있다. <조상의 묘를 정성것 벌초를 하고 있다.>(중부매일 4.4 1면) ‘그것이 닿는 데까지’란 뜻의 접미사는 ‘-껏’이다.
우리말엔 이런 발음과 표기의 괴리를 보정하는 장치가 있다. 사이시옷이다. 순우리말끼리 또는 우리말과 한자말이 결합된 복합어, 특정 한자어 등에서 된소리가 나거나 ‘ㄴ’이 덧나면 이걸 첨가하는 것이다. 특정 한자어는 ‘곳간 셋방 숫자 찻간 툇간 횟수’ 6가지를 이른다.
헛점(CJB 4.18→허점), 잇점(CBS 3.28→이점)은 그래서 틀렸다. 그렇다고 된소리가 나는 한 단어인데도 두 단어인 줄 알고 사이시옷을 안 쓰는 것도 문제다. ‘우스개 소리’(충청매일 3.29 2면→우스갯소리), ‘눈치 밥’(동양일보 10.10.9 2면→눈칫밥)이 그런 예다. 또 거센소리나 된소리 앞에서는 사이시옷을 안 쓴다. <가게 뒷편 공터로 향합니다.>(MBC 6.6)에서는 ‘뒤편’으로 가야 한다.
꼭두각시(←꼭뚜각시), 뒤치다꺼리(←뒤치닥거리), 딱따구리(←딱다구리), 허섭스레기(←허섭쓰레기) 어쭙잖다(←어줍잖다) 아뿔싸(←아뿔사) 등 된소리는 주의할 게 참 많고, 그래서 우리는 된소리에 약하다. 그래서인지 주변 소리까지 자주 틀린다. <눈물을 글썽거리며 어물쩡 넘어가는 태도로 일관했다.>(충청일보 5.31 10면)에서 어물쩡(→어물쩍)이 틀렸다.
거센소리와 예사소리가 헷갈리는 단어들도 많다. 덥수룩하다 (=텁수룩하다), 후덥지근하다(=후텁지근하다) 등은 된소리나 예사소리(평음) 모두 맞는다. 흔히 틀리는 것이 서슴치(충청투데이 4.25 3면→서슴지)와 깨끗치(→깨끗지), 생각치(→생각지) 등이다. 기본형이 ‘서슴다’이므로, ‘-하지’가 붙는 말 어근이 ㄱ,ㅂ,ㅅ받침으로 끝나면 아예 ‘-하-’가 탈락한다. 보통 ‘삐지다’로 알고 있는 말은 ‘삐치다’란 것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이런 것도 있다. 거센소리인지 된소리인지 헷갈리는 경우다. ‘재털이’가 아니라 ‘재떨이’고 ‘통채’가 아니라 가 ‘통째’라는 데 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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