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특검법, 국회 재의결 거쳐 폐기…17표 미달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채 상병 특검법은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부결돼 폐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30일 시작되는 제22대 국회에서 해당 법안을 다시 발의한다는 입장이다. 채 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은 이날 국회 본회의 무기명 투표 결과 재석 의원 294명 중 찬성 179명, 반대 111명, 무효 4명으로 부결됐다.
재의요구권이 행사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다시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의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날 재적 인원 296명 가운데 무소속 윤관석·이수진(서울 동작을) 의원 등 2명이 불참했다. 재석 의원 294명 기준, 재의결 정족수는 196표였다. 17표가 모자랐던 셈이다.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10월 민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돼 지난달 3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지난 2일 본회의에서 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했고, 이어 지난 21일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일주일만인 이날 재의결 절차를 거쳤다.
'채상병특검법 재의결' 장외투쟁 나선 범야 "거부권에도 한계"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 7개 정당이 26일 '채상병특검법' 재의결을 촉구하며 장외투쟁에 나섰다. 그러면서 채상병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의 거부권에도 한계가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정의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새로운미래, 기본소득당 등 야7당은 이날 오후 서울역 앞에서 해병대 예비역 단체,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해병대원 특검법 거부 규탄 및 통과 촉구 범국민대회'를 개최했다.
채상병특검법 찬성 의사를 밝히고 있는 개혁신당은 "거리정치라는 방식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이날 집회엔 참석하지 않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집회 발언을 통해 "더 이상 국민의 뜻에 어긋나지 말라 경고했는데 그들(윤 대통령·여당)은 변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이 국회의 입법권을 무시하고 상식을 위배하면 바로 그 권력의 주체인 우리 국민들이 대통령을 심판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의 권력은 바로 국민으로부터 온 것이기 때문에 부당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우리 국민들이 힘으로 거부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투표로 심판해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반성하지 않고 역사와 국민에게 저항한다면 이제 국민의 힘으로 현장에서 그들을 바로 억압해서 항복시켜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덧붙였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대다수 국민들이 채상병특검법을 수용하라고 하는 이유는 왜 그렇게 어이없이 숨져야 했는지, 누가 책임자인지, 누가 수사를 이상한 방향으로 끌고 갔는지 진상을 밝히라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상식적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너무 비겁하다. 국민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며 국민의힘을 향해 "21대 마지막 국회에서 채상병특검법 재의결에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범야권 집회에 대해 정광재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에서 "굳이 독소조항으로 가득 찬 특검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해당 사건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용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볼 수밖에 없다"며 "결국 자신들의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불쏘시개로, 정부의 국정 운영을 방해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건을 이용하는 비정한 정치를 반복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채상병 특검법 부결에 한숨 돌린 용산…“당과 대통령실은 공동 운명체”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 재표결에서 부결된 28일, 대통령실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한숨 돌리는 분위기였다.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을 겨냥하는 특검법을 일단 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2대 국회에서 지금보다 의석수가 늘어난 야권의 공세는 더욱 강해지고, 여당과의 결속도 장담할 수 없어 윤 대통령을 둘러싼 위기는 잠시 유예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당과 대통령실은 국가 대의의 책임을 다하는 공동 운명체다. 모든 입법과 정책 사안에 대하여 국가 대의를 위한 책임을 다한다는 신념으로 임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채 상병 특검법 부결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특히 여당에서 이탈표가 많지 않았던 점에 주목하며 안도하는 기류다.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의 ‘윗선’으로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까지 겨눌 수 있는 이번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여당이 힘을 합쳤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가 진행되면서 윤 대통령이 해병대수사단의 수사 결과에 질책을 했다는 ‘브이아이피(VIP) 격노설’ 정황이 짙어지고, 대통령실 참모들이 사건 이첩·회수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연이어 제기되며 특검법 부결을 계기로 야권의 공세 수위는 더욱 올라갈 전망이다. 야권은 22대 국회에서도 채 상병 특검법 재추진을 예고한 상태인데 21대 국회와 달리 범야권이 192석으로 13석이 늘어나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108석으로 줄어든다. 게다가 여당이 전당대회를 치르며 ‘용산과 차별화’를 내세우는 당권 주자들이 전면에 등장할 경우 21대 국회와 달리 여당과의 결속력도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윤 대통령이 또다시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국회 재의결 시 부결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는 것이다. 채 상병 특검법 찬성 여론이 높고, 대통령실 외압 의혹에 대한 국민들의 의구심이 여전히 큰 점도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외압 의혹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계속 민생과 정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7일 종료된 한·중·일 정상회의에 이어 외교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이날 1박2일 일정으로 국빈 방한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 만찬을 했고, 29일 정상회담을 한다. 다음달 4~5일에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6~7월에도 국외 순방 일정을 이어갈 계획이다.
채상병특검법, 국회 재투표서 부결 '최종 폐기'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아온 '채 상병 특검법'이 28일 본회의에서 부결돼 최종 폐기됐다. 이달 21일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지 일주일 만이다.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로 재표결에 부쳐진 '채 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은 출석의원 294명 중 찬성 179명, 반대 111명, 무효 4명으로 부결됐다. 재의요구권이 행사된 법안이 본회의를 다시 통과하려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현역의원 296명 중 구속 수감 중인 민주당 출신 윤관석 무소속 의원에 더해 총선 국면에서 컷오프(공천배제)에 반발해 민주당을 탈당한 이수진 의원이 출석하지 않았다. 무기명 투표인 탓에 이탈표를 두고는 해석이 분분하다. 출석의원 중 야권 성향 의석수는 민주당 155석 등 179석, 여권 성향은 국민의힘 의원 113명에 무소속 2명을 더한 115명이다. 여당은 특검 찬성파 5명 외에 이탈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여당은 '부결 단일대오'를 구축했다. 국민의힘은 회의를 앞두고 연 비상 의원총회에서 부결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특검법은 민주당이 정쟁과 분열을 위해 만든 악법"이라며 단일대오의 각오로 임해달라고 호소했다. 약 1시간가량 진행된 의원총회에서 반대 의견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채상병 특검법은 채상병 순직 사건 진상규명과 사건 수사 과정에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 등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해병대 수사단은 지난해 7월 30일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된다는 내용을 담아 채 상병 사건의 경찰 이첩을 보고했고, 이종섭 당시 국방장관은 이를 결재했다. 그런데 이튿날 이 장관이 돌연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 그 배경에 대통령실, 국방부 고위 관계자의 외압이 있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법안은 대통령실과 국방부, 해병대사령부 등을 직권 남용 행위 등의 이유로 수사 대상으로 명시했다.
특검법은 민주당 주도로 야당 의원 181명의 동의를 얻어 지난해 10월6일 본회의에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고, 이후 상임위원회 숙려 기간 180일이 지나 지난달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후 이달 2일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야권의 특검 요구를 정쟁으로 규정하며 퇴장했고, 김웅 의원만 남아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졌다.
채 상병 특검법 부결에 방청석 해병대 예비역들 울분
“용산을 보지 말고 국민을 보십시오!” “이재명 대표나 그만 보십시오!”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 28일,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안’(채 상병 특검법)이 상정되자 여야 의원들은 서로 고성을 지르며 맞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다시 국회로 넘어온 이 법안에 대해, 박성재 법무부장관이 ‘정부가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테니 법안을 부결시켜달라’는 취지로 호소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석에서는 “검찰이나 똑바로 하라” “대표적인 정치검사가 윤석열 대통령 아니냐”는 고성이 터져 나왔다.
유상범·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연단에 서서 반대표를 호소하자 “대통령한테 줄 잘 서면 얼마나 가느냐” “국회의원이 양심도 없느냐”고 외치는 야당 의원도 있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 쪽에서도 박주민 민주당 의원의 찬성 발언을 할 때 “(논리를) 다 부정할 수 있다” “사실관계가 틀리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표결과 감표 과정 또한 양당의 긴장감 속에서 이뤄졌다. 여야 감표위원들은 끼리끼리 뭉쳐 감표 과정을 지켜봤다. 약 10분 동안 투표용지를 확인한 여당 의원들은 표결 윤곽이 드러나자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거나(서일준 의원) 양손 주먹을 불끈 쥐기도(박정하 의원) 하며 ‘부결’을 알렸다. 곧이어 김진표 국회의장이 ‘채 상병 특검법 부결’을 발표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일제히 퇴장했다. 다음 안건인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은 민주당 등 야당의원들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날 본회의장 방청석에는 해병대예비역연대 20여명이 ‘해병대’라고 쓰인 붉은색 티셔츠를 맞춰 입고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본회의 전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장 앞에서 입장하는 의원 한명 한명에게 “잘 부탁드린다” “도와주십시오”라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끝내 법안이 부결되자 이들은 충격받은 듯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일부 예비역은 눈시울을 붉혔고, 한 예비역은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 “너네는 자식도 없냐”라며 고성을 질러 국회 방호과 직원의 제지를 받아 밖으로 나가기도 했다. 이들은 본회의장 밖에서 “해병대예비역연대는 특검을 거부한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권에 참수작전을 선포한다. 정권 퇴진 선봉에 설 거고, 그들을 끌어내는 데 최일선에 서겠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는 일제히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내며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다시 특검법이 발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 상병 특검법 부결... 민심보다 '윤심'이 무서운 與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이 어제 국회 재표결 끝에 '부결'을 당론으로 정한 국민의힘의 반대로 자동 폐기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한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지 1주일 만이다. 'VIP(대통령) 격노설'이 채 상병 사망사건에 대한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쟁점이라는 점에서 여당이 윤 대통령 방탄에 나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은 4·10 총선에서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 여론을 촉발한 계기 중 하나였다. 총선 참패 이후 일부 여당 의원들이 특검법 찬성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도 이번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 대한 여러 의문점을 국민에게 납득시키지 못했다는 반성에 따른 것이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VIP 격노설과 대통령실 외압설을 뒷받침하는 정황들이 속속 공개되면서 대통령실과 같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공정한 수사를 위해, 특검 도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여당이 특검법을 부결시킨 것은 총선 민심을 저버린 태도라 할 수 있다. 총선 참패 이후에도 윤 정부의 '공정과 상식'을 기대하는 민심보다 '윤심'만 살피고 있다는 사실을 자인한 셈이다.
민주당 등 야권은 부결 직후 22대 국회에서 특검법 재추진 의사를 공언했다. 그러나 국회 원구성과 법안발의에서 처리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젊은 해병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은 당분간 공수처 수사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시간 벌기에 성공했을지 몰라도, 지금 방식의 대처로는 총선에서 드러난 것보다 더한 성난 민심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윤 대통령이 해병대 조사 결과에 대한 격노설의 진위를 직접 국민에게 설명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많은 여론이 윤 대통령의 격노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특검을 받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22대 국회에는 민생 현안이 그 어느 때보다 산적해 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채 상병 진상 규명을 위한 전향적인 매듭을 짓고 민생에 전념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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